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8-08-23

얼굴 덮는 방한모 '발라클라바' 논란...갱문화 조장인가 패션인가?

최근들어 얼굴을 가리는 방한모 '발라클라바'가 인기를 끌고 있다. 나이키는 '발라클라바'가 갱문화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자 웹사이트에서 삭제했다. 사실 패션 역사에서 '처음에는 반발, 나중에는 유행'이라는 공식이 많았다. 과연 발라클라바는?



 

최근들어 워코어 트렌드의 영향으로 머리와 얼굴의 대부분을 가리는 '발라클라바(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방한모)'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발라클라바를 놓고 범죄를 미화시킨다는 비난 여론과 함께 개성이고 패션이다는 엇갈린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다국적 스포츠웨어 기업 나이키가 머리와 얼굴 대부분을 덥는 방한모 '발라클라바(balaclava)'가 갱문화를 조장한다는 격렬한 항의와 비난을 받자 웹사이트에서 완전히 삭제 조치했다.

 

문제의 나이키 '발라클라바'는 알릭스 스튜디오(Alyx Studio) 디자이너 매튜 M. 윌라암슨와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행한 제품으로 '나이키 x MMW' 컬렉션 제품으로 출시되었다.

 

이 제품은 92달러(약 10만원)에 팔렸으며, 벨트로 차는 권총집 '웨폰홀스터(weapon holster)'처럼 보이는 스트랩과 연결되어 있다.

 

나이키는 겨울철에 야외에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추위와 바람으로부터 얼굴을 보호할 수 있는 발라클라바를 출시키로 하고 최근 온라인 광고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 광고를 접한 소비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자신들의 트윗에 브랜드를 태그하면서 “불쾌하다” , “마치 칼을 든 강도를 미화하는 것 같다”는 등 발라클라바를 비난하는 반응을 보였다.

 

한 사용자는 "이봐 @nike 당신들의 웹사이트에 있는 이 이미징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며 "그는 발라클라바와 웨폰홀스터를 착용하고 있나? 나는 이 스타일이 무슨 뜻인지 궁금하다."는 코멘트를 달았다.

 

많은 사용자들이 인종 프로파일링(피부색, 인종 등을 기반으로 용의자를 추적하는 수사 기법)에 대한 우려 뿐 아니라 분노를 이유로 영국 런던과 인근 지역에서 증가하는 칼을 사용한 범죄를 지적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knifecrime은 특히 런던에서 통제 불능이다. 갱 문화는 통제 불능이 되어가고 있다"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사진 = 매티 보반, 구찌, 프린, 리차드 말론, 캘빈 클라인 2018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선보인 발라클라바


스키 마스크로 잘 알려진 발라클라바는 전통적으로 겨울 스포츠 선수들이 추운 날씨에 얼굴과 목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밀리터리 아이템이다.

 

이 아이템은 최근 캘빈 클라인과 구찌를 비롯한 많은 디자이너들의 2018 가을/겨울 컬렉션 패션쇼에 등장하며 '발라클라바의 부활'로 불리며 시즌 키워드 트렌드로 주목을 받았다.

 

문제는 나이키 웹사이트의 발라클라바 페이지는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했지만, 다른 소매업체 웹사이트에서는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밀레니얼 세대들이 주도하는 워코어(War-core) 트렌드의 부상 때문이다. 반대가 심하면 더 적극적으로 변하는 젊은 세대의 심리 때문에 일부 온라인 상에서 반발이 있지만, 앞으로 발라클라바는 더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패션 역사에서는 '처음에는 반발, 나중에는 유행'이라는 공식이 자주 나타났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디올의 뉴룩이 나왔을 때 미국에서는 이 옷이 원단 낭비가 많다고 가두 시위를 벌였고, 미니 스커트가 영국에 처음 등장했을 때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성개방을 조장해 인구폭발로 지구가 망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젊은 세대들 역시 미니 스커트 착용을 허용해 달라고 맞불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70년대는 미니 스커트를 입으면 처벌을 했고 90년대는 탱크 탑 착용에 대한 경범죄 처벌을 논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를 아십니까' 정도의 역사로 남았고 현재 미니 스커트와 탱크 탑은 젊은 세대들이 애용하는 클래식 아이템이 되었다.

 

 

타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옛날에는 조폭을 연상시켰기 때문에 기성 세대들이 금기시하는 문화였다. 지금도 여전히 그런 분위기가 남아있지만 새로운 세대들은 타투를 패션으로 인식해 남녀 모두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 젊은 세대들에게 타투는 개취의 문제일 뿐 금기 대상은 아니다.

 

 

물론 발라클라바는 스키 선수들의 방한모에서 은행 강도나 전지구적 테러단체 IS의 상징으로 변하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속담에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냐'라는 말이 있다. 즉 발라클라바는 워코어 트렌드를 완성하기 필수템으로 앞으로도 밀레니얼 세대들의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패션은 돌고 돌면서 신구세대가 소통하지만, 때로는 유행이 되기 전 초기에는 늘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의 갈등이 있었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fashionn@fashio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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