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2-03-19 |
[3] 편집숍 진화, 어디까지 왔나?
다양화, 대중화, 세분화… 유통방식 변화 기대
1997년 편집숍이 등장한 이래 2004년까지 300억원 대를 유지하던 국내 편집숍 시장 규모는 2010년 이후 5000억원 이상으로 크게 성장했다. 성장기를 넘어 포화상태에 접어든 편집숍 시장은 이제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 성숙기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선진화된 패션 니즈의 부상에 따라 패션기업과 유통사, 대형 온라인 마켓까지 편집 유통 시스템을 적극 수용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유통 방식에 있어서도 기존의 위탁 방식이 아닌 홀세일을 통한 사입 방식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국내·외 미도입 브랜드를 소개하는 에이전시 개념이 정착되는 등 선진화된 패션 비즈니스 모델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기대된다.
유통 주체 다양화… 다각화, 대중화, 세분화
국내 편집숍의 역사는 1997년 갤러리아백화점이 유럽 신진 디자이너 컬렉션으로 구성한 ‘지스트리트494’를 런칭하면서 출발한다. 이후 1999년 국내 신진 디자이너와 직수입 브랜드를 믹스한 갤러리아 ‘G.D.S’, 2000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분더숍’, 2001년 ‘쿤’, 2004년 ‘무이’ 등이 강남 상권을 중심으로 생겨나면서 편집숍은 국내 미 도입된 해외 하이엔드 라벨을 선보이는 스토어로 정의되게 된다.
초창기 편집숍은 백화점 또는 패션전문기업 주도하에 명품 및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보이는 셀렉트숍 형태로, 수입 브랜드의 국내 시장 도입을 위한 테스트 마켓으로 활용됐다. 「끌로에」 「랑방」 「발렌시아가」 등이 한섬의 ‘무이’를 통해 테스트를 거쳐 런칭된 것이 대표적인 예.
2007년에 접어들면서 웨어러블한 감성과 문화적인 요소를 접목한 ‘데일리프로젝트’, ‘플로우’ 등이 런칭되면서 국내 편집숍 시장은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코오롱 FnC 부문은 국내 최초로 해외 바잉 시스템을 적용한 편집형 브랜드 「시리즈」를 선보였으며, 2008년에는 제일모직이 아시아 최초로 이탈리아의 ‘10꼬르소꼬모’를 도입해 선진 패션 패러다임을 접목한 대기업의 편집숍 사업 진출이 활발하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런칭된 ‘에이랜드’는 국내 편집숍 역사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제시했다. ‘에이랜드’는 고가의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를 중심으로 구성된 기존의 하이엔드 편집숍과 달리 저가부터 고가까지 다양한 국내·외 디자이너 브랜드와 라벨을 선보이는 복합쇼핑 공간으로 10대부터 30대에 이르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급성장했다.
에이랜드 편집숍 2.0 주도
2006년 2월 ‘에이랜드’가 명동에 첫 매장을 오픈한 것을 계기로 편집숍 시장이 대중적으로 확산되면서 국내 편집숍 시장은 한 단계 도약하게 된다. 바야흐로 편집숍 2.0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새로운 2세대 편집숍이 이전 세대와 다른 점이 있다면 대중에게 손을 뻗었다는 점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편집숍은 유니크한 고가의 해외 브랜드를 소비하기 원하는 특정 타겟을 위한 쇼핑공간이었다.
그러나 합리적이면서도 웨어러블한 패션 아이템과 문화, 예술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가미된 새로운 쇼핑 공간인 ‘에이랜드’가 등장하면서 편집숍은 부담없이 즐기고 쇼핑하는 ‘쇼핑 놀이터’의 개념으로 변모하게 됐다.
운영 방식에 있어서도 1세대가 바잉에 치중했다면 2세대에는 바잉과 메이킹이 결합됐다.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역시 메이킹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편집숍을 운영하는 주체가 다양해지면서 편집숍 생태계가 더욱 다각화, 다양화, 세분화되고 있는 추세다.
다양한 상품을 바잉해 편집 구성하는 전통적인 형태부터 자체 제작(PB) 상품을 개발해 스토어만의 차별화된 아이덴터티로 내세운 형태, 단일 브랜드에서 좀 더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편집숍의 바잉 개념을 적용, 사입 제품과 자사 브랜드를 복합 구성한 형태 등 그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패션기업과 유통기업의 편집숍 사업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보끄레머천다이징은 패션잡화 셀렉트 브랜드 ‘라빠레뜨’를 런칭해 조기에 수익전환에 성공한 것을 토대로 2010년 남성 잡화 ‘밴드오브플레이어즈’를 런칭했으며, 제일모직의 ‘블리커’, 아이올리의 ‘랩’, 현우인터내셔날의 ‘북마크’ 등도 잇따라 런칭됐다.
올 2월에는 에이션패션이 ‘시에클’을 오픈했으며, MK트렌드와 지엔코 등도 곧 편집숍 시장에 합류할 계획. 이 밖에도 기존 브랜드와 바잉 아이템을 복합 구성한 편집형 브랜드를 추가한다면 국내 패션기업이 편집숍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사례는 더욱 늘어난다.
유통계에서는 아예 인지도 높은 편집숍을 유치하기도 한다. 현대백화점은 ‘에이랜드’를 들여왔으며, 롯데백화점은 명동 에비뉴엘점 전 층에 ‘10꼬르소꼬모’를 오픈할 계획. 온라인 생태계 역시 마찬가지로 씨제이오쇼핑이 ‘퍼스트룩 마켓’을 통해 오프라인 편집숍 사업에 진출했으며, 11번가는 최근 국내 유명 편집숍 7곳을 단독 입점시키는 계약을 체결했다.
편집숍 열풍… 국내패션 선진화 위한 수순
그렇다면 국내 패션계가 앞다투어 편집숍 사업에 열중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편집숍은 해외, 특히 패션산업이 선진화된 유럽에서는 일찌감치 보편화된 패션 유통 모델이었지만, 유통사와 가두 대리점을 중심으로 단일 브랜드를 위탁 판매하는 방식이 정착된 국내 패션 시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어 인터넷과 스마트 환경이 조성되면서 글로벌 트렌드 동조화 현상이 생겨나고 소비자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가치가 선진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선진 패션 유통 모델인 편집숍이 도입되게 됐다.
국내 패션계의 장기 침체도 편집숍의 성장을 촉구했다. 몇 차례의 불황기를 겪으며 패션 전문기업이 무너지고 대형 유통사와 대기업, 글로벌 SPA 브랜드를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면서 내셔널 브랜드만으로 경쟁하기에는 국내 기업들의 컨텐츠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고 말았다.
결국 개방과 융합으로 완성된 편집숍이 현재의 위기 극복과 장기적 성장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대두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편집숍 과열 양상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패션 관계자는 “편집숍이라는 유통 모델이 대세가 된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유니크한 문화를 지닌 쇼핑공간이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아이덴터티와 컨텐츠에 대한 차별화 전략과 물량 운용과 소싱 등에 대한 체계적인 점검 없이 편집숍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 위탁 형태로 운영되는 현재의 시스템도 장기적으로는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다품종 소량 구성을 목표로 하는 편집숍의 생태상 해외에서는 홀세일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관례지만, 홀세일 유통이 정착되지 않은 국내시장에서는 위탁과 홀세일이 병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소규모 자본으로 운영되고 있는 인디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우 편집유통의 문턱을 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추세다. 결국 편집숍이 장기적인 성장 모델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디자이너의 육성 지원 및 선진 유통 모델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향후 편집숍은 더욱 다각화, 다양화, 세분화된 쇼핑문화 공간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차별화된 아이덴터티를 위한 자체기획 상품과 코웍 아이템 출시 등 메이킹 바람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국내외· 인디 디자이너 브랜드와 국내 미 도입 라벨을 소개하고 비즈니스를 관리하는 전문 에이전시도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은영>
[참조 : 3월 19일자 텍스헤럴드 편집숍 특집호에서는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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