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1-03-07 |
‘개방’과 ‘공유’가 기업 생태계 바꾼다
크라우드소싱, 아이폰, 위키리크스, TED 열풍 주도
최근 발표된 올해의 노벨평화상 후보 가운데 세계 각국의 은밀한 외교 비사(秘史)를 공개해 파문을 일으킨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가 올라 화제다.
미국 정부의 비공개 외교문서 등을 대중에게 공개해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킨 참여형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는 소수가 독점하던 고급 정보를 다중(多衆)과 공유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위키리스크뿐만 아니라 앱스토어, 페이스북, 트위터, 슈퍼스타K, TED 등 최근 산업, 사회, 문화 전반에 큰 이슈를 몰고 온 성공사례의 뒤에는 모두 대중, 개방, 연결, 공유를 통해 집단지성을 활용한 크라우드소싱이 있었다.
크라우드소싱은 기업의 생산, 서비스 및 문제해결 과정 등에 특정 커뮤니티 또는 불특정 다수의 대중들을 참여토록 해 효율성을 높이는 접근방식으로, 그 자체로는 전혀 새로운 개념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웹 2.0이 보급되면서 온라인을 통해 구현되는 집단지성이 전문가 집단의 그것보다 훨씬 우수한 결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최근 산업과 사회, 문화를 관통하는 시대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크라우드소싱의 성공사례들이 증가하면서 기업 활동에서의 적용 분야도 전방위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많은 국내·외 기업들이 기업단위의 내부역량 극대화에 주력해온 그 동안의 전략에서 벗어나 기업 내·외부의 다양한 집단과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현안을 해결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 집단지성을 모아라!
위키피디아(Wikipedia)는 크라우드소싱이 지닌 대중과 개방, 공유, 협업이라는 핵심 키워드드로 성공한 사례다. 일반 대중이 만든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는 260여 개의 언어로 약 1천만개의 글이 올라와 있다.
전 세계인들이 실시간 수정을 거쳐서 만들어내는 탓에 내용의 타당성과 전문성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 네이쳐(Nature)지가 과학분야의 항목을 추출해 분석한 결과 페이지당 오류가 전문가들이 작성한 브리태니커(Britannica) 백과사전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판명 났다.
2010년을 기준으로 위키피디아의 자산 가치는 30억달러(약 3조 4600억원)로 추산된다. 위키피디아의 상주직원은 2명에 불과하지만 등록된 기고자는 3만 6천명이고 이들 기고자들이 모두 무료로 일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매우 성공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애플의 앱스토어 역시 사용자과 개발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시장을 제시해아이폰 성공신화를 이끌었다. 애플은 아이폰 이용자들이 스스로 필요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고 시장 내 공급자, 관리자가 아닌 시장질서 유지, 과금과 서비스 환경을 제공하는 최소한의 역할만을 수행해 사용자와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시장을 형성하도록 했다. 이러한 방식은 스마트 패러다임의 부상과 맞물려 애플의 앱스토어와 아이폰을 단시간 내 성공궤도에 올려놓았다.
아이스톡포토(Istockphoto) 역시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대중들이 자발적으로 형성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기존의 산업을 얼마나 바꿔놓을 수 있을지 보여준다.
스톡포토(Stock Photo)를 판매하는 아이스톡포토는 사진을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성공적인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었다. 스톡포토란 전문 사진작가들이 특별한 목적을 위해 촬영한 라이선스가 있는 사진으로, 그 동안 이 스톡포토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적게는 수십 달러에서 많게는 수백 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이에 반해 아이스톡포토는 각 이미지를 25센트에 판매해 수익을 이미지 제공자와 공유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이후 수만 명의 아마추어 작가들을 확보한 아이스톡포토는 높은 퀄리티의 이미지를 낮은 가격으로 제공해 경쟁 업체들의 우위에 섰으며, 2006년 게티이미지(Getty Image)에 5천만 달러에 인수됐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아이스톡포토가 2012년에 2억6천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 많은 대중들의 힘이 산업 전체를 바꿀 만큼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이들 사례는 '집단지성'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음을 입증한다. 과거 특정 정보를 가진 소수만이 돈과 권력을 소유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다수가 그에 못지않은 고급 정보를 공유하고 얼마나 많은 정보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성공의 척도가 된 것이다.
R&D 경영에서 C&D 경영으로…
최근 선진기업을 중심으로 C&D(Connect & Development) 전략이 부상하고 있다.
C&D는 기업 내부에서 R&D를 수행하는 폐쇄형 R&D이 아닌 개방형 R&D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업 내부와 외부의 핵심 지식을 연결하는 지식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혁신을 지속적으로 이뤄내는 방식이다. C&D의 출현은 산업과 제품의 융·복합화가 심화되면서 단일 기업이 모든 영역의 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과 기존의 R&D가 투자 규모에 비해 투자 효율이 낮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C&D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온라인 R&D 문제해결기업인 이노센티브(InnoCentive)를 꼽을 수 있다.
이노센티브에 모인 15만명의 크라우드는 대부분 과학자들로, 이들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R&D 문제들에 대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안한다. 기업들은 이 솔루션 해결자들이 제시한 답변을 채택할 경우 통상 1만달러에서 10만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한다.
이노센티브는 기업들이 풀기 힘든 문제를 대중에게 공개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이들에게 일정액의 상금을 주는 방식으로 그들이 가진 약 40%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생활용품 업체 콜게이트(Colgate-Palmolive)는 플루오라이드(fluoride)파우더를 치약 튜브에 주입하는 과정에서 파우더가 공중에 흩어지는 문제에 직면했고 이를 이노센티브에 의뢰했다. 이를 본 전기공학도인 에드워드 맬카렉(Edward Melcarek)은 플루오라이드 파우더가 양전하(Positive Electric Charge)를 띄도록 만들면 공중에 흩어지지 않는다는 솔루션을 제시하고 콜게이트로부터 2만 5천달러를 받았다.
P&G(The Procter&Gamble Company)는 2001년부터 175개 나라 12만명의 기술자와 함께 크라우드소싱을 시작해 효율성을 높였다. 기업의 핵심역량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개발 기능을 대중들과 공유한 결과 생산성이 60% 향상했으며 이렇게 생산한 신제품의 80%가 성공했다. 대표적인 성공 아이템으로는 오랄비 전통칫솔과 프링글스 프린트 등이 있다. 현재는 전체 기술의 약 35%를 C&D를 통해 충당하고 있으며 앞으로 그 비율을 50%까지 올릴 계획이다.
미국의 티셔츠 회사인 트레들리스(Threadless)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객들이 참여해 생산, 수량, 디자인 등을 모두 고객이 결정할 수 있도록 개방형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한 크라우드소싱의 전설적인 성공사례다. 이 회사는 모든 티셔츠의 디자인을 고객들이 디자인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고객들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트레들리스는 매주 10여개의 디자인을 채택해 그 중 3~5개 정도를 실제 상품으로 출시하고, 당선자에게는 1500달러를 지급함과 동시에 500달러의 스토의 크레딧(Store Credit)을 부여해 참여자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티셔츠 디자인 한 벌에 2000달러라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다.
무엇보다 이 비즈니스의 장점은 고객들의 기호 파악과 수요량 예측, 재고부담 등의 복잡한 문제들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트레들리스의 재무제표는 공개되어있지 않지만 2002년 10만 달러였던 매출이 2006년에는 1800만 달러로 늘어났고 2009년에는 3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세는 크라우드소싱
최근 소통의 중심으로 떠오른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역시 크라우드소싱과 작동원리가 일치한다. SNS는 집단지성의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한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기존의 언론보다 더 큰 신뢰성과 전파력, 속도를 무기로 소통의 중심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신입사원’의 인기로 이어지는 대중문화의 흐름도 대중의 자발적 참여와 지지에 의해 탄생됐다. 또한 각 분야의 저명인사의 강연을 인터넷에서 공유하는 TED 역시 ‘제2의 아이폰’이라는 타이틀로 세미나와 컨퍼런스의 새 판을 짰다. TED는 700건이 넘는 강연을 무료로 공개해 지식 나눔에 앞장서고 있으며 ‘TEDx’란 형식으로 각 지역에서 독자적인 강연회를 연다.
TED가 사랑 받게 된 큰 이유는 ‘오픈 번역 프로젝트’에 있다.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전세계의 자원봉사자들이 자발적인 번역을 통해 지식 공유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TED는 5천여명의 자원봉사자에 의해 80여개의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 이와 같이 크라우드소싱은 전문가 집단이 해결하지 못한 난제 해결은 물론 각종 지구촌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새로운 솔루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크라우드소싱이 부상함에 따라 이을 잘 활용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명암이 교차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P&G의 경우 집단지성을 활용해 연구개발비 비중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실적을 보인 반면, 세계 종자산업 1위인 농생명공학 기업 몬산토는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지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히트상품 출시에 어려움을 겪으며 위기에 봉착했다.
전문가들은 “20세기의 키워드가 ‘소유’였다면 21세기의 키워드는 ‘공유’가 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따라서 집단지성을 민주적이고 투명한 과정을 통해 더욱더 가치있게 만드는 이 크라우드소싱이야 말로 앞으로 기업 경영과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은영>
[참조 : 관련 내용은 텍스헤럴드 창간 15주년 기념 특집 1호(626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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