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2011-03-07

대중의 힘 ‘슈퍼스타’를 만든다

대중참여 이끌어낸 ‘크라우드소싱’으로 마켓 새 바람


얼마 전 종영한 '슈퍼스타K2'의 우승자 ‘허각’이 미친 사회적 파장은 실로 놀라웠다.
중졸 학력에다 환풍기 수리공 출신으로 평범치도 못한 이른바 ‘주변인’인 그가 엄청난 포스를 뿜어내며 정상에 등극한 것은 누가봐도 이변이었기 때문이다. 또 그 이면에는 ‘대중’이 숨어 있었다는 진실 앞에 대중의 힘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는 대회 슬로건 아래, '슈퍼스타K2'는 134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일반인들의 참여를 이끌어 냈고, 대국민 문자투표를 통해 시청자인 대중을 ‘관찰자’가 아닌 ‘주체’로 등극시켰다. 프로그램 방영기간 내내 대중은 아마추어인 허각의 성장을 매회 확인하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전문가적 지위를 확보한 심사위원의 의견에 각자의 생각을 피력, 파워를 과시하기도 했다.

'슈퍼스타K2'가 케이블 채널이라는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20%를 달성하며 엄청난 성공을 거둠에 따라 타 케이블채널과 지상파 등에서도 우후죽순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이 신설됐으며, 비단 방송뿐만 아니라 생산과 서비스 전 분야로 대중의 참여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대중으로부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아웃소싱하는 이른바 ‘크라우드소싱’이 전 산업을 관통하고 있다고 판단, 이를 활용한 마케팅 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중의 힘 ‘슈퍼스타’ 만드는 시대

무엇이 '슈퍼스타K2'의 열풍을 몰고 왔는가?
이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스마트폰’과 ‘무선인터넷’ 확산이 대중의 참여를 이끌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스마트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대중은 언제 어디서나 광범위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며 타인과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소셜미디어는 대중들의 편안한 대화를 가능케 했으며, 기업은 대중의 공감을 얻은 다양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거나 제품의 혁신을 가져오기도 했다.

실제로 '슈퍼스타K2'에서 허각의 우승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시청자 투표’는 대국민 문자 투표 점수 60%, 인터넷 사전 투표 점수 10% 등으로 전체 심사 점수의 70%에 달했으며, 스마트폰 등 소셜미디어의 보급 확대가 대중 참여 열풍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슈퍼스타K2'의 성공은 우리 사회에서 ‘크라우드소싱’과 ‘집단지성’이 얼마나 활성화 되었는지 보여주는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지적 능력을 갖춘 대중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했다.

가장 대표적인 크라우드소싱 프로젝트라 손꼽히는 ‘위키피디아’의 경우만 하더라도 한글판 자료 업로딩 수나 활동자수는 타 언어권에 비해 인구대비 현저히 적은 것으로 나타나 영어권 위키피디아의 정보 품질과 신뢰도에 비견되지는 못했다. 또한 ‘삼성전자’가 PC 제작과정에 사용자와의 커뮤니티를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설계를 시도하는 등 집단지성을 활용한 사례가 있었으나 극히 적은 편이었다.

'슈퍼스타K2'는 크라우드소싱 활용의 일대 전기를 마련했다. 유무선 인터넷, 트위터, SNS 등 정보채널의 발전은 크라우드소싱의 기반을 갖춰 대중의 참여를 가속화했으며, 기업 역시 발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대중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사업화하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중’, 이 시대의 문화 권력으로 부상

기적을 노래한 '슈퍼스타K2'의 우승자 ‘허각’은 정의에 대한 대중들의 열망을 충족시킨 ‘희망의 아이콘’ 또는 ‘공정사회의 대명사’로 불린다.
물론 그를 우승으로 이끈 가장 큰 요인이야 그의 출중한 노래 실력이겠지만, 비주얼 등 이른바 상품성이 부족한 마이너적인 그가 성공하기까지 대중은 그가 가진 ‘희망’의 요소에 주목했다.

대중은 중학교를 가까스로 마치고 환풍기 수리공으로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청년의 이야기에 감동했고, 그의 내면과 삶을 들여다보며 그간 잊고 지내던 ‘희망’을 일깨웠다. 슈퍼스타를 꿈꾸는 도전자 허각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대리만족을 느꼈던 것이다.

'슈퍼스타K2'의 방영 당시 대중은 '외교부장관 딸 특채 논란’ 등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불만을 격정적으로 토로하고 있었다. 대중은 권력에 대한 반발심리와 함께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꿈꾸는 욕망을 '슈퍼스타K2'로 분출했다.

유력한 우승후보로 점쳐지던 존박은 허각에 비해 많은 것을 가진 ‘기득권 층’으로 비유됐다. 수려한 외모와 큰 키, 명문대 출신의 학력, 유창한 영어 실력에 가수의 기본 자질인 가창력까지 갖춰 ‘존박 우승 내정설’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일부 사람들은 이런 존박과 허각을 두고 ‘귀족과 평민의 대결’, ‘주류와 비주류의 대결’, ‘스펙(specification)과 루저(loser)의 대결’ 등으로 명명하기도 했다.

존박이 우승할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은 역공에 나선 대중들에 의해 보기 좋게 무너졌다. 10대와 20대 여성들이 주를 이루어 참여하던 문자 투표는 88만원 세대와 아저씨들의 참가가 줄을 이뤘으며, 보다 투명해진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합쳐져 꿈과 열정만으로 기적을 이룰 수 있음을 만 천하에 확인시켰다.

문화 권력으로 자리잡은 대중은 부당함을 심판하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한다. 대중은 고의 발치에 의한 병역기피 의혹을 받고 있는 MC몽을 법정에 세웠다. 그를 스타로 만든 대중은 그가 병역면제를 위해 생니를 일부러 뽑은 사실에 몹시 분계 했고, 1999년부터 2006년까지 공무원 시험 응시 등의 구실로 7차례나 입대를 연기한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시민위원회는 MC몽의 기소의견을 냈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MC몽을 기소한 상태다. 또한 그의 방송퇴출을 줄기차게 주장, 그가 출연하고 있는 KBS ‘1박2일’ 제작진을 비롯한 여타 출연 프로그램 제작진들은 MC몽을 퇴출을 결정했다.

대중은 공명 정대한 사회를 꿈꾼다. 불리한 조건 속의 현실과 맞서는 적극적인 면모를 보이며 대중의 힘을 결집, 파워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성공 ‘슈스케’, 뒤를 이으려면?

'슈퍼스타K'의 열풍은 소비자인 대중의 아이디어를 끌어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크라우드 소싱’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어 냈다.

'슈퍼스타K'의 아류작이라 폄하받던 MBC의 ‘위대한 탄생’은 대중의 폭발적인 지지에 힘입어 광고수익만 40억원을 벌어들이는 등 대중의 참여가 수반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공공식을 재확인 시켰으며, SBS는 연기자를 뽑는 '기적의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MBC는 아나운서를 선발하는 '신입사원' 오디션에 들어갔고, KBS도 상반기 방영을 목표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케이블 채널인 tvN은 '코리아 갓 탤런트'로 응수하고 있다.

'슈퍼스타K'처럼 크라우드 소싱을 활용, 대중의 참여가 수반된 사랑 받는 비즈니스를 완공시키려면 대중의 주목을 끌 수 있는 결정적 ‘한방’이 있어야 한다. 오디션 프로그램 등으로 사용 범주가 제한된 크라우드 소싱의 활용을 타 산업으로 확장 시키기 위해서는 시장 상황, 트렌드의 변화 등을 빠르게 읽어 대중의 흥미를 끌 ‘재미거리’를 찾아야 한다.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마니아적 성향의 것도 좋다. 관심을 끌 수 있다면 곧 회자되게 마련이고 활기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 기업이 수익을 이끌어내기 용이한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크라우드 소싱은 불경기에 더욱 호재로 작용한다. 크라우드 소싱의 모델 대 부분은 인프라 투자 및 관리비용 절감 등 간접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크라우드 소싱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온라인, 모바일 기술의 진화를 바탕으로 지구촌 5억 인구가 연결되고, 대세를 이루는 대중들의 의견은 기업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크라우드소싱, 전문가의 필터링도 중요

기업은 효율성 향상을 위해 집단지성을 통한 크라우드소싱을 구현하고 있다.
대중은 그들이 가진 지적 능력과 자산을 소통시키면서 통합을 이루어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고, 이를 통해 ‘집단지성’은 비약적으로 발전, 크라우드소싱을 대세로 부각시켰다.

대중의 선호와 공감이 집약된 결과물의 완성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듣고 채용할 수 있는 창구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가, 지역, 인종, 이념의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 평등하고 새로운 보편성의 세계가 다가옴에 따라 누구라도 의견을 게재할 수 있는 개방형 서비스 구축은 기업의 숙명이 되고 있다.

비단 기업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공공기관까지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 외부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보상하며 크라우드 소싱을 활성화, 사업 기회를 포착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볼 때 대중들의 공감활동인 집단지성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한편 크라우스소싱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가는 가운데, 우매한 대중의 아이디어를 맹신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혁신 사례라 볼 수 있는 애플의 앱 스토어, P&G 웹 사이트 아이디어 등 성공한 크라우드소싱의 모델이 일반 대중이 아닌 전문성을 지닌 똑똑한 소수로부터 출발했다는 주장이다.

크라우드소싱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대중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크라우드소싱에만 의지하는 것은 위험하다.
대중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기업 고유의 아이덴터티를 잃거나 방향성을 상실할 가능성에 대비해 대중의 의견을 필터링할 전문가 집단의 겸열도 필요하다. 〈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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