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토크 | 디자이너 서영수, 앳뮤코리아 2013-11-21

아방가르드와 크로스코디로 변주되는 니트 판타지를 추구하는 서영수



아방가르드 니트의 마술사로 불리는 디자이너 서영수는 현재 ㈜앳뮤코리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컬렉션 라인인‘SEOYOUNGSOO.C’와 세컨드 브랜드인 ‘At-Mue SEOYOUNGSOO’를 전개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만들어 주던 니트를 입으면서 털 실이 주는 따뜻함 때문에 운명적으로 패션 디자이너가 되었다.
그녀가 패션에 막연하게나마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주 어렸을 때다. 어린 시절 이모가 구독하던 패션 지를 보다가 시커먼 옷(?)이 어린 그녀의 눈을 사로잡아버렸다. 바로 일본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의 화보였다. 그때부터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지만 그녀의 장래 희망 란 에는 늘 ‘패션 디자이너’라고 썼고 그 것이 자연스럽게 장래 꿈이자 운명이 되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때까지 친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아주 내성적인 성격이라 디자이너가 된 그녀를 보고 놀라는 동창도 꽤 많다. 너무 내성적이라 대학원 시험을 보는데 교수님이 너무 내성적인 성격으로는 디자이너가 되기 어렵다며 웅변학원을 다니면 합격시켜주겠다고 해서 4개월간 웅변학원도 다니고 병영체험도 하면서 외향적이고 활발한 성격으로 바뀌었다.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의상학과를 입학했지만 졸업이 다가오자 그녀 스스로 자신이 되고 싶은 것이 진짜 패션 디자이너인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그런 방황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대학원에 입학하면서부터였다. 대학 은사의 조언과 지도는 그녀에게 다시 한번 패션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게 만들었다. 대학원에 들어가 비로서 털 실이 주는 따뜻함에 매료되었고, 니트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들면서 니트 패션과 아트의 접목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인해 그녀가 추구하는 니트 패션은 선배인 이경원 디자이너가 추구했던 빈티지한 니트와는 달리 아방가르드 느낌이 강하다. 니트와 아트가 만나 아방가르드한 생활 패션으로 탄생한 것이다.


어쩌면 그녀가 니트를 만남 것은 필연일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그녀는 어머니가 손 뜨게 질 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 스웨터에서부터 모자, 양말에 이르기 까지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니트로 만들어줄 정도로 어머니의 손재주는 뛰어났다. 하지만 모든 옷을 니트로만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어릴 때는 니트가 너무 싫었다고 한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되어 어느 순간 니트에 매료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역시 피 내림은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머리로 생각한 디자인을 현실화 시키기 위해 최고의 관건은 원단인데, 그 원단을 생각대로 만드는데 니트만한 소재가 없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스웨터라는 빈티지 아이템의 대명사인 니트를 크로스 코디가 가능한 엣지있는 아우터로 만들어 낸 것은 대학원부터 시작된 수년간에 걸친 탐구와 땀의 결실이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그녀만큼 니트에 해박한 디자이너는 없다. 손뜨게라는 홈패션 수준의 니트를 크로스 코디가 가능한 아방가르드 니트 패션으로 업그레이드시킨 그녀에게 남은 과제는 한국적인 느낌을 니트에 녹여내는 작업이다. 전주한지를 꼬아 니트로 만들어 보기도 하고 연로한(?) 니트 장인들을 만나 새로운 소재 개발에 한창이다.




처음부터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직장 생활을 시작 하면서 처음부터 니트를 다시 배운다는 자세로 시작했다. 니트 전문가들을 만나 어깨 너머로 직조 기술을 배웠고 틈 나는 대로 원단 개발에 매달렸다. 그렇게 한길을 걷다 보니 기회가 주어졌다. 직장 생활을 하던 그녀에게 회사 오너가 일감을 줄 테니 따로 사업을 시작해보라고 했다. 그렇게 2002년 니트 프로모션 회사인 ‘수 디자인’을 설립하고 2007년에는 연 매출 50억 회사로 키워냈다. 당시 잘 나가는 브랜드들 대부분이 그녀에게 니트 프로모션을 맡겼기 때문이다. 자신이 ODM으로 제시한 니트가 컬렉션 무대에 오리는 모습을 보면서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꿈꾸는 자신만의 멋진 패션쇼 무대를 갖고 싶은 꿈이 생겼다.

결국 2008년 10년 동안 니트 프로모션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카이자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롯데 백화점을 비롯 8개점에 오픈 했지만 오래가지 않아 브랜드를 접는 인생 첫 패배를 경험했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재기에 도전한 것이 브랜드 ‘엣뮤서영수’ 였다. 두타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그녀는 중가의 착한 가격과 어깨에 힘을 뺀 대중적인 니트 라인으로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게 되었고 지금은 두타 뿐 아니라 여러 백화점에도 입점해 있을 정도로 안정적인 궤도에 접어 들었다.


이제 그녀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2011년에 론칭한 컬렉션 라인인 ‘SEOYOUNGSOO_C’를 통해 국내 백화점은 물론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니트를 강조한 가장 한국적인 디자인을 통해 세계 시장에 K 패션의 다양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사실 디자이너 서영수는 2006년 ‘카이자이’를 런칭한 이후 지금까지 서울 신진 디자이너 컬렉션을 시작으로 서울 패션 위크 전시회와 서울컬렉션에 지속적으로 참가하고 있으며 파리 프레타로프테 전시회와 홍콩패션위크, 오사카 ATC 아시아 디자이너 컬렉션, 패션 상하이, 베이징 CHIC 컬렉션 등 해외 진출을 위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녀는 털실이 주는 따뜻함이 요즘 말하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 패션에 가장 적합하다고 말한다. 그 옛날 우리 나라 엄마들은 직접 털실을 사서 한 땀 한 땀 스웨터를 떠서 자녀들에게 입혀주는 엄마의 마음, 그 따뜻함이 그녀가 생각하는 패션의 본질이다.

바로 마더 마케팅의 패션적 해석인 셈이다.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엄마의 자식 사랑처럼 니트 역시 그런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원하는 색으로 염색을 할 수도 있고 새로운 조직을 짜거나 다른 소재와의 믹스도 쉽다. 니트가 가진 그 카멜레온 같은 본성이 너무 매력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녀는 2013년 들어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갔다. 그런 마음에 들게 한 것이 바로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무대에 올렸던 첫 패션쇼였다. 레이어드와 빈티지, 파스텔 컬러를 응용한 첫 컬렉션을 위해 100개의 디자인을 해 그 중에서 20개를 뽑아 무대에 올렸다. 당시의 사진은 지금 봐도 디자이너의 열정이 느껴질 정도로 근사하다.


어린 시절 잡지를 통해 봤던 요지 야마모토 의상의 아방가르드한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는 디자이너 서영수는 아트와 패션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하이엔드 패션으로 만들고 싶은 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숙제이자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준비가 부족했던 첫 시도는 실패했지만 다시 그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 니트의 고급화에 국내 시장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능력을 평가 받고 싶다고 꿈을 말한다.

입어서 편안한 옷을 만드는 것이 패션 철학이라는 그녀는 디자인을 한 뒤 입어보고 편해야 상품화 시키지 불편하면 상품으로 만들지 않는다. 옷장에서 자주 손이 가는 옷이 가장 좋은 옷이라고 말한다. 옷장에만 있는 장롱패션은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입을 수 있는 옷’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입고 싶은 옷’을 만들기 위한 그녀의 프로 정신은 오늘도 그녀의 작업실을 열정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베스트원이 아닌 온리원의 가시밭길을 택한 그녀의 도전 정신에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패션엔 유재부 대기자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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