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2010-03-15

글로벌 SPA가 국내 백화점 위협한다

「H&M」의 충격 … 가두상권·복합 쇼핑몰 패션 경쟁력 강화 효과


지난 2월 27일 「H&M」 1호점이 명동에 등장했다. 「유니클로」 「자라」 「갭」에 이어 「H&M」까지 가세함에 따라 명동 상권은 글로벌 SPA 브랜드들의 격전지로 탈바꿈했으며, 과거 마케팅 효과를 위한 플래그십 스토어 전문 상권에서 벗어나 수익 상권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백화점 유통에 밀려 가두 상권의 몰락을 대표했던 명동은 이들 글로벌 SPA 브랜드와 가두 시장의 경쟁력 회복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상권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패션 시장에 잇따라 선보인 이들 글로벌 SPA 브랜드들은 국내 패션 시장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글로벌 SPA 브랜드로 인해 활기를 띠는 상권은 비단 명동 상권뿐만이 아니다. 전국 주요 상권의 중소형 쇼핑몰부터 초대형 복합 쇼핑몰에 이르기까지, 집객을 담당하는 것은 대부분 이들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다. 이들로 인해 ‘몰링’ 트렌드가 확산됐으며, 중소형 쇼핑몰들이 보세숍에서 벗어나 브랜드 유치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선보이는 유통 전략은 백화점의 막강한 유통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타 유통의 미흡했던 패션 경쟁력을 강화시키며 유통 다변화를 이끌고 있다.

백화점 유통과 백화점 유통이 아닌 브랜드로 이분화됐던 국내 패션 시장은 이들 글로벌 SPA 브랜드의 등장으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이며, 이미 「유니클로」 「자라」 등의 런칭과 함께 일부 가두 상권과 중소형 쇼핑몰의 경쟁력이 강화된 가운데 「H&M」이 유통 변화의 기폭제가 될 것인 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통 세분화 앞당기는 글로벌 SPA 브랜드

국내 패션 유통 시장은 패션 스트리트의 부재, 국내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소비 취향, 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 규모 등으로 글로벌 SPA 브랜드들에게는 수익성이 높지 않은 시장이었다. 특히, 백화점 위주의 유통 환경과 높은 부동산 비용은 글로벌 SPA 브랜드에게 높은 진입 장벽이 됐다.

그러나 대형 유통사와 합자 형태로 진입한 글로벌 SPA 브랜드들은 그동안 진입 장벽으로 여겼던 백화점 유통에 대한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며 국내 진출을 급속화 시켰다. 신세계의 「갭」, 롯데의 「유니클로」와 「자라」 등 대형 유통사와 합자 형태로 국내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SPA 브랜드들은 백화점 입점에 유리한 위치에서 국내 전개를 시작했다.

백화점 유통을 통해 국내 시장에 등장한 이들 글로벌 SPA 브랜드들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낯선 브랜드 인지도가 백화점의 인지도로 인해 상쇄되는 효과를 얻으며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이후 글로벌 유통 정책에 따라 가두시장, 쇼핑몰, 할인점 등을 특정 유통 채널이 아닌 상권에 따른 입점 전략을 선보이며, 유통 다변화 효과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 글로벌 SPA 브랜드들은 낮은 백화점 수수료로 국내 패션 브랜드에 비해 유리한 고지에서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할인점, 가두점 등 유통의 경계를 넘나들며, 브랜드 수익을 제고시키고 있다.
또한,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초대형 매장은 입점 상권의 지도를 변화시키며, 할인점, 가두점의 경쟁력을 제고 시켜 백화점 유통을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로 성장시키기에 이르렀다.

백화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한 글로벌 SPA 브랜드가 유통 다변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며 백화점의 대안 유통 탄생의 매개체가 된 상황이다.

백화점 유통, SPA를 고민하다

글로벌 SPA 브랜드는 백화점에게 큰 숙제가 되고 있다. 글로벌 SPA 브랜드를 입점시키기에는 낮은 수수료율로 인한 수익이 저하가 염려되고, 입점을 포기하기에는 이들 브랜드의 집객력과 국내 패션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 큰 상황이다.

어려운 경기로 인해 중단 브랜드가 속출하는데 반해 신규 브랜드의 런칭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글로벌 SPA 브랜드에 대한 백화점의 고민을 증가시키고 있다. 대체할 브랜드가 없으니 입점시켜야하고, 그러자니 덩어리가 너무 큰 이들 브랜드로 인한 평효율이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게다가 37%에 가까운 국내 패션 브랜드의 수수료에 비해 10%대의 낮은 수수료율은 백화점이 선뜻 글로벌 SPA 브랜드에게 손을 내밀지 못하게 만드는 상황이다.

현재의 이러한 상황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결국 백화점이 글로벌 SPA 브랜드를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입점시킬 브랜드도 없고, 타 유통 채널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상권의 규모가 작은 국내 패션 시장의 특성상 글로벌 SPA 브랜드와 백화점의 만남은 윈-윈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화점과 할인점, 가두점을 모두 공략하는 글로벌 SPA 브랜드의 시장 지배력 강화는 백화점 유통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타 유통 채널의 경쟁력 강화 효과를 모두 가져와 백화점 유통에게는 꾸준한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H&M」과 「유니클로」 패션 시장의 흐름을 바꾼다

지난 2월 27일 국내에 런칭한 「H&M」에 대한 업계의 반응이 뜨겁다. 업계 관계자들이 가진 글로벌 SPA 브랜드의 품질과 상품력에 대한 의구심은 매장 오픈과 함께 국내 패션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로 바뀐 상황이다.

총 4개 층, 2천6백평방미터의 매장에 여성복, 남성복, 유아동복과 언더웨어, 액세서리 라인을 모두 갖춘 「H&M」은 앞서 선보인 SPA 브랜드에 비해 상품 퀄리티와 디자인 경쟁력, 가격 경쟁력이 월등히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체 생산 공장이 아닌 각 지역 프로덕션 오피스를 통한 외주 생산은 상품 퀄리티와 디자인 경쟁력 확보에 특히 효과가 높으며, 다국적 건물주 또는 해당 지역 내 건물주로부터 임대 형식으로 운영되는 유통망은 비용 절감으로 인한 상품 가격 절감 효과로 이어진다.

「H&M」 1호점은 오픈 당시 기대 이상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올 가을 시즌 2호점 오픈 및 적극적인 유통망 확대를 계획 중이다. 「H&M」은 입점 상권의 조건에 따라 상품 라인을 탄력적으로 운영, 다양한 규모의 매장을 선보이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H&M」의 성공 가능성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유니클로」의 국내 시장 공략도 매우 성공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유니클로」는 백화점과 가두점을 넘나드는 유통 전략을 선보이는 대표적인 브랜드. 최근에는 현대백화점 천호점에 입점했으며, 타임스퀘어와 대전 세이백화점 등에 유통망을 추가하면서 총 46개의 유통망을 확보했다.

과거 저가 브랜드의 인식이 강했던 「유니클로」는 ‘+J’ 라인의 성공과 ‘UT’, ‘UJ’ 등의 상품 라인을 선보이며 패션 경쟁력을 꾸준히 강화하는 상황이다. 「유니클로」는 올 8월까지 총 54개 매장 확보 및 매출 2천3백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며, 2012년 목표인 국내 100개 매장 출점 및 매출 4천억원 달성으로 SPA브랜드 간의 경쟁 우위 및 국내 패션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 유통 시장 변화에 맞춰 새 판 짜야

현재 국내 시장에서는 「코데스컴바인」 「르샵」 「플라스틱아일랜드」 등이 한국형 SPA 시스템을 바탕으로 글로벌 SPA 브랜드와 맞서 선전하고 있으며, 지난해 이랜드가 「스파오」를 통해 본격적인 SPA 시장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또한 이랜드는 20대 여성을 겨냥한 SPA 브랜드 「미쏘」 런칭 계획을 발표하는 등 국내 기업들의 SPA 시장 공략에 대한 관심은 매우 뜨거운 상황이다. 인디에프의 「테이트」는 2015년 본격적인 글로벌 SPA 브랜드 출범을 위해 브랜드 라인 익스텐션 및 올 하반기 여성복 런칭 등을 고려 중에 있는 등 SPA 마켓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들 브랜드들은 글로벌 SPA 브랜드와 대응하기 위해 백화점과 가두점 영업을 병행하는 등 현재 한국의 유통 환경에 맞는 유통 전략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백화점을 통해 영업을 시작해 가두점으로 영역을 넓히거나 반대로 가두점에서 시작해 백화점에 입점하는 등 탄력적인 유통 전략으로 국내 패션 시장에서의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이들 국내 SPA 브랜드들은 기존 국내 의류 브랜드와 시스템이 명확히 다름을 알리기 위해 명동이나 복합 쇼핑몰 등의 입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이다. 결국 백화점 유통만으로는 SPA 시스템을 온전히 실현하기 어려우며, 향후 글로벌 SPA 브랜드와의 경쟁을 위해 대형 매장 운영 노하우 확보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의 유통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SPA 브랜드의 국내 진출로 인해 유통 시장의 변화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향후 국내 패션 시장은 유통 경쟁력 확보에 따라 그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브랜드들은 유통 시장의 변화와 글로벌 SPA 브랜드와의 경쟁을 위한 브랜드 역량 확보 및 비즈니스 모델 확립을 통해 유통 경쟁력을 강화해야만 달라진 패션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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