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1-03-21 |
[특집] 패션 마켓 3.0, 대중성과 획일성 버려라
예술적, 독창적 감성 더해 매스 마켓 한계 극복
현존하는 비즈니스 사상가 중 최고로 꼽히는 ‘마케팅의 아버지’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는 “제품을 중시하는 마켓 1.0 시대를 지나 정보화 기술 발전과 동시에 소비자가 중요시되는 마켓 2.0를 거쳐 가치를 중시하는 마켓 3.0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국내외 시장은 필립 코틀러의 예견대로 마켓 3.0 시대 즉 제품과 소비에도 ‘가치’가 부여되는 하이 컨셉트 시대를 맞고 있다.
하이 컨셉트는 2000년대 중반부터 나타난 사회적 현상으로 대량 생산화, 획일화에 지친 산업 전반에 창의적이고 독창적이며 예술적 컨텐츠 등이 접목된 새로운 패러다임이 ‘가치’의 기준이 되는 것.
스마트 시대의 똑똑한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의 기능과 겉모습에 지갑을 여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담고 있는 가치에 따라 소비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패션은 오리지널리티, 문화와 헤리티지가 담긴 브랜드와 제품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으며 IT 산업에서도 감성 소비 가치로 변화하고 있다.
감성 산업의 대표 아이콘격인 패션은 산업 발전을 겪으면서 대량화된 획일적인 감성에 익숙해지면서 매스 마켓의 성장을 주도, ‘손 맛’과 ‘창의적’인 감성이 점차 등한시되며 이러한 감성은 소수만을 위한 마켓으로 변했다.
특히 글로벌 SPA 브랜드의 등장으로 매스 마켓은 최고조에 이르면서 막강한 시장 지배력과 파급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현상과 더불어 하이 컨셉트 시대가 열리면서 패션 시장에서는 또 다른 흐름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나만의 것’, ‘남들과 차별화된 가치’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패션과 유통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패션 기업들은 유명 디자이너 또는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동대문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진 디자이너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이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이들을 위한 하나의 공간 구성으로 지속적인 기회를 부여하는 등 새로운 시도로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은 수입 브랜드나 같은 컨셉을 가진 브랜드를 한 곳에 모아둔 멀티 셀렉트숍이 증가하고 있으며, 기존 브랜드의 경우 다양한 라인의 상품으로 구성된 토털화로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메가숍을 선보이고 있다.
하이 컨셉트 시대의 메가숍은 상품을 파는 공간만이 아닌 자사 브랜드와 숍만이 가진 문화를 덧입힌 문화 공간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패션과 타 산업과의 공동 작업으로 산업간의 경계를 넘어선 시도도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으며, 소비 주체인 대중을 가치 부여의 매개체로 삼아 참여시키고 활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스텝바이스텝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하이 컨셉트 스토어에 주목하라!
하이 컨셉트 시대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현재 가장 주목 받고 있는 형태는 멀티 셀렉트숍이다.
한 브랜드에 국한되지 않고 국내외 가장 핫 한 브랜드나 시즌성을 담고 있는 브랜드, 숍 아이덴터티를 반영한 브랜드 등 다양한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는 멀티 셀렉트숍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멀티 셀렉트숍을 통해 그 동안 해외 여행시나 해외 구매 대행과 같이 온라인에서만 구입 가능했던 제품들을 이제 직접 눈으로 보고 착용해 볼 수도 있어 젊은 고객들을 중심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같이 단일 브랜드에 만족했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 소비자들은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니즈가 더욱 커지고 세분화 됐을 뿐만 아니라 ‘내가 원하는 제품은 어떠한 경로를 거쳐서라도 꼭 구입하겠다’라는 적극성이 더해지면서 멀티 셀렉트숍이 더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최근 생겨난 멀티 셀렉트숍은 해외 명품 브랜드나 해외 컬렉션에 진출한 신진 디자이너 제품을 주로 다루는 청담동이나 압구정동의 기존 멀티숍과는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보다 소비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대중적인 컨셉으로 문턱을 낮춰 재미있고 다양한 시도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에이랜드(대표 정은정)는 신진 디자이너 편집숍으로 의류와 신발, 문구 등 500여개의 브랜드로 구성돼 있다. ‘에이랜드(A LAND)’는 2006년 명동점을 시작으로 강남점, 신사 가로수점, 홍대점 등 패션 스트리트와 현대백화점 부천 중동점, 코엑스점 등 백화점에 차례대로 입점되며 멀티 셀렉트숍의 대중화를 이끈 주역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이 곳에는 각 매장마다 판매되는 브랜드와 인테리어가 달라 다양한 고객들의 감성을 충족시켜주고 있으며 아이템과 가격도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다.
에프지에프(대표 최진원)의 ‘긱숍(GEEKSHOP)’은 직수입 풋웨어와 액세서리, 생활 소품 등 20여개의 브랜드를 다루는 멀티 셀렙트숍이다.
패딩 부츠계의 절대강자인 덴마크 출신의 「러버덕(RUBBER DUCK)」과 베어백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페리고(PERIGOT)」등이 구성돼 있다.
「긱숍」은 재미와 유니크함을 동시에 줄 수 있는 브랜드와 매장 구성 등 밝고 경쾌한 분위기 연출로 젊은 고객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인기에 힘입어 ‘긱숍’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직영점과 대리점을 동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사업도 펼칠 나갈 계획이다.
이와 같이 멀티 셀렉트숍은 나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고, 남들과 차별화를 원하는 젊은 고객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 ‘에이랜드’, ‘긱숍’과 같이 좀 더 캐주얼한 브랜드와 분위기를 가진 숍들의 런칭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크로스오버 멀티셀렉트숍 … 자사 브랜드+α
‘랩’ ‘「매긴」’ ‘디-코드’ 등
“우리는 똑같은 멀티 셀렉트숍은 거부한다. 크로스오버 매장이 대세다.”
아이올리(대표 최윤준)의 ‘랩’과 ‘「매긴」’, 에프에이비(대표 이시찬)의 ‘디-코드’ 등이 그 주인공. 국내외 브랜드의 바잉으로만 꾸며진 멀티 셀렉트숍과는 다르게 크로스오버 멀티셀렉트숍은 자사 브랜드에 수입 브랜드들을 복합 구성한 공간이다.
이는 자사 브랜드의 감성과 아이덴터티에 맞는 타 브랜드들을 동시에 선보이면서 상품의 다양화, 고객의 다양한 니즈 만족 등을 가져오는 한 단계 진화된 형태로 볼 수 있다.
「매긴(McGINN」은 기존 라인과 세계 유명인사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JKC」와 「폴앤조」「FCUK」 등의 수입 잡화 라인 ‘매긴 셀렉트’를 선보이며 크로스오버 매장을 꾸려나가고 있다.
지난 3월 4일에 런칭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컨템포러리 멀티 SPA형 셀렉트숍인 ‘랩(LAP)’은 다채널 다국적의 신개념 유통 브랜드 개념에 크로스오버를 더했다.
‘랩’은 「헐리우드 메이드」 「칩 먼데이」 「레베카민코프」 등 헐리우드 스트리트 감성과 셀러브리티들의 ‘잇 브랜드’와 동시에 동대문 시장에서 바잉한 제품, 국내 자체 생산 기획 상품을 크로스오버 해 전개하고 있다. 수입 브랜드뿐만 아니라 자체 기획 상품도 좋은 반응을 보임에 따라 향후 국내 생산 제품의 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랩’은 감성 가치 소비를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이지만 고감도의 제품으로의 접근이 주효했던 평가이다.
이번 시즌부터 롯데백화점 NPB로 선보이고 있는 ‘디-코드(D-CODE)’는 일본 라이선스 브랜드 「다반」의 어번 캐릭터 감성의 세컨 라인인 ‘화이트 라벨’이 주도하는 가운데 「WJK」 「하바나」등 일본 인기 브랜드를 복합 구성해 전개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재패니즈 브랜드는 ‘디-코드’에서 정식 수입하기 전부터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었던 터라 더욱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콜라보레이션’으로 매스 마켓 한계 극복한다
「TNGT」「MCM」 「브라스파티」 「투미」 등
매스 마켓의 한계를 뛰어넘어 다품종 소량 생산, 예술적, 감성적 가치를 브랜드에 입히기 위한 다양한 시도 중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소비자들과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콜라보레이션이다.
초창기 콜라보레이션은 패션과 패션의 만남이 주를 이뤘지만 하이 컨셉트 시대는 제한된 영역이 아닌 다양한 분야로 발전되고 있다. 또한 유명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언더에서 활동하던 이들, 특히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이 신인 디자이너의 등용문으로 불리울만큼 기회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를 통해 브랜드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고 상품에 스토리를 더해 새롭고 다양한 고객의 테이스트를 충족시켜 나가고 있다.
LG패션(대표 구본걸)의 「TNGT」는 3월 16일부터 20일까지 신사동 가로수점 컨셉 스토어 ‘어나더 파이브 베드룸(Another 5 bedroom)’에서 ‘더 티움(TI:UM) 프로젝트 바이 「TNGT」’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다.
이번 팝업 스토어는 「TNGT」 콜라보레이션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감각적이고 독창적인 마인드로 주목 받고 있는 「비욘드클로젯캠페인」의 고태용, 「마뉴엘에기윰」의 황혜정, 「소프트코어」의 윤세나, 「헤드그렌」의 사비엘 케겔스 등 국내외 23인의 신진 디자이너의 제품을 선보였다.
「TNGT」는 티움 프로젝트로 활동 범위에 제한이 있는 실력파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브랜드의 마케팅과 유통 지원으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디자이너 감성이 묻어난 디자인과 제품으로 기존 매스 브랜드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소비자들의 패션 욕구를 만족시켜주고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할 방침이다.
성주그룹(대표 김성주)의 「MCM」은 매 시즌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라인 출시로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입지 구축’과 ‘예술을 더한 제품’이라는 소비자들의 의식 전환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패트리샤 필드, 크렉 레드만에 이어 영국에서 활동 중인 아티스트 리처드 우드와 협업 라인을 런칭했다.
리처드 우드 라인은 「MCM」 고유의 비세토스 패턴과 어우러진 컬러풀한 프린트가 특징이다. 또한 「MCM」은 일본 스트리트 브랜드인 「페노메논」과 함께 캡슐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는데 20~30대 젊은 고객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투미코리아(대표 신현방)의 「투미」 ‘TAG’ 라인은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크래시와 콜라보레이션한 제품으로 젊고 화려한 스트리트 감각을 가방의 사이즈마다 다르게 표현했다.
또한 이 라인은 전 세계 매장에서 각각 1천개씩만 출시되는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트렌디하고 컨템포러리한 고급스러움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이고 있는 성창인터패션(대표 박준호)의 패션 잡화 브랜드 「브라스파티」는 잡지와 유명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주목 받고 있는 패션 일러스트레이터인 김영진 작가와의 협업 라인을 통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같이 하이 컨셉트 시대에는 대기업, 패션 전문기업 할 것 없이 협업 체제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콜라보레이션이 브랜드에 감성 가치를 부여하고 ‘재미’과 ‘감동’이라는 진정성과 리얼리티를 가질 수 있게 패션 기업들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공생 관계로 지속적으로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성숙한 마인드가 요구된다.
감성적인 메시지와 이야기, 컬처 브랜드로 업그레이드
「루이까또즈」 「스파이시칼라」 컬처를 입다
하이 컨셉트 시대의 패션 업체는 하이 컨셉트가 주는 메시지와 이야기를 컬처와 감성이 깃들여진 브랜드와 공간으로 풀어내고 있다.
태진인터내셔널(대표 전용준)의 「루이까또즈」는 브랜드 오리진인 ‘프랑스’ 라는 문화를 브랜드 전반에 담아내고 있다.
「루이까또즈」는 매년 프랑스 국립 퐁피두센터 특별전, 베르사이유전, 시네 프랑스 등 프랑스 관련 행사에 공식 후원하면서 브랜드의 뿌리를 알리고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캠브리지코오롱(대표 백덕현)의 「캠브리지멤버스」는 ‘브리티시’를 강조한 브랜드 전개로 이목을 끌고 있다.
「캠브리지멤버스」는 영국적 감성에 기반을 둔 브랜드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한 상품과 마케팅 전략이 클래식 무드의 트렌드와 맞물려 호평을 받고 있다.
에이다임(대표 김해련)이 런칭한 「스파이시칼라」는 ‘팝 컬처’를 베이스로 한 컬러풀하고 유니크한 컨셉과 오감을 만족시키는 다양한 상품들로 구성된 펀핑(Funpping) 브랜드이다.
「스파이시칼라」는 자체 제작한 시그니처 음악과 향기, 동영상 등을 통해 브랜드 아이덴터티를 강조, 기존 SPA 브랜드와는 차별화를 둔 문화와 감성이 있는 브랜드로 전개한다. 또한 ‘즐겁고 행복한 체험을 제공하는 패션 놀이터’를 슬로건으로 매장 내 모든 제품을 고객들이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게 구성했다.
코오롱패션(대표 백덕현)의 「코오롱스포츠」는 아웃도어 문화를 한 곳에 묶어놓은 복합문화공간 ‘컬처 스테이션’을 운영 중이다.
‘컬처 스테이션’은 기존 아웃도어 패션 매장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포토, 바이크, 등산 등에 대한 강좌를 개설하고 전문 강사진이 교육과 실습을 실시해 아웃도어 라이프 스타일을 전해주는 곳이다. 또한 이곳에는 확대되고 있는 여성 고객들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여성 전용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이 같이 하이 컨셉트 시대에는 브랜드 전개에 있어 감성 가치가 있는 브랜드로 지향해야 하며, 매장 또한 상품 진열의 구성이 아닌 문화가 담긴 공간이되 그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이 컨셉트 시대 … 브랜드 컨셉과 컬러를 사수하라
매스 마켓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PA 브랜드의 원산지 스페인 패션 시장에 「쿠스토 바르셀로나」 「데시구엘」 등과 같은 브랜드가 하이 컨셉트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트렌드를 쫓는 대신 꾸준히 자사만의 확실한 컨셉과 컬러로 글로벌 브랜드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에이지 타겟을 따로 두지 않고 젊고 화려한 스타일을 지속적으로 추구, 마니아층을 두텁게 형성하고 있다.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던 1990년대에는 위기도 있었지만 「쿠스토 바르셀로나」 디자이너 쿠스토디오 달마우(Custodio Dalmau)는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하나의 컨셉에 집중해 브랜드를 이끈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꼽고 있다.
즉 하나의 흐름이 생성됨과 동시에 기존 흐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어떤 가치와 차별성을 가지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박경아>
- <저작권자(c) 패션엔미디어, www.fashionn.co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