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0-08-30 |
패션시장, 대기업 권력이동 본격화되나?
대기업 문어발식 사업 확장, 패션산업 발전 득과 실 공존
인수합병을 통한 대기업의 문업발식 패션사업 확장이 지속되고 있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해외 대형 브랜드의 공세와 경기불황으로 인한 매출 침체를 이기지 못한 중소규모의 패션기업이 대기업에 결국 경영권을 넘기는 등 대기업 패션시장 재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세대 패션기업들이 하나 둘씩 도태되면서 패션 전문기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과 함께 그들이 생존하기 위한 전략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따라서 본지는 대기업으로 재편되는 패션시장 권력구조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패션전문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해법과 성장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패션시장의 권력구조가 패션 대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올해들어 토종 패션기업「쌈지」와 「톰보이」가 무너지고 여성복 최고기업 한섬이 SK네트웍스에 매각결정이 기정사실화되는 등 1세대 패션기업들이 하나 둘씩 도태되면서 패션시장 권력 이동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고 패션산업 자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사뭇 회의적으로 바뀌고 있다.
최고의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 브랜드 파워를 통해 불황에도 흔들림없는 절대우위의 기반 구축과 연간 500억 이상의 순이익을 내는 한섬도 결국 대기업의 자본과 힘의 논리에 굴복한 것이 패션시장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고 또 제2의, 제3의 한섬이 나올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시장, 대기업으로 권력구조 재편되나
톰보이와 쌈지가 수익성이 없는 무리한 사업확장과 패러다임 전환기에 체질개선을 못한데 실패 이유가 있지만 한섬은 최고의 자리에서 탄탄대로를 걸어온 우량 패션기업으로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았으나 한섬 또한 내부적으로 경영 시스템이 오너 독주체제로 집중화, 편중화돼 결국 당대에서 끝날수 밖에 없는 한계를 나타낸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룬 대기업들은 거대 자본을 들여 기업의 신성장을 위한 사업확장이라는 명목으로 자본이 부족한 유망 중소기업의 무차별 M&A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으로 중무장한 대기업들이 수익개선과 사업다각화 또는 캐시카우를 확장하기 위해 유망 중소 패션기업 M&A를 통해 패션시장의 파이를 나눠먹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기업의 패션시장 진출이 차단되고, 그동안 패션시장을 이끌어왔던 중소 패션기업들이 자연스레 도태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3~4년전부터 물밀듯이 밀려오는 해외 대형 브랜드의 공세로 매출에 타격을 받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경기불황으로 인한 매출 침체를 이기지 못하는 체력을 지닌 중소규모 패션기업의 경우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상당수가 대기업으로 M&A되었으며 앞으로도 대기업의 문업발식 패션사업 확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패션사업 확장 득인가! 실인가?
특히 그동안 그동안 유일하게 대기업의 힘이 미치지 못한 여성복 시장에 대한 대기업의 무차별적 M&A와 적극적인 사업확장에 대해 사업 다각화냐, 문어발식 확장이냐의 잡음과 함께 과연 전체 패션산업의 발전에 약이될지 독이될지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의 중장기적 투자를 통한 글로벌 브랜드 도약 가능성과 대기업의 패션사업 확대가 고급 인력 확보가 용이해 다양한 인재를 패션산업으로 참여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패션산업 초창기의 감성과 장인정신에 입각한 고유의 차별화된 전문성이 실종되고 패션시장 자체가 한단계 후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M&A를 통해 여성복 사업을 확장한 업체들의 경우 여성복 고유의 감성과 열정에 대한 애착 없이 단기적 수익성에만 집착함으로써 점차적으로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시장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어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대기업 비즈니스로 통하는 남성복과 스포츠, 아웃도어, SPA 복종과 달리 여성복은 창의성을 갖춘 유망 중소기업이 다져놓은 상품력의 가치를 숟가락만 얹어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고 무리한 몸집불리기보다 상품력과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질적 성장이 우선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M&A를 통해 일약 성장한 기업들이 있는 반면 잘못된 M&A가 ‘독이 든 성배(聖杯)’로 작용, 인수기업을 흔들 정도로 부메랑으로 돌아온 경우도 많다.
FnC코오롱의 캠브리지 인수는 남성복에서의 양사 합병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었지만 이랜드그룹의 데코와 네티션닷컴, SK네트웍스의 오브제 M&A에 대해서는 정통 여성복에 대한 시스템 기반이 없어 통합 시너지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는 평이다.
대기업 여성복, 승산있는 싸움인가?
이랜드그룹이 인수한 데코와 네티션닷컴 소속 브랜드의 경우 수익성 측면의 성과를 거두었을 지 모르나 두 회사 보유 브랜드가 갖는 브랜드 가치와 핵심 경쟁력이 저하됐다는 평가와 함께 SK네트웍스가 인수한 오브제 역시 강진영, 윤한희씨와 인수합병 1년반만에 결별했다.
SK네트웍스와 오브제는 글로벌 브랜드 육성이란 목표하에 대기업과 패션전문기업이 우호적 인수합병으로 손을 잡았으나 결국 양측의 시각이 엇갈리면서 결별로 이어졌고 디자이너 강진영, 윤한희가 없는 「오브제」「오즈세컨」「하이와이」의 독창성과 고유의 캐릭터 감성이 희박해져 과거 이들 브랜드가 갖는 브랜드 명성과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따라서 SK네트웍스는 한섬 인수와 관련 대기업 여성복 M&A 이후의 성과에 대해 또한번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한섬의 성장동력 원천인 정재봉 사장의 경영관리 능력과 문미숙 이사의 디자인 역량 등 두사람에 집중된 '투톱시스템'을 극복하기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4천억원대의 높은 인수 금액으로 인해 SK네트웍스가 인수효과를 거둘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특히 대기업이 디자인과 트렌드에 민감한 여성복 사업 비중을 높게 가져간다는 점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정재봉 사장과 문미숙 이사의 경영과 디자인 파트의 역할 공백을 메우고 지금처럼 한섬을 여성복 1위 업체로 유지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기업 중심의시장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소 패션 기업 입장에서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대기업과 자웅을 겨루기보다는 틈새 시장 공략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여성복 전문기업이 유리하다(?)
대기업 조직의 특성상 내적 인프라 구축을 통한 사업성에 대한 타당성만 입증되면 현재 국내 최고의 위상을 구축하고 있는 여성복 회사의 M&A나 인적 자원에 대한 인력 스카우트를 통해 빠른 시간내 대기업 주도의 여성복 시장 재편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복 사업은 빠른 기획, 빠른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한 탄력적 시장 대응과 독립적 운영이 가능한 중소 전문업체가 훨씬 더 유리한 업종이었으나 최근들어 대기업은 여성복에 약하다는 속설을 깨고 여성복 시장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의 장점을 이식한 조직문화 전략과 의사결정의 단순화를 통해 급변하는 패션시장 환경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해 여성복에 대한 성과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
제일모직 「구호」가 대표주자로 매년 20~60%의 신장률을 보이며 여성복 최고 브랜드로 평가받는 등 성장세를 걷고 있다.「구호」는 대기업의 자본과 마케팅력을 통한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시키고 정구호 디렉터를 전면에 내세워 시너지를 극대화시키는 구조를 정착시켰다.
이외에 LG패션, SK네트웍스, FnC코오롱 등도 몇 년전부터 수입을 포함해 라이선스, 자체개발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여성복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대기업과 일대일로 붙기보다는 중소 전문업체의 경우 유연하고 신속한 시장 대응능력과 소싱과 유통 등 개별 기업 성향에 맞는 특화된 기능을 앞세워 승부하는 전략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류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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