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2018-10-21 |
[리뷰] 예술과 리사이클의 만남, 2019 봄/여름 얼킨 컬렉션
얼킨의 존재 이유를 예술과 업사이클링이 자연스럽게 일상에 녹아들게 하는 것이리는 디자이너는 이번 시즌 전형적인 옷의 구조를 해체하고 재구축한 컨템포러리 업사이클링의 진수를 선보였다.
2019 봄/여름 헤라서울패션위크 '얼킨 (UL:KIN)' 패션쇼가 지난 10월 20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디자이너 이성동이 이끄는 얼킨 2019 봄/여름 컬렉션은 '에버 소우 딥(Ever So Deep)'이라는 컨셉으로 전형적인 옷의 구조를 해체하고 재구축한 컨템포러리 업사이클링의 진수를 선보였다.
디자이너는 컬렉션 노트를 통해 ""물 속에 누워 수면을 바라보면 더욱 깊숙히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다. 깊은 곳에서 깨달은 얼킨의 존재 이유는 예술과 업사이클링이 자연스럽게 일상에 녹아들게 하는 것이었다. 극단적 구분보다는 자연스럽게 어울어진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업사이클링 피스에서 파생된 다양한 디자인으로 전개했고, 특히 새 것과 헌 것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즌 패션쇼는 전반적으로 새 것과 헌 것의 경계를 없앤 디자인너의 의도에 맞게 복고무드의 컬러와 디테일이 주도했다. 무릎까지 오는 스웨이드 재킷과 금속 쇠사슬 무늬 수영복, 재구축한 비대칭 셔츠와 양면이 대비하는 멜빵 바지 등이 대표적이었다. 특히 체크 무늬 셔츠 옷감의 주름 원피스는 앞섶을 귀엽게 리본으로 묶었는데, 재킷의 반을 이어 붙인 룩과 어울려 얼킨만의 키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얼킨의 ‘차별성’은 디자이너의 독특한 철학에 깃들어 있다.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회화부터 이미지 작업을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컬렉션에 녹여내고 있다.
티셔츠부터 셔츠 드레스까지 ‘묶고’, ‘겹치고’, ‘덧대는’ 섬세한 작업이 시즌을 통해 꾸준히 등장하는 이유는 예술가가 손으로 만든 작업의 행위를 패션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버려진 예술 작품에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 기능이 추가해 '착용이 가능한 개성있는 스타일'이라는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세일러복 혹은 해군 유니폼에서 영감 받은 상의, ‘안전’ 벨트를 달아 길게 늘어트린 멜빵바지, 수영복 요소를 스웨트 셔츠와 결합해 만든 헐렁한 실루엣은 어설픈 조화가 아니라 그대로 입고 싶은 한 벌이었다.
전형적인 옷의 구조를 해체하고 이어 붙인다는 점에서 얼킨은 동시대 젊은 디자이너들이 주목하는 몇 가지 경향과 궤를 같이했다. 붉은 니트와 데님 셔츠를 하나로 연결한 시도는 업사이클링의 상징적인 룩으로 브랜드의 미래 비전이자 현재진행형이었다. 또한 밀리터리와 스포티즘이 결합된 남성복은 요즘 유행하는 '잇템'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얼킨의 존재 이유는 가치와 뜻을 함께하는 젊은 재능들이 모인 하나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단지 유행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옷'의 본질을 탐구해 이미 존재하고 있는 익숙한 '헌 것'과 상업적 요소인 유행이라는 '새 것'을 그만의 해체주의적 방식으로 해석하는 '패션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브랜드 컨셉은 앞으로도 계속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런칭한 얼킨은 신진 작가들의 습작과 졸업작품 등 버려지는 회화 캔버스를 가방으로 재탄생시키며 시작됐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아티스틱한 가방'이라는 컨셉은 패션 피플들 사이 입소문이 났고, 의류 분야로 범위를 확장하며 주목받는 디자이너로 성장했다. 여기에 매출의 일부는 젊은 작가들의 전시회를 후원하면서 연대감을 보여주고 있다.
'재능 순환'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관심과 사랑을 받기 시작한 얼킨은 지난 2016년 10월 서울패션위크 제너레이션 넥스트에 ‘일그러진 영웅(Twisted Hero)’이라는 주제로 첫 데뷔 컬렉션을 치루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 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 패션디자인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패션엔 류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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