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2010-03-15

이랜드 직매입 백화점 성공할까?

유통 시스템 전환으로 빅3 백화점에 도전장


최근 이랜드가 새로운 유통 형태의 백화점 진출을 한다고 선언한 이후에 국내 패션유통시장은 온통 이랜드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이랜드 그룹이 기존 백화점 영업 시스템과는 다른 직매입 시스템으로 백화점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함에 따라 유통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랜드는 기존 유통업체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던 직매입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내세워 공격적인 영업에 돌입한다. 이는 직매입 거래형태로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차별화된 상품을 제안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메머드급 유통파워로 국내 패션유통계를 좌지우지 하고 있는 롯데, 신세계, 현대 빅 3체제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이랜드의 직매입 백화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기존 백화점과는 달리 유통 단계를 줄이고 수수료 거품을 제거한 선진화된 시스템으로 빅3독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유통 흐름에 대한 기대로 환영한다는 입장과 MD의 어려움과 새로운 유통체제의 인프라 및 직매입 바이어 부족 등 시스템이 완벽하게 구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부정론이 맞서고 있다. 또한 업체들이 이랜드 백화점 입점에 있어 기존 메이저 백화점과의 마찰과 방해공작에 대한 우려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랜드, 직매입 백화점으로 차별화 전략 구축  

이랜드는 1994년 유통업체 최초로 ‘2001아울렛’을 선보이며 새로운 유통채널로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이에 이랜드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까지 세력을 확대해나가며 아웃렛 사업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점차 중소 아웃렛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남에 따라 아웃렛 시장은 과잉 경쟁에 돌입했고 롯데, 신세계, 현대 빅3 백화점이 아웃렛 사업에 진출하면서 결정타를 맞게 됐다. 특히 신세계를 비롯한 롯데의 잇따른 아웃렛 진출은 이랜드가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신세계 첼시 여주점은 해외 명품 브랜드의 비중이 높아 국내 아웃렛이 타격을 덜 받은 반면 내년 말 오픈 예정인 파주점은 내셔널 브랜드 비중을 20%에서 40%로 끌어올릴 예정이어서 더욱 위협적인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랜드는 빅3의 아웃렛 진출로 마켓 점유율 축소와 MD의 어려움으로 인해 빅3와 차별화된 중가형 직매입 백화점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 그룹의 직매입 백화점 사업은 상품 가격 책정 및 운영방식에서 기존 백화점과 전혀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또한 선진 백화점의 강점을 접목해 기존 백화점 수준의 쇼핑 환경과 서비스에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운 중가형 백화점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기존 백화점의 수수료 방식 대신 유통사가 상품 구입에서 판매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직매입 체제를 본격 가동한다는 것이다. 이랜드의 직매입 백화점은 유통 단계를 줄여 수수료의 거품을 뺀 가격으로 선보인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재고 상품도 유통사가 부담함에 따라 공급 업체의 안정적인 이윤 확보와 향후 상품의 완성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형태는 일본이나 미국에서 시도하고 있는 유통방식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일본과 한국에 비해 오랜 역사를 가진 미국의 백화점은 상품에 대한 지식과 판매 기술에 대한 노하우로 직매입 거래가 주를 이루고 있다. 미국 백화점의 상품 구매는 백화점 본사 내의 구매 부서 또는 벤더업체를 통하거나 상품 구입만 전문으로 하는 별도 자회사를 둬 구매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직매입 비율은 90%에 달할 정도로 전문화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랜드도 국내에선 시도되지 않은 외국의 선진화되고 차별화된 시스템으로 직매입 백화점을 이끌어 갈 계획이다.              

또한 입점 브랜드는 A급 내셔널 브랜드로 기존 백화점과의 차별성과 중복을 피하기 위해 패션 업체에게 세컨 브랜드 출시를 요구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브랜드의 직소싱과 컨셉트화를 통해 고객의 선택의 폭을 넓혀줄 계획이다.

또, 이랜드 자체적으로 「스파오」 「미쏘」뿐만 아니라 백화점 수준에 맞는 소재와 디자인을 고급화한 PB 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며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대중적인 ‘오뜨꾸띠르’ 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랜드는 꼼꼼한 선정 작업을 거쳐 도덕적이고 사회 공헌도가 높은 국내 디자이너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인성과 능력을 고루 갖춘 국내 디자이너를 중요시하는 기업의 문화가 반영된 것이다.

또한 이랜드 직매입 백화점 1호점을 어디에 낼 것인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르면 올 상반기에 기존 점포 중 1곳을 시범적으로 직매입 백화점으로 선보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망에 오른 곳은 뉴코아 강남점 2동 중에 한 곳과 일산점, 부천 뉴코아소풍 등이다.           

빅3의 직매입과 PB상품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나

이랜드 직매입 백화점이 화두로 떠오름에 따라 기존 백화점의 직매입과 PB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뜨거운 감자인 직매입의 거래형태는 백화점에서 소비자가 요구하는 상품을 직접 특정 상품의 공급처와 계약을 체결하고 상품을 고객에게 판매하는 형태이다. 또한 판매 후 재고 상품에 대한 책임은 백화점이 지게 된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 백화점이 간헐적으로 직매입 형태로 운영하는 상품은 제고 상품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기 아이템 위주로 소량만 바잉하고 있다. 하지만 백화점에서 차별화 전략으로 시도한 직매입이 시즌별 인기 아이템에 집중하다보니 각 백화점마다 중복되는 아이템이 많아지고 전체적인 물량이 많지 않아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도 생겨나고 있다. 이에 따라 백화점 바이어들은 차별화된 상품을 위해 적극적으로 브랜드에 상품을 제안하고 있다.

남성 캐릭터 캐주얼 「본」 은 롯데 백화점 30주년 프로모션 행사로 여성 수트 ‘위트’를 출시했고, 현대 백화점은 「지이크」, 「엠비오」, 「킨록 by 킨록앤더슨」, 「파코라반」, 「지오지아」 등은 취업용 양복 '리크루트 수트'를 선보여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백화점의 이미지와 영업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PB(Private Brand)의 상품을 직매입?직수입 상품을 전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백화점들간의 차별화 전략이 PB브랜드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그 중 가장 먼저 경쟁에 뛰어든 롯데 백화점은 일본 마루이 백화점 PB상품이었던 「타스타스」를 들여와 시작을 알렸고 남성 드레스셔츠 「헤르본」, 여성 캐시미어 니트인 「니트앤노트」까지 전개하며 PB상품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현대 백화점은 남성복 PB상품 위주로 전개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선보인 넥타이 브랜드「어번-H」을 올해 남성 액세서리 부분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해 말부터 팝업스토어에서 선보인 남성용 속옷 「수완」은 올해 오픈 예정인 일산 킨텍스점 란제리 편집매장 메인 코너에서 정식 판매될 예정이다.  

신세계 백화점은 자체 명품 편집숍인 「트리니티」에서 니트와 악어백을 선보이며 타 백화점과는 다른 고급화로 차별화를 지향하고 있다.
 
이랜드 직매입 백화점 성공 가능성 여부는?

기존 백화점의 거래 형태인 특정 매입으로 35~37%의 높은 수수료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해왔던 업체들은 이랜드가 제시하는 직매입 백화점에 대해 관심을 표하고 있다.

이랜드의 직매입과 프리미엄 PB로 이뤄진 백화점은 유통업체, 브랜드, 고객 모두 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백화점들이 고수하던 수수료 방식에서 벗어나 직매입이라는 히든 카드를 통한 물량 확대로 생산 비용이 줄어들어 합리적인 가격에 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대로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도 직매입과 PB에 대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지만 이 두 가지를 내 걸고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이랜드 백화점이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이것이 유통 혁신까지는 아니더라도 근본적인 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있는 키워드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에 따른 문제점과 우려도 지적되고 있다. 먼저 빅3의 PB가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이랜드의 프리미엄 PB에 대해서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는 것이다. 현재 이랜드 그룹에서 전개하고 있는 자사 브랜드들이 많긴 하지만 직매입 백화점을 기존 자사 브랜드로만 채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브랜드 입장에서는 기존 백화점과 중복되지 않고 차별화를 위해 세컨 라인이나 이랜드 직매입 백화점 전용 상품을 개발하는 것도 여러모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연내 10개 이상을 오픈 예정으로 하고 있지만 직매입이 가능한 브랜드와 상품이 절대적으로 열악한 상태에서 이러한 시도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또한 빅3 백화점에 비해 바잉파워가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패션업체와의 협력은 미약할 수 밖에 없는 상태이다.

또, 패션업체들은 이랜드가 직매입 백화점에 대한 체계적인 기준이 아직 미비한 상태라 시스템 확립 후 입점을 고려해보겠다는 입장도 나타내고 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국내 최초의 이랜드 직매입 백화점, 백화점계의 새로운 신화로 불리울지 이슈로 끝날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박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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