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 2013-11-18 |
패션계에 게이 디자이너가 많은 이유
세계 패션계에는 유독 게이 디자이너가 많다. 그 이유는? 그리고 그들만의 연애 성향을 분석해 본다
오늘은 조금 특별한 주제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칼 라거펠트나 톰 포드, 마크 제이컵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남자 패션 디자이너의 공통점을 꼽는다면 아마 게이라는 점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남성과 여성, 아줌마라는 세 개의 성(sex)이 존재한다면 패션의 중심 뉴욕에서는 남성, 여성 그리고 게이라는 세 개의 성이 존재한다고 말이 나올 정도로 세계 패션계에서 게이 디자이너 이야기는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한때 유명했던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시티>를 보면 캐리의 절친인 스탠포드가 나오는데, 그는 웬만한 여자보다 풍부한 패션 지식을 겸비하고 있고 솔로인 캐리를 위해 파티에 에스코트해주는 것은 물론, 인생 상담까지 해준다. 그러니 패셔니스타 뉴요커 여성이라면 개와 게이 친구를 하나씩 두는 것은 한 번쯤 꿈꾸는 로망이다.
그렇다면 세계 패션계에 유독 게이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보수적인 다른 직종들과 달리, 패션계는 스타일 코드만 맞으면 성 정체성이 비교적 관대하여 성 소수자들이 일하기엔 안성맞춤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패션 디자이너들 중에 게이가 많은 것은 다른 직업에 비해 극도의 민감함과 세심함을 필요로 하는 직업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제 패션 디자이너나 포토그래퍼, 메이크업 아티스트처럼 섬세함을 요구하는 직종에서 게이들의 파워는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보통 게이들은 남자이면서도 여성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하는 데, 여자보다 더 뛰어난 섬세함과 예술성으로 여자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그러니 패션 분야에서 게이들이 맹활약하는 이유는 이러한 특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게이 디자이너들은 여성 고객들에게도 인기만점이다. 남성과 여성의 취향, 심리상태를 고루 갖추고 있어 연애 상담을 하거나 수다를 떠는데 있어 최고의 파트너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이 디자이너들의 연애스타일을 한번 살펴보자.
먼저 패션 거장 칼 라거펠트의 연애스타일은 양육형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공식적인 칼 라거펠트의 남자 친구는 22살의 모델 밥티스트 지아비코니인데, 자신의 청년 시절 모습과 닮았다는 망언(?)을 해 빈축을 사기도 했지만 데뷔 때부터 샤넬의 모델로 삼아 폭풍 성장하게 만든 라거펠트 덕분에 그의 연인, 밥티스트 지아비코니는 현재 최고의 패션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동성애 결혼이 허용되는 섬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린 지 오래지만 결혼을 했다는 소식은 없다.
한편 칼 라거펠트는 디올 옴므의 전 크레이티브 디렉터이자 현재 다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에디 슬리먼와 한 때 내연의 관계였다는 설도 있지만 설에 불과하다. 과거 100kg에 육박하던 칼 라거펠트가 에디 슬리먼이 디자인한 디올 옴므 슬림 수트를 입기 위해 살인적인 다이어트를 한 유명한 일화로 유명하다. 호사가들은 신인이나 다름없던 에디 슬리먼을 패션계의 셀레브리티로 만든 것은 칼 라거펠트의 내조(?)가 큰 몫을 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루이 비통의 황태자였다가 최근 주식 시장 상장을 앞둔 자신의 브랜드에 전력하기 위해 루이비통을 떠난 마크 제이컵스는 바람둥이형이다.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을 졸업하고 1997년부터 루이 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한 마크 제이컵스는 첫 공식 연인이었던 제이슨 프레스턴과 몇 번의 이별과 만남을 반복한 끝에 결국 헤어졌다. 제이슨 프레스턴의 훈훈한 외모 덕에 둘의 모습은 자주 파파라치의 표적이 될 만큼 할리우드 스타 커플로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어 홍보 전문가인 로렌조 마톤과 1년간 열애 끝에 지난 2009년 결혼식을 올렸지만 다음해 이혼하고 2년전부터 당시 24살의 브라질 출신의 모델 헤리 루이스와 열애 중이라고 한다. 전 남편(?)인 로렌조와는 하루에 6번 정도 연락할 정도로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49번째로 생일을 맞은 마크 제이콥스는 자신의 생일날 현재 남자 친구 헤리 루이스와 전 남편인 로렌조 마틴과 함께 식당에서 다정하게 식사하는 장면이 파라파치들에게 포착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면에 유명 디자이너 톰 포드는 일편단심형이다.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톰 포드는 25세 되던 때 <보그 옴므 인터내셔날> 편집장 리처드 버클리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톰 포드는 버클리를 처음 만난 순간 시베리안 허스키를 닮은 회색 눈빛에 반했다고. 이후 27년째 지고지순한 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톰 포드의 나이는 52세, 버클리의 나이는 65세! 한편 지난해 10월에는 드디어 톰 포드와 리차드 버클리가 부모가 되었다고 한다. 톰 포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알렉산더 존 버클리 포드라는 이름을 가진 아들을 입양했다고 밝힌 것. 한결 같은 사랑으로 버클리 곁을 지켜온 톰 포드는 입양을 통해 완벽한 가정을 이룬 셈이다.
지아니 베르사체와 루돌프 모샴머는 비극형이다.
1997년 7월15일 패션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가 미국 마이애미 자택에서 27살의 동성애자인 연쇄살인범 앤드루 커너넌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사건 발생 9일 뒤 커너넌은 마이애미 해안의 보트에서 자살한 채 발견되어 둘의 관계에 대한 진실은 그대로 묻혀버리고 말았다. 피살 당시 지아니 베르사체는 15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 안토니오 다미코와 마이애미 자택에서 휴가를 함께 보내던 중이었는데,연인 다미코는 베르사체의 유언에 따라 매달 2만6000달러의 연금을 받고 있다고.
2005년에는 늘 강아지를 안고 다니는 독일 패션 디자이너 루돌프 모샴머가 40년 연하의 동성애 상대자로부터 목 졸라 살해되었다. 당시 독일 사교계에서는 동성애 파트너로부터 살해당한 이탈리아 디자이너 베르사체 사건이 뮌헨서 재연됐다며 온통 떠들썩했다. 또한 그의 어마어마한 유산은 그의 유언에 따라 유일한 가족이었던 애완견에게 남겨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파트너형이다. 지금은 결별했지만 꾸준히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돌체&가바나의 디자이너인 도미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가 이 경우다.
환상적인 콤비이자 공공연한 연인이었던 그들은 2005년에 결별했지만 지금도 패션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브랜드를 이끌어 나아가고 있다. 최근에 탈세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브 생 로랑과 애인 피에르 베르제도 파트너형에 해당한다.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유작 다큐멘터리 <라무르>를 보면 파트너로서 평생을 함께한 남자 친구 피에르 베르제가 이브 생 로랑의 삶을 증언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브 생 로랑의 애인 피에르 베르제는 그가 죽자 작품을 모두 팔아 수익금을 에이즈 재단에 기부하며 둘의 사랑을 추억했다고 합니다. 이 커플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사랑, 패션에 열정을 담아 삶과 일 모두에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 아닐까.
패션엔 유재부 대기자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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