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1-03-15 |
[전체] 한국 패션산업 50년, 무엇이 변했나?
국내 패션시장의 성장 과정 통해 본 성과와 과제
국내 패션산업이 50여년 반세기의 짧은 역사를 거쳐온 동안 수많은 브랜드가 탄생했다 사라지고, 수많은 조정기를 거치며 질적 성장기에 진입했으나 90년대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급격한 패러다임 전환기를 거치고 있다. 「자라」「H&M」「유니클로」등과 같은 글로벌 SPA 브랜드의 거센 도전과 대기업 영토확장이 맞물리면서 중소규모의 패션기업이 도태되거나 위축되는 등 극단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한시대를 풍미했던 수많은 브랜드 또는 장수 브랜드가 사라지고 대기업으로 종속현상이 더욱 팽배해져 패션산업 자체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사뭇 회의적으로 바뀌고 있다. 수많은 브랜드가 탄생하고 사라지기를 반복, 지금까지 국내 시장에서 롱런하는 브랜드가 극히 한정적이고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이 더딘 이유는 대체적으로 과거의 영광에만 매달려 패러다임 전환기에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기업들의 체질개선 부족에 공통점이 있다.
변화하는 소비시장과 트렌드에 부응하고 유연한 대응능력을 갖춘 기업은 중소규모라 할지라도 승승장구하고, 과거의 영광에만 매달려 과거의 방식으로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기업들의 위기는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1950년대 양장, 양복 수용시대였던 의류 결핍시대, 1960~1970년대 맞춤복 시대를 지나 1980년대부터 양장점 중심의 맞춤복에서 기성복 시대로 본격적인 브랜드 비즈니스로 전환되면서 국내 패션기업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면서 패션사업의 고부가가치화가 확산되면서 자본과 시스템 경쟁력이 없는 중소 패션기업이 우후죽순 난립,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수많은 브랜드가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세계 경제가 하나가 되고 소비성향이 동질화되면서 파워브랜드가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경향이 심화돼 자본과 시스템 경쟁력이 부족한 기업들이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국내 패션시장을 이끌어온 토종 패션브랜드가 장수 브랜드 또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지 못하고 몰락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1980년대 본격적인 패션 산업시대 개막
1980년대 접어들면서 중고생들의 교복 자율화와 함께 브랜드 비즈니스가 도입되며 의류생산설비의 현대화 및 자동화 추진과 패션산업 소프트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본격적인 패션산업의 시대가 열렸다. 교복 자율화로 인한 중저가 및 스포츠 브랜드가 증가하고 진캐주얼, 이너웨어, 아동복, 해외 유명 브랜드 도입 등으로 브랜드가 다양화되는 등 패션산업의 발전기를 겪었다.
또한 아시안 게임, 서울올림픽의 영향으로 스포츠 브랜드가 활성화되었으며 소비욕구의 다양화, 개성화, 고급화의 영향으로 신규 런칭 브랜드가 붐을 이루었으며 대기업의 내수산업 및 정보사업 진출이 늘어났다.
90년대 패션전문기업 활황기
90년대 이후 국내 패션산업은 X세대, 미시 등 패션파워 대두와 함께 성장기를 구가하며 타겟, 컨셉트 차별화가 명확한 캐릭터캐주얼 등 고감도 패션 브랜드로 소비시장이 이동, 고감도 미시캐주얼, 커리어캐주얼, 캐릭터캐주얼 브랜드가 급부상, 패션 전문기업의 위상이 높아졌다. 90년대 초중반 패션산업의 성장이 정점에 달하는 동안 대다수의 대형 패션기업들은 대량생산과 대량광고 등 외형중심의 출혈경쟁으로 인해 수익구조가 악화, 뼈를깍는 구조조정기를 겪었다.
특히 나산, 신원, 대현 등 내셔널 여성복 3사들은 신판구조의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대량생산, 대량광고를 통한 브랜드 인지도를 등에 업고 무차별식 영업을 지속한 결과 IMF라는 역풍을 맞아 회생하기까지 인고의 세월을 겪었다. 한 순간의 스타 브랜드는 있었지만 롱런 브랜드가 없는 배경이다.
대기업들은 여성복 브랜드가 쇠퇴하자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신사복 시장에 앞다퉈 진출, 선두기업을 중심으로 해외 생산기지화를 통한 아웃소싱, QR과 물류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게 된다.
90년대 후반 경기 침체와 함께 IMF 구조조정기가 시작되면서 대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 재고과잉과 예방을 위한 POS 시스템 도입 및 QRS 실현, 물류개선이 본격화되었으며 가격파괴 현상에 대응한 신업태와 신흥 중저가 마켓이 팽창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 글로벌 경쟁체제 돌입
2000년대는 정보산업과 지식산업화를 지향하는 국가전략과 사회전반에 걸쳐 글로벌 경쟁체제에 접어들게 된다. 기업가치, 브랜드 가치 창조, 소비 양극화에 따른 다양한 마케팅과 머천다이징 전략이 요구되었으며 백화점과 할인점, 아웃렛 등 신흥유통점의 경쟁이 심화되었다.
해외 명품 및 수입 컨템포러리 캐주얼 브랜드가 하나의 시장에서 싸우는 바야흐로 글로벌 동시경쟁 체제가 가시화되었으며 리테일 브랜드와 SPA브랜드가 전체 패션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시작했다.
2000년 중반 매스밸류 마켓 확장기
2000년 중반이후 「숲」「크로커다일」 「코데즈컴바인」 등 해외 소싱력이 강한 브랜드가 단일 브랜드 1천억 시대를 열며 국내 패션산업은 매스화, 대형화되기 시작했다. 이와함께 자본, 규모, 시스템 기반을 구축한 글로벌 빅 브랜드와 대기업의 공격적인 패션사업 확장으로 중소 패션기업의 위상이 흔들리며 패션 전문기업의 M&A와 브랜드 중단이 이어지는 등 또한번 지각변동을 겪었다.
특히 시장 전반에 걸친 ‘Mass Value’ 열풍과 함께 소비자의 고감성 욕구에 부응한, 메가화, 멀티화 현상이 가속화되었다. 또 패션몰, 아웃렛, 복합쇼핑몰 등 신흥유통 채널이 확산되면서 패션기업들은 백화점 위주의 한쪽에 치우친 유통전략보다 다채널 유통전략을 수용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데 집중했다.
김포공항 아울렛, 뉴코아아울렛, 2001아울렛, W몰, 마리오아울렛 등 아웃렛패션몰과 할인점, 복합쇼핑몰 등으로 유통형태가 복잡, 다변화되었기 때문. 고가의 명품을 즐기는 고객도 근거리에 있는 아웃렛, 할인점, 패션몰, 복합쇼핑 등을 통해 퀄리티와 가치가 보장된 상품 구입과 함께 오락과 엔터테인먼트, 휴식 등을 동시에 겸할 수 있는 백화점 수준의 라이프스타일 쇼핑공간으로 정착, 백화점을 위협하는 신유통 채널로 막강파워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재래시장 및 제조업체의 소규모 대리점은 크게 축소되는 대신 대형 아울렛 형태의 쇼핑몰과 복합쇼핑몰 등이 그자리를 차지하게 되면서 이들 유통은 패션기업들의 수익성과 직결,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또한 과열 경쟁에 진입할 정도로 성숙기에 진입했다,
금융위기 전후 대기업 주도력 커졌다
중소규모 패션기업 대기업M&A 가속화
2008년 7월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국내 패션시장은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 직면하게 된다.
글로벌화, 중국의 부상 등 급격한 환경변화에 직면하면서 위기 대처능력이 미흡한 중소 전문기업, 중소 브랜드의 입지가 흔들리고 도태되는 현상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막대한 자금으로 중무장한 대기업들이 수익개선과 사업다각화 또는 캐시카우를 확장하기 위한 명목으로 유망 중소 패션기업 M&A를 통해 패션시장의 파이를 나눠먹는 현상이 가속화되었으며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중소 규모의 패션기업들은 시장진입이 더욱 어려워지고 패션시장 진출 자체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
IMF 외환위기의 학습경영을 바탕으로 긴축경영과 구조조정 등 일련의 위기대응력을 키운 패션 대기업들이 자본과 재무 유동성을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와 M&A를 통해 시장 파이를 넓혀 대기업의 영토는 오히려 금융위기 전보다 강화됐다.
3~4년전부터 물밀듯이 밀려오는 글로벌 대형 브랜드의 공세와 대기업의 자본력 투하로 경쟁력을 상실하고 매출 침체를 이기지 못한 중소규모의 패션기업들은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상당수가 대기업으로 M&A되었으며 앞으로도 대기업의 문업발식 패션사업 확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제일모직은 「토리버치」 「니나리치」 「세븐진」 「망고」 「스티브매든」 「프링글」 화장품브랜드 「산타마리아노벨라」의 7개 브랜드 국내 수입판권을 확보했으며 LG패션은 「바네사브루노」 「질스튜어트」「질바이스튜어트」 「조셉」 「이자벨마랑」 「레오나드」 6개 수입 여성복 브랜드를 인수했다. 그동안 비교적 중소 업체들이 중심이 됐던 수입 컨템포러리 시장도 제일모직과 LG패션, SK네트웍스 등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돼 국내 패션 시장의 대기업 편중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쌈지, 톰보이 등 1세대 패션기업 도태
지난해 쌈지, 톰보이 등 1세대 패션기업들이 하나 둘씩 도태되고 국내 최고의 여성복 기업으로 평가받아온 한섬도 대기업 M&A사건에 휘말리면서 패션시장 권력 이동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고 패션산업 자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사뭇 회의적으로 바뀌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룬 대기업들은 몸집이 커지는 만큼 거대자본을 들여 기업의 신성장을 위한 사업확장이라는 명목으로 자본이 부족한 유망 중소기업의 무차별 M&A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극대화시키는 독주체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유니클로」「자라」「갭」「망고」「포에버21」등 다양한 형태의 글로벌 SPA 브랜드를 포함, 최근 국내 상륙을 마친「H&M」까지 국내 패션시장은 바야흐로 글로벌 SPA 브랜드까지 가세한 각축전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이들 글로벌 대형 SPA브랜드들은 이미 국내기업의 막강 경쟁자로 부상했다. 이들 글로벌 SPA브랜드의 공격적 사세확장으로 국내 패션 브랜드들은 고유 영토를 상당부분을 내줘 수세에 몰려 있다.
막강한 자본력과 글로벌 네트워크, 최첨단 물류와 과학이 결합된 시스템으로 전세계 저가 소비자를 만족시켜온 SPA 브랜드들은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무색케 할정도로 몇 년전부터 럭셔리 소비층까지 흡수하며 거대 물결을 형성하고 있다. 저렴하고 다양한 스타일의 제품을 가장 빠르고 손쉽게 고객들에게 제공해온 글로벌 SPA 브랜드들은 그동안 디자이너의 콜레보레이션을 통해 상품력과 디자인력을 높여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소비층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
글로벌 SPA, 국내 패션기업과 백화점유통 위협
지난해 명동 눈스퀘어에 1호점 오픈과 함께 본격적인 국내 마켓 확장에 돌입한 「H&M」 의 폭발적 호응은 국내 패션기업과 백화점 유통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했다. 명동 상권은 이미 「유니클로」「자라 「망고」「포에버21」「H&M」등 명실상부한 세계 SPA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까지 가세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으며 이들 SPA 브랜드들은 막강한 고객 흡인력으로 인근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을 위협할 정도의 파괴를 보여주고 있으며 전국상권으로 영토확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들어 대형 백화점들이 글로벌 SPA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이들 다국적 글로벌 브랜드가 전국적 유통확장이 이루어지면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는 기업도 있겠지만 상당수의 브랜드가 도태되고 백화점 유통의 유통마진을 포함한 고질적인 가격 거품이 제거되는 등 현재 백화점 종속현상이 심한 유통구조에도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글로벌 롱런 브랜드 키워라
한편 글로벌 동시경쟁 체제하에 돌입한 국내 패션시장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태리, 프랑스 등 유럽 패션선진국에 비해 비록 짧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획득한 브랜드가 전무해 이에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볼 필요성이 있다.
기업의 일관성 있는 브랜드 전략이 부재하고 그로인해 롱런 브랜드 역사성이 깃들 여유가 없을 정도로 급하게 달려와 브랜드를 제품과 같은 중요한 실체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제품 수명주기와 같은 브랜드 수명주기에 대한 개념이 없이 매출 드라이브를 위한 유통확대, 세일 및 가격인하 등이 난무하게 되면서 브랜드 컨셉트와 위상이 무너지고 기초체력이 없는 기업들이 IMF, 금융위기와 같은 폭풍을 만나면서 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국내 브랜드의 롱런화 및 글로벌 경쟁력 획득은 멀고도 험한길이 될 것이다. 국내 브랜드 대다수가 컨셉트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동시대 감각을 반영한 브랜드 마크나 로고 등을 조금씩 바꾸면서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글로벌 초석에 대한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류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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