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2010-08-11

백화점과 글로벌 SPA, 공생(共生)가능한가?

백화점 떠나 가두상권 SPA 매장으로 고객 이동


백화점 유통업체, 글로벌 SPA 브랜드 공습에 대한 대항력 갖췄는가?
「유니클로」의 성공적인 국내 안착 이후 「갭」 「자라」 「포에버21」「망고」 「H&M」에 이어 「애버크롬비 & 비치」까지 국내 직진출을 가시화시키자 백화점 유통업체들도 이들 브랜드에 대응한 MD경쟁력과 소비층 이탈에 대한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매장구성에 대한 자율권과 통제권을 갖고 대형 매장을 추구하는 글로벌 SPA 브랜드 대다수가 백화점 유통 입점을 꺼려하고 대형상권을 중심으로 한 가두매장이나 대형 쇼핑몰 등지로 매장을 공격적으로 오픈, 백화점 유통을 위협하는 거대 유통브랜드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영플라자 위상 추락했다

특히 글로벌 SPA 브랜드가 들어서는 도심상권의 경우 막강한 고객 흡인력으로 백화점 고객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침체되었던 스트리트 매장을 활성화시킬 정도의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명동상권의 경우 글로벌 SPA가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을 위협하는 수준의 유통 경쟁자로 부상했으며 백화점의 절대권력과 영향력이 감소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규격을 적용한 쾌적한 쇼핑환경과 백화점 이상의 매장 서비스, 유연한 반품과 환불, 수선 정책 등은 백화점에 비해 뒤질것이 없다는 소비자 인식을 심어주며 백화점을 위협하고 있는 것.

 특히 글로벌 SPA 브랜드의 공격적 사세확장은 국내 패션 유통의 중심을 백화점에서 가두상권으로 옮겨놓을 정도다. 글로벌 SPA 브랜드가 밀집된 명동상권은 과거 마케팅과 홍보를 위한 플래그십 스토어 역할이 강했으나 지금은 매출, 마케팅, 홍보 등 다각적인 브랜드 파워를 과시하며 수익까지 챙기는 거대상권으로 변모했다.

이에 따라 명동상권 최대 영캐주얼 전문점으로 승승장구했던 영플라자의 위상은 글로벌 SPA와 스트리트 매장으로 주도권을 뺏기고 입점된 내셔널 브랜드들이 효율 저하로 매장 철수 의사를 밝힐 정도로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대다수 입점 브랜드들이 전년비 20~30% 역신장 추세를 보이는 등 비효율 매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8년 4월 롯데백화점과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시장에 진출한 「자라」는 코엑스점과 롯데 영플라자 매장을 동시오픈,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으나 명동 스트리트 상권이 활기를 띄면서 급격한 매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당시 10여개가 넘는 영캐주얼 브랜드를 철수시키며 300여평 규모로 롯데 영플라자에 입점한 「자라」는 오픈이후부터 지난 2009까지 월평균 9억~15억원 정도의 매출을 유지해왔다.

「자라」영플라자점, 올 상반기 32% 역신장

그러나 올해들어 「H&M」「포에버21」「망고」등 다국적 SPA브랜드가 명동상권에 포진하면서 영플라자 「자라」매출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총 43억6천만원을 기록, 월평균 7억2천만원대로 전년비 32%의 역신장을 보였다. 절대적인 매출에 있어서도 인근 명동 스트리트에 있는 매장에 비해 절반이상 적게 나오고 있다.

명동 엠플라자가 월평균 17억원, 눈스퀘어가 14억원으로 영플라자에 입점된 「자라」에 비해 월등한 매출 우위를 기록, 백화점의 위력이 점점 통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H&M」역시 영플라자의 명성을 약화시키는 절대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2월 국내 시장에 입성한 「H&M」은 현재 눈스퀘어 1호점이 월 평균 25억원에서 30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명동 중앙로에 2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어 향후 롯데백화점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 안양점 역시 비슷한 실정이다. 안양점은 영캐주얼 브랜드 5개를 철수하고 200여 평 규모의 매장을 「자라」에게 내줬으나, 올 상반기 매출액은 총 9억7천만원으로 월평균 매출은 1억 6천만원을 기록, 기존 내셔널 브랜드의 1/3도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셔널 영캐주얼 브랜드들이 월평균 8천~1억정도의 매출을 올렸던 것에 비해 실효성이 현저하게 떨어져 결국 롯데가「자라」의 한국 정착을 도와준 셈”이라며 “롯데입장에서는 실익과 효율면에서 몇배 손해보는 장사였다”고 말했다.

백화점 고객이 가두상권 SPA매장으로 옮겨간다

 
글로벌 SPA의 백화점 수수료는 18~20% 정도로 국내 브랜드의 수수료가 최소 32%에서 37% 정도임을 감안하면 내셔널 브랜드 2배 이상 능가하는 매출이 나와야 효율을 거둘 수 있다. 글로벌 SPA 브랜드의 까다로운 입점 조건을 수용하고, 더 큰 시너지와 수익을  모색했던 백화점 입장에서는 황망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백화점 유통업체가 까다로운 입점조건과 낮은 수수료를 적용해 효율과 수익성이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SPA 브랜드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이들 브랜드가 가진 집객력과 국내 패션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글로벌 SPA 브랜드의 시장 규모는 1조원 대로 추정된다. 백화점 매장은 글로벌 SPA 브랜드가 추구하는 유통 조건과 역량을 수용하는 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일부 백화점들은 백화점 인근에 복합쇼핑몰을 구성, SPA 브랜드를 별도 운영해 기존 백화점이 가지는 럭셔리의 가치를 이어가면서 트렌디하고 합리적인 패스트 패션을 모두 수용하기도 한다. 또 소규모의 지방백화점의 경우 고객 집객효과가 큰 글로벌 SPA 브랜드를 적극 유치해 자체 유통점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SPA 전문관 오픈 가속화

롯데백화점은 올 하반기에 SPA 전문관 오픈을 가속화시킨다. 본관과 신관이 있는 더블 점포를 중심으로 SPA 전문관이 오픈되며 광복점 신관이 대표적으로 MD 테스트에 돌입한다. 오는 8월 오픈되는 광복점 신관에 「유니클로」「자라」「망고」「갭」매장과 내셔널 브랜드 메가숍「T.I 리버티」「더디키즈」 「탑걸」등을 입점시킬 계획이다.

「유니클로」는 신관 2층에 2,314㎡(약 700평) 규모로 단독 오픈하며 또한 「자라」1,652평방미터(약 500평), 「갭」 826평방미터(약 250평), 「망고」 495평방미터(약 150평) 규모로 오픈된다. 새로 오픈하는 청량리 역사점은 「자라」「유니클로」 등 글로벌 SPA 브랜드와 「지오다노」 「폴햄갤러리」「더디키즈」「티니위니 스튜디오」 등 메가숍과  롯데백화점의 특화 편집숍 등을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오는 연말경 2개 층이 늘어나는 영등포점도 캐주얼 브랜드의 대형 메가숍을 구성할 예정이며 내년 초 확대 오픈하는 잠실점은 백화점과 롯데마트 사이의 롯데월드 쇼핑몰 1, 2층을 SPA 브랜드 전문관으로 오픈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유통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SPA 브랜드 선전에 맞추어 20~30대 고객층을 롯데백화점에 흡수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인천점에 「H&M」입점을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는 소문이 확산되는 등 국내 백화점들이 글로벌 SPA브랜드와 손을 잡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백화점 지방 점포가 까다로운 요구 조건과 수수료 문제를 감내하고 글로벌 SPA 브랜드를 유치하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백화점유통, 결국은 내셔널 브랜드 육성이다

‘결국은 내셔널 브랜드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백화점 유통을 겨냥한 신규 브랜드 개발을 적극 독려하고 수익 창출이 가능한 지원 시스템을 마련, 중장기적으로 공생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대다수 기업들이 몇 년동안 백화점 유통을 대비한 신규 브랜드 개발 의지를 상실해 시즌별 백화점 MD개편이 무의미해진지 오래다.

만성적인 적자구조는 패션기업의 신규사업 의지를 꺽어놓았고 이는 백화점 유통의 매장공백으로 이어져 전체 패션시장이 양적, 질적 성장한계에 직면하는 문제점을 노출하게 됐다. 글로벌 SPA 브랜드의 거센 도전과 공격적인 사세확장은 국내 패션기업을 위협하는 수준을 넘어 백화점 유통에도 위협적인 존재다. 글로벌 SPA 브랜드가 집객력을 높이고 화제를 불러 일으킬 매력적인 존재임은 분명하지만 그들의 존재가 백화점에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이 될지는 앞으로도 지켜봐야 할 문제다. <류숙희,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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