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2011-09-16

디큐브시티, 글로벌 SPA 격전장으로

명품 없는 백화점, 실용주의 MD로 젊은 층 공략


서울 서남권 지역에 복합 라이프스타일센터 디큐브시티가 지난 8월 26일 문을 열었다.
신도림에 위치, 강서, 양천, 구로 등 서남권 지역을 아우르는 새로운 쇼핑메카로 포문을 연 디큐브시티는 연면적 35만247평방미터(약 10만5950평) 규모에 투자금액만 1조원으로 오픈 전부터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지리적으로도 디큐브시티가 위치한 신도림역은 1일 환승 인원만 34만명으로 서울 지하철역 중 가장 많은 유동인구를 자랑한다.

디큐브시티는 쇼핑, 문화, 주거의 기능을 한곳에 모은 초대형 몰로 ‘시티(City)’라는 사명에 걸맞게 오피스, 아파트, 백화점, 호텔, 공원 등이 공존한다. 주거용 건물인 디큐브아파트 2개 동과 지하 7층부터 지상 41층 규모의 상업용 건물로 구성됐으며, 상업 공간에는 디큐브백화점, 디큐브오피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호텔, 디큐브아트센터 등이 자리잡았다.

이중 패션쇼핑이 중심이 되는 디큐브백화점은 롯본기힐스를 개발한 미국의 저디사와 일본의 모리도시 기획사가 설계한 소비자 중심의 하이브리드 건축물로 디큐브시티를 대표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기존의 백화점과는 차별화된 파격적인 MD는 디큐브백화점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디큐브시티, 글로벌 SPA 대격돌!
「버쉬카」 등 30여 개 신규 브랜드 선보여

디큐브백화점은 백화점이라면 꼭 있는 ‘흔한’ 명품 브랜드를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젊은 고객들이 선호하는 대형 SPA 브랜드와 영 패션 브랜드가 전면에 배치되어 있다.

백화점 측은 10대부터 40대까지의 젊은 층을 주요 타겟으로 삼았다. 그도 그럴 듯이 최근 서남권 지역이 젊은 부부들이 선호하는 신 주거지로 떠오른데다 지하철로 바로 연결되는 인근의 대학만도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 홍익대 등 10여 개 대학이 위치해 있어 젊은 층의 유입이 가능하기 때문.

이에 따라 디큐브백화점은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젊은 고객들의 쇼핑문화에 맞춰 전통적으로 백화점들이 지향해왔던 명품을 과감히 포기하고 대신 젊은 층이 선호하는 글로벌 SPA 브랜드들을 한 곳에 모았다.

또 국내 인지도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글로벌 브랜드들을 전격 도입하고 쇼핑과 외식, 여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동선 짜기에 집중했다.

백화점의 얼굴이 되는 1층엔 「H&M」과 「자라」 「유니클로」 등이 고객들을 맞이한다. 이들 브랜드가 동시에 한 백화점에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장 규모도 1000평방미터 이상으로 국내 어느 매장보다도 웅장한 위용을 자랑한다.

「자라」의 경우 2168평방미터(약 656평)로 국내 매장 중 가장 큰 규모로 선보였으며, 국내 대표 SPA 브랜드 「코데즈컴바인」 역시 멀티숍, 「키즈」 「씨코드」 등 3개점이 1272평방미터(약 385평) 규모로 입점됐다. 

글로벌 SPA 브랜드를 한 곳에 모은 것도 모자라 디큐브백화점은 국내 소개된 적 없는 글로벌 브랜드들을 줄줄이 선보이는 모험을 시도했다.

인디텍스의 「버쉬카」 「스트라디바리우스」 「풀앤베어」를 비롯, 미국 여성 컨템포러리 브랜드 「비비」, 일본 시부야의 쇼핑몰 ‘시부야 109’의 대표 패션 브랜드 「글래드뉴스」, 미국 핸드백 브랜드 「캐시반질랜드」, 일본 액세서리 브랜드 「스톤마켓」, 이스라엘 천연 화장품 「아하바」 등 30여 개 해외 브랜드를 최초로 선보인 것.

새로운 브랜드들은 새로운 유통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실제로 프리 오픈일이었던 지난 8월 25일에는 오전에만 1000여명의 고객들이 디큐브백화점을 방문했다.

명품 없는 백화점… ‘실용주의 MD’로 젊은 고객 사로잡는다


이 같이 차별화된 MD는 몰인몰(Mall in Mall) 구조의 유통방식이 아닌 유통사업부에서 주도적으로 상권에 맞는 MD를 구성했기에 가능했다.

‘차별성’은 디큐브시티 건립 당시부터 핵심과제였다. 서남부 지역은 이미 영등포와 구로에 타임스퀘어,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AK플라자 등 대형 백화점과 쇼핑몰들이 자리잡고 있었기에 고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차별적 요소가 절실했다. 차별성을 위한 탐구는 곧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한 실용주의 MD로 완성됐다.

디큐브백화점은 400개 이상의 브랜드가 구성되어 있으며 이중 패션브랜드는 297개다. 이들 브랜드들은 명품이나 고가의 캐릭터 브랜드가 아닌 일반 대중들을 위한 다양하고 합리적인 가격대를 갖춘 브랜드들로 엄선됐다.

라이프스타일 몰을 표방하는 디큐브시티가 대형쇼핑몰답지 않게 없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영화관이다. 대신 그 동안 콘서트나 뮤지컬을 볼 수 있는 전용극장이 부족해 공연 관람에 불편을 겪었던 서남권 주민들을 위해 아트센터를 마련하고 뽀로로 테마파크를 구성하는 등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넓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쇼핑편의와 집객력 등을 고려해 타 백화점 비율의 6배가 넘는 30~35%의 공간을 F&B 면적으로 할애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1940평방미터에 이르는 한식 저잣거리와 1335평방미터 규모의 월드푸드 테마관, 그리고 140평방미터 규모의 중식 테마관 등 지역적 특성을 활용한 테마형 식음시설을 도입해 일반 방문객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의 명소로 자리잡는다는 계획이다.

차별화된 라이프스타일 컨텐츠 제안
뽀로로 파크, 아트센터, 5성급 호텔 등 구성


유통 관계자들은 타임스퀘어와 함께 디큐브시티가 서남부 상권을 패션메카로 이끌어갈 수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향후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젊은 감성으로 차별화한 MD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컨텐츠는 국제적 명성을 지닌 글로벌 브랜드들이 대거 국내 입성 무대로 선택할 만큼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그러나 글로벌 SPA 브랜드가 백화점 영업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내셔널 브랜드에 비해 매장면적, 위치, 판매수수료 등에서 유리한 조건이 반영됐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실제로 「유니클로」 「H&M」 「자라」 「버쉬카」 「풀앤베어」 「스트라디바리우스」 등 5개 브랜드가 차지하는 영업면적은 5000평방미터에 이르는 반면, 내셔널 브랜드들은 상대적으로 눈에 띄기 어려운 위치에 소규모로 입점돼 있다.

수수료 역시 글로벌 SPA 브랜드가 8~9%대의 판매수수료로 계약한 데 반해 국내 브랜드는 28~30%대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불공정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브랜드 관계자는 “인지도 높은 SPA 브랜드를 한 곳에 모아 대형매장으로 특화한 점은 유통사의 수익성과 고객유치 차원에서 하나의 전략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해외브랜드와 국내브랜드 간의 입점 조건 격차는 지나치다는 생각도 든다”며, “글로벌 SPA 브랜드 띄워주기 식의 MD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패션계와 유통계 모두 손해”라고 밝혔다.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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