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2011-03-21

[특집] 매장은 대형화, 컨텐츠는 하이 컨셉트

나열식 ‘MD’에서 편집형 MD로, 차별화된 ‘It Place’ 제공


하이컨셉트 시대, 유통업계도 경쟁 유통사와는 차별화된 MD 운용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백화점의 경우 다른 백화점에서는 볼 수 없는 단독 브랜드, 편집매장 등을 앞세워 특화된 MD를 전개하려는 유치 경쟁이 거세다.

이는 불안정한 국내·외 정세 속에 국내 패션기업들이 신규 브랜드 런칭과 이슈 만들기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다, SPA 브랜드를 위시한 글로벌 패션 기업들의 국내 시장 사세확장이 거세지면서 백화점 경쟁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또한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모바일 기기의 보급으로 가속화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글로벌화, 유통 채널의 다각화 등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의 부상도 유통업계의 변화를 촉구했다.

따라서 백화점들은 독창적 아이디어와 새로운 컨셉으로 무장한 하이컨셉트 비즈니스를 적용해 진화된 소비자들을 만족시킬만한 차별화 전략 만들기에 고심 중이다.

가격혁명과 대물량 기획에 의존했던 1차원적 유통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다. 하이컨셉트 시대의 유통은 고객의 ‘니즈(functional needs, 기능적 필요)’가 아닌 ‘원츠(mental wants, 심리적 욕망)’를 만족시켜 시장 수요화하는 것을 생존전략으로, 기존 재화(財貨)의 가치를 격상시켜 유·무형의 차별화 가치를 최상의 컨디션으로 제공해 이를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열식 MD에서 편집형 MD로
‘니즈’ 아닌 ‘원츠’를 충족시킨다


과거 백화점들은 차별화 전략보다는 이른바 ‘돈이 되는’ 수익위주의 안정된 사업 운용에 전략을 집중해왔다. 유통사와 리테일러의 영향력이 큰 국내 비즈니스 정세 속에 이러한 전략은 곧 패션기업들의 브랜딩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국내 기업들이 유통업체에서 편의상 그루핑한 몇몇 조닝을 중심으로 컨셉과 포지셔닝을 설정해 브랜드를 구성하다 보니 획일적인 나열식 MD가 유지됐고, 이러한 몰 개성한 방식은 결국 소비자 변화와 수입 브랜드의 공세 속에 한계에 직면하게 됐다.

이에 따라 백화점들은 편집매장, 직매입 브랜드, 단독 브랜드 등을 유치해 차별화된 쇼핑 공간 만들기에 돌입했다. 초창기 차별화 전략이 소수의 럭셔리 고객들을 타겟으로 국내 미 유통된 고가의 수입 브랜드들을 선보이는 것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개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소비 가치가 대중화되면서 이를 만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고가부터 중가까지 아이템, 컨셉, 매장 구성 등을 차별화해 다양한 소비자들을 만족시킴으로써 기존의 브랜드들을 뛰어넘는 수익 창출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패션시장은 가격, 연령, 테이스트별로 조닝이 더욱 다양화, 세분화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백화점들은 복잡·다양한 소비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유일무이한 컨텐츠를 제공함으로써 그 동안 백화점을 외면했던 소비자들을 매료시키고 이들을 찾아오게 만들 ‘It place’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통가의 이슈는 ‘차별화 전략’
백화점을 ‘It Place’로 만든다!

올 봄 백화점 MD 개편의 최대 쟁점은 ‘차별화 전략’이었다.
내용 면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백화점들은 편집매장, 직매입, PB(Private Brand, 자체 브랜드), NPB(National Private Brand, 단독 전개 브랜드) 확대 등의 전략을 공통적으로 적용해 차별화된 모양새 갖추기에 돌입했다. 이는 패션소비가 다양화, 양극화되고 가두점, 복합쇼핑몰, 온라인 쇼핑몰 등 백화점 이외의 유통채널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추세를 감안한 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새롭고 독창적인 컨텐츠 확보에 비상이 걸린 백화점들은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따른 상품 구성을 확대하는데 초점을 두고, SPA 브랜드를 대폭 보강함과 동시에 프리미엄 특화상품의 기획을 확대해 글로벌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수익이라는 명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것 아닌 백화점이 지녀야 할 쇼핑의 즐거움과 행복 제공이라는 의식도 크게 작용했다. 백화점 본연의 아이덴터티와 문화 구축을 통해 백화점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중·장기적으로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 대중성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메시지를 전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독창적인 브랜드 수용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들은 이제 감성과 가치,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토털 이미지를 통해 소비자들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쇼핑장소로서의 가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패션기업 & 백화점, ‘윈윈’ 전략 가동
차세대 셀렉트숍으로 독창성 극대화

최근 패션 유통가의 핵으로 부상한 셀렉트숍 역시 차별화된 하이컨셉트를 반영한 사업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이른바 1세대 셀렉트숍이 하이엔드 마니아 고객들을 공략해 럭셔리 문화를 주도했다면, 최근 부상하고 있는 2세대 셀렉트숍은 다양한 대중적 코드를 만족시킬 수 있는 유니크한 컨텐츠를 바탕으로 다국적 다채널 아웃소싱을 통한 멀티 셀력트숍, 동대문과 가로수길 디자이너 및 신진 디자이너들과의 제휴를 통한 오픈 소스 방식의 멀티숍 등 한 단계 진일보된 하이컨셉트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백화점 셀렉트숍 역시 직매입 제품을 모은 편집숍을 전 복종에 걸쳐 신설하거나, 패션 마켓에 오랜 노하우를 지닌 패션전문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시너지를 높이는 방법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강남점에 아이올리(대표 최윤준)의 컨템포러리 셀렉트 브랜드 ‘랩(LAP)’ 1호점을 오픈했다.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동시 공략하는 신개념 유통 브랜드 ‘랩’은 198평방미터의 넓은 규모에 자체 기획 상품은 물론, 해외와 동대문 시장에서 바잉된 국내·외 상품들을 다채롭게 구성하고 있다.

'랩'은 글로벌 감성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안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런칭 첫 주 주말 3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백화점 측은 “‘랩’은 단순한 패션 브랜드라기보다는 백화점의 형태를 바꾼 유통 브랜드로 글로벌 SPA 브랜드를 대체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랩’의 성공적인 출발은 국내 패션 시장의 정서를 잘 알고 있는 여성복 업체 아이올리와 안정적인 유통망을 보유한 신세계 백화점의 파트너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존의 바이어에 전적으로 의존한 구성이 아닌 일본의 ‘빔스’와 ‘유타이티드애로우’처럼 자체 상품 구성을 함께 큐레이팅 하는 것이 기획과 물량 운용면에서도 더욱 유리하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월, ‘에이랜드’를 코엑스몰점에 입점시켰다. ‘에이랜드’는 패션을 비롯 문구, 가구, 리빙 용품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소품을 갖춘 셀렉트숍으로 명동과 가로수길, 홍대 등 주요상권의 대표 쇼핑 명소로 부상했다. 현대백화점은 ‘에이랜드’뿐만 아니라, 신진 디자이너 팝업스토어인 ‘챌린져샵’을 무역점에 이어 천안점에 추가 오픈해 신진 디자이너 인큐베이팅을 통한 차별화된 MD를 지속적으로 제안할 방침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3월 12일 본점에 FAB(대표 이시찬)와 함께 일본의 하라주쿠를 재현한 남성 스트리트 패션 편집매장 ‘D-코드’를 런칭했다. ‘D-코드’는 20~30대 중반의 남성 고객을 타겟으로 한 토털 멀티숍으로, 롯데백화점은 ‘D-코드’ 매장을 상반기에 2개 점포, 하반기에 수도권 및 지방 주요 도시에 3개를 추가로 오픈해 총 5개 매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은 ‘D-코드’ 외에도 일본 긴자와 롯폰기에서 젊은 골퍼를 겨냥해 선보여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아디다스 골프」의 편집숍 '아디다스 컨셉 스토어'를 본점에 단독 오픈했다.

특화된 자주 MD로 반발 앞선 고객 잡는다


백화점의 차별화 전략에 따라 브랜드 전개권 인수를 통한 단독 브랜드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3월 4일 본점 신관에 일본의 하이엔드 스트리트 브랜드 「어 베이딩 에이프(A BATHING APE®, 이하 BAPE)」를 200평방미터 규모로 런칭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직사입 형태로 전개하는 「베이프」는 일본에서는 상당한 마니아층을 거느린 브랜드로 현재 준 명품급 캐주얼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백화점 측은 “하이엔드 스트리트 패션을 추구하는 마니아 고객들을 타겟으로 기존의 식상한 캐주얼 MD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감성을 제공하기 위해 도입하게 됐다”고 밝히며, “올 가을 상권 적합성이 우수한 강남점에 2호점을 오픈하게 되면 브랜드 파워를 더욱 과시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롯데백화점은 ‘롯데 온리(Lotte Only)’를 슬로건으로 PB와 NPB의 비중을 넓혔다. 롯데백화점은 「나이스크랍」을 전개하고 있는 엔씨에프의 인수와 함께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사의 여성복 「꼼뜨와데꼬또니에」의 국내 전개권을 현대백화점으로부터 인수해 단독 브랜드를 늘린 데 이어, 위비스가 런칭한 SPA형 여성 영 캐주얼 「컬처콜」과 일본 핸드백 「사만타타바사」 등을 NPB로 런칭해 자주 MD를 통한 차별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백화점의 단독 브랜드 유치가 과열화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하이컨셉트라는 시대적 요구에 맞춰 다양성과 차별화를 목표로 시작된 PB, NPB들이 과당경쟁에 몰리면서 유통사의 이익구조에 맞추기 위해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브랜딩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결국에는 본래의 취지를 잃게 되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브랜드의 볼륨이 확대되면서 기존 브랜드의 백화점 진입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SPA 브랜드 입지 확장 가속…
백화점, SPA & 하이컨셉트 공생의 장 만든다


하이컨셉트를 지향하는 움직임과 더불어 백화점 내 글로벌 SPA 브랜드의 입지 확대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신세계백화점은 3월 31일 인천점을 시작으로, 충주점까지 2개점에 「H&M」을 입점시킨다. 백화점으로서는 유일하게 「H&M」을 전개하게 된 신세계백화점은 자회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전개하고 있는 미국 패스트 패션 「갭」과 「유니클로」에 이어 「H&M」을 도입해 SPA 비즈니스를 강화하는 한편 명품 브랜드와 편집매장을 확대해 다양한 고객을 위한 전 방위 전략을 실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역시 영플라자 명동점에 이어 분당점의 「유니클로」의 매장 면적을 큰 폭으로 확대했고, 리뉴얼 공사를 진행했던 잠실점에도 「자라」의 입점을 확정 짓는 등 기존의 SPA 비즈니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처럼 패션 유통가의 차별화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에도 대량생산과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SPA 브랜드의 마켓 쉐어를 확대하고 있는 백화점들의 전략은 상반된 취향을 가진 다양한 고객들을 유치해 밸류 마켓에서 프레스티지 마켓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소비욕구를 충족시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한 백화점 관계자는 “두 마켓 모두 트렌드와 대세에 따라 마켓의 존폐가 좌우될 일은 없을 것이다. 가치 소비가 부상하고 소비형태도 더욱 다양화, 양극화 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앞으로 패션 시장은 합리적 가격과 트렌디한 감성의 패스트 패션을 요구하는 소비층과 고감도의 유니크한 하이컨셉트를 지향하는 소비층이 공존하는 경향이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유통기업과 패션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주목해 효율성과 차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대안들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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