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20-03-06

[종합] 2020 F/W 파리 패션위크 트렌드 키워드 9

2020 F/W 파리패션위크가 코로나19 여파에도 70여개 브랜드 중 단 2개의 패션쇼만 취소된 채 8일간의 일정을 무사히 끝냈다. 파리패션위크 디자이너들이 제시한 트렌드 키워드 9를 소개한다.


           


인터내셔널 4대 패션위크의 마지막을 장식한 파리 패션위크가 3월 3일(현지 시각)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4대 패션위크 중 가장 규모가 큰 파리 패션위크는 이번 시즌에도 각종 이슈를 쏟아냈다.


직전 밀라노 패션위크의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마지막 이틀을 남기고  이탈리아 북부지역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남은 패션 행사를 취소하는 등 초유의 사태가 발생, 파행으로 끝났다.



반면 파리패션위크는 경우 70여 개 브랜드 중 단 2개의 브랜드만 패션쇼를 취소된 채 비교적 차분하게 8일간의 일정을 끝냈다.


그러나 이번 파리 패션위크에서는 볼 인사가 사라지고 대신 손 소독제와 마스크가 등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밀집된 공간에 모이는 패션쇼 특성상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번 파리 패션위크의 패션쇼 역시 사회적 거리 두기에 적응하며 달라진 패션쇼 풍경을 연출했다.



패션캐피털 파리의 디자이너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위험에도 불구하고 다가오는 F/W시즌 지속가능성과 다양성이 돋보이는 패션쇼를 선보이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여느 때처럼 파리 패션위크 런웨이는 2020 F/W 트렌드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장소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일부 트렌드의 경우 이미 선보인 뉴욕과 런던, 밀라노에서 선보였던 키워드의 연속이었지만 나머지는 섹시한 라텍스와 벨벳 슈트, 강렬한 레드와 골드의 향연, 15세기 코스플레이, 드라마틱한 후드 등 파리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트렌드가 눈에 띄었다.  파리 패션위크 디자이너들이 제시한 트렌드 키워드 9가지를 소개한다.




1. 코로나 바이러스 막아낸 적색 경보


먼저 열린 밀라노 패션위크에서는 번트 오렌지가 런웨이를 지배했지만 파리 패션위크에서는 강렬한 레드 경보가 런웨이를 압도했다.


밀라노 패션위크는 마지막 이틀을 남기고 남은 패션 행사를 모두 취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역설적으로 파리 패션위크는 70여개의 패션쇼 중에서 단 2개 브랜드의 패션쇼만 취소되며 비교적 성황리에 종료했다. 


강렬한 레드 컬러의 유혹이 그 어느때 보다 강렬했던 이번 파리 패션위크 런웨이에서는 특히 레트로 레드가 주목을 받았다. 유화 그림처럼 무겁고 짙은 터치의 레드는 오래 전에 봤던 것처럼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레드립을 넘어 알투자라, 지방시, 에르메스, 뮈글러 등과 같은 프랑스 디자이너들은 대담한 레드 컬러를 따뜻하고 재미있는 옷으로 제안했다. 2017년부터 부상하기 시작한  레드룩은 이제 가을 필수 컬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2020 F/W Givenchy Collection




2020 F/W Alessandra Rich Collection




2020 F/W Alexander Mcqueen Collection





2020 F/W Altuzarra Collection




2020 F/W Anrealage Collection




2020 F/W Balenciaga Collection




2020 F/W Balmain Collection




2020 F/W Elie Saab Collection





2020 F/W Hermes Collection




2020 F/W Issey Miyake Collection




2020 F/W Junya Watanabe Collection




2020 F/W Kenzo Collection




2020 F/W Koche Collection





2020 F/W Loewe Collection




2020 F/W Maison Margiela Collection




2020 F/W Saint Laurent Collection




2020 F/W Valentino Collection




2020 F/W Y-Project Collection





2. 아름다움과 어두움의 양면! 몽환적인 플로랄


여름 꽃들은 예쁘고 여성스럽지만 겨울 꽃들은 좀 더 엣지있고 극적인 그 무언가가 숨어 있다. 겨울 꽃은 화려하지만 캐주얼하고, 소녀적인 느낌보다는 여성스럽고, 인스턴트 스타일로 업데이트된다.


다크한 배경의 플로랄 패턴은 이번 시즌 파리 디자이너들에게 특히 인기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가능패션이 확산되면서 파리 디자이너들은 플로랄에 주목했다. 어두운 바탕과 섬세한 꽃 프린트의 대조는 아름다움과 어두움이라는 두가지 매력을 선사한다.


주로 아름다운 식물에서 영감을 받은 무디 블룸(Moody Blooms)은 진한 자주빛과 청록빛 등 이국적인 색상의 팔레트로 우울하면서도 뭉환적인 느낌을 연출한다. 이번 시즌 셀린느, 드리스 반 노튼, 엘리 사브 등은 서글픈 느낌을 주는 꽃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발렌시아가와 랄프&루소는 살짝 기분좋은 컬러의 플로랄이 만발했다. 


2020 F/W Atlein Collection




2020 F/W Balenciaga Collection




2020 F/W Celine Collection




2020 F/W Dries Van Noten Collection




2020 F/W Elie Saab Collection





2020 F/W Giambattista Valli Collection




2020 F/W Lanvin Collection




2020 F/W Paco Rabanne Collection




2020 F/W Ralph & Russo Collection




2020 F/W Rokh Collection   





3. 섹시한 세컨드 스킨, 라텍스


2020 F/W 파리 패션위크에서 가장 쇼킹한 패션 트렌드 중 하나인 라텍스가 런웨이를 장악했다. 그 이유는 라텍스 소재에 내재된 페티쉬 이미지가 섹시함으로 어필하기 때문이다.


특히 라텍스는 인조적이고 미래적인 모습이지만 사실 나무 수액에서 유래된 채식주의적이고 유기농적인 물질이다. 생 로랑은 이번 시즌 라텍스로 가장 주목을 받았다. 생 로랑은 박시한 슈트 재킷, 섹스한 드레스와 라텍스 레깅스를 매치하는 등 라텍스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오프-화이트는 허벅지까지 슬릿이 들어간 블루 드레스를 선보였고, 발렌시아가는 라텍스로 만든 밝은 레드 망토를 선보였다. 특히 발망이 선보인 머리부터 발끝까지 빛나는 라텍스 룩은 패션쇼 3일 후 킴 카다시안이 입고 파리 스트리트에 나타난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되었다. 이제 파리 런웨이와 킴 카다시안 덕분에 라텍스는 반란을 일으키는 천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0 F/W Balmain Collection





2020 F/W Balmain Collection




2020 F/W Balenciaga Collection



2020 F/W Off-White Collection




2020 F/W Rochas Collection





2020 F/W Saint Laurent Collection




2020 F/W Saint Laurent Collection




4. 시크한 멋! 블랙 & 화이트


이번 시즌 블랙 & 화이트는 파리의 베이직 컬러였다. 블랙 & 화이트는 계절에 상관없이 남녀 노소 모두에게 가장 쉽고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룩이다. 격식 있는 장소에선 품격 있는 룩으로, 또 일상에서는 시크하게 멋을 낼 수 있는 최상의 아이템으로 손꼽힌다.


아크리스는 추상적인 모노크롬 프린트를 잘개 쪼개어 입체적인 느낌을 연출했으며, 이세이 미야케는 그래픽 블랙 & 화이트 무늬가 있는 망토로 흥미진진한 스타일을 연출했다. 알렉산더 맥퀸과 같은 다른 디자이너들은 대조적인 화이트의 라펠로 말쑥한 룩을 연출했다.


2020 F/W AKris Collection




2020 F/W Alexander Mcqueen Collection




2020 F/W Balmain Collection





2020 F/W Elie Saab Collection




2020 F/W Givenchy Collection




2020 F/W Haider Ackermann Collection




2020 F/W Issey Miyake Collection




2020 F/W Kimhekim Collection





2020 F/W Paco Rabanne Collection
 


  

5. 럭셔리 소재의 재발견, 벨벳 슈트


호화로운 슈트의 매력은 파리 디자이너들이 버리기 힘든 유혹이다. 덕분에 이번 시즌에도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했다. 특히 버건디, 초콜릿 브라운, 골드와 같은 화려한 색조의 벨벳 버전이 눈길을 끌었다.


부드러운 촉감과 포근한 분위기 그리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진 벨벳은 특유의 광택 때문에 독특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리뎀션(Redination)은  호화로운 투피스에 스팽글 장식의 탑을 매치한 벨벳룩을 선보였으며 아크네 스튜디오는 고급스러운 라운지웨어 느낌의 밑단에 털로 덮인 벨벳 팬츠를 매치했다. 이외에 앤 드뮐 미스터, 드리스 반 노튼, 에르메스 등이 고풍스러운 느낌의 벨벳 아이템을 선보였다.


2020 F/W Acne Studio Collection




2020 F/W Ann Demeulemeester Collection




2020 F/W Dries Van Noten Collection




2020 F/W Haider Ackermann Collection





2020 F/W Hermes Collection




2020 F/W Oliver Theyskens Collection




2020 F/W Redemption Collection




6. 낭만적인 중세 시대의 부활! 15세기 코스플레이


패션의 종주국 답게 프랑스 디자이너들은 런웨이에서 중세시대를 낭만적으로 묘사했다. 유럽의 가장 화려한 왕궁인 베르사유 궁이 만들어낸 패션과 예술의 유행은 프랑스를 넘어 전 유럽에서 모방했다.


프랑스에서는 짧은 허리와 V자형 네크바디, 퍼프 달린 소매등이 소개되며 15세기에 드레스 문화가 비약적으로 발달했다. 이번 시즌에는 15세기의 코스튬 플레이를 연상시키는 아이템이 다수 선보였다.


먼저 파코 라반의 컬렉션은 15세기 성직자복과 잔 다르크 갑옷에 대한 암시를 주었고, 앤 드뮐 미스터와 발망은 '공주 웨딩 드레스'의 하이 패션 리메이크를 위한 많은 의상을 선보였다.


2020 F/W Alexander Mcqueen Collection




2020 F/W Andreas Kronthaler for Vivienne Westwood Collection





2020 F/W Ann Demeulemeester Collection




2020 F/W Balmain Collection




2020 F/W Marine Serre Collection




2020 F/W Paco Rabanne Collection




7. 하이엔드로 승격! 드라마틱한 후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불안감부터 파파라치 공포증까지 이 모든 것을 대비한 후드 제품이 런웨이 여기저기에 불쑥 나타났다. 해체주의 바람과 함께 등장한 스트리트 무드의 오버사이즈 후드 티는 이제 스트리트웨어의 대명사가 되었다.


결국 60년대 미니 스커트가 그랬던 것처럼 후드 티는 럭셔리업계에 뉴 트렌드로 자연스럽게 정착해 상향전파이론의 새로운 사례로 기록되었다.


꼼 데 가르송이 선보인 후드같은 머리 새장은 올 가을에 세균이 없도록 지켜줄 것 같고 겐조의 얼굴을 가린 니트 후드는 셀러브리티들이 파파라치의 추격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2020 F/W 2020 F/W Andreas Kronthaler for Vivienne Westwood Collection





2020 F/W Comme Des Garcons Collection




2020 F/W Kenzo Collection




2020 F/W Kimhekim Collection




2020 F/W Loewe Collection




2020 F/W Moon Young Hee Collection





2020 F/W Philippe Perisse Collection




8. 럭셔리의 새로운 황금 시대, 골든 걸


파리의 디자이너들은 금빛으로 빛나는 가운, 풍성해 보이는 브로케이드 슈트와 반짝이는 블레이저로 완성된, 그야말로 패션의 황금 시대로 고객들을 안내했다. 아크네 스튜디오, 셀린느, 로샤스 등은 어둠에서도 빛을 발하는 골든 룩을 선보였다. 골드 컬러가 젊은 여성들을 위한 핫한 컬러로 부상했다.


2020 F/W Acne Studio Collection




2020 F/W Anais Jourden Collection




2020 F/W Celine Collection




2020 F/W Lutz Huelle Collection





2020 F/W Marine Serre Collection




2020 F/W Rochas Collection




9. 여성미의 끝장! 넥타이


파리 디자이너들은 뉴욕 디자이너들처럼 목에 두르는 창의적인 네크웨어에 관심을 가졌다. 이제 모직 머플러와 캐시미어 스카프는 지루한 아이템이 된 듯 하다. 특히 넥타이를 남성들의 전유물이라거나 혹은 매니시한 연출을 위한 소품으로 생각했다면 올 가을 부터는 생각을 바꾸어 할 것 같다.


톰 브라운의 장난스러운 무늬의 넥타이부터 샤넬의 오버사이즈 블랙 넥타이까지, 네크웨어의 일상화를 주도하는 액세서리들이 파리패션위크 런웨이 도처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2020 F/W Chanel Collection




2020 F/W Dior Collection




2020 F/W Kenneth Ize Collection





2020 F/W Maison Margiela Collection




2020 F/W Redemption Collection




2020 F/W Rokh Collection




2020 F/W Thom Browne Collection



패션엔 유재부 기자

fashionn@fashio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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