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2-03-29 |
[3] 마켓 4.0 시대 움직이는 핵심 키워드는?
개방과 융합의 플랫폼으로 새로운 표준 발굴해야
대내외적 정세 불안과 글로벌 경제 위기 등으로 시장의 위기감과 불확실성이 극대화 된 지금, 한편에서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혼돈 이후의 시대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기, 그 변화를 빠르게 포착하고 이를 기회로 삼기 위한 발 빠른 눈치작전이 시작되고 있는 것.
지금까지 시장은 상품을 둘러싼 환경이 최우선의 가치이자 경쟁력이었으며, 좋은 제품과 합리적인 가격,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 최대 목표였다.
그러나 스마트 디바이스와 SNS을 기반으로 진화한 오늘날의 소비자는 보다 복잡 다변화한 소비양상으로 기존의 마켓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있다. 이들은 속도와 연결의 미학을 바탕으로 기업 중심으로 유지되어온 기존의 시장구도를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똑똑하고 능동적인 스마트 컨슈머들은 기존의 시장에 팽배한 탐욕과 부조리에 반대하고 때로는 자본을 독점하고 있는 거대 기업을 보이콧하며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오늘의 소비자는 진정성과 차별화라는 핵심가치로 무장한 새로운 마켓의 등장을 갈망하고 있다. ‘마켓 4.0’이라 명명된 이 새로운 시장은 스마트 패러다임의 변화 속도만큼이나 획기적인 진화가 예상된다.
상품 → 소비자 → 가치 → ?
상품, 소비자, 가치의 시대를 넘어 차별화된 가치와 따뜻한 공생을 요구하는 마켓 4.0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마켓 1.0 시대에는 제품만 좋으면 망설임 없이 구입했다. 품질 우선주의가 보편적 가치가 된 마켓 2.0 시대에는 제품에서 소비자로 핵심가치가 이동해 품질은 물론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고객만족이라는 개념이 성립됐다. 마켓 3.0 시대에는 감성을 넘어 고객의 이성까지 만족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됐다.
고객의 영혼을 울리는 가치, 즉 직접적 가치 외에도 사회적 고민에 관심을 기울이고 기업의 비전과 가치를 알리는 활동들이 중요했다.
그렇다면 다가올 마켓 4.0 시대에는 어떠한 가치로 소비자들을 매혹시킬 수 있을까? 한마디로 자신만의 독특하고 차별화된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대세를 좇아 우르르 몰려가는 식의 개념이 아닌 치열한 고민 끝에 탄생된 진정성 있는 가치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소통과 공유, 상생의 화두를 담아내는 것이 바로 마켓 4.0 시대의 핵심가치다.
핵심 속성과 본연의 가치로 공감 끌어내야
포화와 과잉의 시대, 본질과 신뢰를 향한 대중의 요구로 탄생된 마켓 4.0 시대에는 합리적, 이성적 가치를 넘어 진정성과 차별화를 담은 보다 고차원적인 핵심가치가 부상할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저마다의 가치 제안이 쏟아져 나오는 시장 환경에서 그들을 감동시키는 독창적 가치와 공감의 코드를 일관성 있게 전달함으로써 브랜드의 품위와 신뢰를 지키는 브랜드에게 지지를 보낸다.
현재 우리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공감과 소통의 열풍은 본연의 진정성과 본질을 갈구하는 대중의 요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박경철 의사와 안철수 교수는 ‘청춘 콘서트’를 통해 등록금 문제와 높은 실업률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춘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희망을 제시해 젊은 세대들의 귀감이 됐으며, 김난도 교수는 저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통해 기성세대의 진정 어린 위로의 말로 젊은이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는 현 정부의 부조리한 문제들을 유쾌하고 날카롭게 지적해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20~40대 젊은 세대들의 정치참여를 주도하며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또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등 대중의 참여로 완성된 리얼리티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 가수의 진지한 경연으로 감동을 자아내고 있는 ‘나는 가수다’, 일상의 소소함을 개그로 승화한 코너들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개그콘서트’ 등도 진정 어린 공감을 토대로 대중문화의 조류로 부상했다.
이처럼 마켓 4.0 시대는 제품의 핵심 속성과 본연의 가치를 강조한 브랜드가 진정한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지속적 지지와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개념’을 탑재하는 것이 중요하다. 눈앞의 이익을 위한 인위적인 포장과 흥미 위주의 화제몰이가 아닌 투명성과 진정성을 통한 신뢰 형성을 통해 지속적인 공감을 도모해야 한다.
개방과 융합의 플랫폼으로 숨은 니즈 발굴해야
마켓 4.0 시대의 차별화 가치는 소비자의 숨은 니즈를 찾는 것에서 시작된다.
소비자의 선호, 경험, 기업의 수량적 차별화를 더해 기존 제품과 엇비슷하거나 조금 향상된 제품을 내놓는 마켓 드리븐(market-driven) 전략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소비자가 주도하는 커스터머 드리븐 마켓(customer-driven market), 이를 한 단계 더 넘어 소비자도 모르는 새로운 니즈를 제시해 시장을 만드는 커스터머 드라이빙(customer-driving market) 마켓이 시장의 새로운 조류로 부상하고 있다.
앱스토어라는 개방형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우위를 장악한 애플의 아이폰, 빨간 국물이 장악해온 기존의 라면 시장에서 하얀 국물 라면이라는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 꼬꼬면, 비주류 디자이너와 해외 미 도입 브랜드를 한 곳에 모아 젊은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편집 스토어 ‘에이랜드’ 등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니즈를 찾아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이들은 스스로 마켓의 새로운 ‘표준’이 됨으로써 독보적인 아이덴터티와 브랜드 히스토리를 구축, 경쟁 브랜드에 비해 월등한 위치에서 차별화된 우위를 점하게 됐다.
숨은 니즈 찾기에 있어 개방과 융합은 필수 조건이다. 전 세계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복합기능 단말기의 업그레이드에만 매달릴 때 아이폰은 하드웨어의 기능을 단순화하는 대신 앱스토어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했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다양한 응용 소프트웨어를 개발자와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앱스토어는 그 컨텐츠의 방대함으로 인해 아이폰을 스마트폰의 대명사로 등극시켰다. 하드웨어 자체의 기술보다는 개방과 연결의 플랫폼을 통해 제품의 가치를 극대화한 것.
‘에이랜드’ 역시 동대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디 디자이너와 국내 미 유통 브랜드를 발굴해 기존의 제도권 브랜드들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독창적인 유통공간을 제안, 10~20대의 젊은 층에게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차세대 편집 모델로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제도권 패션 기업의 새로운 벤치마킹 모델로 부상한 ‘에이랜드’는 현재 현대백화점 등 제도권 유통사에 입점, 사세를 확대해가고 있다.
빨간 국물 라면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하얀 국물의 역사를 새롭게 쓴 꼬꼬면도 TV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진행된 라면요리 대회의 수상작을 상업화해 성공한 케이스다.
꼬꼬면은 연예인 이경규가 만든 실험적인 레시피가 라면 전문가들에게 극찬을 받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제품 출시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을 높였으며, 여기에 본질에 충실한 맛 구현과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다양한 체험 마케팅 등이 적중하면서 단숨에 베스트셀러로 부상했다.
‘사회적 책임’, 기업의 지속 성장으로
마켓 4.0 시대에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집단적 불안을 해소하고 사회적 이슈에 대비하거나 해결을 통해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한 기업들의 책임감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자생, 자발, 자족의 특성을 지닌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소비를 통해 이성적, 감성적 가치를 넘어 정신적 가치까지 추구하고자 한다.
이들은 기업들이 마케팅 툴로서의 사회적 책임이 아닌 대중과 함께 사회 문제를 공감하고 해결해 주기를 기대한다. 또 이득이 없더라도 좋은 기업의 제품은 기꺼이 소비하는 반면 직접적 피해나 손해를 끼치지 않아도 부조리하거나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보이콧도 불사한다.
피죤의 몰락은 이 같은 시장의 요구를 외면한 오만한 기업의 말로를 여실히 보여준다. 1978년 국내 최초로 섬유유연제를 선보인 이래 부동의 1위를 지켜왔던 피죤은 핵심연료를 저가품으로 교체하고 함량을 줄이는 편법으로 소비자를 우롱했다.
여기에 오너의 인간 경시 경영, 청부폭행 등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나쁜 기업이라는 오명을 쓰게 돼 결국 50%에 가까웠던 시장점유율은 20%대로 급락했다.
최근 우리사회에 불고 있는 자본주의 4.0 열풍은 서구자본주의가 초래한 빈부격차와 양극화, 집권층에 대한 불신 등에 대해 정부와 기업이 책임감을 갖고 상생의 마인드로 극복해야 한다는 사회적 각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나톨 칼레이츠가 주장하는 자본주의 4.0 시대의 ‘따뜻한 자본주의’, ‘행복한 성장’이라는 핵심가치에 대해서는 여전히 찬반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결국 상생과 공존, 동반성장과 나눔이라는 키워드가 향후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공헌을 지속성장 동력으로 적극 활용한 유한킴벌리의 경영성과는 참고할 만한 사례다. 유한킴벌리는 윤리경영, 환경경영, 사회책임경영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주도하며 나눔 경영의 대표적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이 회사는 1984년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환경 캠페인을 시작으로 생명의 숲, 학교 숲 운동을 통한 다양한 공익활동으로 사회공헌 사업을 선도해왔으며, 내부적으로는 근무 유연제와 스마트 워크제 등 업무 혁신을 통해 조직원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보장한 결과 기저귀, 생리대, 미용티슈 등 모든 사업 분야에서 국내 1위의 점유율을 획득하게 됐다. 최근에는 이 같은 경영력을 인정받아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2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유한킴벌리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함께 개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이를 위해 아름다운 재단과 함께 지난 2001년부터 한국인의 기부 지수를 조사하는 '유한킴벌리 기빙 인덱스'를 진행하고 있다. 축적된 자료는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 트렌드를 제시하며 한국의 대표적인 기부 지수로도 활용될 정도로 신뢰를 얻고 있다.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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