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2-03-29 |
[6] 인문학 왜 뜨는가?
제품의 시대 갔다 … 마켓, 인간의 본질과 특성 요구
마켓 4.0 시대, 이젠 ‘창조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최근 글로벌 시장 경제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 시장은 누가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느냐, 누가 더 좋은 가격을 내놓느냐, 또 누가 더 차별화된 마케팅을 시도하느냐가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관건이었다. 무엇보다도 상품을 둘러싼 환경이 최우선의 가치였고, 경쟁력이었다. 이에 반해 상품을 소비하는 소비자의 본질에는 중점을 두지 않았다.
이 같은 시장 경쟁체제에서 무엇보다도 우선시되는 것은 마켓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과 승리였다. 소비자의 가치 보다는 경쟁에서의 승리가 비즈니스의 철칙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 같은 체제는 세계 경제 위기를 불러왔다. 승자독식,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미국식 금융자본주의는 세계 금융위기를 불러왔고, 이것은 유럽국가의 재정위기로까지 확대됐다. 특히 금융자본가들의 도덕적 해이는 “월가를 점령하라(Occpuy Wall Street)”라는 ‘아큐파이 세대’를 탄생시키면서 경제에 대한 중심이 상품에서 소비자라의 전환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
인간을 배려하지 않는 ‘영혼 없는 우월성(Excellence Without a Soul)’은 공동체의 재앙을 초래할 뿐 공동체의 발전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또한 이 같은 위기로 인해 파생됐던 빈부 격차와 세대 갈등, 청년 실업, 정치와 경제에 대한 불신, 글로벌 경제의 불황과 저성장 경제 구조를 기존의 자본주의 질서와 구조로는 극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같은 글로벌 위기와 글로벌 문제는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통찰력 부족에서 온만큼 소비자가 무엇을 고민하는지, 또 소비자가 무엇에 열광하는지를 통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로 인해 인간의 본질적 특성에 관심을 가지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왜 인문학인가?
마켓에 ‘창의적 마인드’를 불어넣는다
이제는 제품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다. 더 이상 제품이나, 기술, 가격, 마케팅 차별화만으로는 경쟁의 우위를 점할 수 없게 된 것이 글로벌 소비시장의 현실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제품만으로는 차별화를 추구할 수 없을 만큼 제품에서의 수평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와 시장에 대한 직관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졌기 때문이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태도, 소비 방식, 소비 동기 등이 소비를 결정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해석하는 것이 소비자와 시장을 이해하는 첩경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소비자가 무엇을 고민하는지? 또 소비자가 무엇에 열광하는지를 통찰해야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제품 디자이너들은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중시하고, 또 엔지니어는 기술적인 측면에 집중한다. 대부분이 상품, 그 자체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간이 왜 그 제품이 필요한지, 왜 그 제품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계속적인 고찰없이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해 왔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는 판매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라는 것이다. 작고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트 신제품 발표장에서 “애플은 언제나 인문학과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 존재해 있었다”고 말하며 인문학의 중요성을 어필했다.
또 구글의 엔지니어링 담당이사인 데이먼 호로비츠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개발을 위해 사람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작업에서는 인류학자와 심리학자가 가장 뛰어난 결과를 만든다”며 인문학이 제품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특히 인문학 전문가는 인간의 본질적 특성에 부응하는 제품 개발에 기여한다. 인문학과 각 분야 전문가가 아이디어를 합치고 발전시켜 창의적이면서도 기발한 디자인과 컨셉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인문학의 진정한 가치는 학문으로서의 지식이나 기법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한 인간의 본질과 특성에 대한 지혜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인문학이란 후마니타스(humanitas)에 대한 배움 즉, ‘인간다움에 관한 학’이라고 할 수 있다. 휴머니티(humanity)의 라틴 어원은 인간다움을 뜻하는 후마니타스(humanitas)이다.
소비자에 대한 통찰력 요구
인문학과의 결합이 비즈니스의 방향 제시
“창의적인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연관지어 새로운 무언가를 합성해 냅니다. … ”(스티브 잡스 : 와이어드 인터뷰)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로입니다. 애플은 언제나 이 둘이 만나는 지점에 존재해 왔지요.”(스티브 잡스 : 아이패드 신제품 발표장에서)
스티브 잡스는 2010년 1월 아이패드 신제품 발표회에서 “애플의 정체성은 인문학과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소비자가 무엇에 열광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없이 소비자의 영혼을 움직일 있는 제품과 브랜드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는 한편으로는 인간을 위한 기술이 인간에게서 멀어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같은 현대의 기술이 인간에게 편리함을 주는 동시에 인간에게 구속과 소외라는 양면성을 던져주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이 자본주의와 결합되면서 상품은 원래의 효용인 사용가치를 넘어 상품 자체가 인간에게 하나의 가치를 던져준다. 하지만, 인간에게 편리함과 풍요를 약속했던 기술과 자본주의가 오히려 인류를 압도하고 인간을 소외시키는 역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기술의 결과인 기기 즉, 도구가 오히려 목적이 되어 인간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어떤 기술이 인간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기술과 인문학이 결합되어야 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그럼, 패션은?
인문학과 패션의 융합 어떻게?
그럼, 패션은?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전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인문학과 패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패션, 또한 인간의 욕구과 인간의 본질에 관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패션시장은 글로벌 경제 환경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환경 요인에 영향을 받으면서 점점 복잡, 다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소득 증가와 레저인구의 증가,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의 다변화에 따른 소비 행태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에서 사람과 문화, 아이디어 등에 중심을 두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는 국내외 패션시장의 흐름이다.
유연한 사고와 창의성에 기반을 둔 소프트 파워인 ‘인문학’적인 흐름이 기업 경영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패션기업 역시 개방과 협업을 바탕으로 다양성과 창의성을 구현하는 전략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국내·외 기업간 M&A와 이종 및 동종 업계 간의 제휴, 외부 인재 융합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전통적 생산요소인 노동, 자본, 기술, 정보의 독점적 소유에 따른 경쟁우위는 이제 힘을 잃어가고 있는 반면, 글로벌화와 정보화를 활용, 외부의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아이디어 기반형 경쟁우위 확보가 더욱 중요하게 부상하고 있다.
이로 인해 패션 브랜드들은 브랜드별, 조닝별 경계에 상관없이 브랜드와 상품을 믹스앤매치해 다양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합리적 가치 소비와 다양성을 제안하는 편집숍 및 멀티 셀렉트숍의 확산 등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고비용 구조의 브랜드 제조 방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극복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다양성을 담아내며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가격과 스타일링, 즐거움의 요소가 담긴 기획방식 등 소프트웨어 부문의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는 국내 패션기업들의 최근 흐름이다. <허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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