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2009-11-24

[마켓 리포트] 패션산업도 승자독식 시대 열리나?

중하권 패션기업 위상 추락, 경영권 포기 늘어


살아남은 자에 대한 보상인가. 금융위기가 불어닥친지 1년여가 지나면서 이에 따른 사회구조적 부작용이라 말할 수 있는 ‘승자독식’의 시대가 열렸다.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불황여파가 지속되는 동안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던 기업이 숱하게 쓰러진 반면 살아남은 기업들은 이들이 남기고 간 몫까지 챙기며 점차 배를 불리는 승자독식의 시대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

실제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등 주요 업종에서 3~4개사로 시장이 집중되는 현상이 뚜렸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IT와 중공업외에 전 산업에 걸쳐, 그리고 기업과 개인을 가리지 않고 사회 전 방위적으로 능력있는 주체가 경쟁에서 이기고 모든 것을 가져가는 모 아니면 도 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1등기업만 살아남는다?
절대강자들이 몰락한 반면 구조조정에 성공한 기업들은 최고 실적을 거두며 승자로 군림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중하위 기업들과 앞선 기업들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자동차와 금융업계에서 영원한 강자로 불리던 제너럴모터스(GM)와 씨티그룹은 다우지수에서 퇴출되고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서브 프라임 사태에서 생존한 골드만삭스는 지난 3분기 전년 동기대비 3배가 넘는 31억9천만달러에 이르는 순이익을 냈다.

세계를 뒤흔든 금융위기로 인해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던 기업이 쓰러져 나가는 동안 단순히 규모와 자본력에 대한 경쟁력을 넘어, 기술과 인력 등 핵심역량을 갖춘 기업들은 생존을 넘어서 몰락한 기업들의 이익을 챙기며 더욱 시장점유율을 높인것이다.

최악의 경기나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시기가 지나면 항상 점유율을 확대하거나 시장 지배력이 높아진 기업이 나오게 마련이지만 실제로 글로벌 구조조정 이후 살아남은 기업들은 경쟁업체의 퇴출로 전성기 못지않은 실적을 거두고 있으며 이 같은 승자들의 독식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업체의 퇴출로 인해 선도기업(Fist Mover)’ 은 다양한 선도자의 이점(First Mover advantage)을 통해 낮는 마케팅 비용으로 높은 제품가를 유지할 수 있고, 또 시장의 우월적 지위로 새로운 제품 런칭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패션시장도 승자들이 독식한다
이긴자가 세상을 다 가져가는 승자독식의 시대는 본격화될 것인가?
기술과 자본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과 대기업들은 불황기에도 과감한 투자를 통해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들은 공격적인 투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감원과 구조조정, 조직통폐합, 신규투자 백지화 등 단기생존과 단지 유지하기 위한 수동적인 수비경영이 지속되는 동안 기업들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금융위기의 환란을 틈타 자본과 규모를 갖춘 대기업의 위치는 더욱 견고해진 반면 중소기업은 아직도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곳이 허다하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상위그룹에 편승하지 못한 중위권 브랜드들은 최근들어 급격하게 하위그룹으로 전략하는 등
브랜드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졌으며 갈수록 성과와 매출 격차도 커지고 있다. 중위권 브랜드의 하향 평준화 현상이 심해진 반면 상위권 브랜드로의 소비자 쏠림 현상이 짙어져 잘되는 브랜드로만 소비자가 몰리는 승자독식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과거에 비해 성장세가 크게 둔화고 있는 패션산업은 글로벌화, 중국의 부상 등 급격한 환경변화에 직면하면서 위기 대처능력이 미흡한 중소 전문기업, 중소 브랜드의 입지가 흔들리고 도태되고 있다.

중소 패션기업의 브랜드 중단 현상이 확산되고 부도사태에 직면한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긴축경영과 구조조정 등 일련의 위기대응력을 키운 대기업들은 자본과 재무 유동성이 풍부해져 대기업들의 지위는 오히려 금융위기 전보다 강화됐다. 우량기업은 불황기를 겪으면서 시장의 입지가 크게 강화되었으며 중소전문 패션기업들은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견 패션기업 경영권 포기 늘어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환율폭등으로 자본력이 취약한 전문기업들이 수익구조 악화로 영업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대기업들은 자본력을 내세워 이들 브랜드의 달콤한 영업권을 손쉽게 취득했다. 바야흐로 패션산업도 자본력과 규모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진 대기업과 핵심역량을 갖춘 우량기업 위주로 부와 힘의 편중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대기업은 여성복에 약하다는 속설을 깨고 제일모직, LG패션, SK네트웍스, FnC코오롱 등 대표적인 패션대기업들의 여성복 사업규모가 커진 반면 중소 여성복 전문업체의 입지는 갈수록 약화되거나 사업 포기를 선언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그동안 유일하게 대기업의 취약 사업부문으로 저평가 받았던 여성시장은 전문기업형 구조로 바뀐 대기업 조직의 적극적인 파워공세와 글로벌 수입 브랜드에 맞설 수 있는 규모와 자본이 뒷받침되어 최근들어 가시적인 성과를 기록해내며 새로운 전환기를 마련하고 있다.

대기업 여성복 브랜드중 성공적으로 평가받는 제일모직 「구호」는 최근 4년간 매년 20~60%의 신장률을 보이며 여성복 최고 브랜드로 평가받는 「타임」을 위협적으로 추격하고 있다. 2005년 230억 원이던 매출액이 지난 2008년 65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는 매출액 700억 원을 넘길 전망이다.

LG패션의 최근 행보도 공격적이다. LG패션은 지난 4월 프랑스 직수입 여성복 브랜드 「바네사 브루노」, 라이센스로 전개중인 「질스튜어트」「질 바이 질스튜어트」 등 3개 브랜드의 영업권을 인수했다.

LG패션은 지난 2007년 여성복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이태리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인 「안나몰리나리」 「블루마린」 「블루걸」 의 국내 영업권과 「레오나드」여성복을 도입한데 이어 지난해 하반기 프랑스 직수입 여성 컨템포러리 브랜드 「이자벨 마랑」과 「조셉」의 직수입 판매권을 인수해 직수입 여성복 브랜드를 확장해왔다.

디자이너, MD, 디렉터, 본부장 등 각 영역별로 경험과 실력이 검증된 인력을 일반 기업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초특급 연봉과 직급으로 영입해가고 있어 핵심인력들의 부재 현상도 중소기업의 입지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본에서 밀리고 규모에서 밀리고, 정보력에서 밀리는 중소기업의 미래가 더욱 암울해지고 있어 그동안 국내 패션시장을 이끌었던 중견급 규모의 패션경영인들이 경영권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쌈지 이어 톰보이도 경영권 매각?
국내 패션잡화 시장을 이끌었던 쌈지 천호균 사장은 최대지분을 신재생 에너지 사업가인 양철호씨에게 넘기고 경영권을 포기했으며 톰보이 김명희 회장도 최근 최대지분 매각설 등 경영권을 포기하는 단계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동의 「나프나프」와 「잭앤질」은 각각 영업중단과 매각을 통해 내수사업을 포기한데 이어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설도 확산되고 있다.

톰보이는 몇 년동안 자금 압박설에 끊임없이 오르내리며 지난해「잇셀프by톰보이」브랜드 사업을 중단했으며 올해들어서도 「톰키드」백화점 영업을 중단하고 「톰스토리」매각과 「톰보이위즈」 중단 등 몸집줄이기를 통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결국 경영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주인을 만난 톰보이의 향후 행로에 대해 수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고 있다.

현재 경영지배인의 역할로 김인환씨가 10월 초부터 출근, 기업의 재무상황을 비롯한 전반적인 사항을 파악하고 있으며 경영권 확보에 관련된 공시를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1977년 설립된 톰보이는 지난 32년간 국내 패션산업의 역사를 같이한 최고의 여성 영캐주얼 브랜드 「톰보이」를 중심으로 남성복 「코모도」등 다수의 브랜드를 운영해왔으나 최근 몇 년동안 자금 압박설 등 매각설이 끊이지 않았다.

톰보이의 매각결정은 패션 시장을 둘러싼 끊임없는 M&A설과 브랜드 중단설 등 위기감이 현실로 드러나면서 패션유통업계가 불안과 충격에 휩싸여있다.
그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었던 보끄레머천다이징도 최근 이창구대표가 사임하고 5개본부가 3개본부로 축소되는 등 일련의 구조조정을 통해 이만중 회장이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류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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