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2019-02-27 |
[리뷰] 클래식과 해체주의의 만남, 2019 가을/겨울 록 (ROKH) 컬렉션
파리패션위크에서 기대를 모은 한국 출신의 신예 디자이너 황 록은 2019 가을/겨울 록(ROKH) 컬렉션을 통해 클래식과 해체주의의 절묘한 만남으로 오프닝과 성공적 데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2019 가을/겨울 파리패션위크의 오프닝은 한국 출신의 신예 디자이너 황 록(Rok Hwang)이 장식했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 출신 디자이너인 황록은 영국의 패션 명문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을 졸업하고 셀린느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2016년 브랜드를 런칭한 후 지난해 LVMH 어워즈특별상을 수상하며 세계 패션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황록은 분명 탁월한 재능과 디자인 소질로 호기심 많은 관객들을 패션 쇼장으로 끌어들였다. 아직은 무명 디자이너라는 점을 감안할 때 디자이너 황록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데뷔 무대였을 것이다.
하지만 셀린느의 피비 필로 밑에서 쌓은 경력과 루이비통과 클로에의 경험은 큰 자양분이었다. 그의 옷은 때때로 너무 복잡할 수 도 있지만 고객을 매료시키는 멋진 한방을 가지고 있어 현재 전세계 120개 매장에서 성황리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 = 한국 출신 디자이너 황록
디자이너 황록은 패션쇼 타이틀로 '10대의 악몽'을 잡은 이유에 대해 "처음 브랜드를 시작했을 때 주된 영감의 원천은 래리 클락('네이키드 청춘' 영화감독)과 구스 반 산트('아이 앰 마이클' 영화감독)였다. 이들의 내러티브는 젊음의 투쟁에 관한 것이었다. 물론 여성을 위한 아름다운 옷을 여전히 만들고 싶지만 아직은 좀 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10대의 악몽'이라는 다소 어두운 타이틀의 이번 패션쇼는 신선한 페인트 잔향이 남아있는 빨간 조명으로 휩싸인 파리 오스만 거리 외곽의 잘 알려지지 않은 어두컴컴한 지하실에서 열렸다.
이는 그가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살았던 텍사스 오스틴의 '10대의 황무지'로 돌아간 그의 삶의 일부분으로 개인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타이트한 런웨이와 버나드 허만이 작곡한 히치콕의 '현기증' 테마 음악을 강조한 극적인 사운드트랙은 패션쇼에 강렬한 분위기를 더했다.
앙증맞은 가짜 대리석 프린트의 PVC 재킷과 컬러풀한 크로셰는 90년대 홈 데코를 연상시켰고, 반면에 플로랄과 체인-링크 실크 드레스는 그의 어머니의 80년대 복장을 닮았다.
그는 낡은 소파 쿠션에서 뽑아낸 페이즐리 프린트를 가르키며 "사실 아버지의 밴에서 재료를 몇개 이용했다"고 말했다.
디자이너는 "클래식해 보이는 트렌치코트, 더플, 블레이저와 같은 해체주의적인 워크웨어들은 솔기를 자르고 작은 실을 함께 고정시켰으며 걸어갈때 틈새를 드러내며 우리의 정체성이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디자이너 황록의 작품들은 뒤쪽에 슬래시가 있거나 위는 트렌치 코트지만 아래로 내려갈 수록 주름이 잡혀있는 등 파격적인 변형이 특징이다.
단추를 풀거나 끼워서 실루엣을 바꿀 수 있고, 팬츠지만 단추를 풀면 플레어가 풀리면서 스트레이트 실루엣으로 바뀌는 등 형태의 변화도 많다.
이번 데뷔 컬렉에서는 가죽 아이템,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타바코 트렌치, 무성한 시얼링 코트, 피어싱한 형광 블루 염색 테일러드 드레스 등이 주목을 끌었다,
해체주의와 클래식의 만남도 빛을 발했다. 그는 체크 신사 코트를 롱 스커트로 반전시켰고 다양한 패널로 잘게 잘려진 더플 코트는 토글로 연결했다.
쇼의 마지막 파트에서 디자이너 황록은 기발한 3피스 슈트의 반복을 선보였다. 몸에 꼭 맞는 블레이저와 미디 스커트, 젊지만 동시에 우아함을 느낄 수 있는 상의에 두른 비대칭 미니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디자이너 황 록은 "모든 사람들이 세련된 예술적 감각이 있는 여성을 위해 디자인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여성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마도 에디 슬리만이 이끄는 새로운 셀린느 행보에 대한 완곡한 언급으로 보인다.
그는 "거칠지만 세상 물정을 모르는, 중간적 존재인 나와 같은 젊은 세대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용돌이치는 프린트 속에 숨어있는 사회 통념에 어긋나는 단어어 들어간 히치콕 감독의 영화 '현기증'에서 참조한 애시드 그린 니트였다.
이어 그는 "단어들은 모두 내가 먹는 약 이름이다. 이것은 쿨하다기 보다 오히려 현실적이며 브랜드 록이 추구하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여성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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