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2010-03-22

「유니클로」 「H&M 」의 힘은 어디서?

‘고객’ 관점의 고효율 비즈니스… 글로벌 가치 소비 연구


바야흐로 한국의 패션 마켓은 SPA의 전성기다. 국내에 진출한 「갭」 「유니클로」 「자라」 등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기대 이상의 성과로 SPA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고 올해 2월 첫 매장을 오픈한 「H&M」이 국내에 입성하면서 SPA 비즈니스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글로벌 SPA 브랜드의 국내 유입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의류 업체들도 앞다퉈 SPA 형태의 브랜드를 런칭 하거나 신규 출범 계획을 공표하고 있어 패션 마켓의 SPA 경쟁은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올해 국내 SPA 패션 마켓은 변화된 라이프 스타일과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키면서 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SPA 브랜드가 그 동안 경기 불황으로 인해 침체기를 겪었던 국내 패션 마켓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SPA 브랜드의 과열 양상에 대해 글로벌 SPA 브랜드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인한 일시적인 벤치마킹 형태로 끝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특히 기획과 제조를 동반한 직판사업 형태의 SPA 시스템은 과학적인 운영 시스템과 빠른 상품 회전력, 이를 뒷받침할 거대 자본력 등이 요구되고 있어 시류에 따라 근시안적으로 접근하기에는 부담과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 브랜드들이 글로벌 SPA와 경쟁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해답에 앞서 우선 그들의 경쟁력을 짚어본다.

글로벌 SPA, 핵심은 ‘고객’가치
‘로 코스트, 하이 스타일(Low cost, high style)’

SPA의 강점은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본사에서 수직 시스템화하기 때문에 중간 유통 과정의 생략으로 상당한 원가 절감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체계적인 조직력과 스피드, 빠른 상품 기획력과 회전력 등으로 인해 저렴한 가격으로 퀄리티와 트렌드, 글로벌 감성을 즐길 수 있다.

불황기에 SPA 비즈니스가 주목 받는 이유는 바로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고객 관점의 고효율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SPA 사업의 본질적 핵심은 ‘고객’ 만족이다.  
많은 글로벌 SPA 브랜드의 성공 이면은 가격과 가치, 감성적 트렌드가 반영된 가치지향적인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행태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반영해 소비자의 소비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서 비롯됐다.

글로벌 SPA는 막강한 자본력과 글로벌 네트워크, 최첨단 물류와 과학이 결합된 체계적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감성과 크리에이티브, 트렌드와 가치를 수반한 수준 높은 제품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적용해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일관되게 제공하고 있다.

또한 「H&M」 「망고」 「유니클로」 「톱숍」 「타겟」 등 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유명 디자이너, 셀러브리티와의 제휴를 통해 디자이너의 감성과 가치를 담아내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은 SPA가 유명 디자이너 컬렉션을 빠르게 모방한 패스트 패션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

「H&M」은 샤넬의 칼 라거펠트와 스텔라매카트니, 소니아리키엘 등 유명디자이너의 컬렉션을 출시해 매진사례를 겪은 바 있으며, 「유니클로」는 지난해 10월 질 샌더와 함께 출시한 ‘+J’ 라인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 3월에도 ‘+J’의 두 번째 컬렉션을 출시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값비싼 명품 브랜드에서 느끼는 글로벌 감성과 높은 수준의 가치를 저렴한 가격으로 경험하며 글로벌 SPA에 매료되고 있다.

「유니클로」 베이직의 미래를 읽어낸다
1~1.5년 전 치밀한 전략 상품 계획

「자라」 「H&M」 「유니클로」 「포에버21」 모두가 글로벌 SPA로 분류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이들은 모두 다른 성격의 패스트 패션이다. 「자라」 「H&M 」 「포에버21」이 빠르게 트렌드를 찾아 소싱 네트워크를 활용해 트렌디한 옷들 빨리 매장에 출시하는데 집중한다면, 「유니클로」는 매스 트렌드 안에서 1년 후의 트렌드를 감지해 철저한 기획을 통해 시장에 내놓는다.

SPA라는 저 원가 비즈니스 모델로 유통 구조 혁신에 따른 가격 우위를 접하고 있다는 점은 모든 글로벌 SPA의 공통된 특징이나, 「유니클로」의 근본적인 차별점은 베이직이라는 컨셉트에서 출발한다.
「유니클로」는 베이직한 컨셉트의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반응생산 없이 1년에서 1년 반 전에 안정적으로 상품 기획을 하고, 최대 수량 생산을 목표로 대량의 원단을 구입함으로써 원가를 대폭 낮췄다.

또한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조사, 개발 비용, 물류 비용 등을 절약해 일반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 비해 더 높은 원가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여기서 오는 저 원가는 소비자 가치로 돌아갔으며 「유니클로」가 지향하는 ‘좋은 물건을 싸게 판다’는 목표도 달성하게 했다.

이처럼 「유니클로」의 대표적인 히트 아이템은 플리스와 히트텍, 브라 톱 등은 베이직의 미래를 읽어내는 남다른 시각에서 탄생했다.

2008년 일본의 히트 상품으로 선정된 히트텍 이너웨어의 경우 기존에 다른 스포츠 전문 브랜드에도 있는 고가의 제품이었다. 「유니클로」는 이를 10분의 1수준의 가격으로 선보였고 전세계적으로 2,800만 장을 팔았다. ‘2,800’이라는 숫자는 사전에 계획된 판매수량이었다. 점포 단위로 판매 수량을 예측하고 계획된 데이터에 맞춰 원단을 대량 구매하고 원가를 낮춰 저렴한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 소진률 99.5%의 히트 아이템은 결코 운이 아니라 베이직 아이템을 새롭게 재해석해 철저한 기획에 따라 움직인 결과인 것이다.

「유니클로」의 히트 상품은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가설로 시작됐지만 해마다 완성도를 거듭해 결국 하나의 확실한 아이템으로 정착됐다. 잠재 수요를 현실로 내보이는 것, 손님이 무엇을 요구하는가를 정확히 캐치해낸 것이 글로벌 SPA 「유니클로」의 성공 노하우다.

H&M, 발 빠른 글로벌 소싱 네트워크

「유니클로」가 스스로를 상품을 ‘공산품’이라고 칭하고 베이직의 가치에 주력하는 반면, 「H&M」은 트렌드와 베이직을 적절히 믹스한 ‘패션’ 상품을 추구한다.

따라서 「H&M」은 상품기획 및 딜리버리 트렌드를 시즌 별이 아니라 월 또는 주 단위로 가동해 소비자가 요구하는 니즈에 따라 제품을 발 빠르게 공급하고 있다. 자사 기획, 제조, 직판의 SPA가 아니라 글로벌 소싱 네트워크의 활성화를 통한 SPA 사업 전략을 구사해 세계 각지에 소싱 오피스를 운영하면서 모든 상품을 외주로만 생산하고 있으며 효율적인 물류관리 시스템을 통해 전 세계 37개국의 매장에 빠르게 공급하고 있다.

저렴하고 트렌디한 제품을 제공하는 대부분의 SPA 브랜드들에는 새로운 스타일을 얼마나 자주 제공하느냐가 경쟁력이다. 이에 따라 「H&M」은 매일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인다는 전략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 진출에 있어서는 자본과 프로세스를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100% 직 진출을 고집한다. 올해 2월 국내에 상륙한 「H&M」은 지난 4년간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치밀하게 시장조사를 해왔다. 모든 사업 전략은 스톡홀롬의 본사에서 컨트롤해 본사의 이념과 노하우를 일관되게 전수한다.

현재 「H&M」의 스웨덴 비중은 10% 미만으로 알려져 있으며 유럽을 넘어 미국, 캐나다, 일본, 한국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37개국에 진출해 글로벌 SPA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H&M」은 트렌디한 스타일의 빠른 공급뿐 아니라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명품 브랜드에 준하는 감성과 희소가치를 제공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 2월 한국 매장 오픈과 함께 선보인 소니아리키엘 라인은 27분만에 매진됐을 정도로 경이적이었다.

SPA 마켓에서 「H&M」은 「자라」와 함께 비교되곤 하는데, 스웨덴과 스페인 출생의 두 브랜드는 모두 트렌드를 수용하고 있지만 「H&M」이 더욱 저렴하고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베이직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어 한국 시장 내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 동안 글로벌 SPA 브랜드들은 다각도로 해부되고 다양한 분석들로 벤치마킹에 활용되어왔다. 이에 대해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모든 비결을 알려줄 수는 있으나 「유니클로」와 같은 브랜드는 나올 수 없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유니클로」 방식을 모두 공개할 수 있지만 그 동안 시행착오를 통해 몸으로 익힌 노하우는 누구도 따라 올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국내 패션 기업들이 글로벌 SPA를 표방한 한국형 SPA 브랜드 만들기에 열정을 쏟고 있지만, 완벽한 SPA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더라도 이미 높은 인지도와 브랜드 가치를 지닌 글로벌 브랜드를 따라잡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에 SPA 경쟁에 합류할 국내 기업들은 한국 시장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SPA 비즈니스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과 도전정신으로 장기적인 태세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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