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2019-12-31

지난 10년 가장 주목받은 패션 다큐 베스트 10

패션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패션 저널리스트 브로윈 코스그레이브가 지난 2010년대 대중들의 주목을 받았던 패션 다큐 베스트 10을 발표했다.


   


최초의 패션 다큐멘터리로 손꼽히는 더글러스 키브 김독의 '언지프(Unziped)'가 개봉된 지 25년이 지난 지금 패션 다큐 장르는 날로 번창하고 있다. 이 영화는 디자이너 아이작 미즈라히에 관련된 다큐멘타리였다.


그동안 패션 다큐들은 발렌티노,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 등 유명인들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서 패션업계에 있는 다양한 인물들을 묘사한 다큐 영화 개봉과 함께 다양성과 저가 의류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과 같은 핫 이슈를 다룬 다큐도 있었다. 지난 10년간 주목 받았던 패션 다큐멘타리 베스트 10을 소개한다.



1위.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 In His Own Words, 2019년)



벨기에 출신의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는 베트멍의 뎀나 바잘리아의 해체주의적인 스트리트웨어에 영감을 부여한 브랜드로 알려지며 지난 몇년동안 패션계를 주도했다.
 
이러한 흐름에 발 맞추어 나온 <마틴 마르지엘라: 인 히스 오운 워즈>는 잘 알려지지 않은 벨기에 디자이너에 대한 역대 세 번째이자 가장 결정적인 다큐 영화다. 왜냐하면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동안 마르지엘라는 90년대 초반에 조용히 패션계를 떠나기로 한 그의 특이한 선택에 대한 질문에 대해 오랫동안 대답한다.




그 당시 마틴 마르지엘라는 파격적인 패션이었던 해체주의적인 운동으로 슈퍼스타로 부상했다. 레이너 홀드머 감독은  스마트한 코텐터리, 환상적인 컷 아카이브 기록물과 벨기에 출신 밴드 데우스의 최면을 거는 듯한 사운드트랙이 조화를 이루는 스릴러같은 강렬함을 화면에 담아냈다.


감독은 마틴 마르지엘라가 자신의 대다수 지분을 정리하고 자신의 브랜드에 남아 공식적인 대변인이나 디자이너가 되는 것을 거절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은둔의 천재 디자이너로 불리는 마틴 마르지엘라는 기능주의 미학과 함께 '해체주의'라는 새로운 패션으로 기존의 관습에 도전했다. 의복 구성의 형식을 파괴한 이 개념적 디자이너는 노출된 솔기, 마무리하지 않은 단 처리, 구조의 해체와 재활용 등을 통한 새로운 스타일을 발명한 위대한 혁명가로 남아있다.


2위. 패션 여제 다이애나 브릴랜드(Diana Vreeland: The Eye Has to Travel, 2011년)



다이애나 브릴랜드의 손자와 결혼한 다큐 감독 리사 이모르디노 브릴랜드와 벤트-오르겐 펄무트, 프레드릭 창 등이 손을 잡았다. 1963년부터 8년간 보그 편집장을 역임하고 1989년에 작고한 다이애나 브릴랜드의 초상화를 연출한 세 명의 감독은 판타지 같은 환경과 역동성을 진정성있게 담아냈다.


다이애나 브릴랜드가 보그 독자들을 위해 예의바른 에티멧 매뉴얼부터 컨템포러리 스타일에 대한 마지막 단어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잡지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밝혔다. 그녀는 뉴욕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잠자고 있는 코스튬 연구소에서 눈길을 끄는 전시회를 큐레이팅해 활력을 띠게 만들었다.



이 영화의 특별한 점은 다이애나 브릴랜드와 저널리스트 조지 플림튼의 목소리 연기다. 이것은 그녀가 자신의 익살스러운 자서전인 D.V.를 쓰기 위해 그들의 대화를 녹음한 오디오 테이프에 근거한 것이다.


다이애나 브릴랜드가 걸걸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벨 에포크 시대부터 1980년대 말까지 커버하는 20세기 패션사와 대중문화가 눈 앞에 펼쳐진다.


러시아 발레단, 찰스 린드버그의 대서양 황단 비행, 세계 대전, 인권 운동과 수많은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과 로렌 바콜, 오드리 헵번, 재클린 캐네디, 잭 니콜슨과 같은 셀러브리티들의 에피소드가 패션 잡지 에디터의 눈을 통해 컬러풀하게 재구성된다. 20세기 패션사와 저널리즘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강추 다큐 영화다. 


3위. 다올과 나(Dior and I, 2014년)



LVMH 그룹은 지난 2012년 4월 아트 디렉터로 하우스에 들어간 라프 시몬스에 관한 다큐멘터리 '디올과 나'에 자금을 지원했다.


프레드릭 창 감독은 주로 디올 메종의 파리 본사에 대한 이야기를 배치함으로써 친밀감을 유도했으며 컨템포러리 패션의 둘러싸인 불안감이 커져가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는 또한 권위있는 목소리로 디올의 재봉사, 테일러, 임원들로 구성된 테크니컬 팀을 배치함으로써 말 많은 헤드 디자이너의 간섭을 최소한으로 유지했다.


2012년 가을/겨울 디올 오뜨 꾸띄르 쇼를 처음 선보이면서 스털링 루비의 추상화 캔버스를 야회복용 직물로 바꾸려는 라프 시몬스의 도전은 영화에 긴장과 서스펜스를 준다. 디자이너는 데뷔를 기념한 블록버스터 쇼가 그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불러일으켰을 때 눈물을 흘렸다.



이 다큐 영화는 그 어떤 패션 필름보다 드라마틱한 전개가 있다. 마흔 둘에 꾸띄리에가 된 크리스찬 디올, 마흔 넷 그것도 두 달 만에 첫 꾸띄르 쇼를 완성해야 하는 라프 시몬스에게 닥친 돌덩이 같은 부담과 납덩이 같은 압박이 같은 무게로 화면에 전달된다. 


4위. 프레쉬 드레스드(Fresh Dressed, 2015년)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가 대퍼 댄과 협력하기 몇 년 전, 사샤 젠킨스 감독은 이 힙합 패션의 생생한 역사에서 크로스 컬러스, 패트 팜, 후부, 칼 카니, 메카, 숀 존, 로카웨어, 워커 웨어와 같은 브랜드의 제품들과 함께 했던 할렘의 남성복점 주인 대퍼 단의 이야기를 이미 들려주었다.


지난 2018년 베스트셀러 '베스티 보이즈 북'를 펴낸 샤샤 젠킨스 감독은 아프리카 족장들의 예복 차림과 말쑥하게 차려입은 교회 신자들이 어떻게 힙합 스타일에 기여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는 1999년 갭 TV 광고에서 이 모든 것이 어떻게 '갱웨어'에서 '어반 스타일'과 가수 LL 쿨 제이의 후부 야구 모자로 바뀌었는지를 꼼꼼하게 탐구한다.



헥타 아리아스의 생동감 넘치는 애니메이션은 역사적 기록 보관 영상을 활기차게 만든다. 타일러 스트릭랜드의 화려한 사운드 트랙도 돋보인다. 요즘 유행하는 스트리트웨어 감성의 원류인 힙합 패션의 역사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자료다.


5위. 맥퀸(McQueen, 2018년)



일반적으로 패션 다큐멘터리의 런웨이 장면은 기본값으로 작동하며, 이 영상은 스토리로 연결된다. 하지만 패션 다큐 '맥퀸'은 그렇지 않다. 고인이 된 알렉산더 맥퀸은 생전에 가장 화려한 패션 쇼들을 만들었다. 영화적인 수준에 맞추기 위해, 감독을 맡은 이안 본호테와 피터 에띠그위는 맥퀸의 패션쇼 발표를 설득력있는 비극의 연속으로 만들었다.


맥퀸의 핵심 멤버들이 이 영화에 불참하는 동안(촬영 당시 브랜드 출입이 금지된 상태) 알렉산더 맥퀸의 누나 자넷 맥퀸과 그녀의 디자이너 아들 게리는 맥퀸의 위대함을 칭찬했다. 아울러 눈부신 보존된 기록 영상은 잃어버린 친밀감을 보충해 준다.


런던 패션계의 거물인 故 조셉 에띠그위의 아들인 피터 에뜨기 감독 역시 연줄로 인해 작업에 투입되었고, 타츠노 코지, 존 맥키터릭(스트리트웨어 브랜드 레드 오어 데드 디자이너), 로미오 질리 등이 맥퀸을 언급함으로써 오랫동안 잊혀졌던 디자이너의 이름을 부활시켰다.



미라 차이 하이드(알렉산더 맥퀸의 평생 룸메이트이자 패션쇼의 헤어와 메이크업 담당)는 샤론 스톤이 리차드 아베돈 촬영에서 입을 드레스를 전달하기 위해 콩코드를 타고 뉴욕으로 날아가는 등 알렉산더 맥퀸 전성기에 경험했던 몇 가지 천진난만한 에피소드를 실감나게 들려주었다. 맥퀸의 뮤즈인 이사벨라 블로우의 남편 데트마르 블로우는 "돈이 마약으로 돌아 왔다"는 말로 맥퀸의 실패를 간결하게 표현했다.


6위. 그레이스 존스: 블러드라이트 앤 바미(Grace Jones: Bloodlight and Bami, 2017년)



영화 '보이후드'처럼 패션 다큐멘타리 '그레이스 존스: 블러드라이트 앤 바미'는 12년 동안 제작되었으며 그녀의 10집 앨범의 허리케인 제작이 이 영화를 이끌고 있다. 감독 겸 프로듀서 소피 파인즈는 모델과 가수로 자신의 커리어를 규정해 온 자신의 주제에 대한 균형잡힌 초상화를 그려냈다.


2017년 9월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열린 월드 시사회에서 소피 파인즈는 허리케인 투어의 예술 감독 겸 디자이너를 지낸 유명 모자 디자이너 필립 트레이시가 핵심 협력자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렸다.



사실 필립 트레이시의 모자는 마놀로 블라닉스이 미드 '섹스앤더시티'에서 그랬던 것처럼 블러드라이트나 바미의 필수품이었다. 콘서트에서 존스가 휘두른 스와로브스키로 치장한 필립 트레이시의 볼러 모자는 레이저 광선을 발사시킨 후에 스타가 받을 관심을 가로챘다.


7위. 셀러브레이션(Celebration, 2019년)



2002년 퐁피두 센터에서 열린 이브 생 로랑의 마지막 파리 패션쇼와 그 준비 괴정을 보존하기 위해 故 피에르 베르제(YSL의 CEO 겸 공동창업자)는 모든 것을 담아내기 위해 다큐멘터리 감독 올리버 메이로우를 임명했다.


그러나 올리버 메이루 감독의 영화가 2007년 베를린 영화제 시사회에서 주인공을 (우울증과 약물 남용과 싸운) 비극의 주인공으로 묘사한 후 영화 '셀러브레이션 배급이 중단되었다.



그 뒷이야기가 올해 개봉된 영화에 드라마를 빌려주었지만, 이 영화의 아름다움은 올리버 메이로우가 묘사한 지치고 나이든 생 로랑의 무절제한 초상화뿐 아니라 충성스러운 그의 팀이 그에게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으로 남아 있다.


비록 그들의 전설적인 인지도가 눈에 띄게 감소하더라도, 이브 생 로랑의 영원한 뮤즈 루루 드 라 프레이즈와 베티 카트루스를 만나는 것은 아주 매혹적인 순간이다.


8위: 할스톤(Halston, 2019년)



다큐멘타리 영화 '인사이드 잡'으로 아카데미 상을 받은 찰스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프레드릭 청(Frédéric Tchung) 감독은 70년대에 이름을 날린 미국 디자이너 로이 할스톤 프레드릭(1932-1990)의 이야기를 비즈니스적인 우화로 들려주었다.


다큐 영화 '할스톤'은 1970년대 뉴욕 패션의 선두주자였던 그의 행적과 1961년 남편 존 F 캐네디의 대통령 취임식에서 재클린 케네디가 입었던 필박스 모자를 제작한 에피소드도 묘사한다. 브랜드 할스턴은 노튼 사이먼에 매각된 후 1983년 JC페니 최초의 저가 의류 라인이 되면서 사라졌다.



가상의 극적인 장면들은 할스톤의 스타일시한 어스스턴트를 연기한 코넬리아 게스트 그리고 비서를 연기한 D.D. 라이언과 타비 겐빈슨이 감독이 주제에서 언급했듯이 '선글라스 뒤의 남자"를 발견하려고 시도하는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이 다뮤영화는 마커스 키르슈터의 능수능란한 프로덕션 디자인과 크리스 존슨의 화려한 촬영 덕분에 대담한 실험주의로 성공할 수 있었다.   


9위: 프랑카: 카오스 앤 크리에이션(Franca: Chaos & Creation, 2016년)



프랑카 소짜니(Franca Sozani, 1988년부터 28년간 이탈리아 보그 편집장 역임했으며 2016년 사망)는 이 다큐를 찍은 감독 인 아들 프란체스코 카로지니에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공개한다. 뉴욕 시내를 천천히 달리는 리무진 뒷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모피 옷을 입고 다이아몬드 샹들리 귀걸이를 하고 있는 그녀는 후기 왕후를 닮았다.


이 다큐 영화가 지나간 패션 시대의 한 단면을 드러내고 있지만, 프란체스코 카로지니 감독은 자신의 어머니가 패션과 무절제한 사회적 논평을 융합한 현대 사진이라는 브랜드를 개척한 역할을 묘사함으로써 단순한 회고록을 넘어서는 일을 추진했다.



또한 사진작가 피터 린드버그, 피올로 로베르시, 데보라 터브빌, 브루스 웨버와 같은 프랑카 소짜니의 협력자들은 다양성에 대한 패션의 지속적인 대화를 촉발시킨 2008년 7월호 테마인 '블랙 이슈'를 그녀와 함께 작업했던 획기적인 이탈리아 보그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10위. 패스트 패션의 진실(The True Cost, 2015년)



패션 다큐 <패스트 패션의 진실(The True Cost, 2015년)>은 값싼 패스트 패션 산업의 진짜 '비용'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값싼 옷' 혹은 '패스트 패션'의 인간과 환경 비용에 대한 묘사인 이 다큐는 금전적인 이익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패션 산업이 개발 도상국 사람들과 지구에게 얼마나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려준다.


<패스트 패션의 진실>은 2013년부터 2년에 걸쳐 당시 신예 다큐멘터리 감독이었던 앤드류 모건이 제작했다. 그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가 붕괴되어 1,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8층짜리 의류 공장 건물 라나 플라자의 황폐한 지역이 그의 글로벌 투어 첫번째 목적지였다. 



또한 그는 인도에서 텍사스까지 사방을 여행하며 유전자 변형 면화 수확과 관련된 독성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암에 걸린 농민들을 물론 공장 노동자, 회사 임원, 공정 무역 브랜드, 경제학자와 환경 운동가들의 증언을 담았다. 마지막 이슈인 환경을 다루는 부분에서 영화는 지구를 학대하는 것은 머지않아 인간의 거주 환경에 손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25개의 주요 의류 브랜드들이 제3세계 의류제조업 관행의 대혼란을 해결하기 위한 앤드류 모건의 요청을 거절했지만, 피플트리 설립자 사피아 미니, 스텔라 맥카트니, 그리고 환경 활동가 리비아 퍼스 등 윤리적인 패션과 관련된 스타 라인업은 목소리를 높여 말한다. 또한 퍼스는 이 영화의 제작자 역할을 맡아 '레스 이즈 모어' '타임 투 액트'와 같은 메시지를 홍보했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fashionn@fashio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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