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2019-02-21 |
[종합] 2019 가을/겨울 런던패션위크 트렌드 키워드 7
2019 가을/겨울 런던패션위크는 파격과 예술성이 강조된 가운데 레드와 모던 로얄티, 깃털, 패치워크, 격자무늬, 블랙 가죽 등 전통과 컨템포러리적인 요소가 복잡하게 혼합된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트렌드가 만발했다.
영국은 3월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시한을 앞두고 극심한 국론 분열이 이어지고 집권 여당인 보수당의 친 유럽연합 성향 의원들이 탈당을 하며 반란을 꾀하는 등 뒤숭숭한 상황이다.
브렉시트로 인한 극심한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런던패션위크 디자이너들은 패션을 낙관주의, 권력, 보호의 도구로서 오랜 전통과 컨템포러리적인 요소를 믹스한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트렌드로 제시했다.
영국 정부가 제2차 세계 대전을 앞둔 1939년, 대규모 공중 폭격이 예고된 가운데 영국 시민들에게 '평정심을 유지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라(Keep calm and carry on)'는 슬로건 포스터를 배포하며 사기를 복돋았던 시기와 현재 블랙시트로 분열된 영국의 정치적 현실과 매우 유사하게 닮아 있다.
따라서 영국의 정치적 상황은 혼란스럽지만 런던패션위크는 조용하거나 지루하지는 않았다. 사실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5일간 진행된 런던패션위크에서는 눈에 뛰는 스타급 디자이너들은 없었지만 젊은 패션 인재들의 용광로같은 꿈틀거림은 여전했다. 트렌드적인 측면에서도 오랜 전통과 컨템포러리가 혼재된 복잡한 믹스를 제안했다. 런던패션위크 디자이들이 제안한 트렌드 키워드 7가지를 소개한다.
1. 곳곳에 만발한 적색 경보, 레드
퍼플은 2019 가을/겨울 뉴욕패션위크에서 뉴 블랙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런던에서 주목을 받은 뉴 블랙은 바로 정열적인 레드였다. 패션의 정치학이라는 측면에 볼 때 이는 블랙시트로 분열된 영국의 현실을 반영한 적색 경보가 아닐까 한다.
사랑, 정열, 혁명, 피, 악마를 상징하는 레드는 대담하면서도 비타협적이었다. 이것은 스테이트먼트 아이템을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전반적으로 영국의 디자이너들은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에르뎀, 프린 바이 숀튼 브레가찌, JW 앤더슨 등이 주목을 받았다.
2019 F/W Erdem Collection
2019 F/W Preen by Thornton Bregazzi Collection
2019 F/W Eudon Choi Collection
2019 F/W J.W. Anderson Collection
2019 F/W Christopher Kane Collection
2019 F/W Emilia Wickstead Collection
2019 F/W Matty Bovan Collection
2019 F/W Pam Hogg Collection
2019 F/W Ports 1961 Collection
2019 F/W Richard Malone Collection
2019 F/W Roland Mouret Collection
2019 F/W Toga Collection
2019 F/W Victoria Beckham Collection
2019 F/W Vivienne Westwood Collection
2019 F/W Wei Huang Collection
2. 메건 마클 효과, 모던 로얄티
영국 패션을 대표하는 스타일 아이콘으로 부상한 메건 마클은 런던패션위크에도 그 영향이 미쳤다. 바로 '메건 마클 효과'다. 도시 전역의 런웨이에 등장한 모던 로얄티를 표방한 룩들은 서섹스 공작부인의 미래 스타일을 연상시켰다.
오프-듀티를 위한 로얄 스타일은 빅토리아 베컴과 마가렛 호웰이 제안했다. 또한 공식적인 행사를 위한 로얄 스타일의 경우, 크리스토퍼 케인의 크리스탈로 장식된 코트와 나탈리아 알라베르디안이 디자인한 어웨이크 모드(A.W.A.K.E. Mode)의 우아한 넘버 드레스가 주목을 끌었다.
과연 올 가을에 메건 마클이 이러한 로얄 스타일을 선택할 지 여부가 주목된다.
2019 F/W Victoria Beckham Collection
2019 F/W Victoria Beckham Collection
2019 F/W Margaret Howell Collection
2019 F/W Christopher Kane Collection
2019 F/W A.W.A.K.E. Mode Collection
2019 F/W Burberry Collection
2019 F/W Erdem Collection
2019 F/W Jasper Conran Collection
2019 F/W Molly Goddard Collection
2019 F/W Ports 1961 Collection
2019 F/W Roland Mouret Collection
3. 런웨이 판타지의 영원한 감초, 깃털
깃털 장식은 런웨이에서 늘 빠지지 않는 아이템으로 눈길을 사로잡지만 리얼웨이에서 소화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럼에도 디자이너들이 컬렉션마다 깃털 장식을 선보이는 이유는는 패션은 사기이자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시즌 깃털 트렌드는 런던을 거쳐 밀라노와 파리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패션위크에 이어 거품이 떠있는 듯한 깃털 장식은 2019 가을/겨울 런던패션위크에서도 일반적인 테마로 계속 지속되었다. 일부 디자이너들은 실제 새러부터 채취한 야생적인 깃털을 선택했고, 또다른 디자이너들은 타페타와 울을 사용한 룩으로 모방했다.
2019 F/W Erdem Collection
2019 F/W Huishan Zhang Collection
2019 F/W J.W.Anderson Collection
2019 F/W Mark Fast Collection
2019 F/W Mark Fast Collection
2019 F/W Mary Katrantzou Collection
2019 F/W Natasha Zinko Collection
2019 F/W Peter Pilotto Collection
2019 F/W Ports 1961 Collection
2019 F/W Roksanda Collection
2019 F/W Ryan Lo Collection
2019 F/W Toga Collection
4. 빈티지와 다양성의 패션 미학, 패치워크
뉴욕 디자이너들이 70년대 패치워크를 2019년 컨템포러리 버전으로 업데이트시킨 데 이어 런던 디자이너들 역시 패치워크에 대한 집중력을 선보였다.
수공예로 작업한 패치워크는 잘못 활용하면 다소 촌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제대로 적용하면 70년대의 그레이 가든 풍의 기이함과 캘리포니아 베이비를 상기시키는 파워를 가지고 있다. 패치워크는 이번 시즌 런던패션위크의 주요 트렌드로 쉬림프스(Shrimps), 몰리 고다드, 프린 바이 숀튼 브레가찌, 애쉴리 윌리암스, 버버리 등이 주목을 받았다.
2019 F/W Rejina Pyo Collection
2019 F/W Shrimps Collection
2019 F/W Molly Goddard Collection
2019 F/W Preen by Thornton Bregazzi Collection
2019 F/W Burberry Collection
2019 F/W Asai Collection
2019 F/W Ashish Collection
2019 F/W House of Holland Collection
2019 F/W Matty Bovan Collection
2019 F/W Pringle of Scotland Collection
2019 F/W Vivienne Westwood Collection
2019 F/W Wei Huang Collection
5. 브리티시 패션의 헤리티지, 격자무늬
영국인들은 모든 종류의 격자무늬에 대한 사랑이 깊다. 바로 영국 패션의 감각적인 헤리티지라는 자부심 때문이 아닐까 한다.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타탄(직물에 굵기와 색깔이 다른 선을 서로 엇갈리게 해 놓은 바둑판 무늬)은 직물이 다양한 지리학적인 지역 사이의 차별화를 돕는 성문화된 시스템 역할을 했던 서기 3~4세기 경의 스코틀랜드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날까지 이어진 전통으로 인해 런던 디자이너들의 런웨이에서는 여전히 격자무늬 패턴이 범람하고 있다. 물론 버버리와 프링글 오브 스코틀랜드와 같은 헤리티지 브랜드들이 가장 눈에 띈다. 유산과 상업성이 절묘한 만남이다.
2019 F/W Burberry Collection
2019 F/W Rejina Pyo Collection
2019 F/W Pringle of Scotland Collection
2019 F/W Alexachung Collection
2019 F/W Ashley Williams Collection
2019 F/W A.W.A.K.E. Mode Collection
2019 F/W Bora Aksu Collection
2019 F/W House of Holland Collection
2019 F/W J.W. Anderson Collection
2019 F/W Simone Rocha Collection
2019 F/W Victoria Beckham Collection
2019 F/W Wei Huang Collection
6. 역대급 걸크러시룩, 블랙 가죽
뉴욕패션위크에서는 밝은 페이크 퍼의 대안으로 컬러풀한 가죽이 주요 트렌드 키워드로 등장했으나 시즌 런던패션위크에서는 블랙 가죽이 강세를 보였다.
특히 걸크러시룩의 대표주자인 블랙 가죽 재킷이나 코트는 청바지와 스커트가 잘 어울리는 캐주얼 느낌과 로커와 같은 엣지있는 파워 룩을 연출할 수 있다. 영화 '메트릭스'를 연상시키는 바닥 길이의 코트나 절묘한 테일러드 케이프 슬래시의 블레이저 등은 다음 시즌 유행이 예상되는 잇 아이템이다.
2019 F/W Rejina Pyo Collection
2019 F/W Alexachung Collection
2019 F/W A.W.A.K.E. Mode Collection
2019 F/W Burberry Collection
2019 F/W Chalayan Collection
2019 F/W Christopher Kane Collection
2019 F/W Emilia Wickstead Collection
2019 F/W Margaret Howell Collection
2019 F/W Pam Hogg Collection
2019 F/W Preen by Thornton Bregazzi Collection
2019 F/W Toga Collection
7. 레드 카펫의 영원한 테마, 이브닝웨어
런던패션위크는 재능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극적인 펀치를 날리는 최고의 무대다. 밤에 따로 챙겨입어야 하는 이브닝웨어는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희박한 개념이지만 매 시즌 디자이너들은 화려한 이브닝웨어를 런웨이에 등장시킨다.
이는 패션쇼를 통해 일상복에서 느낄수 없는 낭만적인 분위기와 판타지를 고객들에게 선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레드 카펫이라는 셀러브리티를 위한 필수템이기 때문이다. 이번 런던패션위크에서는 몰리 고다드의 타페타와 튤을 이용한 형광색 드레스와 헬펀(Halpern)의 무지갯빛 미니 그리고 마리 카투란주의 은하계를 응용한 가운이 주목을 받았다.
2019 F/W Ashish Collection
2019 F/W Christopher Kane Collection
2019 F/W Erdem Collection
2019 F/W Mary Katrantzou Collection
2019 F/W Matty Bovan Collection
2019 F/W Pam Hogg Collection
2019 F/W Roland Mouret Collection
2019 F/W Yuhan Wang Collection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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