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엔

최근 패션업계는 국내 전문 패션 기업인 한섬과 대기업인 SK네트웍스의 M&A가 핫 이슈로 떠오르면서 M&A에 대한 관심이 재집중되고 있다.

그 동안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M&A는 꾸준히 이어져왔으나 국내 여성복 시장의 대표주자인 한섬마저 결국 대기업으로 흡수되면서 그에 따른 아쉬움과 함께 여성복 M&A 성공사례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는 현 상황에서 새로운 주인인 SK네트웍스가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의문과 방향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실정이다. 

이는 타복종에 비해 여성복 M&A의 경우 특별히 이렇다 할 성적이 없는 관계로 성공 가능성에 대한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여성복의 경우 트렌드의 흐름이 워낙 빠르고 급변하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에 맞춘 대응력과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부분과 감성을 중시하는 복종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생겨나는 등 인수 합병 후 대기업에서 전개했을 때의 성과는 사실 미비하고 그만큼 리스크도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리스크가 큰 여성복뿐만 아니라 전 복종에 걸쳐 M&A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기업에서 행하고 있는 M&A의 궁극적인 목적은 복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그 예를 살펴보면 제일모직은 「구호」 인수를 시작으로 여성복 포트폴리오 생성과 함께 「이세이미야케」 「토리버치」 「꼼데가르송」 등 해외상품 사업부를 확장하고 있다.

LG패션은 지난해 「바네사부르노」 「질스튜어트」 등을 전개하고 있던 인터웨이브와의 M&A를 체결하고 그 이후 꾸준한 수입 컨템포러리 브랜드의 국내 판권을 가져옴으로써 이 조닝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코오롱은 캠브리지를 인수하면서 남성 정장 부문의 마켓 쉐어를 늘려 남성복 대표 기업으로 거듭났고 지난해 11월에는 코오롱패션과의 합병으로 캠브리지코오롱 출범으로 매출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이랜드는 패션 기업으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전 복종을 아우르기 위해 「데코」 「네티션닷컴」 등을 시작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M&A를 체결하고 있다.

현재 뜨거운 감자로 회자되고 있는 SK네트웍스는 「오브제」 「오즈세컨」「DKNY」 이어 한섬까지 인수해 대기업 중 최다 여성복 보유 기업이 됐다.

물론 이들은 M&A와 동시에 신규 브랜드 런칭도 간헐적으로 이뤄졌으나 인력 구성이나 시장 진입이 상대적으로 불투명한 신규 사업보다는 이미 시스템 기반이 다져진 회사나 브랜드를 인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는 패션 사업 전개와 확장에 있어 부족한 부분을 M&A를 통해 자사가 지닌 풍부한 자원과 노하우를 더한 시너지 효과를 누리기 위함이자 빠른 시기 내 시장에 안착하겠다는 의도다. 그렇다면 이들의 M&A 후 성적표는?

제일모직 「구호」 M&A 선방했다

제일모직은 2003년 남성복 중심의 사업 구조를 쇄신하고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구호」를 인수하고 여성복 사업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 동안 디자이너 브랜드로 마니아적인 성향이 강했던 「구호」는 브랜드 아이덴터티를 충분히 살리면서 대중적인 감성을 더해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또한 매시즌 단독 컬렉션 개최와 시각 장애 어린이들을 위한 ‘Heart for eye’ 등 공익연계 마케팅 활동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제일모직에서 취약했던 조닝에서 「구호」는 여성복 전개에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2% 성장하며 인수 초기 매출의 6배에 달하는 750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올해부터 선보이는 뉴욕컬렉션 「헥사바이구호」와 함께 910억원 매출을 목표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구호」 M&A 성공 이후 자신감을 얻은 제일모직은 정구호 전무의 전두지휘 아래 2008 S/S 영캐주얼 브랜드 「컨플릭티드텐던시」를 런칭했지만 1년도 채 안돼 브랜드를 접으면서 여성복 사업에 제동이 걸렸었다. 이는 장기간 지속된 경제위기가 20대 타겟 고객층을 흡수하지 못하면서 브랜드 초기 철수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곧바로 선보인 시니어 마켓을 타겟으로 한 신규 브랜드 「르베이지」가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첫 여성 신규 브랜드 실패를 만회하는 중이다. 이에 따라 현재 스코어 1:1 상황으로 M&A 후 여성복 사업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더 두고 봐야 할 문제이다. 

LG패션, 수입 컨템포러리 실적은 ‘글쎄…’

LG패션은 2008년 「이자벨마랑」「조셉」등을 전개하던 한스타일인터내셔널을 인수 합병하고 지난해에는 「바네사부르노」 「질스튜어트」 「질바이질스튜어트」등의 전개 업체 인터웨이브까지 M&A하면서 본격적으로 수입 컨템포러리 브랜드 안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LG패션의 순이익은 715억원으로 2008년보다 1.7%역신장했으며 영업이익 또한 928억원으로 12.3% 역신장하는 결과를 초래해 2009년 수입 컨템포러리 브랜드에 들인 공에 비해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속보다는 겉모습에만 치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 하이투자증권의 박종대 연구원에 따르면 LG패션은 올해부터 실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으며 2분기에도 실적 개선세가 이어져 2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21.33% 증가한 2천772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34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LG패션 전체 매출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남성복의 매출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올해도 계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인수 합병한 트라이본즈의 「닥스 셔츠」 또한 좋은 매출을 보이는 등 아직까지는 M&A한 브랜드 중 수입 컨템포러리의 위력은 약한 편이다.

코오롱, 합병+합병=매출 최대 기록

코오롱은 지난 2007년 남성복 마켓쉐어 확대와 수익율 향상을 위해 캠브리지를 인수했다. 인수 합병이후 남성 정장 부문은 코오롱 전체 패션 부문에서 14%에서 21%로 늘어났으며 부채 비율도 크게 줄어든 효과를 보았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캠브리지와 코오롱패션이 합병한 캠브리지코오롱이 탄생하게 됐다. 이를 통해 남성 매스 브랜드부터 캐릭터 어번 캐주얼 등 전 연령층을 타겟으로 한 남성복 전문 기업으로 주목 받고 있다. 또한 코오롱 패션의 여성 영캐주얼 「쿠아」와 수입컴포트 슈즈인 「제옥스」등이 넘어오면서 다양한 복종을 전개하게 돼 매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과 캠브리지코오롱의 매출은 각각 3천235억원과 2천139억원으로 5천억원이 넘는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같은 결과에 업계 관계자들은 양사의 합병이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켰다며 성공적인 M&A로 평가하고 있다.

SK네트웍스, 오브제는 반쪽 성공?

2007년 SK네트웍스는 오브제와의 M&A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강진영, 윤한희가 이끄는 패션 전문 기업 오브제와의 인수 합병도 이슈였지만 인수금 500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SK네트웍스는 오브제가 보유한 「오브제」 와  「오즈세컨」 「클럽모나코」 3개의 브랜드와 「와이 앤 케이」 「하니와이」 글로벌 브랜드 2개를 확보하고 본격적인 여성복 시장 공략에 나섰다. 또한 강진영, 윤한희 디자이너는 SK네트웍스의 자회사인 오브제뉴욕의 대표와 감사로서 글로벌 패션 사업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로 활동할 계획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인수 합병후 서로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두 디자이너는 SK네트웍스와 결별한 상태이다. 현재는 강진영, 윤한희씨가 빠진 오브제를 새로운 디자이너들이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한 후 전개중이다.

「오브제」는 강진영 디자이너 본연의 감성을 잃어버리고 브랜드 아이덴터티가 희석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오즈세컨」은 SK네트웍스로 넘어오면서 좋아진 케이스이다. 좀 더 대중화된 브랜드로 성장해 영캐릭터캐주얼 조닝의 리딩 브랜드로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중국 패션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브랜드 설립자가 손을 뗀 상태의 M&A 후 브랜드 전개에 대해 반쪽짜리 성공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평이다. 

SK네트웍스에게 짊어진 숙제는?

한편 SK네트웍스는 오브제와의 M&A 성공 여부를 떠나서 여성복 시장의 재패를 새롭게 꿈꾸며 한섬과의 인수 합병을 체결했다. 이로써 SK네트웍스는 「오브제」와 「오즈세컨」외에도 한섬의 「타임」 「마인」 「시스템」 「SJSJ」등을 갖추게 되면서 대기업 중 여성복 최다 보유 기업이 되고 남성복 「타임옴므」 「시스템옴므」와 수입 브랜드 「랑방」 「셀린느」 「끌로에」 등 다양한 컨셉트와 복종을 가진 최강 패션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SK네트웍스는 지난해 매출을 기준으로 봤을 때 2천748억원에서 한섬의 힘이 더해지면서 7천382억원으로 3배 가까이 매출 규모가 커진다.  

이는 많은 브랜드를 보유하고 특히 여성복 비중이 높은 SK네트웍스는 타 대기업에 비해 그만큼 리스크도 떠안게 된다는 의미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두터운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한섬 마니아들의 테이스트를 브랜드 아이덴터티를 지켜가며 SK네트웍스만의 문화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덧입힐지가 관건이다.

또한 여성복은 빠른 기획력과 대응력, 감성을 중시하는 디자인으로 전형적인 중소기업형 복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것이 SK네트웍스가 풀어내야 할 숙제로 남는다.  <박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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