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0-03-15 |
백화점 유통, 역사적 변곡점에 서있다
시대적 변화에 걸맞는 운영 시스템 전환 등 유통 대혁신 필요
무소불위의 독선과 횡포를 누렸던 국내 백화점 유통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역사적 변곡점에 서있다. 「유니클로」「자라」「H&M」등 거대 글로벌 SPA 브랜드의 거센 도전과 공격적인 사세확장은 국내 패션기업을 위협하는 수준을 넘어 백화점 유통의 근본적인 운영방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수준의 핵폭풍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형마트 사업과 점포확장 등 몸집불리기에 따른 극복방안을 넘어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방향설정이 필요해졌으며 과거의 방식과 틀을 고수하기보다 좀더 진화된 형태의 유통 대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본지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국내 패션기업이 백화점 유통의 진정한 파트너로 상생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문제점과 갈등 극복을 위한 요소, 대안 등을 짚어보고 문제해결에 대안 도움을 주고자 한다.<편집자주>
국내 패션유통의 절대강자로 자리잡았던 백화점 유통이 역사적으로 다시 한번 일대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국내 백화점들은 그 동안 독점적 지위를 고수하며 성장을 유지해왔으나 업태 간,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고 아웃렛, 홈쇼핑, 온라인몰과 모바일 쇼핑 등 신유통의 부상으로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으며 특히 H&M을 비롯한 글로벌 SPA 브랜드의 거센공격은 좀더 진화된 새로운 형태의 유통 체제를 정립해야 하는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움트고 있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개개인의 의식과 기업들의 경영혁신을 넘어 국내 패션유통의 주류였던 백화점 유통의 운영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유통 대혁신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백화점의 위기는 시작되었다
1980년대 이후 백화점 유통업체의 초고속 성장과 함께 국내 패션시장도 자연스럽게 성장을 같이해왔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유통형태가 세분화, 다양화되는 등 시대와 환경에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대형 아울렛 형태의 쇼핑몰, 인터넷 쇼핑몰 등의 신유통업태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며 패션기업의 새로운 수익형 유통 모델로 각광받고, 이들 유통은 막강 파워를 지닌 거대 유통으로 자리잡았다.
고가의 명품을 즐기는 고객도 근거리에 있는 아웃렛, 할인점, 패션몰 등을 통해 퀄리티와 가치가 보장된 상품을 구입할 수 있고 오락과 엔터테인먼트, 휴식 등을 동시에 겸할 수 있는 백화점과 동시경쟁하는 공간이 되고 소비자의 인식도 바뀌었다.
과거의 방식과 틀에서 벗어나라
바야흐로 신유통업태는 IMF를 거치면서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의 소비자가 찾는 삶의 공간으로 자라잡았으며 백화점 브랜드와 가두상권 브랜드를 구분하고, 또 유통이 패션시장과 소비자의 구매행태까지 지배하던 사고와 관행도 없어졌다.
그러나 대다수의 개인들과 기업들, 특히 갑의 입장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었던 백화점 유통업체들은 변화와 혁신보다 당장의 현실과 생존에 순응하고 과거의 방식과 틀을 방어하는데 급급하다.
백화점 유통업체, 근본적인 운영방식 바꿔야
국내 유통업체들이 고수하고 있는 수수료 시스템에 대한 궁극적인 한계, 매출 최대 지상주의라는 유통 본래기능 상실, 특정매입 시스템을 위협할 정도의 거래업체의 추락과 신규 브랜드의 부재 등 이미 근본적인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개선할 움직임이 없이 아직도 봉건적이고 후진적인 영업행태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정상적인 백화점 유통영업을 통해 수익을 내지 못해 지난 몇 년동안 부도와 브랜드 중단, 신유통으로 영업전략을 바꾸는 등 수많은 기업들이 도태되었고 또 대다수 기업들이 몇 년동안 백화점 유통을 대비한 신규 브랜드 개발 의지를 상실해 시즌별 백화점 MD개편이 무의미해진지 오래다.
만성적인 적자구조는 패션기업의 신규사업 의지를 꺽어놓았고 이는 백화점 유통의 매장공백으로 이어져 전체 패션시장이 양적, 질적 성장한계에 직면하는 문제점을 노출하게 됐다.
매시즌 백화점 입점을 위한 도를 넘어선 과열경쟁, 백화점 입점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온갖 형태의 로비와 관행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으며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MD개편 결과에 대해서도 어느덧 무덤덤해졌다. 정기 MD개편이 사라지고 매장공백이 있을 때 브랜드를 대체하는 수준의 수시 MD개편으로 바뀐 원인도 매년 신생 브랜드의 출현보다 도태되는 브랜드가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백화점, 일본식 수순 밟나?
얼마를 파느냐보다 얼마의 수익율을 올리느냐가 경영지표가 된 패션기업들이 몇 년전부터 이익구조 개선을 위한 방편으로 고비용 구조의 백화점 유통보다 신유통업체를 겨냥한 영업전략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다.
따라서 백화점 매장에는 내셔널 브랜드가 급격히 감소하고 매출과 수익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백화점 유통업체들은 그 대안을 명품 브랜드와 수입 브랜드를 대체하는 선에서 위안을 찾고 있으며 백화점 유통의 성장 한계에 따른 위기를 대형마트 사업과 점포확장에 따른 외형키우기에서 극복방안을 찾고 있다.
물론 백화점 유통업체들이 전근대적인 나열식 상품진열 방식의 대중적 MD방식이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 최근들어 토털 라이프스타일 매장과 PB 확대 등으로 개선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새로운 유통 패러다임을 확립할 구체적 정책과 대안없이는 상생의 길을 차지 힘들다는 것.
롯데백화점이 지난 3월 2일 모든 브랜드의 마진을 동결하고 신규 브랜드 평가기준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해 비용분담을 통한 상생협력을 도모한다고 밝혔지만 좀더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내셔널 브랜드 육성방안과 방향설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차라리 경쟁백화점, 경쟁점포 입점불가라는 강경카드를 내세우며 온갖 협박과 불이익을 내세워 패션기업을 압박하고 입점권리까지 간섭하는 행태와 관행부터 없애야 오히려 상생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H&M, 롯데백화점을 위협한다(?)
백화점의 위기는 시작되었다. 1984년 도쿄 도심부에 오픈해 대표적인 유통업체로 명성을 이어왔던 세이브백화점 유라크점이 매출액 감소로 인한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된 본질적인 배경은 결국은 역설적으로「유니클로」때문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고급백화점은 파리 날리고 중저가 전문매장인 「유니클로」매장에는 소비자들이 구름처럼 몰려 결국 세이브백화점 쇠락의 길을 앞당기게 됐다는 가설이 현재 백화점 유통업체의 앞날을 상징적으로 대변해주고 있다. 「유니클로」「H&M」「자라」등 글로벌 SPA 브랜드 등 저가격 전문매장이 속속 일본 도심상권을 점령하면서 백화점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 패션유통 시장도 마찬가지다. 국내 패션유통의 거대주자인 롯데백화점이 최근 1호점을 오픈한 「H&M」의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
국내 진출전부터 수많은 화제를 뿌리고 후폭풍을 염려했던「H&M」의 명성이 예측했던 것보다 더 큰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소비자들은 쇼핑의 대명사인 롯데백화점으로 가지 않고「H&M」매장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으며 「H&M」은 백화점 고객을 끌어모으며 막강한 유통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유니클로」「자라」「H&M」등 거대 글로벌 SPA 브랜드의 거센 도전과 공격적인 사세확장은 국내 패션기업을 위협하는 수준을 넘어 백화점 유통의 근본적인 운영방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유통 대혁신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무소불위의 백화점 유통, 역사적 변곡점에
값싸고 품질좋은 글로벌 SPA 브랜드가 글로벌 마켓을 지배하고 있으며 국내 패션1번가인 명동상권에는 롯데와 신세계를 지척에 두고 「자라」 「망고」에 이어 「유니클로」 「H&M」 「스파오」 등 초대형 매장이 백화점을 포위하고 있다. 「H&M」 명동 1호점은 지난 2월 27일 오픈첫날부터 3월 1일까지 연휴 3일 동안 총 4만 3천여명의 고객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3일동안 15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대한 변화와 충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의 물결로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새로운 시대의 변화다. 무소불위의 독선과 횡포를 누렸던 국내 백화점 유통도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역사적 변곡점에 서있다. <류숙희>
- <저작권자(c) 패션엔미디어, www.fashionn.co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