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2010-09-10

[특집] 패션전문기업 ‘생존’ 아닌 ‘성장’ 모색하라!

전문성 강화, 지속 성장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 필요


한섬과 SK네트웍스의 M&A는 단순히 패션업체의 인수·합병 차원을 넘어 국내 패션시장이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일대 사건이었다.
대기업들의 패션사업 강화에 대한 움직임은 예전부터 있어 왔지만, 이전의 사례와는 달리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우량기업 기업마저 패션 사업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패션업계에서는 ‘과연 패션사업에 미래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패션 시장은 오브제, 캠브리지, 데코, 네티션닷컴, 한섬 등 중견 기업들의 잇따른 M&A로 대기업의 파워가 더욱 강해진 반면, 쌈지와 톰보이 등 토종 기업들은 몰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여기에 「유니클로」 「자라」 「H&M」 등 글로벌 SPA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국내 패션전문기업들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제일모직, 이랜드, LG패션, 코오롱, SK네트웍스(인수된 한섬 포함) 등 5개 대기업이 국내 패션 시장 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시장의 1/5 정도로 추산된다. 대기업의 패션사업이 앞으로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향후 대기업의 시장 장악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른 시장 양극화와 기업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패션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됨에 따라 대부분의 패션전문기업들이 ‘성장’보다는 ‘생존’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있다. 또한 불황기에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과감한 투자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는 반면 상대적으로 중소 전문기업들의 투자는 눈에 띄게 줄었다.

이 같은 대기업 중심의 경쟁 구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철저하게 수익성 위주로 운영되는 대기업의 경영전략은 패션 시장의 정형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고, 다양성이 결여된 시장 분위기는 결국 한국 패션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패션 관계자는 “M&A에 의한 대기업의 과도한 시장지배력 집중에 대한 피해는 결국 소비자가 고스란히 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 같은 문제점들은 곧 패션전문기업들의 생존전략수립의 키 포인트가 된다. 중소전문기업들은 성장, 아니 생존을 위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가장 자신 있는 것에 집중하라!
선택과 집중으로 전문성 강화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 확대와 다국적 글로벌 경쟁체제에 접어든 국내 패션시장에서 기업들은 생존의 가치를 ‘어느 마켓’과 ‘어떤 소비층’에서 찾을 것인지를 명확히 두고 접근해야 한다.

그 동안 패션기업들이 브랜딩을 논함에 있어 오리지널리티와 아이덴터티라는 컨셉트 차별화에만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전문성(speciality)’에 집중해 실질적인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즉 상품력과 디자인은 물론 원부자재와 소싱, 유통, 서비스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전 프로세스에 있어 전문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시장 공략에 성공해 대표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이라면 반드시 미래기업비전을 재정립해야 한다. 이 시장에서 대표적인 강자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고자 한다면 단계별 브랜드 확장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만약 이지 캐주얼 브랜드로 출발했다면 갑자기 여성복으로 가서 토털패션기업으로의 볼륨 확대를 모색하기보다는 스타일리시 캐주얼, 데님 캐주얼 등 단계별 확장으로 캐주얼 전문 기업으로서의 성장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

실제로 쌈지와 톰보이 등의 중견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몰락한 원인에는 문어발식 확장이 큰 역할을 했다. 수익성 없는 사업과 본업이 아닌 다른 사업의 확장을 통해 자금 압박과 경영난으로 결국 부도를 맞게 된 것이다. 

브랜드의 캐릭터성이 없는 백화점 유통 브랜드들의 잇따른 몰락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디자인과 소싱력, 유통 어느 방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대세의 흐름에 따라 패션 시장을 지켜온 일부 백화점 유통 브랜드들은 고감도의 해외 컨템포러리 브랜드에 밀려 유통망을 잃고, 글로벌 SPA 브랜드의 가격적 메리트에도 대항력을 갖추지 못한 채 오직 ‘버티기’ 작전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특정 유통채널을 공략, 탄탄한 소싱력과 유통망을 갖추고 시장에 접근해 조닝 내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패션그룹형지, 휠라코리아, 이엑스알코리아 등과 같은 전문기업들은 불황을 모르는 우량기업으로 성장했다. 이같이 선택과 집중, 즉 기업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이다.

특유의 순발력으로 고객 감성을 자극하라!
속도의 가치를 핵심 경쟁력으로…

최근 패션산업에 자본의 지배력이 강화되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패션은 부가가치산업이다.
패션 그 자체가 소비자들의 미적 가치 충족이자 라이프스타일로 상징되며, 선진국의 경우 새로운 사회 조류를 수용하는 창조산업이자 문화산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물론 패션사업 역시 수익성이 가장 우선시되고 있지만 패션이 지니는 사회적 영향력과 문화, 유행 등 무형의 가치가 항상 변수로 작용한다.

국내 패션시장은 유난히 변화가 빠르다. 즉 변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적응력이 매우 빠르다.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국내 패션시장은 기동력과 순발력, 유연한 조직 마인드를 가진 전문기업 주도 체제로 시장이 형성되어왔다.

특히 여성복은 남성복, 캐주얼, 스포츠 등과 달리 대기업이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영역이었다. 여성복은 타 복종에 비해 브랜드 충성도가 낮으며 트렌드와 핏, 퀄리티 등 다양한 구매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특수성으로 인해 빠른 시장 대응력과 ‘단 납기 소 로트’ 시스템을 구축한 중소기업형 업종으로 인식되어왔다. 최근 대기업들이 여성복 사업을 확장하면서 중견 브랜드를 지닌 기업들을 흡수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아직 할 성공 사례가 발생되지 않았던 점도 바로 이러한 특수성 때문이다. 

이와 같이 패션산업에서 고객 가치를 충족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속도’다. ‘속도가 힘을 제압한다’라는 말은 패션 비즈니스에서는 특히 중요한 경영전략이다.

속도의 경쟁력에서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훨씬 유리한 조건에 서 있다. 근본적으로 대기업의 체계적인 시스템 환경은 속도로는 중소 기업을 이길 수 없는 구조다. 따라서 급변하는 시장 변화와 고객의 가치에 빠르게 대응하는 순발력이야말로 패션전문기업이 대기업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경영전략일 것이다.

‘생존’이 아니라 ‘성장’이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 필요

과거 패션사업은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도 창업이 가능한 중소업종에 해당됐다. 따라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대부분의 중소기업의 경우 1인이 창업하고 사업 내용 또한 창업자의 기술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국내 패션산업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직면하고 글로벌 경쟁구도에 몰리면서 수십 년 간 패션업계에 고착됐던 대표 중심의 업무 집중화가 힘을 잃고 심지어는 기업 몰락의 주요 원인으로도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SK네트웍스와 한섬의 M&A도 결국엔 한섬이 가진 막강한 브랜드력에 비해 두드러지는 차기 경영자가 부재하다는 것이 큰 요인이었다.

브랜드와 기업이 장기적으로 가치와 철학을 이어가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한 개인이 절대 능력을 갖는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창업자 1인의 지적수준, 관리능력, 가치판단만으로는 절대로 전문화(專門化)를 달성할 수 없다. 특히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요구하는 패션사업의 경우 경영 전반을 개인의 능력이나 자질에 의존하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이 요구되는 현 시대에는 맞지 않는 전략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기업 운용을 위해서는 세대교체와 후계승계에 대한 전략적 대비가 필요하다. 또한 디렉터 개인의 능력이나 자질 등 인적자원 확보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경영체계 점검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특정 경영인에 의해 회사의 생사가 좌지우지되는 구조가 아닌 체계적인 기업 비즈니스 플랫폼을 먼저 갖추는 것이 기업의 영속성을 강화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최근 대기업들의 패션사업 강화가 두드러지면서 중소기업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이는 경기의 회복과 패션 부문의 성장 가능성을 암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따라서 현재의 변화가 위기로 그칠지 아니면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는 패션기업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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