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2020-02-20

지갑 닫은 중국 쇼핑객...코로나 19에 럭셔리 브랜드 '초비상'

코로나19 확산으로 럭셔리 큰손 역할을 하던 중국인들의 소비가 급감, 럭셔리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대응책과 함께 중국 시장을 의식한 기부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중국과 중국인들의 삶을 황폐회시키면서 럭셔리 패션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럭셔리 제품 큰손 역할을 하던 중국인들의 소비가 급갑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럭셔리 브랜드들이 중국 매장 절반 이상을 폐쇄하고, 중국 전역에서 모임이나 외출 금지령이 확산되고 있어 사실상 장사를 하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파리, 이태리 등지의 매장에서도 중국 쇼핑객이 급감했다.


지난 10년간 중국의 명품 시장 규모는 급속도로 성장해왔으며 지난 2019년 기준 전 세계 명품 판매 매출의 35%가 중국인들에게서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월 30일(현지시각) “중국 소비자들이 집에만 머물면서 럭셔리 브랜드들이 매출 저조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따라 럭셔리 대표 기업들이 다각적인 대응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구찌, 생 로랑, 보테가 베네타를 보유한 케어링 그룹은 투사 설명회에서 "앞날을 예측할 수가 없다"며 코로나 19 확산으로 매출 급감에 대한 위기감을 토로했다.


프랑수와 앙리 피노 회장은 "중국 본토에 있는 매장 중 50%가 문을 닫고 영업 시간을 단축했다. 2019년 그룹의 총 매출은 전년보다 16.2% 증가했지만 앞으로 우리기업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실토했다. 세계 명품 수요의 1/3분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소비시장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발표한 케어링 그룹 2019년 매출은 171억5000만달러(약 20조5500억원)로 전년보다 16.2% 증가했다. 신규 매장을 제외한 기존 매장 기준으로도 13.3% 늘었다.


대표 브랜드 구찌는 13.3% 증가한 105억660만달러(약 12조6000억원)였고 생로랑은 14.4% 늘어난 22억3580만달러(약 2조6800억원)를 기록했다.


피노 회장은 그룹 차원의 긴급 대응책으로 신규 매장 런칭과 소셜 미디어 광고 캠페인을 전면 중단하고, 중국에서 다른 지역과 나라로 재고를 분산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상황이 호전되면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사하겠다는 전략이다.



럭셔리 라이벌 그룹 LVMH는 케어링보다 2주 앞서 최근 수익을 보고했으며, 당시 그룹의 경영진들은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이 몇 주안에 지나갈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그룹 회장 겸 CEO는 컨퍼런스 콜이 진행되는 동안 "두 달이나 혹은 두 달 반 만에 바이러스가 소멸되면 심각하지 않다. 하지만 만약 2년이 걸린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두고 중국 소비자들과 갈등을 빚었던 브랜드 코치 소유주 태피스트리와 베르사체의 소유주 카프리 홀딩스도 최근 수익 보고서에서 중국 매출이 코로나19 때문에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럭셔리 브랜드들의 중국 시장 의존도를 감안하면, 임원과 투자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투자은행 제프리스(Jeferies)는 지난해 중국 소비자들이 럭셔리 제품에 약 2,810억 유로(약 361조 2,400억 원)을 지출해 40%를 차지했다. 이는 미국, 유럽의 소비자들을 합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2000년에는 전 세계 명품 시장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단 2%였다.   
  

하지만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위기 속에서 럭셔리 브랜드들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샤넬은 지난 2월 17일(현지시간) 오는 5월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패션쇼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샤넬은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자 2019/20 파리 깜봉가 31번지 메티에 다르(Metiers d'Art, 공방) 컬렉션의 레플리카 프로젝트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프라다도 오는 5월 21일(현지시간) 일본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2021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도 코로나19 감염자가 빠르게 늘고어나고 있어 불확실성을 예방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이며 새로운 일정과 장소는 추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최고 럭셔리 소비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시장을 의식한 럭셔리 그룹의 기부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케어링 그룹은 중국 후베이성 적십자 재단에 750만 위안(한화 12억7252만원)을 기부했으며 루이비통, 디올, 지방시 등을 보유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중국 적십자 재단에 1600만 위안(한화 27억1392만원) 기부를 약속했다.


로레알은 500만 위안(한화 8억4800만원), 스와로브스키는 300만 위안(한화 5억880만원), 에스티로더는 200만 위안(한화 3억3920만원), 시세이도는 14만 달러(약 1억 8천만 원)를 기부

했다.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9일 후베이성 자선총회에 200만 위안(한화 3억3920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지난해 인종차별적인 광고 캠페인으로 인해 중국에서 보이콧 고초를 겪었던 돌체&가바나는 지난 2월 17일(현지시간) 코로나19 연구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기 위해 후마니스타 대학과 제휴를 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체계의 반응을 조사하고 있으며 코로나19에 대한 '진단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돌체앤가바나는 이미 후마니스타 대학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대학의 의대생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한다.


럭셔리 기업들이 세계 최대 럭셔리 시장 중국에서 소비자들이 다시 쇼핑하는 것을 열망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fashionn@fashio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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