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2011-03-14

[여성] 대기업 주도력 커졌다

자본력과 힘의 논리…생존 위협받는 전문기업


국내 여성복 시장도 글로벌 경쟁환경에 직면, 수익구조 창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자본력과 규모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진 대기업과 핵심역량을 갖춘 우량기업 위주로 부와 힘의 편중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며 불황기를 거치며 위기대응력을 키운 대기업들은 자본과 재무 유동성이 풍부해져 이들의 지위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업체의 신규 사업은 점점 생존하기 힘든 구조로 접어들고, 기존 브랜드 역시 대기업과 글로벌 브랜드 역량에 밀려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동안 중소 규모의 패션기업들은 수익성 악화로 브랜드 매각 절차를 밟거나 경영난 타계를 위한 차원에서 비수익 브랜드 중단을 선언하는 등 여성복 사업도 점점 대기업이 유리한 업종으로 변모하고 있다.

여성복 시장은 1980년대 브랜드 비즈니가 본격화되면서 2000년 초반까지 빠른 기획, 빠른 의사결정, 유연한 조직 마인드를 가진 전문기업들이 20여년동안 패션시장을 주도하며 성장기를 구가해왔다. 여성복 전문기업이 지녔던 감성과 유연성 등 고유의 강점을 내세우며 대기업 조직이 넘보지 못한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한시대를 풍미해왔다.

여성복 비즈니스, 성장성에 경고등?
부가가치 하락하고 진입 장벽 높아


그러나 최근 글로벌 브랜드와 동시경쟁 체제로 생존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제한된 내수시장의 한계 등으로 점점 부가가치가 하락하고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대기업의 영토확장, 글로벌 SPA브랜드까지 가세하면서 중소규모의 전문기업 위상이 약화되고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

상대적으로 규모와 자본, 조직력에서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중소형 전문기업의 생존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으며 10여년 넘게 여성복 시장을 이끌어왔던 간판급 여성복 기업들도 주도권을 이어가지 못하고 대기업에 인수합병되거나 브랜드를 중단하는 등 지각변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톰보이 부도에 이어 대현 계열사인 NCF「나이스클랍」도 롯데백화점으로 M&A 되는 등 전문기업의 구조조정이 잇따랐다. 최고의 우량 패션기업으로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아 온 한섬도 SK네트웍스와 오랫동안 M&A협상을 진행했으나 인수가격, 경영권 및 고용보장 등에 대한 양측 의견차이가 엇갈리면서 사실상 결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언제든 여타 대기업의 M&A 가능성이 열려있어 여성복 비즈니스 자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두워지고 있다.

90년대 패션시장 성장 주도했던 여성복 시장의 현재 모습은?


1971년 논노가 탄생하고 1970년대 후반 성도의 「톰보이」, 데코의 「데코」, 대현의 「페페」 등장을 계기로 여성복 전문업체의 성장시대가 개막되었다. 양장점 중심의 맞춤복 일색이었던 당시, 이들 여성복 전문기업의 등장과 반도패션과 코오롱 등 대기업들이 여성복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80년대 초반 나산이 「조이너스」, 서광이「까뜨리네뜨」를 런칭하며 여성복 브랜드 비즈니스가 본격화되었다.

해외여행 자유화, 컬러 TV방영, 외국영화 보급 등 매스 미디어가 보편화되면서 여성 소비자들이 활동적, 개성적으로 바뀌며 패션에 대한 눈을 뜨기 시작했다. 80년대 중후반들어서 한섬의 「마인」, 데코의 「텔레그라프」, 아이디룩의 「기비」, 데무 등이 잇따라 런칭되면서 여성 캐릭터캐주얼 시장이 확장되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특히 고학력 커리어 우먼의 등장과 패션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캐릭터캐주얼과 디자이너 브랜드가 활성화되는 등 패션 브랜드의 대중화 시대가 열렸다. 특히 소비자의 개성화, 고급화에 대한 욕구는 대기업의 잇따른 내수산업 참여와 여성복 신규 런칭 브랜드를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90년대 영캐주얼 및 여성캐릭터 고도성장
반면 대기업은 여성복 한계 노출


1990년대 접어들어 고도 성장기를 맞이하게 된 여성복 시장은 나산, 신원, 등 대형 여성복 3개사의 치열한 볼륨 경쟁과 함께 고감도 여성 캐릭터캐주얼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컨셉과 아이덴터티가 분명한 브랜드로 소비층이 급속히 이동하며 캐릭터, 커리어, 영캐주얼 , 미시캐주얼 등으로 마켓 세분화가 활발히 진행되었으며 삼성, 대우, 코오롱 등 대기업의 패션정보사업 진출로  패션산업의 정보와 소프트한 인프라 구조, 감성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됐다.

캐릭터와 감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고감도 여성캐릭터 캐주얼 시장이 부흥기를 마련했던 반면 상대적으로 대기업 여성복은 침체기를 걸으며 여성복 사업을 축소하고, 신사복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게 된다. 이당시 자본과 시스템이 열악한 중소 패션전문기업이 잇따라 여성 캐릭터캐주얼 시장에 진출하며 10여년동안 성장기를 구가했다.

여성 캐릭터캐주얼 시장은 수많은 브랜드의 탄생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패션 기업가, 패션 디자이너들에겐 트렌드 발신지 역할을 하는 최고의 관심시장이었으나 2000년대 접어들어 내부의 고비용구조와 취약한 영업구조로 인한 수익악화, 위기 대응력 부재 등으로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과당경쟁, 무리한 사업확장 IMF 역풍맞다
부도, 법정관리 기업 속출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나산, 신원, 대현 내셔널 여성복 3사는 신판, 대량생산으로 부작용을 초래하며 후폭풍을 거세게 겪었으며 자본이 취약한 중소 여성복 전문 브랜드들도 줄줄이 중단하는 등 여성복 시장 구조조정이 본격화되었다. 90년대 중반 여성복 시장을 대표하던 나산, 신원 등 의류업체들은 사업 다각화에 적극적이었다.

1992년 당시 잘나가던 기업 ‘논노’가 부도를 맞으면서 나산과 신원은 패션산업을 통한 성장세를 기반으로 유통, 건설업을 포함한 금융, 레저, 화학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다각화시켰다. 1997년 불어닥친 외환위기는 무리한 사업확장을 벌였던 이들 기업의 발목을 잡았다.. 나산의 경우 전국 6개 지역에 450억원을 들여 복합 매장을 건설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다양한 업종에 진출 하면서 ‘그룹’을 표방했지만, IMF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모두 부도로 이어지며 혹독한 시련을 거쳤다.

2000년 초중반을 거치면서 불어닥친 글로벌 소싱에 대한 가격혁명은 고감성, 고감각 디자인 중심으로 평가받던 여성복 시장의 가치와 인식, 평가기준을 뒤흔들어놓았다.

시장 양극화, 유통구조의 다채널화가 진행되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성 캐릭터캐주얼의 존립기반이 무너지고, 대신 국내 여성복 시장은 기획과 생산에 대한 소싱력이 강한, 소비자 중심의 매스밸류 브랜드가 주도하는 체제로 바꼈다.

1997년 IMF, 여성복 패러다임 바꿨다
「숲」 「크로커다일」등 매스밸류 스타 브랜드 탄생


「코데즈컴바인」「숲」 「크로커다일」등은 생산과 코스트 다운에 대한 철저한 소싱력과 전국적인 유통 판매전략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시했다.
규모와 시스템 경쟁력을 바탕으로 가격과 트렌드를 동시에 담아내는 등 기존 여성복 브랜드들이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소비자 중심의 접근방법으로 여성복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패션산업 성숙기 진입을 계기로 매스밸류 마켓은 여성 어덜트, 영캐주얼, 캐릭터, 커리어 등으로 연령별, 컨셉별로 가장 빠르게 세분화, 다양화 단계를 거치고 「플라스틱아일랜드」「르숍」「코데즈컴바인」등 한국형 SPA 브랜드가 활성화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매스밸류 마켓은 소싱, 생산 인프라가 강한 기업들이 이시장을 장악해왔으나 최근들어 제도권 브랜드들이 밸류캐릭터를 런칭하며 고수익 창출 브랜드로 효자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잇미샤」「AK앤클라인」「S쏠레지아」「케네스레이디」「라인」「더아이잗」「JJ지고트」등이 대표적인 브랜드들로  최근 몇 년동안 지속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들어 여성복 시장은 수입 컨템포리와 패스트패션, 중가 매스밸류, 글로벌 SPA 브랜드가 복합 경쟁하는 체제로 변모하고 있다.

2010년 전후 대기업, 여성복 주도권 잡았다
M&A 등 거대 자본 앞세워 유리한 고지


2000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대기업의 취약파트였던 여성복 시장은 2000년 중반이후 자본력과 시스템 인프라가 뛰어난 대기업들이 공격적인 사세확장과 투자, 적극적인 M&A를 통해 여성복 주도권을 잡는 체제로 점차 변모하고 있다.

여성복 사업은 빠른 기획, 빠른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한 탄력적 시장 대응과 독립적 운영이 가능한 중소 전문업체가 훨씬 더 유리한 업종이었으나 대기업은 여성복에 약하다는 속설을 깨고 여성복 시장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의 강점을 살리기 위한 통합전략 구사하는 대신 중소기업의 장점을 이식한 조직문화 전략과 의사결정의 단순화를 추진, 급변하는 패션시장 환경 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해 여성복에 대한 성과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

M&A를 통한 영토확장과 인적 자원에 대한 인력 스카우트를 통해 빠른 시간내 대기업의 장점을 내세워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가고 있다.

제일모직 「구호」가 대표주자로 매년 20~60%의 신장률을 보이며 여성복 최고 브랜드로 평가받는 등 성장세를 걷고 있다.「구호」는 대기업의 자본과 마케팅력을 통한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시키고 정구호 디렉터를 전면에 내세워 시너지를 극대화시키는 구조를 정착시켰다.

이외에 LG패션, SK네트웍스, FnC코오롱  등도 몇 년전부터 수입을 포함해 라이선스, 자체개발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여성복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여성복 전문기업은 대기업과 일대일로 붙기보다는 유연하고 신속한 시장 대응능력과 소싱과 유통 등 개별 기업 성향에 맞는 특화된 기능을 앞세워 ?승부하는 전략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M&A 등 대기업 여성복 영토확장
비운의 「톰보이」등 전문기업 위상 추락


한편 지난해 7월 33년 된 토종 장수 패션 브랜드 「톰보이」를 비롯 중소규모의 여성복 브랜드들이 상당수 도태되거나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또 최고의 여성복 기업으로 평가받아 온 한섬도 지난해 SK네트웍스에 경영권 매각협상을 벌이는 등 규모와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 파워는 갈수록 막강해지고 있다.

톰보이는 수익성이 없는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인한 자금압박으로 경영난에 허덕이다 결국 경영권을 넘긴지 1년도 안돼 무너졌으며 패션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비젼이 없는 금융 펀드 또는 사모펀드에 회사를 매각, 매각을 단행한지 1년도 안돼 또다시 주인이 바뀌거나 경영권 다툼에 휘말려 회사를 정상화시키지 못한 경우다. 데코네티션(대표 김광래)도 지난해 10월 로맨틱 커리어 브랜드 「비아트」를 중단한데 이어 「XIX」「A6」를 연이어 중단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되거나 성장 기반이 미약한 브랜드를 중단했다.

이에 대해 여성복 전문가들은 “대기업은 사업성에 대한 타당성만 입증되면 현재 국내 최고의 위상을 구축하고 있는 여성복 회사의 M&A나 인적 자원에 대한 인력 스카우트를 통해 빠른 시간내 대기업 주도의 여성복 시장 재편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기업 비즈니스로 통하는 남성복과 스포츠, 아웃도어, SPA 복종과 달리 여성복은 창의성과 순발력 등이 중요시되지만 최근들어 거대자본력을 내세운 대기업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 독식 현상 지속될까?

최근 2~3년동안 여성복 시장은 기술과 자본력있는 기업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중하위권에 포지셔닝 되어 있는 기업과 브랜드들은 대체적으로 중저가 매스마켓으로 흡수되는 등 부의 편중화 현상이 심화되었다.

크고 강한 브랜드의 입지와 지위는 더욱 공고해져 소비자가 몰리고 작은 브랜드는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앞으로도 해외 대형 브랜드의 공세와 경기불황으로 인한 매출 침체를 이기지 못한 중소규모의 패션기업이 대기업에 결국 경영권을 넘기거나 토종 패션기업이 하나 둘 사라지면서 살아남은 기업의 시장 독식현상이 더욱 팽배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적 특수성과 글로벌 소싱력을 통한 새로운 유통 패러다임을 창출해 새로운 성장동력을제공하는 브랜드도 늘어났다.

「플라스틱아일랜드」 「리스트」「코데즈컴바인」「르샵」등은 한국 중저가 패션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한 트렌디한 여성 중저가 멀티캐주얼로 승부해 패션산업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커다란 전환점을 마련하고 있다.<류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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