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2019-01-20 |
[리뷰] 만국기 패션, 2019 가을/겨울 루이비통 남성복 컬렉션
버질 아블로의 2019 가을/겨울 루이비통 남성복 컬렉션은 전설적인 미국의 팝 가수 마이클 잭슨과 미국의 패션 도시 뉴욕에 경의를 표하는 헌정 무대였다. 특히 패션쇼 후반부를 장식한 태극기가 포함된 만국기 패션이 주목을 끌었다.
지난 1월 17일(현지시간) 목요일, 버질 아블로는 파리 튈리르 정원에서 루이비통을 위한 2019 가을/겨울 루이비통 남성복 컬렉션을 선보였다. 특히 파리 튈르리 공원을 뉴욕 이스트사이드의 러들로와 리빙턴 교자로 변형한 패션쇼 무대는 뉴욕에 대한 헌정의 의미였다.
패션쇼 무대는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뉴욕의 전형적인 옛 모습을 재연했다. 시끄러운 이웃에게 화가 난 주민은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질렀고, 가로등 아래에서는 솔로 섹스폰 연주자가 연주를 했다. 그리고 가을을 의미하는 낙엽과 교통 표지판, 쓰레기통이 무대 여기 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참석자들의 즉각적인 관심을 끈 것은 공연 전에 무대를 가득 채운 마이클 잭슨의 음악이었다. 이번 2019 가을/겨울 루이비통 남성복 컬렉션은 전설적인 미국의 팝가수 마이클 잭슨에서 영감을 받아 그의 작품을 모티프로 한 의상을 선보였다. 마이클 잭슨은 버질 아블로가 어린 시절부터 좋아해온 우상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6월, 데뷔작 2019 봄/여름 루이비통 남성복 컬렉션을 통해 밝고 한층 가벼워진 디자인 컨셉으로 루이비통에 젊은 감성을 불어 넣어 찬사를 받은 버질 아블로는 두 번째 컬렉션에서는 차분한 그레이 슈트로 시작되는 좀 더 어둡고, 어쩌면 보다 심각한 톤의 패션쇼 무대를 선보였다.
더블 에이어드의 슈트 재킷과 크게 부풀어 오른 모노그램 숏 패딩, 모노그램 팔레트의 맥시 플리츠 스커트와 매치한 성조기 스웨터와 밀리터리에서 영감받은 셔츠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레이와 블랙룩으로 구성된 20벌이 넘는 의상들이 패션쇼 전반부를 장식했다.
라이트 그레이 컬러 팔레트는 보다 어두운 차콜 그레이로 변주되었고 이어 블랙으로 변했다. 이후 후반부에 지난 시즌을 연상시키는 퍼플, 레드 등이 등장했다.
버질 아블로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데브 하인즈가 편곡한 라이브 음악과 모델들의 지그재그로 걷는 현기증나는 걸음걸이, 마이클 잭슨의 상징적인 패션을 참조해 로맨틱한 감각과 경이로움을 추가하는 데 성공했다.
고인이 된 팝 아티스트 마이클 잭슨이 살아 생전 애정했던 로얄 밀리터리 룩, 챙이 넓은 페도라, 로퍼, 그리고 반짝이는 아이템은 이번 컬렉션에서 그 존재감을 발휘했다. 패션쇼에는 마이클 잭슨의 상징인 반짝이 장갑, 빨간 가죽 재킷 등에서 영감을 얻은 여러 의상과 액세서리가 선보여졌다.
여기에 1978년 영화 '마법사'의 잭슨 허수아비 캐릭터를 다룬 오리지널 프린트는 마이클 잭슨의 삭스 & 로퍼 룩의 에어브러시 티셔츠와 함께 좀 더 캐주얼한 앙상블로 선보여졌다. 이 아이템은 버질 아블로에 열광하는 젊은 고객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화제를 모은 파이널 룩은 태극기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국기를 활용한 ‘만국기 패션’이었다.
이는 마이클 잭슨의 '위 아 더 월드' 자선 싱글 앨범과 '유나이티드 위 스탠드' 자선 공연을 오마주한 것이다. 셔츠와 트렌치코트, 스카프, 가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의상과 액세서리에 만국기가 응용되었다.
이는 브랜드의 여행 DNA와 연결된 다양성을 글로벌 버전으로 추진하고 있는 버질 아블로의 사명과도 닿아 있있다. 패션쇼 무대에는 흑인, 백인, 아시아인 등 다양한 인종의 모델들이 등장했다.
루이비통 측은 "플래그피케이션(Flagfication)이란 제목으로, 다양한 국가와 사회를 상징하는 국기를 사용함으로써 인종과 국가를 넘어선 통합과 소통을 의도한 작업이었다"라고 밝혔다.
한국을 포함 미국, 프랑스, 독일, 가나,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컬렉션에 사용된 만국기는 버질 아블로가 이끄는 디자인 스튜디오 팀원들의 국적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질 아블로의 첫 데뷔작 2019 봄/여름 루이비통 남성복 컬렉션은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증명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루이비통과 슈프림의 블록버스터 콜라보레이션보다 더 빠르게 매출 호조를 보이며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는 가을 시즌에는 특히 액세서리에서 비슷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델들이 피날레 무대를 선보이기 직전에 행사장이 어두워지고 한 무리의 모델들이 야광이 들어간 스니커즈와 LV로 장식된 더플 백 들고 나타난다. 아마도 올 가을 액세서리를 주목하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이후 다시 조명이 환해지면서 모델 엘튼 메이슨의 공중제비를 도는 솔로 댄스로 패션쇼 피날레가 마무리되었고 버질 아블로는 무대 세트 식료품 가게 문을 열고 나와 멋쩍은 인사를 건냈다.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의 첫 번째 흑인 출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오프-화이트' 설립자 겸 디자이너로 수많은 브랜드와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진행해왔다.
버질 아블로의 강점은 테마를 고수하며 온-브랜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번 루이비통을 위한 두 번째 무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스트리트 패션과 럭셔리의 만남은 이제 파격이 아닌, 베이직이 된 느낌이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fashionn@fashionn.com
- <저작권자(c) 패션엔미디어, www.fashionn.co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