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2019-05-04 |
[리뷰] 새로운 샤넬 시대 개막, 2020 샤넬 크루즈 컬렉션
라거펠트 없는 샤넬의 행보는? 칼 라거펠트 후계자로 임명된 버지니 비아르가 첫번째 테스트 무대인 2020 샤넬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녀는 코코 샤넬과 칼 라거펠트의 미학에 충실한 새로운 샤넬 시대로 안내했다.
지난 2월 작고한 칼 라거펠트 후계자로 임명된 버지니 비아르가 지난 5월 3일(현지시간) 사실상 첫번째 테스트 무대인 2020 샤넬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였다.
멘토인 칼 라거펠트의 직접적인 도움없이 그녀가 치뤄낸 첫 패션쇼였기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었다. 기차 역에서 열린 2020 샤넬 크루즈 컬렉션은 코코 샤넬과 칼 라거펠트의 미학에 충실한 새로운 샤넬 시대로 안내하며 대를 이을 후계자임을 증명했다.
칼 라거펠트는 세상을 떠났지만 엄청난 유산을 남겼다. 30년 넘게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재임하면서 실패의 위기에 직면했던 브랜드를 되살려 세계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패션 하우스 중 하나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창업자 코코 샤넬이 구축한 코드를 기반으로 했다면, 오늘날 샤넬의 DNA는 라거펠트의 브랜드 작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
지난 2월 샤넬 하우스는 가브리엘 샤넬과 칼 라거펠트의 유산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30여년 라거펠트의 오른팔이자 스튜디오 디렉터였던 최측근 협력자였던 버지니 비아르를 공식 후계자로 임명했다.
↑사진 = 2019 봄/여름 샤넬 컬렉션에 처음으로 피날레 무대에 칼 라거펠트와 함께 등장한 버지니 비아르
그러나 누가 샤넬를 맡든 칼 라거펠트의 발자취를 따라 가면서 동시에 프랑스 하우스의 명성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과제를 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라거펠트 없는 샤넬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샤넬의 패션 창작 스튜디오 책임자였던 버지니 비아르는 칼 라거펠트 밑에서 30년 넘게 함께 작업하며 디자인을 배웠으며, 2019 봄/여름 꾸띄르 컬렉션에서는 병환중인 칼 라거펠트를 대신해 혼자서 피날레 인사를 했으며 그가 세상을 떠난지 몇 주만에 2019 가을/겨울 컬렉션을 마무리했다.
샤넬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는 2020 샤넬 크루즈 컬렉션 관객들을 매혹적인 프랑스 기차역에 초대했다. 이는 미래를 향한 여행의 출발점을 시사하는 적절한 설정이었다.
그녀는 칼 라거펠드 없는 샤넬을 실감나게 보여 주었다. 샤넬의 헤리티지와 시그너처를 레트로와 모던한 아이디어로 접목시켜 샤넬의 미래 비전을 함축적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버지니 비아르의 샤넬 데뷔쇼는 디자인 철학에서 칼의 시대와 구별되는 한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었다.
칼 라거펠드가 액세서리나 디테일을 과장한 '맥시멀' 미학을 선보였다면, 버지니 비아르는 집을 나서기 전에 거울을 보고 한가지를 제거해야 한다고 지시했던 코코 샤넬의 미니멀적인 격언을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패션쇼 무대 세트 디자인부터 실루엣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라거펠트의 창작물보다 다소 미니멀한 느낌이었다
완벽하게 복제된 그랑 팔레의 우주선 정거장, 해변, 슈퍼마켓 등 매머드급 쇼장에 익숙했던 관객들은 쇼장에 입장하자마자 그랑 팔레를 배경으로 한 상대적으로 심플한 기차 역을 발견했다.
패션쇼 장소는 승강장을 따라 트랙과 벤치가 설치되어 있었고 안티베스, 베니스, 로마, 리비에라, 에든버러, 생 트로페즈 등 올 시즌 샤넬 여성이 어디로 갈지 알려주는 표지판도 눈에 띄였다.
이번 컬렉션의 전체적인 개념은 부유한 여성들이 햇살이 비치는 크루즈 여행에서 입을 옷에 대한 니즈를 제공했다. 버지니 비아드는 2019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실루엣의 단서를 가져온 경량의 슈트부터 칼 라거펠트가 선호했던 유니폼에 대한 사랑스러운 헌사인 풀 먹인 화이트 칼라의 플로랄 아플리케 시어 드레스에 이르기까지, 2020 리조트를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을 선보였다.
버지니 비아르는 칼 라거펠트 밑에서 수십 년 동안 디자인을 배웠고, 그것은 그대로 나타나 마치 칼 라거펠트 작품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처럼 느껴졌다.
샤넬 패션 부문 사장 브루노 파블로브스키가 '버지니 비아르의 임명은 칼 라거펠트가 세운 업적으로 계속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한 의도가 확실하게 드러났다. 밝은 색상의 재킷과 샤넬 로고 팬츠, 박시한 트위드 블레이저는 칼 라거펠트가 이끌었던 80년대 복고풍을 연상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컬렉션은 모조품이 아니었다. 버지니 비아르는 클래식을 아주 약간 단순화시켜 자신만의 스핀을 주었다. 유틸리티 재킷이나 롱라인, 니트 카디건처럼 몸에 잘 맞는 옷들은 몸에 피트되었다.
반면에 트렌치와 샤프한 테일러드 블레이저는 페미닌한 느낌을 위해 정확하게 허리 부분을 강조했다. 이것들은 현재 버지니 비아르가 샤넬 여성들을 위해 브랜드를 디자인하고 있다는 분명한 터치었다.
블라우스 역할을 하는 커다란 리본과 기차 안내원의 램프처럼 보이는 가방 등 샤넬 특유의 기발함도 살아 있었다.
프린트 애슬레저 레깅스와 스키니 진 등도 선보여졌으며 오프닝 룩에서는 굽이 낮은 검은색 펌프스의 핑크 포인티드 토 혹은 손가락 없는 장갑의 퍼플 충격 등 밝은 색상의 디테일이 뉴트럴 팔레트와 충돌했다. 라일락 가죽 팬츠나 프린트된 아주 얇고 가벼운 드레스처럼, 좀 더 휴일에 어울리는 옵션들은 밝은 파스텔로 변주되었다.
어쨌든 기존 샤넬의 시그너처와 비교했을 때 다소 조용한 런웨이였다. 칼 라거펠드의 죽음이 아직도 크게 와 닿지 않는 가운데, 이번 2020 크루즈 컬렉션은 지아니 비아르가 완전한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오는 7월에 선보일 샤넬 꾸띄르 쇼에서는 다시 칼 라거펠트처럼 판타지한 샤넬 유니버스로 돌아오길 고대한다. 샤넬은 예산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진정한 꿈을 심어줄 수 있는 패션 순간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럭셔리 하우스 중 하나다. 버지니 비아드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코코 샤넬-칼 라거펠트로 이어지는 프랑스 하우스의 헤리티지를 유지하기 위해 그녀만의 정체성이 샤넬 DNA에 녹아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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