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0-09-15 |
백화점에 SPA 브랜드 넘쳐난다
수도권, 생활밀착 지역 백화점에 SPA 특화 조닝 구성
백화점에 글로벌 SPA 브랜드를 비롯 내셔널 SPA 브랜드들이 증가하고 있다. 현대, 롯데, 신세계 등 대형 백화점들이 SPA 특화 조닝을 확대 구성하고 MD 개편에 SPA 브랜드를 대폭 수용했다. 백화점을 위협할 정도로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 글로벌 SPA 브랜드를 무시하기에는 폭발력과 잠재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백화점이 입점 수수료와 매장 면적 등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수용하고 손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이들 SPA 브랜드를 유치한 데는 백화점 고객이 대형 스트리트 또는 쇼핑몰에 입점하는 글로벌 SPA로 몰려감에 따라 백화점의 MD 경쟁력이 취약해지고 있고 여기에 신규 내셔널 브랜드의 런칭도 부재한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올해 글로벌 SPA 브랜드의 세력이 확장되고 국내 패션 브랜드의 SPA형 사업으로의 전환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패션 시장이 명품 중심의 고가 의류와 실속형 SPA 브랜드로 양극화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이와 함께 내셔널 브랜드들의 세력이 약화됨에 따라 그 자리를 SPA 브랜드들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신세계백화점이 인천점에 「H&M」의 입점을 확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짐에 따라 유통가의 SPA 브랜드 열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현재 SPA 브랜드 유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유통사는 롯데백화점으로, 롯데백화점은 일찌감치 「유니클로」와 「자라」를 합작 형식으로 들여오면서 글로벌 SPA 브랜드의 국내 시장 정착에 앞장서왔다.
롯데 광복점 등 SPA 브랜드 대폭 유치
지난 8월 25일 신관을 오픈한 롯데 광복점은 신관 아쿠아몰을 오픈하면서 ‘SPA 특화 조닝’을 구성해 유통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2층에서 4층까지 「유니클로」 「자라」 「갭」 「망고」 등 글로벌 SPA 브랜드를 입점시켜 본격적인 SPA 브랜드들의 각축장을 만든 것.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부산의 새로운 발전을 일으키는 계기이자 글로벌 유통 기업으로 변모하는 롯데의 비전을 상징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8월 20일 문을 연 롯데 청량리 역사점도 젊은이들의 유입이 많은 상권의 특성을 반영해 「자라」와 「유니클로」 등 글로벌 SPA 브랜드를 입점하고 영 캐주얼 브랜드들을 대거 입점시켰다.
비슷한 시기에 오픈한 현대백화점 일산 킨텍스점은 글로벌 SPA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입점한「유니클로」가 괄목할만한 매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킨텍스점 「유니클로」는 8층 식당가와 서점 사이에 270여 평(약 892평방미터) 규모로 위치한 「유니클로」는 다소 불리한 입점 조건에도 불구하고 일 평균 58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글로벌 SPA 브랜드의 위력을 여과 없이 과시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다소 소극적이기는 하지만 「유니클로」와 「갭」을 비롯, 「파파야」 「터치」 등 신규 SPA 브랜드와 한국형 SPA 브랜드들의 입점을 적극 추진해 SPA 브랜드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이 같은 백화점 유통의 SPA 브랜드의 열기에 따라 「르샵」「플라스틱아일랜드」 「코데즈컴바인」 「탑걸」 「숲」 등 볼륨 트렌디 캐주얼에서 전환된 한국형 SPA 브랜드들은 넓은 매장과 수수료 감면 등 백화점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글로벌 SPA 브랜드와의 본격적인 마켓 경쟁에 돌입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중동 D몰에 「르샵」을 150평, 「플라스틱아일랜드」를 90평 규모로 입점하는 등 한국형 SPA 브랜드들을 전폭 지원했다. 이에 대해 브랜드 관계자는 “매장이 컨디션이 좋아지면서 브랜드의 역량을 고객들에게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한다. D몰의 고객 유입도가 낮아 아직 매장 컨디션이 매출과 어떤 연관이 있다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오는 10월 D몰이 유플렉스로 새롭게 전환하고 영 캐주얼 브랜드 위주로 MD가 개편되면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대형 백화점, 글로벌 SPA 브랜드 유치에 혈안(?)
이와 같이 백화점들이 글로벌 SPA 브랜드의 유치에 혈안이 된 데에는 SPA 마켓이 급속도 로 성장함에 따라 더 이상 이 마켓의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점차 사세를 확장해 가는 글로벌 SPA 브랜드들은 대형 쇼핑몰과 로드숍을 중심으로 유통을 늘려가면서 백화점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했다.
반면 백화점의 내셔널 브랜드들은 경기 불황과 소비위축을 틈타 경쟁력을 잃고 세력이 약화됐다. 따라서 명품과 수입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성장을 모색하던 백화점들은 글로벌 SPA 브랜드에 견줄만한 별다른 대안을 갖추지 못한 채 결국 SPA 브랜드의 입점에 혈안이 되고 말았다.
백화점 유통업체들은 국내 내셔널 브랜드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수수료와 넓은 매장을 내주어야 한다는 불합리한 조건과 그만큼의 매출을 보장할 수 없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글로벌 SPA 브랜드를 유치를 선택하고 있다. 이는 브랜드의 매출에 따른 이익은 다소 부진하더라도 글로벌 SPA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을 백화점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SPA 브랜드에 대한 입점 열풍은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 지방 점포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명품과 럭셔리로 상징되는 전통적인 백화점 형태가 아닌 생활밀착형 지역 백화점에서 SPA 브랜드의 경쟁력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너도나도 SPA… 전 유통 SPA 각축장
이와 같이 SPA 브랜드가 패션 마켓에 화두로 떠오르면서 대형 마트들까지 SPA 브랜드를 내세운 패션 사업에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신세계 이마트는 자체 브랜드(PL)들을 「데이즈(Daiz)」라는 이름으로 통합해 SPA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며, 이마트 가양점의 경우 지난달 8월 26일 글로벌 SPA 브랜드 「자라」를 마트 유통으로는 처음으로 선보였다. 롯데마트는 롯데가 합작으로 전개하는 「유니클로」를 입점해 패션사업 부문을 강화했으며, 홈플러스 역시 영국 패션 브랜드 「플로렌스 & 프레드」를 독점 런칭해 패션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처럼 국내 대형 마트 3사가 너도나도 패션사업을 강화한 데는 SPA 브랜드 열기가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유통 업계의 새로운 캐쉬카우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획부터 유통까지 일체화된 SPA 브랜드는 막강한 유통 인프라를 갖고 있는 대형 마트 업체로서는 큰 투자비용 없이 새로운 수익을 낼 수 있는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와 같은 전 유통에 걸친 SPA 브랜드 열풍 속에 SPA 브랜드를 적극 유치하고 있는 백화점은, 이제 대형 쇼핑몰과 가두시장에 이어 마트와도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졌다.
이와 같은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백화점은 지속적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으며, 그 파트너로 글로벌 SPA 브랜드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언젠가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2~3년간 일본 백화점이 몰락한 주 원인이 「자라」 「H&M」 「유니클로」 등 저가격 캐주얼 브랜드의 부상과 이로 인한 과당 경쟁에 따른 결과였음을 감안할 때, 현재 국내 패션 시장의 상황이 일본의 과거를 답습하는 과정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목소리도 크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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