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0-12-02 |
대한민국 패션 아시아 중심으로 우뚝 서다
아시아 마켓 ‘본부’로… 내셔널 브랜드 경쟁력은 과제
대한민국 패션이 ‘프리미엄 패션’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특히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는 우리나라의 패션 기업과 브랜드가 프리미엄 패션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패션의 달라진 위상은 국내 패션기업들이 내세운 글로벌 전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국내 패션기업들은 해외 패션기업 및 패션 브랜드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글로벌 브랜드의 성공적인 라이선스 운영을 토대로 아시아 진출의 거점지로서 중추적 역할을 해내고 있다. 또한 축적된 대한민국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 패션 시장의 중심이 아시아, 특히 중국으로 집중되면서 한국은 지정학적 입지 조건과 선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아시아 본부로 낙점되고 있다. 국내패션기업들 역시 글로벌 브랜드의 잇따른 국내 시장 진출과 저성장 시대에 돌입한 국내 패션시장의 환경, 해외시장 개척 등을 위한 다목적 카드로 ‘글로벌’이라는 키워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대한민국, 글로벌 브랜드를 삼키다
라이선스(상표권 사용계약) 계약을 통해 국내 시장에 진출했던 해외 브랜드들의 본사가 한국으로 바뀌고 있다. 「MCM」 「루이까또즈」 「휠라」 「바바라」 등 해외 브랜드의 한국 지사 형태로 사업을 시작했던 브랜드들은 이제 본사를 역인수해 엄연한 한국 브랜드가 됐다.
독일 명품 브랜드 「MCM」을 라이선스 형태로 전개하던 성주디앤디(대표 김성주)는 국내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2005년 「MCM」 본사를 인수해 개혁과 구조조정 등 총체적인 브랜드 정비를 통해 재도약에 성공했다. 「MCM」은 지난 2008년 뉴욕 맨해튼 플라자 호텔에 입점했으며, 2009년에는 삭스 피프스 애비뉴 본점을 비롯한 14개 매장을 동시 오픈했다. 올 1월에는 중국 상하이에 매장을 오픈해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으며 내년에는 마지막 전략적 요충지인 일본에 진출해 명품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할 계획이다.
태진인터내셔널(대표 전용준)은 1990년 「루이까또즈」를 한국에 선보인 후 매년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한 끝에 2006년 프랑스 본사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 전세계 매출이 500억원에 불과했던 루이까또즈는 이후 3년 만에 1000억원 대의 규모로 성장했으며 올해 매출액은 1천55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휠라코리아(대표 윤윤수) 역시 철저한 준비와 계획으로 역인수에 성공했다. 경영 악화로 연간 1억5000만 달러의 적자를 보였던 글로벌 「휠라」는 2007년 휠라코리아가 인수한 이후 2008년 8억 달러, 2009년에는 10억 달러까지 매출이 급성장해 「휠라」 인수에 사용했던 3억 달러의 자금을 불과 3년 만에 모두 회수했다. 현재 「휠라」는 2014년 세계시장 매출 30억 달러를 달성해 「아디다스」 「나이키」 「리복」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4대 스포츠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평안섬유(대표 김형섭)도 이탈리아 브랜드 「네파」를 인수했다. 평안섬유는 「네파」 본사를 인수하자마자 지난 10월 3일 미국 LA에 첫 매장을 개설하고 한국에서 생산한 완제품을 그대로 미국 현지에 가져가 판매를 시작했다.
남영비비안(대표 김진형) 역시 그 동안 직수입을 통해 국내에 전개해온 프랑스의 유명 란제리 브랜드 「바바라」를 인수하고 전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판매를 가속하고 있다.
이와 함께 라이선스 지사의 역인수 사례 이외에도 패션 대기업들의 해외 브랜드와 해외 기업의 M&A도 주목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이랜드(대표 박성경)는 지난 6월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 「벨페(BELFE)」에 이어 최근에는 스코틀랜드 패션 브랜드 「피터스콧(Peter Scott)」과 제화 브랜드 「라리오(Lario)」를 인수했다. 또 최근에는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해 인도 3위 의류업체인 ‘무드라 라이프스타일’을 인수했다.
이랜드는 오는 2020년까지 중국 매출을 10조원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인도와 베트남 시장 매출도 각각 1조원 이상 달성한다는 중장기 비전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브랜드의 M&A 및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한국, 중국, 인도 및 동남아시아에서 패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제일모직(대표 황백)은 이탈리아 패션업체인 ‘지안프랑코페레’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유력 일간지 라 레푸클리카와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일모직(삼성그룹)이 ‘지안프랑코페레’의 가장 강력한 인수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일모직이 이탈리아 3대 패션업체 중 하나인 ‘페레’를 인수한다면 아시아를 넘어 유럽 시장까지도 공략할 수 있는 글로벌 경영의 새로운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아시아 본부로 부상하다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아시아 마켓 강화를 위한 글로벌 프로젝트의 근거지로 한국을 꼽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탈리아 베네통 그룹과 합작법인 형태로 「베네통」 「시슬리」 「012베네통」 등을 전개하고 있는 베네통코리아(대표 김창수)는 베네통 그룹의 아시아 마켓 공략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낙점됐다. 그 동안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성과를 보여온 베네통코리아가 앞으로 베네통 그룹의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글로벌 거점 역할을 담당하며 일본과 중국 시장에 대한 상품과 디자인 등 핵심 기획전략에 대한 주도권을 행사하게 된 것.
올 8월 아시아 디자인 소싱센터를 가동한 베네통코리아는 현재 아시아 주요 매장에 한국에서 디자인한 상품을 시범적으로 선보이고 있으며 앞으로 아시아를 이끄는 디자인 컴퍼니로 성장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7년 직진출 선회 이후 연평균 45%라는 비약적인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게스코리아(대표 이재충)는 게스아시아의 성공사례로 「게스」의 아시아 시장 진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브랜드 본거지인 미국 다음으로 큰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게스코리아의 경영 전략은 중국, 홍콩, 대만, 마카오 등에 적용되고 있으며 한국에서 만든 「게스」 제품이 아시아 지역에 역수출되는 규모도 400억원 상당에 이른다.
지난 9월에는 독일의 보그너가 한국의 코스모 그룹과 함께 보그너아시아지역본부(이하 보그너아시아)를 설립해 화제가 됐다. 보그너아시아(대표 박동진)는 독일 「보그너」의 업무를 대행하는 아시아 지역본부로서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아시아 시장 전체에 대한 홀세일 비즈니스, 브랜드 및 시장관리, 그리고 브랜드 마케팅 통합 운영을 담당하는 한편 아시아 마켓만을 위한 독자적인 상품 기획과 디자인 개발, 생산을 총괄하게 된다.
박동진 보그너아시아 대표는 독일 「보그너」가 아시아 마켓 공략의 파트너로 한국을 택한 이유에 대해 “코스모 그룹의 능력과 업적을 보고 절대적인 신뢰가 바탕이 됐으며, 무엇보다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한국의 높은 디자인 수준과 감성, 국제적인 비즈니스에 대한 경험 등 포괄적인 능력이 높이 평가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라이선스로 들여온 브랜드를 한국 패션 기업들이 해외로 역수출한 사례도 있다. 싱가포르 브랜드 「크로커다일」의 여성복을 생산하는 패션그룹형지(대표 최병오)는 2006년 「카텔로 레이디스」라는 브랜드로 중국시장에 진출해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으며, 프랑스 유아복 「압소바」를 라이선스로 운영하고 있는 해피랜드F&C(대표 임용빈)는 국내에서 생산한 완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내셔널 브랜드 경쟁력은?
해외 브랜드와 국내기업 간의 M&A가 해외시장 내 입지 구축을 위한 성공 전략으로 떠오르면서 앞으로도 국내 패션기업의 해외 패션기업 및 패션브랜드 인수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해외 패션 브랜드의 국내 기업 인수는 ‘건강한 꼬리가 부실한 몸통을 먹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들 브랜드들은 해외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하면서도 한국인 특유의 기술력과 품질, 글로벌 트렌드에 대한 발 빠른 대응력 등을 바탕으로 국·내외적인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국내 패션기업들의 글로벌 전략으로 한국 브랜드의 글로벌화가 아닌 이미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해외 브랜드의 인수에 내용이 집중되고 있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또한 국내 패션기업들이 해외시장공략을 위한 주요 이슈인 ‘현지화’에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면서도 ‘브랜드 파워’면 에서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도 장기적인 글로벌 전략에 있어 취약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중심으로 18억 인구의 소비시장을 지닌 중국에 전 세계의 눈이 집중되면서 아시아 시장 진입의 요충지로 일본이나 홍콩이 아닌 한국이 지목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중국 패션기업들이 자생력을 갖추게 되면 ‘아시아 지역본부’는 결국 중국으로 옮겨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패션 관계자는 “패션 산업의 인프라가 구축되고 유통 핸들링에 적합한 중국 내 유력 파트너가 나타난다면 글로벌 기업들은 당연히 거점을 중국으로 옮길 것이다. 그러므로 신선한 아이디어를 창출해 자국의 브랜드를 육성하는 등 강력한 컨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현재 이랜드, 베이직하우스, EXR코리아, 코오롱, 아가방, 휴컴퍼니 등 국내 기업들이 중국 진출을 토대로 해외 시장에서 빠른 성장을 보이며 글로벌 기업으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이라는 거대 시장의 진출을 위해서는 더 많은 기업과 브랜드의 가세가 필요하지만 그 동안 내수 시장에 맞는 근시안적 경영에 익숙해진 국내 기업들이 간과해온 브랜드 파워의 부재가 글로벌 시장 진출의 걸림돌로 나타나고 있다.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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