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1-09-27 |
[특집2] 개방형 혁신 경영, 소프트 파워 강화한다
개방과 협업, M&A,로 글로벌 경쟁력 확대
문화와 아이디어 등 유연화 사고와 창의성에 기반을 둔 소프트 파워가 기업경영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 패션기업 역시 개방과 협업을 바탕으로 다양성과 창의성을 구현하는 전략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속된 경제 위기와 글로벌 SPA 브랜드의 마켓쉐어 확대, 대기업 중심의 부익부빈익빈 현상 심화 등 수많은 변수와 악재로 국내 패션시장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소프트 파워 강화를 위한 경영혁신이 주요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외 기업간 M&A와 이종 및 동종 업계 간의 제휴, 외부 인재 융합 등이 바로 그것.
전통적 생산요소인 노동, 자본, 기술, 정보의 독점적 소유에 따른 경쟁우위는 이제 힘을 잃었다. 반면 글로벌화와 정보화를 활용, 외부의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아이디어 기반형 경쟁우위 확보가 더욱 중요하게 부상했다.
이에 따라 패션기업들은 품질혁신, 원감절감 등 효율성이 주였던 전근대적인 제조업 시스템에서 벗어나 단순한 제품의 품질이 아닌 새로운 고객가치 창출을 위한 소프트 파워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기업 이미지, 브랜드, 디자인, 창조적 소프트웨어, 창조적 하드의 결합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소프트’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서 가치를 찾아내거나 그것을 기획하고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M&A로 글로벌 기업 도약
많은 국내 대기업들이 글로벌 브랜드와의 인수합병을 통해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패션시장 환경이 악화되고 중국, 인도, 동남아 등 해외시장 개척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해외 패션기업 인수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 여기에 최근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패션업체들이 매물로 대량 풀리면서 패션의 본고장인 프랑스와 이탈리아 브랜드들이 잇따라 국내기업으로 인수되는 추세다.
지난 5월 휠라코리아가 세계 1위 골프용품 브랜드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를 소유한 아큐시네트를 인수한 데 이어, 7월에는 이랜드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만다리나 덕」을 인수했다. 이랜드는 이 인수를 포함해 「록캐런 오브 스코틀랜드」「피터스콧」「라리오」 등 총 6개의 글로벌 브랜드 M&A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EXR 그룹이 프랑스 브랜드 「카스텔바작」을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이 밖에도 코오롱 등 패션 대기업들이 유럽 브랜드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이 국내 패션업체들이 유럽 브랜드 M&A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적정한 가격에 양질의 브랜드를 인수할 경우 이미 형성된 브랜드 이미지에 잘 갖춰진 유통망까지 한꺼번에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는 것보다 비용·효율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인수를 통해 유럽 공략의 베이스캠프를 마련하고 역으로 한국에 들여오거나 중국 등을 공략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등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소프트 파워를 바탕으로 그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EXR 그룹은 프랑스 브랜드 「카스텔바작」을 인수하면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 명품브랜드로 재 탄생시키는데 합의했다. 민복기 EXR 그룹 대표와 「카스텔바작」의 디자이너 샤를 드 카스텔바작은 내년 봄 새로운 럭셔리 트러디셔널 브랜드를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프랑스의 국민 디자이너로 통하지만 상업성면에서는 지나치게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 「카스텔바작」의 예술성과 창의성에 대중성을 가미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대중적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 내겠다는 전략이다.
인재융합, 셀렉트 브랜드…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혁신 노린다
외부 인재융합과 이·동종 간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집단지성을 활용,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는 개방형 경영전략은 막대한 자금이 드는 M&A에 비해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만들 수 있는 소프트 파워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패션업체들은 기존의 일방형 아웃소싱이 아닌 내·외의 한계를 뛰어넘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브랜딩으로 지속성장을 꾀하고 있다. 특히 브랜드와 마켓의 경계가 무너지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맞는 스타일 구현을 요구하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는 다양성과 합리성을 위한 브랜드의 체질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최근 패션기업들은 단순한 이슈 양산이나 마케팅 활동이 아닌 소프트 파워 강화를 위한 협업과 콜라보레이션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직접 멀티 셀렉트 브랜드를 운영하거나 기존의 매장 내 편집 공간을 마련해 보다 창의적이고 대중적인 감성으로 고객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빈폴 레이디스」는 디자이너와의 조우를 통해 브랜드의 대표 아이템인 트렌치 코트를 재해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SFDF(Samsung Fashion & Design Fund) 수상자들과 함께한 콜라보레이션을 시작으로 「준지(Juun.J)」의 정욱준, 스콧 슈만 등과 함께 트렌치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는 「빈폴 레이디스」는 이번 시즌에는 「쟈뎅 드 슈에트」의 김재현 디자이너와 함께 협업한 트렌치 코트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데코」는 올해 런칭 33주년을 맞아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진행하면서 매장 내 신진 디자이너 콜라보레이션 제품과 해외 직수입 잡화를 복합 구성해 노후한 브랜드 이미지에 신선함을 부여했다.
이 브랜드는 「toe」를 운영하는 윤춘호와 「pa plus」의 홍성희 등 2명의 신진 디자이너와 제휴해 「데코」의 캐주얼을 보다 생동감 있게 표현한 한편 미국 가방 브랜드 「레베카밍코프(Rebecca Minkoff)」를 매장 내 편집숍 형태로 구성, 명품화 전략에 시너지를 냈다. 내년 S/S에는 「에이브릴가우(AVRIL GAU)」를 추가해 구성을 더욱 다양화할 계획이다.
2009년 온라인 마켓을 기반으로 수입잡화 셀렉트 브랜드로 런칭한 「라빠레뜨」는 런칭 첫해 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오프라인까지 유통망을 확대해 11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2009년 17%, 2010년 20%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내며 탄탄한 수익구조를 자랑한 「라빠레뜨」는 올해 300억원의 외형으로 성장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에는 「라빠레뜨」 2탄 격인 남성 잡화 브랜드 「밴드오브플레이어즈」를 런칭했으며, 올 하반기에는 새로운 컨텐츠의 사업을 추가할 예정이다.
올 S/S 런칭한 「랩」은 신개념 셀렉트 브랜드로 여성 영 캐주얼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지난 3월 신세계 강남점에 첫 매장을 오픈한 이후 단일점포로 월 6억 2천만원의 매출을 기록한 「랩」은 8월까지 월 평균 5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안착에 성공했다. 「랩」은 이번 시즌 신세계 경기점과 광주점, 현대 중동 유플렉스점에 매장을 추가하며 시장 저변을 확대해가고 있다.
휴컴퍼니가 이번 시즌 셀렉트 브랜드로 런칭한 「메종드보니」는 기존 브랜드인 「보니알렉스」를 비롯, 「아메리칸레트로」 「찰리조에」 「조이리치」 등 해외 컨템포러리 브랜드와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콜라보레이션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멀티숍답게 액세서리 라인을 비중 있게 구성해 백, 커스텀 주얼리, 안경, 선글라스, 휴대폰케이스 등 다양한 아이템을 갖춰 토털 브랜드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소프트 파워, 사업구조개편과 경영효율이 우선
현재 많은 패션기업들이 네트워크 전략과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등을 통해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치밀한 브랜드 전략이나 브랜드 맥락에 상관없이 이슈 만들기와 대세에 편승해 무작정 외부인력과 컨텐츠 제휴를 시도, 브랜드 리프레시를 감행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 경우 결국에는 브랜드는 없고 디자이너만 남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소프트 파워를 극대화하는 혁신전략 실행은 궁극적으로 기업과 외부 개발자, 이용자가 모두 함께 장기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무엇보다 효과적인 소프트 파워 강화를 위해서는 본질적인 사업구조개편과 경영효율화가 우선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 중소형 패션업체들의 경우 사업구조개편을 통해 재도약의 기회를 마련하는 한편 기존의 브랜드를 강화하는 익스텐션 전략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최근 인디에프는 캐주얼 브랜드 「메이폴」을 관계사인 에스엔에이시스템에 매각했다. 에스엔에이시스템은 세아상역의 계열사로, 의류·제조 수출기업인 모 기업의 노하우를 살려 「메이폴」을 SPA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다.
인디에프의 올 상반기 매출(1천200억원) 가운데 「메이폴」이 차지하는 비중은 3.92%(47억원)으로 자사 브랜드들과 비교할 때 매출비중과 수익성 면에서 현저히 떨어진다. 회사측은 사업구조 개선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코데즈컴바인은 최근 서울 압구정점, 돈암점 등 10개 직영점의 운영을 담당하던 피제이리테일을 흡수 합병해 직영점을 본사에서 직접 관리해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고 불필요한 판관비 를 줄여 자원운영의 효율성을 높였다.
그 동안 지속적인 익스텐션 전략을 통해 「코데즈컴바인」을 멀티 패밀리브랜드로 성장시킨 코데즈컴바인은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한국형 SPA 패션 브랜드의 특성에 맞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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