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0-03-15 |
소비자가 패션 유통 패러다임을 주도한다
스마트슈머, 가치소비, 소비문화 부상 … 다양한 니즈에 주목하라
‘100년만’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막대한 영향을 미친 글로벌 경제 위기,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빅뱅 시대의 개막, 전세계적으로 출몰하는 기상이변과 기후변화 등 생활 환경의 변화로 인해 소비 가치도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불황이 주는 결핍감과 모바일 혁명이 가져올 기대감, 합리적인 스마트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면서도 감성적 가치를 추구하는 욕구, 이러한 다양성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기존의 사고에서 벗어난 새롭고 다양한 방식의 소비 패턴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소비 패턴의 변화에 따른 유통 패러다임 변화는 당연한 결과다.
패션 유통의 경우 과거 백화점 위주였던 유통 주도권이 아울렛과 마트의 붐과 함께 사그라 들면서 유통의 양극화 현상을 초래했으며, 이후 오프라인을 뛰어넘는 온라인 쇼핑 서비스의 진화, 대형 쇼핑몰과 프리미엄 쇼핑 타운의 부상, 모바일 쇼핑의 등장, 글로벌 SPA 브랜드들의 본격적인 국내 시장 유입 등 유통 채널이 다양화, 다변화되면서 그 변화의 흐름은 겉잡을 수가 없게 됐다.
이같은 패션 유통의 변화된 패러다임, 모든 것은 한층 스마트하고 강력해진 소비자들의 시각에서 재정립되고 있다.
멋진 소비자, ‘스마트슈머(Smartsumer)’
불황과 모바일 혁명은 소비자를 더욱 스마트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사회 전반에 나타난 스마트 열풍으로 인해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내는 총명하고 민첩한 ‘스마트’한 방식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불황 속에서도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을 대표하는 신 소비계층으로 부상한 스마트슈머(smart+consumer)들은 단순히 절약하거나 저가의 대체 용품에 만족하지 않는다. 쓸 것은 쓰되 이를 통한 문화생활, 건강, 인테리어 등 부수적 효과까지 누리려는 일명 ‘똑똑한 소비자’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소비행태는 ‘불황형 실용주의’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최종적인 구매 동인으로서 ‘물리적 혜택’과 ‘감성적 혜택’을 동시에 얻고자 하는 소비자들을 기반으로 SPA 브랜드, 복합쇼핑몰과 같은 원스톱 쇼핑 형태가 부상하고 있다. 스마트 소비에 따라 유통 업태별로 목적 구매가 뚜렷해지면서 상품별 구매처도 차별화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로 인한 삶의 방식의 변화는 어플리케이션에 열광하고 스마트폰을 알차게 활용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창출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타블릿 노트북 등 첨단 IT 기기를 활용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능동적으로 설계하는 소비
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또 이들은 필요한 것은 넣고 필요 없는 것은 과감히 제외하는 실용적이고 효율성을 강조한 선택적 소비를 지향하면서, 소비는 더욱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개인화되고 있다. 특히 모바일족, 인터넷 쇼핑몰의 확산과 함께 소비와 가치의 다양성이 더욱 증가하고 소비자들의 힘이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보를 쉽게 찾고 활용할 수 있는 소비자들은 인터넷과 모바일의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소비 시장에 영향력을 높여가기도 한다. 이에 따라 발 빠른 패션 하우스와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리테일러 등이 디지털 미디어를 소비자들과의 소통 통로로 활용하는 등 스마트한 소비자들의 변화된 행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합리적 가치소비 강화
‘개성’과 ‘탈거품’으로 상징되는 가치소비는 스마트 시대의 개막과 함께 더욱 강화됐다. 소비자들은 무조건적인 저가격 지향이 아닌 가치에 비해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상품을 원한다. 특히 불황기 소비자들은 자신의 니즈를 더욱 비용효율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식, 즉 돈 값을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더욱 선호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하이엔드의 감성을 추구하면서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방식으로 소비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는 중산층 소비자들이 고품질을 찾아, 또는 감성적 만족을 얻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신(新) 명품 브랜드를 소비하는 ‘트레이딩 업(trading up)’ 현상을 낳았다. 높아진 소득 수준과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열망은 소비의 고급화를 초래했으며, 스타벅스와 커피빈, 일리 등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은 이제 보편화된 라이프 스타일로 정착했다.
가치 소비자들이 패션을 소비하는데 있어 ‘감성’은 곧 ‘자기 자신’이다. 따라서 공유될 수 없는 나를 상징하는 감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가치 소비의 행태로 나타나고 있다.
불황 속에서도 매출을 높여가는 명품 브랜드들과 세컨 브랜드의 인기, 매스티지 열풍, 글로벌 SPA 브랜드와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 패션 브랜드의 셀러브리티와의 콜라보레이션 라인 출시 등의 추세가 이러한 가치 소비 트렌드를 입증한다.
이처럼 자신 존중 욕구 충족의 성향이 강한 가치 소비 경향은 자신의 선택에 합리적인 동기를 부여하는 스마트한 방식으로 진화되고 있다.
‘FunFun’한 소비문화 정착
몰링과 팝업스토어
소비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 ‘서비스를 받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제 쇼핑은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잡았다. 소비자들은 직접 참여하거나, 혹은 문화로서 소비를 즐기고 있다. 이 같이 즐기는 소비의 욕구를 정착시킨 대표적인 사례가 몰링이다.
몰링은 불황의 여파로 인해 가족적 가치가 강화된 패밀리즘의 부상과 소비자들의 여가 선용의 방법으로 선택된 소비행태로, 재미와 엔터테인먼트가 쇼핑에 동반되는 특성으로 소비자들을 매료시켰다.
몰링의 부상으로 유통업체들은 쇼핑 공간을 문화공간의 이미지로 어필하기 위해 다양한 컨텐츠를 개발하고 마케팅을 펼쳐왔다. 이미 유수의 백화점들은 ‘라이프 스타일리스트’로서 캐치프레이즈를 강화해 유통 환경을 개선하고 서비스를 특화하는 등 소비문화의 형성을 주도해왔다. 휴식, 엔터테인먼트 공간의 확대는 소비자들의 점 내 체류 시간을 연장시키고, 추가 매출을 내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
이와 함께 그 동안 수용하지 못했던 10~20대 젊은 소비자들을 흡수하기 위해 ‘영 플라자’, ‘유플렉스’, ‘영 패션관’ 등을 특화해 몰링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종합쇼핑 공간과 엔터테인먼트의 제공을 통해 그들과 소통하고 소비문화의 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이 같은 몰링은 대형 복합쇼핑몰 등 신개념 매장들의 출점이 확대되면서 앞으로도 유통계의 지속적인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짧은 시간 동안 브랜드의 프리미엄 오리지널리티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게릴라식 컨셉트 숍인 팝업스토어의 활약도 주목된다. 해외에서 「프라다」「꼼므데가르송」「갭」「유니클로」 등의 주도로 시작된 팝업스토어는 국내에서도 「나이키」「구호」「테이트」 등 많은 브랜드들이 선보이면서 하나의 유니크한 유통 형태로 자리잡았다.
다양한 이벤트와 문화를 제공하는 팝업스토어는 볼거리와 재미,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이를 통해 상품은 물론, 브랜드의 문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면서 즐거움을 얻고 있으며, 핫 플레이스로서 팝업스토어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팝업스토어는 소규모지만 까다롭고 수준이 높아진 소비자들의 패션 취향을 충족시키고 그 자체가 리미티드 에디션의 인상을 준다는 긍정적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CJ오쇼핑, GS샵 등 홈쇼핑 채널들의 변화도 주목된다. 이들은 홈쇼핑이라는 한정적인 유통에서 벗어나 온라인, 오프라인, TV 통합 연계를 강화하고, 토크쇼 형식의 스토리텔링 쇼핑 방식을 선보임으로써 새로운 소비 문화를 형성하는데 동참하고 있다. 이처럼 소비의 패러다임은 이제 문화로서 확대·해석되고 있다.
오리무중… 모호한 소비자
다양한 소비 패턴의 공존
인터넷과 모바일 테크놀로지는 국적의 의미가 없어진 소비자, 기존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모호한 소비자들을 양산했고, 이들은 물리적인 환경을 넘어 소비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러한 추세로 앞으로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며,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특정 집단이나 시장에서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소비 현상인 ‘이머징 이슈(Emerging issue)’도 소비 트렌드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옮겨 다니며 새로움을 얻는다. 더욱 쉽고, 빠르고, 현명하게 꼼꼼한 소비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소비를 통해 즐거움과 건강함에 대한 관심, 정신적 풍요로움까지 얻고자 한다.
더 이상 소비자들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충성하지 않는다. 그들은 온·오프라인 채널을 모두 활용해 매력적인 조건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상관없이 소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소비자들을 겨냥해 등장한 백화점의 온라인 백화점몰의 신장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백화점몰은 지난해 의류 판매채널의 블루 오션으로 떠오르며 백화점이 가지는 상품에 대한 신뢰감이 인터넷 쇼핑에 익숙한 소비자들과 만나 매출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오픈 마켓과 전문쇼핑몰 등도 백화점몰과의 제휴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와 같이 다양한 소비자들을 유입하기 위해 유통업체들은 각각의 소비자들에게 적합한 프라이빗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패션산업은 어제의 영광이 오늘도 지속될 수 없는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있으며 언제라도 변화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패션 브랜드와 유통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의 변하는 니즈에 주목해 계속해서 새로운 컨텐츠를 개발하고, 솔루션을 제시해야 한다.
제품을 제공하는 차원이 아닌 제품을 통해 어떠한 경험을 하느냐의 문제가 변화된 소비가치의 키워드다. 이제 패션 유통은 해결사가 되어야 한다. <김은영>
- <저작권자(c) 패션엔미디어, www.fashionn.co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