핫이슈 2012-04-06

[르포] 명동의 핫플레이스 지금 ‘에이랜드’는?

패션시장의 빛과 그림자 동시에 공유


3월 11일 일요일 늦은 오후 명동 에이랜드 앞은 수많은 인파로 붐빈다. 쟁쟁한 패션기업의 브랜드들과 함께 이제는 당당히 명동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대표 편집숍 ‘에이랜드’. 신진 디자이너의 편집숍이자 다양한 패션문화를 선보이는 에이랜드는 글로벌 SPA브랜드들과 같이 명동 메인 거리에 자리잡고 있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발길은 ‘에이랜드’를 찾고 있다.

쇼핑백을 들고 나오는 남성 고객 정유호씨는 “목적 있는 쇼핑이 아니라도 에이랜드는 볼거리가 많아서 명동을 오면 꼭 들려요”라며 에이랜드를 찾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설명했다.


매장 쇼윈도우 밖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연령대는 10대~20대의 남녀. 에이랜드는 톡톡튀는 이들의 니즈를 자유로운 감성으로 풀어내어 명동을 이들의 쇼핑 놀이터로 만들었다. 에이랜드는 수입 브랜드부터 신진 디자이너 의류, 그리고 동대문 상품과 각종 빈티지까지 A 부터 Z의 온갖 패션상품을 갖춘 복합 멀티숍이다.

입맛대로 고르는 패션 메뉴

에이랜드 명동 1호점은 지상 3층 지하 1층으로 구성돼 있다. 정문 옆 골목길로 모퉁이를 돌면 지하 1층으로 들어갈 수 있는 낮은 입구가 있다. 정문보다 좁은 옆문 틈으로 사람이 더 많이 보인다. 지하 1층은 저렴한 캐주얼웨어와 데님, 안경과 귀걸이, 가방 등 다양한 패션소품으로 구성되어있다.

1층은 신진디자이너들의 독특한 여성 의상들과 액세서리들로 구성돼있고, 2층은 깔끔한 남성복 매장이 자리 잡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곳에서 남성들만큼이나 쇼핑하는 여성들을 많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남성복 매장에서 만난 여성 고객 하아름씨는 "요즘은 남녀의 경계가 무너져가고 있죠. 특히 한창 트렌드인 매니시룩을 위해 남성복 디스플레이에서 영감을 얻어갑니다" 라며, 매장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폈다. 3층은 주로 구제의류와 빈티지 제품들을 취급해 각 층별로 전체적인 분위기가 구분되어 나뉘어져있다.

친구와 함께 쇼핑을 온 듯 보이는 여대생 김현화씨는 “취향이 정반대인 친구와 함께 쇼핑을 와도 입맛대로 상품이 구비된 곳이 에이랜드예요” 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다양한 아이템에 소비자들은 에이랜드를 또 한 번 찾는다고 전했다.

에이랜드는 좁게는 매장 내 층별분류, 넓게는 상권별 매장 컨셉 분류로 차별화된 다양성을 추구했다. 명동점 뿐만 아니라 다른 지점의 에이랜드도 자주 방문한다는 직장인 김정균씨는 “에이랜드의 가장 흥미있는 점 중 하나는 매장마다 분위기와 느낌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같은 명동 안에 있어도 에이랜드 1호점과 2호점은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거든요. 상권별로 그 스토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조금씩 혹은 확연하게 다르게 느껴집니다” 라고 전했다.

평범함=싸구려 동급, 대세는 유니크!

그렇다면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아이템은 어떤 것 일까? 액세서리 코너 앞에서 쇼핑하던 여고생 조희조씨는 “에이랜드의 최대 장점은 독특한 상품이 많다는 점이예요. 요즘은 개성이 곧 유행이잖아요”, 양말코너 앞에서 만난 25세 대학생 윤영걸씨는 “개성 있는 사람들의 특징은 그들의 옷만큼이나 부수적인 패션 소품이 큰 이목을 끌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착용 할 것만 같은 독특한 아이템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라고 말했다.

옷은 많아도 옷장을 열 때 마다 입을 옷은 없다고 말하는 요즘의 소비자들은 이제 개성과 희소성을 가진 ‘특별한 상품’을 원한다. 단순히 예쁘고 멋있기만 한 패션은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싸구려 플라스틱의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예나 지금이나 싸구려의 냄새가 나면 ‘평범’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다. 더욱이 평범함도 참을 수 없다고 여길 만큼 요즘의 발 빠른 스마트 소비자는 절대 싸구려의 냄새가 나는 평범한 상품은 사지 않는다. 이제 ‘대유행의 시대’는 가고 개개인의 특성을 담은 ‘특별함의 시대’가 온 것이다.

이전의 시대에서 기성복 브랜드의 옷과 태극기 문양보다 익숙한 패턴의 명품 브랜드 핸드백을 매고, 유행만을 쫓아다니며 획일적 흐름을 보이던 대중들이 이제는 개개인의 아이덴터티 찾기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브랜드와 패턴화된 명품에 질려버린 대중은 디자이너상표를 단 제품의 ‘특별함’에 사로잡혔고, 이에 따라 ‘특별한 상품’에 함께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은 소비자 자신의 아이덴터티를 한층 더 높여줄 브랜드의 아이덴터티. 이러한 확실한 아이덴터티의 브랜드가 리미티드라는 희소성있는 네임벨류를 더했을 때 상품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디자이너와 소비자 이해하는 착한유통 필요

이러한 단 1%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에게도 궁극의 목표는 합리적인 가격일 것이다. 스타 유통 채널로 급부상한 에이랜드의 인기에는 또다른 불만도 따른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아 지방에서 주말마다 쇼핑을 위해 명동을 찾는다는 30대 직장인 박성환씨는 “상품 복불복 게임을 하는 듯, 각 구역별 가격 높낮이의 갭 때문에 편안하게 쇼핑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습니다. 대중을 타겟으로 잡고 마켓의 이미지는 디자이너 브랜드로 올려, 정작 실제 구매 타겟은 소수만을 위한 듯 보였습니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끼 넘치는 디자이너들의 독창적 상품에도 결국 결정권은 가격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지상 1층과 지하 1층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지상 1층에서 눈 호강을 한 소비자들의 지갑은 비교적 저렴한 지하 1층에서 열린다. 소비자의 눈으로 본 에이랜드 지상 1층과 지하 1층의 격차는 마치 해외 명품 컬렉션을 보고 동대문 카피품을 구입해야만 하는듯한 느낌의 괴리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처럼 특별한 디자인과 개성있는 소비자 사이에 원활한 유통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리즈너블한 가격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충족될 때 소비자와 디자이너, 그리고 유통은 삼각관계를 이루며, 보다 완벽한 톱니바퀴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1층 매장 내 한 여성은 상품의 가격텍을 보고 당황하는 기색을 비추며 물건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혼자 쇼핑을 즐기고 있는 24세 사회초년생 장선아씨는 “디자이너 제품과 일반 저가의 사입제품의 경계가 모호해요. 자유분방한 컨셉과 다양성 추구도 좋지만, 쇼핑공간인 만큼 고객의 눈높이에 맞게 정리가 필요할 때인 것 같아요”라며 가격 때문에 동선이 순탄하지 않은 쇼핑을 해야만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사람이 몰리는 저렴한 가격의 데님코너 옆에 비교적 고가의 클러치를 구성해 놓은 MD는 통일성을 깨뜨리고 상품에 대한 예상가격을 뒤집어 소비자들의 쇼핑에 심리적 혼란을 일으켰다.

또한 디자이너 상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고가인지, 디자이너 상품임에도 저가의 상품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는데 높은 가격은 순전히 디자이너의 이름 때문인가? 라는 궁금증을 낳았다.

이처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위해 놓은 덫 같은 느낌이 아닌 한 마리 토끼라도 제대로 된 당근을 줘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비자와 함께 크느냐, 함께 늙느냐?

에이랜드는 10~20대를 타겟으로 한 가장 성공적 케이스의 편집숍이니 만큼 이 세대가 자라면서 더 성장을 하느냐, 아니면 함께 늙어 가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온라인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28세 서석재씨는 “글로벌 SPA 브랜드들의 싼 가격에 빠른 재고 회전율을 생각해 비교해 본다면, 에이랜드의 이러한 보여지기 위주의 상품은 소비자에게 지속적인 피드백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동교동에서 온 대학생 25세 구인수씨는 “이런 에이랜드 스타일의 개성이 또 하나의 유행으로 굳혀져 버린다면 에이랜드는 스쳐가는 바람이 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에이랜드만의 차별화가 더 이상 차별화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에 대한 장기적 우려의 시선을 비췄다.

에이랜드 명동1호점 오픈 이래로 줄곧 에이랜드를 찾아온 명동의 금융권 직원 31세 권남이씨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에이랜드만의 특별함은 잘 유지하고 아쉬움의 목소리는 잘 파악하는 에이랜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사소한 소리에서부터 커다란 소리까지 귀 기울이고, 문턱은 낮고 눈은 높여주는 대표 편집숍 에이랜드가 되려면 밝은 빛 뒤에 있는 그림자까지 비추는 초심의 에이랜드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소비자의 니즈를 다시 한 번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는 에이랜드의 이노베이팅을 바란다. 






<손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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