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2019-01-21 |
[리뷰] 컴백 브리티시 룩, 2019 가을/겨울 셀린느 남성복 컬렉션
에디 슬리만은 이번 시즌 자신의 문화적 컨퍼런스인 컨템포러리 런던으로 새 장을 연 셀린느의 파워풀한 컬렉션으로 파리 남성복 시즌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했다.
에디 슬리만의 첫 공식 남성복 컬렉션은 '폴라로이드 오브 더 브리티시 유스'라는 타이틀의 영국 스타일에 바치는 헌정시였다. 에디 슬리만의 첫 셀린느 남성복 쇼가 열리기 전의 모습은 평소답지않게 차분했다.
모차르트의 곡이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올 때 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놀트 회장이 패밀리 멤버로부터 환영을 받았고, 관객들은 에펠탑, 콩코르드 광장의 룩소르 오벨리스크, 그리고 개선문의 멋진 광경을 바라보며 거대한 파노라마 창문을 응시했다.
이번 시즌 에디 슬리만은 70년대 후반의 뉴웨이브 운동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그가 생 로랑에서 캘리포니아 카운터 문화 스타일을 새로운 글로벌 로커 애티튜드로 재해석한 것처럼, 셀린느의 2019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더 커진 A-라인 볼륨, 업데이트된 실루엣, 반짝이는 메탈릭 마감으로 뉴웨이브를 재구성했다.
변화의 움직임은 첫번째 룩이 등장했을 때 감지되었다. 스키니 팬츠의 왕 에디 슬리만은 주름진 헐렁한 하이-워터 팬츠(밑단을 접어 올린 팬츠)로 새로운 슈트 형태를 선보였다.
하지만 그는 남성복 용어집에 있을 법한 클래식한 남성복을 차례로 선보이며 이를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코트가 다수 등장했고 에디 슬리만의 시그너처인 스키니 역시 다양한 버전으로 선보였다.
지난 시즌 셀린느를 위해 선보인 그의 데뷔 무대인 남여 공동 컬렉션이 파리 시크에 관한 것이었다면, 셀린느의 첫 번째 남성복 컬렉션은 에디 슬리만이 최근에 시간을 보낸 '런던으로의 여행'에 관한 것이었다.
에디 슬리먼은 백스테이지 인터뷰에서 "나는 지난해 5월에 처음 런던에 갔다. 당시 나는 런던의 창조적인 장면을 아주 많이 놓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런던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내 눈을 뜨게 했고 나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몇 달만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이번 시즌 룩들은 영국 스타일 아이콘에 맞춘 것처럼 보였다. 블랙 트라우저와 카멜 코트에 프린스 오브 재킷을 매치한 가수 브라이언 페리, 스트라이프 스웨터에 가죽 재킷과 드레인파이프 팬츠를 매치한 가수 칼 브랫, 그레이 슈트 위에 트위드 코트를 입은 가수 폴 웰러 등이 연상되었다.
런웨이는 브리티시 스타일의 키워드 모즈, 로커, 테디 보이가 앞다투어 등장했다. 옐로 앤 블랙 타이거 프린트 코트와 카키 파카가 조화를 이룬 유니크한 룩에 이어 버시티 재킷, 더플 코트, 가죽 트렌치, 네루 재킷, 캐시미어 코트, 바이커 재킷, 양가죽 재킷, 노끈 파이핑으로 트리밍한 체크 울 로브 코트 등이 선보여졌다.
또한 끝을 잘라버리고 단을 올린 와이드 팬츠와 독창적인 관절형 발꿈치가 달린 스터드 바이커 재킷부터 줄무늬가 있는 애니멀 프린트 코트, 꾸띠르 같은 새들 스티지의 바이커 재킷에 이르기까지 에디 슬리만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룩이 다수 선보였다.
이번 패션 쇼를 통해 에디 슬리만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생 로랑에서 개발한 미학과 관련이 있는 로스엔젤리스 시대와 선을 그었다. 대신 2000년대 중반 영국 락의 사진집 '런던 버스 오브 어 컬트'가 발행되었던 디올 옴므 시대로 다시 거슬러 올라갔다.
한편 에디 슬리만은 패션쇼를 위해 사운드 트랙을 의뢰하는 전통을 그대로 이어갔다. 이번에는 벤쿠버의 멀티비디어 집단 크랙 클라우드의 노래 '필로소퍼즈 콜링'이었다.
그러나 그는 70년대 후반 뉴욕의 포스트 펑크를 이끈 핵심 인물인 섹스폰 연주자 제임스 챈스의 예상치 못한 라이브 공연으로 쇼를 마무리했다.
세련된 디스플레이로 남성 시즌의 적절한 마무리를 장식한 에디 슬리만은 이제 셀린느에서 새로운 장을 열었으며 다소의 스타일적인 균열을 통해 남성복 라인에 신선하고 새로운 관점을 불어 넣은 것은 의미있는 시도였다.
결론적으로 생 로랑을 연상시키는 변하지 않은 스타일로 논쟁의 중심에 섰던 에디 슬리만은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은 듯 보였다. 그의 첫 셀린느 남성복 쇼는 절제되었을 뿐 아니라 보수적이어서, 앙팡테리블 파리 패션에서 또다른 측면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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