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뉴스 | 2020-05-22 |
'섹시한 란제리' 빅토리아 시크릿, 250개 매장 폐점...매각도 무산
미국의 섹시한 란제리의 대명사 빅토리아 시크릿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 250개 매장을 폐점한다. 코로나 사태로 회사 매각도 무산됐다.
↑사진 = 2018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마지막 피날레 장면
미국의 섹시한 란제리의 대명사 빅토리아 시크릿이 지난 20일(현지 시간)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 250개 매장을 폐점한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봉쇄 정책으로 북미 지역 대부분의 매장 문을 닫아 역대 최악의 1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빅토리아 시크릿 모기업 L브랜즈는 “1091개 매장 가운데 238개의 미국 매장과 12개의 캐나다 매장의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최근 발표된 1분기 결산에 따르면 L브랜즈 매출은 전년에 비해 37%가 감소한 16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빅토리아 시크릿은 46%가 줄어든 8억2150만 달러로 나타났다.
L브랜즈(L Brands)의 시가 총액은 2015년 290억 달러(약 35조6700억 원)에서 올해 초엔 11억 달러(약 1조3530억원)로 감소했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지난 2월부터 진행해왔던 회사 매각도 사실상 무산됐다.
↑사진 = 2018 빅토리아 시크릿 마지막 패션쇼 무대에 선 모델 벨라 하디드
미국 사모펀드 시커모어 파트너스는 빅토리아 시크릿 지분 55%를 약 5억 2,500만 달러(약 6,324억)에 인수하기로 계약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인수계획을 철회했다.
시카모어측은 지난 4월 빅토리아 시크릿이 동의없이 1600개 매장을 패쇄하고 직원 8만8000여명에게 무급 휴가를 준 것은 '인수 계약 위반'이라며 인수 포기 소송을 제기했다.
빅토리아 시크릿 모회사 L브랜즈측은 매각이 불발되자 별도의 회사로 운영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57년간 회사를 이끈 레슬리 웩스너(82) L브랜즈 최고경영자(CEO)도 퇴진했다.1963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작은 매장을 열며 의류사업을 시작한 그는 아베크롬비앤드피치, 빅토리아 시크릿, 바디케어 브랜드 배스앤바디웍스 등을 런칭하며 세계적인 소매업체 L브랜즈를 일궜다.
그는 미성년자 성범죄 사건으로 미국 정계에 파문을 일으킨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관계로 주목을 받기도했다.
↑사진 = 2018 빅토리아 시크릿 마지막 패션쇼 무대에 선 모델 지지 하디드
한편 빅토리아 시크릿은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매출이 추락하며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었다.
전세계 여성 속옷시장 1/3를 점유했던 미국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은 다양한 신체 사이즈와 인종, 그리고 트렌스젠더 등 변화하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지 못하며 지난 2년 동안 지속적인 매출 하락세를 보였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섹시함이 발목을 잡았다.
섹시한 브랜드 정체성이 시대 변화에 역행하며 매출도 하락하고, 패션쇼 시청율도 바닥을 치고, 주가도 급락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지난 23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는 패션 이벤트로 자리잡아왔던 TV 패션쇼도 전격 취소했다.
↑사진 = 2018 빅토리아 시크릿 마지막 패션쇼 무대에 선 모델 켄달 제너
마른 모델만 패션쇼에 세우는 등 기존 방식을 고집하면서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인종차별 논란까지 더해져 불매운동에 휩싸이기도 했다.
미국 란제리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던 빅토리아 시크릿은 코로나 이전부터 매출 부진으로 다수의 매장이 문을 닫은데 이어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전체 매장의 22%인 총 250개 매장을 추가로 폐점하는 등 존폐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패션엔 류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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