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2019-05-01 |
[리뷰] 아프리카-테라피, 2020 디올 크루즈 컬렉션
2020 디올 크루즈 컬렉션은 디올의 헤리티지와 아프리카 공예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결합된 모험적인 시도였다. 범아프리카적인 장인정신과 전통에 경의를 표한 이번 컬렉션은 문화적인 감성으로 인식될까 문화적 도용으로 인식될까?
이제 막 공개되기 시작한 럭셔리 하우스의 여행-중심 크루즈 컬렉션에서는 최근 하나의 뚜렷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신이 아닌, 로컬 문화에서 영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모로코 중남부의 도시 마라케시는 그동안 자주 서양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는 원천으로 등장했기 때문에 이제 더이상 낯설지가 않다.
지난해 5월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레이스 제조 역사로 유명한 프랑스 샹티에서 2019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인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루이는 지난 4월 29일(현지시간) 2020 크루즈 컬렉션을 위해 16세기에 지어진 마라케시의 엘바디 궁전에서 프랑스 하우스의 런웨이 쇼를 무대에 올렸다.
저녁에 열린 쇼장을 밝히기 위해 횃불과 모닥불을 피운 궁전 안뜰 수영장 주위를 모델들이 워킹을 하면서 오래된 궁전의 분위기있는 내부는 패션 쇼장으로 변했다.
또한 패션 쇼장 앞 줄에 앉은 루피타 뇽, 제시카 알바, 칼리 클로스와 같은 셀러브리티들은 전 세계 인플루언서와 프레스들과 함께 마리아 그라치아 치루이의 최신 비전을 경험하기 위해 화려한 패션쇼 무대가 마련된 북아프리카 마라케시로 날아왔다.
세계 최고의 파워 맨 도날드 트럼프는 멕시코 장벽에 집착하고 유럽 전역의 반이민 정당들이 수백만 표를 얻는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아프리카에서 영감을 얻고, 아프리카인들이 만든 크리스찬 디올의 2020 크루즈 컬렉션은 포괄성, 관용성 그리고 무엇보다 문화적 호기심에 대한 아주 중요한 표현이었다.
1960년 당시 크리스찬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이브 생 로랑은 '모로칸'으로 명명된 코트를 디자인했다. 때문에 마라케시는 디올 하우스의 DNA에 들어있다.
이번 컬렉션에는 디올의 1대 수석 디자니어였던 이브 생 로랑의 1960년 모로코에 매료되었던 디자인과 2대 수석 디자이너인 마르크 보앙의 프린트와 실루엣으로 디올 아카이브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또한 다양한 콜라보레이션도 진행했다.
이번 컬렉션이 '세계 지도'가 되기를 윈했던 마리아 그라치아 치루이의 독창적인 영감의 원천은 왁스 프린트 소재였다. 그녀는 코트디부아르에 있는 유니왁스 공장과 스튜디오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소재를 짜는 법을 통합해 디올 코드로 재해석했다.
또한 넬슨 만델라를 기리는 셔츠를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 파데오와 협업을 진행했고, 디올의 상징적인 뉴 룩 슈트 버전을 위해 디자이너 그레이스 웨일즈 보너와 아티스트 미칼렌 토마스와 협업을 진행했다.
한편 모자 디자이너 스테판 존스는 터번과 헤드피스를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 마틴 앙리와 다니엘라 오세메드와 함께 작업했다.
특히 이번 2020 디올 크루즈 컬렉션은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디올 하우스에 입성한 후 자신의 시그너처가 된 수많은 실루엣을 특징으로 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허리에 포인트를 준 가볍고 투명한 천으로 만든 바닥에 끌리는 드레스와 스커트가 대표적이었다. 이전에 선보인 작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아프리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새로운 패브릭으로 변주했다는 점이다.
다양한 아프리카 국가의 전통적인 드레스와 자주 연결되는 다양한 앙카라 프린트와 왁스 프린트된 패브릭은 이번 컬렉션의 가장 큰 특징으로 튤, 카모플라주 프린트, 약간의 크리스찬 디올 브랜딩으로 레이어드되었다. 이는 어떤 면에서는 다소 모험적인 시도로 볼 수 있다.
영국 디자이너 스텔라 맥카트니와 같은 다른 백인 유럽 디자이너들이 앙카라 프린트 사용으로 과거에 공개적으로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모델이 아닌 백인이 착용했을 때 특히 비난을 받았다.
이번 패션쇼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인스타그램 게시글에서, 디올은 컬렉션을 만드는 데 관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일부 제작자의 동영상을 공유했는데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일부 추종자들은 모로코 장인들이 부각되는 것을 보고 기뻐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른 문화권의 역사적인 공예품을 이용해 이익을 추구하는 럭셔리 브랜드의 상업적인 접근에 의문을 제기하며, 그 장인들에게 얼마를 지불했는지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디올 하우스는 문화적 도용이 아닌 문화적 감성에 초점을 맞춘 패션쇼라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아프리카 패션과 디자인에 관련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디올의 2020 크루즈 컬렉션은 과연 패션 피플들의 마음 속에 문화적인 감성으로 인식될까 아니면 문화적 도용으로 인식될까? 아래 소개하는 컬렉션 이미지를 보고 각자 결론을 도출해 보자.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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