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 2020-01-15 |
英 왕실 '매그시트' 폭탄...영국 패션경제 미치는 영향은?
영국 왕실이 해리 왕자과 메건 마클의 갑작스러운 독립 선언으로 새해 벽두부터 폭탄을 맞았다. '메그시트'가 영국 패션경제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브랜드 가치를 평가하는 컨설팅업체 '브랜드 파이낸스'는 로열 패밀리가 소프트 파워를 북돋우는 홍보적인 측면의 지지와 로열 보증을 통해 매년 영국 시장에서 약 20억 파운드(약 2조 9,930억 원)의 경제 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8년 메건 마클과 해리 왕자의 결혼식만으로도 영국 경제는 10억 파운드(약 1조 4,965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염두에 두고 영국 왕실의 인플루언서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이 영국 왕실을 떠나는 것을 가정했을 때, 영국 경제에 수십억 파운드의 손실을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지난 해에 영국 런던이 세계인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 목적지 1위를 차지했다. 2016년 1위에 이어 3년만에 1위 순위에 오른 런던은 영국 관광지의 특유의 매력도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로얄 웨딩 경제적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평가했다. 또한 메건 마클의 임산과 출산 관련 제품의 인기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이 지난 8일 왕실로부터의 '독립'을 공식 선언한 사건에 대해 영국 언론들은 일제히 "브렉시트가 메그시트로 대체됐다"라는 헤드 라인을 장식했다.
지난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Brexit)' 이슈가 영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면, 올해는 '메그시트(Megxit·메건 마클 왕손비의 왕실 독립선언)' 이슈가 영국 사회를 떠들석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2018년 5월,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결혼식은 전세계 20억 명의 시청자가 지켜본, 21세기의 최고의 동화로 알려졌다. 또한 영국에서는 아름다운 혼혈 미국 여배우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왕자님의 결합이 영국 왕실을 새로운 시대로 이끄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또한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잠재적인 스타 파워가 영국 경제에 뜻밖의 횡재가 되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수십억 파운드 효과를 가져다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경제 특수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결혼한지 불과 18개월 후에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영국 왕실에서 물러나 영국과 북미를 오가며 생활할 것이며 재정적으로도 독립적인 삶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럼 이 돌발적인 이슈인 메그시트는 영국 왕실과 기업들에게 얼마나 큰 손실을 끼칠까? 이에 대해 브랜드 가치평가 컨설팅업체 '브랜드 파이낸스'의 CEO 데이비드 하이는 "아직 아무도 메그시트의 정확한 용어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짧은 언급을 하기에는 다소 어렵다"고 말했다.
브랜드 파이낸스는 서섹스 공작과 공작부인의 결혼으로 2018년 영국 경제에 10억 파운드(약 1조 5,035억 원)의 수익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영국 브랜드의 가치를 높인 수십억 건에 달하는 미디어 기사에 대한 클릭은 말할 것도 없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여행과 숙박비로 쓴 3억 파운드(4,521억 원)와 동전, 접시 받침, 의류 등의 상품 구입비 5천만 파운드(약 753억 원)가 추가 수익으로 발생했다.
결혼식 이후 몇 달 동안, 메건 마클의 후원은 특히 막스&스펜서, 존 루이스와 같은 주로 영국 브랜드의 소매와 레저 산업에 집중되어 지속적으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다.
아울러 메건 마클과 스마트웍스와의 패션 워크웨어 콜라보레이션같은 자선 프로젝트도 더불어 수익을 창출했다. 그러나 메건 마클은 영국 브랜드 뿐 아니라 파리와 캐나다, 미국, 호주, 아프리카 등의 브랜드를 믹스한 스타일을 선보여 글로벌 스타일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따라서 이들 부부가 영국은 물론 캐나다, 미국, 아프리카 등에서 광범위한 홍보 대사 역할을 한다면 영국 경제에 이로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앞으로 정리될 버킹엉 궁전과의 관계 즉 돈에 달려 있다. 재정적으로도 독립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세금과 경호, 왕실 규정 등이 얽혀있어 돈 문제를 완전히 정리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왕족 신분의 이들 부부는 세금으로 경호를 받게 되고, 여왕 소유 주택에서 계속 거주하게 된다. 캐나사 거주시 경호비를 놓고 현재 영국과 캐나다가 다른 소리를 내고 있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왕실 재정도 도마에 올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여왕은 부동산 등으로 지난해 2070만파운드(약 310억원)를, 찰스는 2160만파운드(약 323억원)를 벌었다. 그러나 정부 지원금이 8220만파운드(약 1230억원)로 훨씬 많았다. 국민 세금으로 충당한 지원금은 버킹엄궁을 비롯한 왕실 자산 관리와 의전에 주로 들어간다.
브랜드 파이낸스의 CEO 데이비드 하이는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이 "영연방 활동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이는 어떤 형태로든 왕실의 역할과 의미를 유지하겠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들 부부는 자신들만의 수익 사업도 하고 미국과 캐나다가 있는 북아메리카에서 살고 싶어한다. 다시말하면 그들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외부 투자에는 영국 납세자들이 지불한 세금이 들어간 결혼식 의전과 경비 비용, 왕실에서 지불한 교회 예배, 꽃, 리셥센에 들어간 약 3천만 파운드(약 452억 원), 그리고 부부가 9개월 전에 이사한 윈저에 있는 관저 프로그모어 코티지를 개조하는 데 쓴 비용 240만 파운드(약 36억 원)가 포함된다.
해리 왕자 부부가 기존에 받아오던 왕실 교부금을 포기하고 재정 독립을 선언한 점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들은 영국 정부로부터 매년 왕실 교부금을 5%와 나머지 95%는 해리 왕자의 아버지 찰스 왕세자 사유지 콘월 공작지를 통해 비용을 지불받아 왔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5%의 왕실 교부금만 포기하고, 찰스 왕세자로부터 매년 받는 돈은 계속 받기를 희망한다고 밝혀 경제적으로 큰 타격은 없어 보인다.
지난 2018년 해리 왕자와 그의 형 윌리엄 왕자 부부는 찰스 왕세자로부터 490만 파운드(약 74억 원)를 받았다. 이것은 약 3천만 파운드(약 452억 원)로 추정되는 해리 왕자의 전체 재산에 기여했다. 메건 마클의 해리 왕자와의 결혼 전 순자산은 350만 파운드(약 52억 원)로 추산된다.
찰스 왕세자가 아들 해리 왕자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재고할지 여부는 아직 두고 볼 일이다.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새로운 생계를 위한 수익원은 무엇일까?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은 지난 8일 독립 선언에 앞서 자신들의 공식 호칭이 들어가는 '서섹스 로열'의 브랜드 등록 절차를 밟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 해 6월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부부는 후드 티, 양말과 같은 의류를 비롯해 광고 캠페인, 교육, 자선 기금과 관련된 수 백가지 아이템에 대한 서섹스 로얄 재단의 영국 상표권을 확보했다.
이어 지난달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유럽연합(EU)·미국·캐나다·호주에서 적용되는 ‘서섹스 로열’ 국제 상표권 등록을 신청했다. 하지만 왕실과 관련된 제품을 팔기 보다는 왕실 고위직이 아니기 때문에 아프카니스탄에서 군 복무를 한 해리 왕자 경험와 여배우 메건 마클의 경력을 부각한 서적 출판과 대중 연설, TV 출연 그리고 다양한 브랜드 홍보 등으로 큰 돈을 벌 확률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부부가 서섹스 로열 브랜드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것에 대해 비난 여론이 거세다. 다수의 영국인은 해리 왕손 부부가 왕실의 의무와 책임은 거부해 놓고, 왕실 일원에게 부여되는 ‘서식스 로열’ 브랜드로 돈을 벌어들일 경우 용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편 영국 잡지 그라치아의 패션 디렉터 케냐 헌트는 "메건 마클의 배경, 소셜 네트워크, 그리고 그녀가 미국 출신이라는 배경을 볼 때, 그들이 만약 여왕의 승인을 받는다면 메건 마클은 더 친숙한 연예인의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패션은 대서양 양안의 산업 관계를 볼 때 메건 마클에게는 자연스러운 무대일 것이다.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독립 선언은 매우 극적이었고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궁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녀의 스타일에 감탄하는 팬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라고 덧붙였다.
해리 왕자와 매건 마클이 어떤 결정을 하든간에 두 사람의 행보는 장기적으로 왕실의 영향력에는 큰 해를 끼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영국 왕실은 영국 시장에서 최소한 20억 파운드(약 3조 140억 원)의 연간 증분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케이트 미들턴과 윌리엄 왕자는 메건 마클이 왕실 가족이 되기 오래 전 부터 영국 경제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다.
메건 마클의 독립 선언으로 이제 영국 왕실의 공식적인 패션 아이콘은 케이트 미들턴이다.
또한 미래의 왕비로 거론되는 케이트 미들턴의 주가가 올라가고 세 자녀 역시 무럭무척 크고 있기 때문에 영국 왕실에서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빈 자리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왕실의 의무와 책임을 거부하면서도 왕실 이름인 '서섹스 로얄' 브랜드로 돈 버는 것을 비판적으로 보는 영국 내 여론이다. 이 역시 결국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부부가 극복해야 할 문제다.
한편 지난 1월 13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2세 여왕은 이날 잉글랜드 동부 노퍽에 있는 샌드링엄 별장에서 긴급 가족회의를 갖고 해리 왕자 부부 문제를 논의했다. 그 결과 손자인 해리 왕자와 부인 메건 마클의 왕실 독립 선언을 수용하기로 했다.
여왕은 공식 성명을 통해 이날 회의가 "매우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젊은 가족으로서 새로운 삶을 창조하려는 해리와 메건의 바람을 전적으로 지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그들이 '로열 패밀리'의 일원으로 늘 함께하기를 원했지만, 여전히 가족의 가치 있는 부분으로 남아있는 가운데 보다 독립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그들의 희망을 존중하고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해리와 메건은 새로운 삶을 사는 데 있어 공공재원에 의존하고 싶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들이 영국과 캐나다에서 시간을 보내는 데 대한 과도기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하며 "여전히 우리 가족이 해결해야 할 복잡한 문제가 있으며,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면서 "나는 최종 결론을 빠르게 내릴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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