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19-03-25

[SFW리뷰 ] 서울패션위크 차세대 루키로 떠오른 '제너레이션 넥스트' 10

서울패션위크에서 차세대 디자이너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 '제너레이션 넥스트'는 독특한 시각과 참신한 발상을 선보이는 신인 디자이너들 패션쇼로 매 시즌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2019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에서 주목받은 GN 루키들을 소개한다.




서울패션위크의 차세대 디자이너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 '제너레이션 넥스트'는 늘 새로운 스타 탄생으로 행사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 치열한 경쟁을 통과한 20명의 신예 디자이너들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3번의 컬렉션을 통해 서울패션위크에서의 성공가능성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




신진 패션디자이너 육성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제너레이션 넥스트 서울'은 독립 브랜드 1년 이상 5년 미만의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그야말로 새내기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이다.

 

독특한 시각과 참신한 발상의 런웨이 쇼는 대한민국 하이-패션의 미래이기도 하다. '제너레이션 넥스트 서울'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디자이너들은 곧바로 서울패션위크로 진출해 뉴웨이브 역할을 하며 활력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0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이번 시즌 '제너레이션 넥스트 패션쇼’는 패션쇼’가 DDP 어울림광장 내 미래로 하부에서 오픈형으로 구성, 일반 시민들도 함께 쇼를 관람하고 즐기는 축제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

 

전체적으로 해체주의와 재구성을 통한 옷의 재발견, 새로운 시각의 텍스처와 패턴 부상, 맥시멀리즘에 지친 눈을 정화시키는 미니멀리즘의 부상, 유스 컬처를 K-컬처 시각으로 해석한 스포티즘, 뉴트럴-젠더적인 감성의 스타일 등 다양한 스타일이 선보였다. 이중에서 주목해야 할 신인 디자이너 10명을 소개한다.

 


1. 롱플레잉레코드(LONGPLAYING RECORD), 디자이너 권오승

 

'롱플레잉레코드’의 디자이너 권오승은 GN 데뷔 무대인 2019 F/W 컬렉션을 통해 자유 감성을 가미한 클래식 포멀웨어를 재해석했다. 브랜드 철학인 ‘심플하지만 심플하지 않은’이라는 컨셉트를 통해 심플한 모노톤 디자인을 자유자재로 변형한 착장에서는 디자이너의 영민함이 묻어났다.

 

웰메이드 테일러드의 묵직한 실루엣과 지퍼와 체인과 같은 위트있는 디테일의 만남은 클래식 포멀 웨어라는 정체성을 잘 드러냈다. 특히 밀리터리 & 포멀 클래식 웨어인 MA-1, 트렌치 코트, 카고 팬츠 등을 롱플레잉레코드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것이 돋보였다.

 

슈트, 니트, 티셔츠, 방모 코트, 후드 티, 점퍼, 팬츠 등 포멀한 아이템들은 울, 울 혼방, 폴리에스터, 신축성있는 폴리우레탄 혼방 소재와 만나 자유자재로 융합되었다.

 

뉴트로 느낌 물씬 풍기는 빅 체크 패턴은 약방의 감초같은 역할을 했으며 실루엣은 와이드와 오버사이즈 루즈 핏이 런웨이의 중심을 잡아주었으며 다양한 스포티 백과 비대칭 레이어드는 엣지있는 양념이었다.

 

블랙이 주도한 컬러는 블루, 베이지, 카키 그린 등이 따뜻한 내조를 했다. 한마디로 과감했지만 차가웠고 베이직했지만 뜨거웠다.



 

 

2. 마이누(MINU), 디자이너 조민우

 

디자이너 조민우가 전개하는 브랜드 ‘마이누’는 유년기 시절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컨템퍼러리 패션을 투영한다.

 

이번 시즌 마이누의 테마는 ‘사춘기 소년’이다. 보통 사춘기 소년들은 자신이 어른이라고 생각하며, 어른처럼 행동하지만, 여전히 어린 티를 못 벗어난 어린아이로 보인다.

 

강해 보이려 노력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그들의 허세를 디자이너는 멋으로 변주한다. 어린 시절 열정은 늘 강렬한 컬러와 소재로 초점을 맞추어 디자인한다. 또한 편한 실루엣을 사용해 편함을 지향하지만 가볍지 않은 세련미도 돋보인다.

 

사춘기 시절 반항심에 옷을 멋대로 리폼하며 새로운 옷을 창조하는 기억을 끄집어낸 디자이너는 전혀 다른 요소의 조합에 초점을 맞춘다. 밝은 분위기의 컬러에 어두운 톤을 사용하고 귀여운 그래픽을 넣어 사춘기의 반항심을 담으면서도 그 안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어린 시절을 표현했다.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만드는 귀여운 그래픽과 다양한 색감은 늘 관객들을 미소짓게 만든다, 위트있는 버튼 디테일과 입체적인 분할의 패치워크, 빛바랜 소재의 믹스는 귀여움과 세련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3. 유시온(UXION), 디자이너 유지온

 

브랜드 ‘유시온’ 디자이너 유지온은 이번 시즌 자신의 목소리를 가진 여성들의 인터뷰가 실린 잡지 <더젠틀워먼>을 오마주했다.

 

먼저 브라운과 레드, 인디언 핑크로 펼쳐지는 컬러 팔레트에 대담한 블랙으로 무게감을 더했다. 당당함을 넘어 우먼파워가 느껴졌다. 테일러링을 베이스로 하는 브랜드답게 울과 울 실크를 바탕으로 캐주얼 요소를 녹여내기 위해 면 혼방의 테크 소재를 더한 다양한 아우터 웨어도 선보였다.

 

브랜드 특유의 테일러링과 허리를 강조한 페미닌 요소의 만남은 기존 걸-크러시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소재와 컬러로 투영된 강렬함과 정교한 테일러링의 만남은 걸 크러시를 당당한 파워 우먼으로 변주했다.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여성스러운 실루엣과 소프트 아방가르드, 턱시도에서 영감을 얻은 팬츠 슈트에 이어 후반부에는 테일러링 테크닉을 접목한 구스다운 아우터 웨어들이 나왔다.

 

바이커 재킷 기능을 응용한 구스다운 코트들의 절개가 돋보였으며 구스 다운을 점프 슈트로 변형한 위트도 탁월했다. 결론. 남성복의 기능성을 여성복 안에서 미학으로 승화시킨 모던 걸크러시의 전형이었다.

 



 

 

4. 쎄쎄쎄(SETSETSET), 디자이너 장윤경

 

디자이너 장윤경이 이끄는 브랜드 쎄쎄쎄는 한국문화에 대한 색다른 시각의 접근으로 주목받고 있다. 매 시즌 뻔하지 않게 표현하기 위해서 트렌디한 컬러감의 텍스타일을 시즌마다 개발해 러블리하고 키치한 룩을 선보인다.

 

이번 시즌 테마는 ‘무궁화 꽃 피었습니다.’였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올해, 디자이너는 독립 열사들의 청춘을 한국 국화인 무궁화로 풀어 헌정했다. 전체적인 무드는 레트로 느낌이 강했다. 마치 할머니의 옷장에서 끄집어낸 오래된 옷을 입은 손녀는 당당하고 귀여웠다.

 

특히 무궁화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텍스타일, 무궁화 5개의 꽃잎을 상징하는 트임 디테일, 꽃 모양의 와이드한 후드를 통해 순수하면서도 우아한 코리아 클래시즘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벨벳 소재로 따뜻한 느낌을 연출했으며, 공단을 통해 꽃의 광택 느낌을 주었다.


퍼플, 스카이블루, 옐로, 코랄을 메인 컬러로 네이비, 피코크 블루, 골드, 브라운을 서브 컬러로 선보였다. 새로움과 복고풍이 만난 요즘 잇 트랜인 뉴트로의 핵심은 바로 신구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노스텔지어다. 그런 점에서 쎄쎄쎄는 한국형 클래시즘을 뉴트로 트렌드로 적절하게 변주했다.

 


 

 

5. 이케(IKE), 디자이너 박익제

 

브랜드 이케는 해체주의적인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 ‘티스오피스(TEETHOFFICE)’의 세컨드 라인으로 테일러링, 절제된 블록 패널의 절개와 텍스처의 배색으로 하이엔드 지향의 페미닌한 실루엣과 유틸리티를 강조하고 있다.


이번 시즌 디자이너 박익제는 미에 대한 집착에서 오는 허무함을 ‘무(Nichts)’라는 테마 안에 담았다. 포스트모더니즘 작가 요나스 메카시의 필름 속 내레이션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셔링과 주름, 날카로운 컷-아웃, 하이-웨이스트 팬츠, 부풀린 소매 등은 시각적인 입체감을 연출했으며 절제된 실루엣에서 풍기는 우아함에 실용성을 더했다.

 

울과 새틴 등의 소재를 사용해 커팅, 셔링, 주름 등을 섬세하게 활용한 베이지 색상의 드레스와 재킷 등은 해체주의 미학 속에 숨어있는 고급스러움과 여성미를 발견했다.


미니멀과 여성스러운 실루엣의 만남은 다소 지겨워지기 시작하는 맥시멀리즘 패션에 대한 도전으로 보였다. 섬세한 디테일이 정교한 테일러링과 만났을 때 연출되는 궁극적인 페미니니티는 포스트 맥시멀리즘의 대안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패션 철학과 정체성이 분명한 크리에이터다.

 


 

 

6. SEOKWOON YOON, 디자이너 윤석운

 

뉴욕에서 시작한 컨셉추얼 컨템퍼러리 룩을 선보이는 디자이너 윤석운은 예술과 패션의 경계선에서 균형감을 유지하며, 수없이 고민하여 나온 구조적 디테일과 창의적인 드레이핑을 탐닉한다.

 

이번 시즌 컨셉트는 ‘폐소공포증’이다. 폐소공포증이 유발하는 정신적 취약성, 불안감, 제한된 공간 등을 브랜드만의 창의적인 구조와 패턴을 통해 해체주의적 심미안으로 재해석했다.

 

소재는 진주, 녹인 PVC, PVC, 데님, 코튼, 실크 오간자, 니트, 생화, 고무, 페인트된 나무 등이 사용되었고 컬러는 그레이, 챠콜, 블랙, 블루, 옐로, 민트, 토마토 레드, 퍼플, 화이트, 크림 등이 등장했다.

 

뒤틀어진 형태의 테일러드 아이템, 공간을 재구성한 크로스-오버 형태, 녹인 PVC 소재, 갇혀있는 옷, 시그니처 아이템인 변형 가능한 형태의 옷들을 통해 창의적인 텍스타일과 형태를 보여주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과거에 운반 도구뿐만 아니라 놀이 도구의 한 형태로 사용되던 지게의 이중성을 브랜드만의 위트있는 표현방식을 통해 지게를 재구조화시켜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명에 넣은 자신감처럼 해체주의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구사하는 테크닉 역시 수준급이었다. 이번 시즌 기억할만한 이름이다.

 



 

 

7. 문제이(MOON J), 디자이너 문진희

 

브랜드 ‘문제이’는 실험적인 컬러와 텍스쳐 그리고 그래픽적인 디자인으로 인해 늘 새롭고 흥미롭다. 디자이너 문진희는 이번 시즌 남과 다른 ‘괴짜’들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를 통해 영화 <소공녀>의 여주인공 ‘미소’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미소는 가사 도우미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살아가지만, 기호 식품인 위스키와 담배 때문에 집을 포기하며 자발적 홈리스가 된다. 그녀는 집이 없는 게 아니라 단지 여행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당당하게 자신의 결정을 즐기는 런웨이 속 미소는 모던 보헤미안 룩으로 변주되어 구조적인 테일러드와 페미닌한 실루엣이 조화를 이루었다. 여행자이지만 여행자가 아닌 미소를 위한 판타지는 풍성한 러플의 자유 영혼이었다.

 

특히 단추가 돋보인 스웨터는 미소에게 할머니의 따뜻함으로 외로움을 극복해가는 선물이었다. 포켓에 포인트를 준 유틸리티 룩도 홈리스 미소에게는 필수템이다.

 

마그다 스쿠핀스카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독특한 텍스처와 베이지, 브라운, 올리브 그린, 핑크, 옐로 등 색감의 조화 그리고 레이어링, 해진 밑단, 일반적이지 않은 여밈 위치 등 전체적으로 독특한 선택으로 개인의 취향을 즐기는 청춘들을 위한 세련된 모던 보헤미안 룩을 선보였다.

 


 

 

8. 모던에이블(MODERNABLE), 디자이너 정유빈

 

디자이너 정유빈이 전개하는 브랜드 ‘모던에이블’은 절제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여성복이다. 차가운 도시 속에서 따뜻함을 찾는 모던에이블은 모던 시크를 바탕으로 절제된 실루엣에 브랜드만의 유니크한 디테일을 더해 뉴 페미닌 캐주얼 룩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시즌 테마는 ‘고요함 속의 파동’이다. 직선적 실루엣에 동적인 디테일이 추가되어 하나의 룩이 완성되었다. 마치 고요한 일상 생활에 지친 도시 여성들에게 모던에이블은 산소와 같은 존재를 꿈꾸고 있는 듯 하다.

 

핸드메이드 코트, 무스탕, 퍼, 울 재킷, 셔츠 등은 웰-메이드 테일러링을 통해 기본으로 돌아간 미니멀리즘을 연상시켰다. 소재는 울 이중지, 울 혼방 원단, 워싱 원단, 페이크 퍼를 사용했으며 컬러는 파스텔 톤의 민트, 그린, 베이지, 브라운 등이 눈길을 끌었다.

 

해체주의적 셔츠 시리즈와 포켓 유틸리티 룩, 풍성한 러플 스커트는 절제된 클래식과 자유로운 페미닌이 만난 미니멀 어반 시크였다. 심플한 듯 심플하지 않은 절제미가 매력적이었다.

 


 

 

9. 더스톨른가먼트(THE STOLEN GARMENT), 디자이너 박정우

 

영국에서 공부한 후 현지에서 브랜드를 런칭해 활동하다가, 한국에서 데뷔 무대를 가긴 더스톨른가먼트의 디자이너 박정우는 이번 시즌 ‘성장’을 테마로 데님과 인조 모피가 결합된 새로운 남성복을 선보였다.

 

전통적으로 데님은 노동자의 컬러였고 모피는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상충하는 두 소재의 간극을 좁힌 다양한 컬러와 인조 모피와 데님의 결합은 리치하면서도 거친 느낌을 내는 찰떡궁합이었다.

 

이번 시즌 메인 아이템 재킷에는 주로 데님과 인조 모피를 사용했다. 하지만 고정 관념을 탈피한 새로운 형태의 데님 재킷, 리버시블 퍼 플오버 등을 제시해 데님과 인조 모피의 남성복에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한 모자 브랜드 ‘큐밀리터리’의 디자이너 박규은과 가방 브랜드 ‘키리’의 디자이너 이기찬과 컬래버레이션한 편한 모자와 과감한 헤드피스, 그리고 서정적이고 유희적인 미니 백으로 인해 브리티시 느낌도 분명해졌다.

 

피날레 인사에서 디자이너와 눈이 마주친 객석에 앉은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앞으로 그의 아버지처럼 한국 남성들에게도 감동을 주는 남성복 디자이너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10. 르메테크(LEMENTEQUE), 디자이너 박성일

 

80년 대 중반 성냥개비를 물고 트렌치코트를 날리며 등장했던 ‘영웅본색’의 주윤발이 런웨이에 부활했다. 하지만 2000년대 ‘영웅본섹’의 ‘섹’은 남성미가 아니라 섹시미였다.

 

르메테크 디자이너 박성일은 실크의 화려함과 자연스럽게 흐르는 실루엣으로 매니시한 섹시미를 선보였다. 르메테크는 소재 자체가 컨셉트인 독특한 브랜드다. 실크라는 다소 격식있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탈피해 ‘자유’라는 브랜드 철학에 집중해 자유분방하게 표현한다.

 

덕분에 이번 시즌 런웨이 모델들은 매일 실크를 입는 자유분방한 동네 클럽 오빠들로 표현되었다. 성공은 했지만 번듯하지 않고, 조금은 날티 나는 멋쟁이들이다.

 

쇼 초반부에는 젊은 친구들에게 실크를 어떻게 입는 지를 락 스타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달했다면 중반부터는 중후한 실루엣의 실크 이미지를 보여준다. 특히 브랜드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100% 리얼 실크 셔츠와 실크 스카프는 단연 빛났다.

 

자체 개발한 화려한 패턴과 실루엣의 실크 셔츠를 자유분방하게 스타일링해 독특한 섹시미를 연출했다. 올 가을 젠더-뉴트럴 소비자들에게는 잇템이 될 듯.

 




패션엔 유재부 기자
fashionn@fashio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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