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2012-03-29

[4] 마켓 4.0, ‘진정성’으로 통한다

‘자생, 자발, 자족’의 소비자… 확고한 정체성과 본질에 공감


마켓 4.0 시대, 핵심가치는 진정성이다. 

불확실성과 위협의 불안요소가 증폭되고 설득과 공감의 능력이 중요하게 부상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진정성의 힘이 커지고 있다. 정보 매체의 발달과 체험경제로의 진전, 신뢰와 리얼리티 등이 대두되면서 근본에서 비롯된 진정성이 사회, 경제, 문화를 관통하는 핵심 코드로 부상한 것.

오늘날 진정성은 모든 선택의 기준이 됐다.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지지도 3%의 시민운동가 박원순이 서울시장에 당선됐듯 이제 진정성만 있다면 비주류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불신으로 가득한 메이저의 권위가 흔들리고 마이너가 힘을 얻는 세상, 신생 비주류 브랜드가 시장을 지배하던 메이저 브랜드와 당당히 경쟁하고 이기는 흥미진진한 세상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겉치레의 시대가 가고 진정성의 시대가 도래했다. 거짓과 과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소비자들은 진실, 즉 진정성에 목말라하고 있다. 이들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브랜드 본연의 핵심가치와 본질을 공감과 감동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진정성 왜 뜨는가?


2011년 타임지는 올해의 인물로 ‘시위자(Protester)’를 선정했다.
타임지는 지구촌을 개혁과 민주화의 함성으로 가득 메운 시위자가 논란의 중심에서 세계를 재편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재스민 혁명을 시작으로 중동지역의 독재반대 시위를 통해 아랍의 봄을 이끌었으며, 유럽, 미국 월스트리스, 러시아 붉은광장에 이르기까지 권위주의와 부패, 탐욕과 무능으로 얼룩진 기존의 질서를 바로잡는데 공을 세웠다.

민중의 봉기로 촉발된 전세계적 소요사태는 그 내용과 규모 면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금융자본주의와 빈부격차, 청년 실업, 모바일 기기와 SNS 활용, 소요의 국제적 동조현상이라는 유사한 특징을 띄고 있다. 특히 SNS를 기반으로 한 ‘자생, 자발, 자족’의 경향은 저항세력의 논리가 국제적 공감을 통해 신속히 조직화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오늘날 소비자가 가진 ‘자생, 자발, 자족’의 특징은 바로 진정성에서 출발한다. 매체 과잉으로 정보의 사회적 신뢰가 떨어지고 체험을 통해 느끼는 진실성이 중요해지면서, 자발적 검증을 통해 진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많은 기업과 정당들이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호의적인 확산은커녕 친구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다. 진정성을 얻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진정성이란 일관되고 확고하게 자기 정체성에 충실하여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소비자들이 자신의 체험에서 우러나와 공감할 수 있을 때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진정성은 자아에 대한 충실함


진정성의 어원은 ‘너 자신 그대로(To thine own self to be true)’라는 그리스 철학에서 유래한다. 진정성이란 내적 자아와 외적 자아의 괴리가 없는 상태를 뜻한다. 즉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사전적으로 진정성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한가지는 진실하고 애틋한 마음을 뜻하는 진정(眞情)이고, 다른 하나는 거짓이 없이 참되다는 의미의 진정(眞正)이다. 아마도 소비자가 원하는 진정성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모두 포함한 개념일 것이다.

브랜드의 진정성을 연구한 서상우씨는 일반적으로 진정성의 의미에는 성실(sincerity), 신뢰(trust), 진품성(genuineness), 적법성(legitimacy), 신용(credibility), 독창성(originality), 혈통(pedigree), 전통(heritage), 유일성(uniqueness)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정의했다. 이상에서 열거된 가치는 진정성과 동의어로 통용되기도 하고,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이기도 하다.

이 같은 논의를 종합해 볼 때 진정성이란 개념적으로 대상에 대한 정보와 대상의 실제 속성이 일치하며 그것이 사회적으로 인정될 만한 정당성이 있고 이 모든 것이 의심의 여지없이 사실일 때 얻어지는 가치를 말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비즈니스에서의 진정성은?


비즈니스에서의 진정성은 기업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경제적 산출물을 통해 분출된다. 체험 경제의 대부 제임스 길모어와 조지프 파인은 저서 “진정성의 힘”에서 소비자들은 인식과 표현의 측면 모두에서 자기 이미지와 부합하는 경제적 산출물을 진정한 것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즉 소비자와 경제적 산출물 간의 교감적 동요가 일 때 진정성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어떠한 상황에서 진정성을 느끼게 될까? 이들은 무엇보다도 일관되고 확고한 정체성이 전달될 때, 소비자 관점에서의 경험적인 진실과 일치해 공감을 불러일으킬 때 진정성을 느끼게 된다.

지난해 대중문화계의 최대 이슈였던 MBC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는 시청자에게 가수들의 프로페셔널한 자세와 치열함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 동안 주목 받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영역에서 나름의 세계를 구축해온 가수들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그들이 가진 진정한 가치에 많은 공감을 느꼈다.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과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 역시 진정성과 정체성에 대한 대중의 열망을 대변한다.

코미디의 몰락 속에 유일하게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개그콘서트’는 애정남, 불편한 진실, 생활의 발견, 사마귀 유치원 등 소소한 일상으로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기존의 바보연기나 엽기적인 분장을 통한 작위적 웃음이 아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정성의 코드를 활용해 ‘진짜 웃음’을 유도하고 있는 것.

진정성은 맹목적 공감을 유도하기도 하지만 손상되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지난해 한 파워블로거가 공동구매를 통해 거대 이익을 챙겨왔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소비자의 입장을 대변하던 오피니언 리더로써 파워블로거의 이미지는 순수성을 잃었으며 그에 대한 신뢰는 크게 훼손됐다.

이와 같이 신뢰와 진정성이 중시되는 시장에서는 기존의 제품 포트폴리오와 마케팅 믹스에서 비본질적인 요소를 과감히 걷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과도한 연출과 제품의 핵심 속성과는 무관한 치장은 최대한 자제하고 제품 본연의 가치를 강조해야 한다.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함에 있어서도 숨김없이 소통해야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이익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눈앞의 이익만을 좇아 남발하는 상술은 진정성을 해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마켓 4.0, 진정성의 힘 커진다


“질소를 샀더니 과자를 주네.”
우스갯소리처럼 인터넷을 떠돌던 과대포장에 대한 비아냥은 한 소비자가 만든 동영상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고 결국 긍정적 변화로 이어졌다.

정보와 재화가 넘치는 풍요의 시대, 신뢰의 결핍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해 진정성은 상업적 가치를 지니게 됐다. 제품 중심의 시장에서는 제품의 다양성이 핵심 가치였지만, 제품이 넘쳐나고 선택권이 다양해진 지금은 신뢰가 소비자들의 큰 결핍 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상식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는다. 이제 기업들은 경제적 산출물에 진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체험을 통해 느끼는 진정성은 상업적 가치를 지니게 될 때 더 높은 파급효과를 야기한다. 지난해 라면 시장에서 이슈를 모았던 꼬꼬면과 신라면 블랙은 진정성이라는 코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브랜드의 명암이 얼마나 엇갈릴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꼬꼬면은 TV 프로그램을 통해 제품화된 꼬꼬면의 스토리텔링에 재미와 호기심을 느낀 소비자들을 위해 제품의 개발부터 출시에 이르기까지 소비자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으로 제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소비자들이 주장하는 다양한 조리법에 귀를 기울여 물의 양과 조리시간, 심지어는 계란은 흰자만 넣어야 한다는 최적의 맛을 찾아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소비자들은 꼬꼬면을 단순한 인스턴트 식품을 넘어 특별한 아이콘 받아들이게 됐고 그 결과 급속도로 시장 점유를 높이게 됐다. 지난해 8월에 출시한 꼬꼬면은 올해 1월 1억개 판매를 돌파했다.

‘하얀 국물’이라는 제품 개발자의 역 발상과 녹화 다음날 바로 상품화를 추진한 마케터의 추진력,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3박자를 이루면서 라면시장의 새로운 킬러 컨텐츠로 부상한 것이다.

반면 시장점유율 부동의 1위를 지키던 신라면은 지난해 프리미엄 라인으로 신라면블랙을 출시했다가 조기에 사업을 접는 수모를 겪었다. 신라면블랙은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을 담았다는 성분을 표기하고 기존 라면보다 2배 가량 비싸게 책정, 건강에 좋은 라면이라는 이미지로 어필했다.

그러나 라면 자체가 건강에 좋지 않은 인스턴트 식품이라는 점에서 소비자의 공감대를 모으지 못했으며, 특히 건강에 좋다던 신라면블랙의 한 봉지당 나트륨 함량이 하루 나트륨 섭취량(2000㎎)에 육박하는 1930㎎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건강’의 이미지가 퇴색했다. 결국 출시 4개월만에 생산을 중단했으며, 농심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돈만 되면 어디든 진출해 중소기업의 생태계를 침범하는 대기업의 행태도 소비자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 SSM을 비롯 베이커리, 커피전문점, 떢볶이, 순대에 이르기까지 그룹의 기존 업종과는 상관없는 사업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영역에 침범한 대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는 대중들의 비난 여론으로 모아졌으며, 결국 아티제와 포숑을 운영해온 삼성가와 롯데가의 자제들은 빵집 사업을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진정성은 무맥락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소비자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거나 소비자가 관심을 갖고 있는 실제 맥락으로부터 기인한다. 제품 본연의 가치와 무관한 치장과 상술은 곧 기업에 대한 불신과 외면으로 이어진다. 기업은 역지사지의 자세로 소비자가 아는 경험적 진실에 걸 맞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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