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패션 2013-11-25

크리스틴 킬러 사진이 케이트 모스 사진보다 비싼 이유

'거짓말의 말로' 보여준 60년대 영국에서 벌어진 최악의 정치 스캔들이 주는 교훈 때문이 아닐까?




1960년대를 풍미했던 보헤미안의 아이코닉한 상징인 모델 크리스틴 킬러(Christine Keeler)의 그녀의 정치 스캔들을 연상하게 하는 톱 리스 사진이 90년대를 대표하는 모델 케이트 모스의 가슴 노출 사진보다 3배나 비싸게 팔려 화제다.


세계적인 패션 작가 패트릭 드마셀리에가 1992년에 찍은 18살의 케이트 모스 반 누드 사진과 60년대를 풍미한 사진 작가 루이스 몰리가 1963년에 찍은 크리스틴 킬러의 톱리스 사진이 지난 24일 옥션 경매에 나왔는데 경매 결국 크리스틴 킬러의 사진이 11,500유로(1,650만원)로 낙찰되어 4,000유로(574만원)로 낙찰된 케이트 모스보다 3배나 비싸게 팔렸다고. 사진작가 루이스 몰리(Lewis Morley)가 찍은 크리스틴 킬러의 사진은 당시 세간의 엄청난 화제가 되었고, 이후 각종 영화나 광고 등에서 패러디되기도 했다. 또한 크리스틴 킬러는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2013 가을/겨울 버버리 컬렉션에서 그녀의 클래식하고 섹시한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편 크리스틴 킬러의 사진의 고가에 경매 되면서 새삼 60년대에 화제가 되었던 크리스틴 킬러의 스캔들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1963년에 터진 영국 헌정사의 최악의 추문으로 불리는 크리스틴 킬러 스캔들(다른 말로 Profumo Affair)은 1962년의 비틀즈의 등장, 둘째는 1966년의 월드컵 축구 우승과 더불어 60년대 영국의 3대 사건으로 유명하다.


크리스틴 킬러 스캔들의 당사자인 존 프로푸모(John Profumo) 육군 장관은 당시 영국 정계에서 이른바 ‘스타 정치인’이었다. 귀족 가문에 옥스퍼드대학 출신이자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전쟁 영웅인 그는 당시 48세의 젊은 나이로서 집권 보수당의 맥밀란 수상을 이을 유력한 차기 수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스캔들의 또 하나의 주인공인 크리스틴 킬러(Christine Keeler) 역시 영국 화류계의 '스타'였다. 당시 19세에 불과했던 그녀는 프로퓨모 장관을 비롯한 영국 정재계의 실력자들을 고객으로 거느리고 있었다.


유명 정치인과 고급 콜걸의 스캔들은 당시 영국에서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긴 했지만 의회가 조사에 나설 만한 사건은 아니었다. 그러나 영국주재 소련대사관 소속 해군무관이 크리스틴 킬러의 애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섹스 스캔들은 국가안보 사건으로 비화됐다.



더욱 황당한 것은 방송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크리스틴 킬러의 당당함이었다. TV 중계를 받으며 의회로 걸어 들어가는 그녀는 내가 뭘 잘못했느냐는 표정이었으며, 윤리와 도덕을 모토로 하는 영국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하원이 앞장서서 사건을 조사했고 1963년 9월 25일에 발표된 법원의 데닝 보고서는 '군사정보가 소련으로 넘어갔다는 증거는 없다'고 결론지었지만 냉전의 논리가 지배하던 당시 영국의 여론 재판에서 프로퓨모장관의 정치 생명은 이미 끝나가고 있었다.


스캔들 자체보다 더 치명적이었던 것은 그의 거짓말이었다. 의회에서 “크리스틴 킬러와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잡아뗐던 그는 석 달 만에 '국민을 속여서 죄송하다'고 실토했다. 끝까지 그를 감쌌던 보수당 정권은 결국 이듬해 총선에서 대패했고 노동당에게 정권을 넘겼다.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진짜 영화 같은 스캔들이었다.



그 사건으로 정계를 떠난 프로퓨모 장관은 이후 40년 넘게 아내와 런던 빈민가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며 살았다. 그의 진솔한 봉사활동에 감명 받은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어느 날 그를 찾아왔다. “이제 충분히 속죄하신 것 아닙니까?”라고 여왕이 묻자 그는 “비록 세상이 나를 용서해 준다고 해도 거짓말을 했던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고 말했다.


보통 정치가들에게 거짓말은 필수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선의에 의한 일부 거짓말에 국한된 것이며 자신과 관련된 중대한 일이 있을 때는 솔직히 털어놓고 사과를 구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존 프로푸모의 경우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이내 인정하고 속죄하는 삶을 살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현대 정치에서도 허다하다.


지금도 정치권에서 나오는 말들 중에서 진실과 거짓을 판단하기에 어려운 거짓말들이 많다. 낙마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물론 청문회에 나온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조차 거짓말과 변명으로 진실을 은폐한다. 사회 지도층의 중요한 덕목은 정직함이다. 거짓말로 인해 수상 후보에서 추락해 빈민가에서 노년을 보낸 프로푸모나 역시 순탄치 못한 여생을 살고 있는 크리스틴 킬러 역시 거짓말의 혹독한 벌을 받고 있다. 옥션 경매에서 비싼 가격에 팔린 크리스틴 킬러의 한 장의 사진 역시 당시 스캔들을 연상키기게 해 정직함이 무엇인가? 라는 교훈을 주기 때문은 아닐까?



패션엔 유재부 대기자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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