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19-09-24

[리뷰] 구찌스러움과 작별, 2020 봄/여름 구찌 컬렉션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2020 봄/여름 구찌 컬렉션은 화려한 맥시멀리즘을 상징했던 '구찌스러움(Guccification)'과 작별했다. 한편 패션쇼 초반부에 등장한 정신 병원을 연상시키는 구속복은 역풍을 맞고 있다.




매번 밀라노패션위크의 오프닝을 장식했던 구찌는 지난 9월 22일(현지시간) 2020 봄/여름 밀라노패션위크 마지막날 컬렉션을 선보이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이번 2020 봄/여름 구찌 컬렉션은 화려한 맥시멀리즘의 대명사로 정착한 '구찌스러움(Guccification)'과 작별했다.



그동안 구찌를 상징했던 다양한 프린트, 뒤죽박죽 레이어링, 사치스러운 액세서리가 거의 없어지고 70년대 전성기와 톰 포드의 90년대를 연상시키는 테일러링에 그래픽 컬러-블로킹을 사용했다. 가장 큰 충격은 아주 정제되고 세련된 작품들과 함께 섹시함에 대한 포용이었다.


지난 2015년 1월, 구찌의 액세서리 디자이너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발탁된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미니멀리즘이 주를 이루던 당시 홀로 파격적인 맥시멀리즘을 내세우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해왔다.



모든 시대을 관통하는 불협화음 컬러와 프린트, 로고, 반짝임, 그리고 무엇보다 젠더 뉴트럴의 빈티지룩으로 럭셔리의 권위와 공식을 파괴하며 밀레니얼 및 Z세대를 열광하게 만들었다.


희소한 가치나 일부 특권층이 누리는 명품에서 벗어나 누구나 즐기는 보편적인 프리미엄으로 럭셔리의 개념을 재정립하며 지난해는 전년대비 무려 36.9% 신장한 80억 유로(한화 약 10조 1,863억원)의 매출로 모기업 커링 그룹에 폭발적인 성장을 안겼다.


구찌의 눈부신 성공 신화에도 불구하고, 모회사인 커링 그룹은 지난 7월 구찌 브랜드의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또한 투자자들은 향후 미켈레의 파격적인 맥시멀리즘 유행이 바뀌면 성장동력 하락 위험이 있다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제기되는 우려를 의식해서였을까?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데뷔 5년만에 그동안 사랑받아 온 구찌스러움을 상징했던 맥시멀리즘의 식상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변화를 단행했다. 


패션쇼에 앞서 그는 인터뷰에서 "나는 나의 직업이 지루하지 않다. 또한 창조적인 에너지를 강요하는 움직임도 싫증나지 않는다. 그러나 과도한 반복은 지루함을 느낄 수 있으며 따라서 똑같은 미학을 고수할 필요와 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시점에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2020년 봄/여름 구찌 컬렉션의 패션쇼 장소는 지난 시즌보다 훨씬 작았고, 2018년 가을/겨울 프레젠테이션과 유사하게 셋업이 되었다.


쇼 관람객들이 도착했을 때 방은 플로렌타인 별 모양의 불빛으로 붉게 빛났다. 캣워크는 실제로 네 개의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가 달린 통로로 구성되어 있었다. 쇼가 시작되고 불빛이 밝은 화이트로 바뀌자 방은 무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쇼 전반부에서는 베이지와 아이보리 컬러의 구속복(straightjacket)과 거의 흡사한 의상이 선보여졌다. 모델들은 평범한 샌들을 신거나 맨발로 무기력한 표정을 지은채 서있기도 했다.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이번 쇼의 프롤로그를 '자기표현 제거하기'의 한 형태라고 설명했지만 마치 정신 병원 시설에서 착용했던 구속복을 연상시키는 룩들이 선보여진 후 새로운 구찌룩이 등장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그동안 구찌가 선보였던 다양한 프린트, 뒤죽박죽 레이어링, 사치스러운 액세서리로 구성된 의상은 사라졌다. 대신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컬렉션의 타이틀인 '절정(orgasmique)'처럼 아주 정제되고 세련된 작품들이 선보여졌다.


미켈레는 인터뷰에서 "영감을 얻기 위해 70년대 구찌 전성시대와 90년대를 집중 조명했다.특히 90년대는 디자이너 톰 포드(1994년 2004년까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재임하면서 구찌를 섹스어필한 브랜드로 정의했다)와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구찌의 특징이었던 프린트가 거의 사라지고 테일러링에 흥미를 더하기 위한 그래픽 컬러-블로킹을 사용했다. S&M과 하우스의 승마 유산을 참고한 승마용 도구는 레이스를 덧붙인 슬립 드레스에 액세서리로 사용되었고, 블랙 비닐 초커는 스쿱 넥 리어타드와 하이-슬릿 미디 스커트의 마무리 터치로 사용되었다.


미켈레는 "만약 내 딸들 중 한 명이 섹시하고 컨템포러리하게 변신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라며 스스로에게 자문했다.


이에 대한 그의 해답은 비치는 드레스나 스커트, 하이 슬릿, 노출이 심한 낮은 네크라인, BDSM(기학적 성적 취향)에 대한 언급이었다. 일부 모델들은 마치 일상적인 핸드백처럼 채찍과 플로거를 들고 런웨이를 걸어 다녔다.



도미나트릭스(Dominatrix; 흔히 성적 쾌감을 위해 폭력을 휘두르며 성행위를 주도하는 여자) 미학은 차치하고라도, 전체적으로 매우 테일러드한 컬렉션이었다. 로고와 모노그램은 소수의 아이템을 커버했고 조개, 페이즐리, 폴카 도트와 같은 기이한 모티브도 몇개 있었다.


물론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디자인 뿌리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컬렉션에는 두툼한 체인으로 연결된 오버사이즈 선글라스와 같은 강렬한 빈티지 분위기와 기이한 액세서리가 있었다.


다른 디자이너들이 선보인 2020 봄/여름 컬렉션과 마찬가지로, 스팽글 역시 카메오로 등장해 쇼 장을 빛냈다. 그동안 '구찌스러움(Gucciness)'에 열광했던 구찌 팬들은 보다 정제된 섹시룩으로 변신한 새로운 '오르가스미크' 구찌룩을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앞으로 구찌의 운명이 달려있다.


↑사진 = 2020 봄/여름 구찌 컬렉션 런웨이 무대에 선 모델이 손바닥에 '정신 건강은 패션이 아니다'라고 쓴 양손을 들어보이며 구속복에 대해 항의했다.


하지만 이번 2020 봄/여름 구찌 패션쇼 초반부에 등장한 구속복(straightjacket)은 역풍을 맞고 있다고 <뉴욕타임즈>가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밤 구찌의 쇼는 특히 초현실적이었다. 모델들을 컨베이어 벨트에 세우고 초점 잃은 눈빛으로 행진하도록 강요하는 것으로 쇼를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서양 패션에서 구속복은 정신 이상자와 같이 폭력적인 사람의 행동을 제압하기 위해 입히는 의상이며 구찌 패션쇼 초반부 의상들도 병원 시설에서 착용하는 구속복을 연상시켰다. 


구속복을 입은 모델들은 무기력한 표정으로 무빙워크 위에 로봇처럼 가만히 서서 관객 앞을 지나갔다. 이에 모델 아이샤 탄 존스는 손바닥에 미리 써둔 '정신 건강은 패션이 아니다'라고 쓴 양손을 들어보이며 구속복에 대해 항의했다.


패션쇼가 끝나고 아이샤 탄 존스는 인스타그램에 "많은 사람들이 정신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병을 이겨내기위해 노력한다" 며 "구찌가 이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fashionn@fashio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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