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20-06-03 |
코로나로 안팔리는 옷, 산더미같은 재고...재봉틀도 멈췄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패션기업들이 산더미 같은 재고에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개발도상국가의 봉제 노동자들도 주문 취소로 공장이 멈추면서 패션산업의 글로벌 밸류 체인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섬유·패션 산업이 몸살을 앓고 있다. 소비 위축과 재고 증가로 소매 업체가 쓰러지고, 제품 주문이 취소되어 공장이 멈추면서 패션산업의 글로벌 밸류 체인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이제 패스트 패션과 슬로우 패션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멈추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을 막기 위한 불가항력적인 봉쇄 조치로 인해 매장과 물류 센터, 창고, 심지어 선적컨테이너에 산더미같은 의류 재고가 쌓여가고 있다.
봉쇄 조치로 인한 '집콕 생활'로 소비자들이 불요불급한 패션 소비를 줄이면서 브랜드들은 최악의 매출 성적표를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전세계 소매업체들은 부분적인 봉쇄 조치 해제로 매장 문을 다시 열었지만 산더미처럼 쌓여 팔리지 않은 재고 상품이 골치거리로 떠올랐다.
그럼 재고 소진을 위한 소매업체의 선택은? 대략 4가지다. 먼저 의류를 창고에 보관한다. 둘째, 판매를 진행한다. 세번째, 유명 브랜드 제품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티제이맥스(TJ Maxx)와 같은 할인 소매업체에 의류를 떠넘긴다. 네번째는 요즘 급부상한 온라인 리세일 사이트로 이동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이상적인 해법은 아니다. 단지 향후 야기될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응급조치에 불과하다.
영국의 하이-스트리트 소매업체 넥스트와 독일 스포츠웨어 브랜드 아디다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글로벌 의류 체인점들은 팔리지 않는 베이직한 재고 상품은 물류 창고에 보관, 내년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고 상품을 무작정 쌓아두는 것이 대안은 아니다.
캘빈 클라인과 티미 힐피거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거대 의류기업 PVH 코퍼레이션의 CEO를 맡고있는 에마누엘 치리코 회장은 "의류는 시간이 오래될수록 맛이 더 깊어지는 포도주와 달리 의류 재고는 시간이 갈수록 악성 부담으로 다가온다"면서 포스트 코로나19의 최대 과제는 재고 털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의 지난 4월 의류 매출은 2019년 같은 달보다 89% 감소했으며 영국의 의류 매출은 이미 축소가 진행된 3월과 비교해 50%나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패션기업들은 부분적인 봉쇄 조치 완화 조치가 소비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지만 곧 매출이 반등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아직 완전하게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요불급한 의류 소비 욕구는 여전히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전세계 절대 다수의 패션기업들이 할인소매업체들에게 재고품를 넘기거나 자체 매장을 통해 1+1 할인판매로 재고 소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대형 의류 체인 티제이엑스(TJX)를 포함한 유럽의 패션기업들이 지난 5월부터 초저가 할인 판매경쟁에 돌입하는 등 패션기업들은 그야말로 재고 털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20일(현지 시간) 코어사이트 리서치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의류는 여전히 지출 삭감 부문 1위로 나타났다.
한편 산더미 같은 재고와 함께 주문 실종으로 재봉틀도 멈춘 것도 또다른 숙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패션·섬유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3% 급감했다. 미국·유럽의 주요 패션 매장이 지난 3~4월 줄줄이 휴업에 나서고, 신규 주문을 취소하면서 아시아·중남미 의류 공장이 멈춰섰기 때문이다.
한국의 의류 벤더들은 미국·유럽 거래처에서 주문을 받아 중국·베트남에서 원단을 공수하고 베트남·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아이티·과테말라 등지에서 옷을 만들어 납품한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해외 대형 거래처가 잇따라 주문을 취소하고 대금 결제를 늦추면서 원단·부자재·생산비를 떠안은 일부 의류 벤더들이 수백억원대 손실을 입었다. 결국 이는 의류 벤더들의 희망퇴직과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다음 시즌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패션은 계절과 유행을 놓쳐버리면 상품 가치가 급락하고 재고 처분이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캐주얼 브랜드 갭,바나나리퍼블릭, 올드네이비를 판매하는 갭은 지난 4월 2020 여름/가을 신상품 주문을 모두 취소했다. C&A(독일) ASOS와 프라이마크(영국), 월마트와 어반아웃피터스(미국) 등 글로벌 대형 소매업체들도 잇따라 주문을 취소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노동력을 기반으로 하는 개발도상국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 세계 2위 의류 수출국 방글라데시의 경우 미국·유럽 패션 업체들이 30억 달러(약 3조7,500억 원)상당의 의류 주문을 취소하면서 의류 산업 종사자의 절반인 200만여명이 실직한 상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코로나 사태는 글로벌 패션 기업에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위기라며 올해 패션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약 30%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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