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8-07-23

버버리 재고 물량 소각 사태, 관행인가 환경 오염인가 엇갈린 반응

버버리가 442억에 달하는 재고물량을 소각한 사실이 드러난 후 '마녀사냥식'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명품의 가치'를 지키려는 럭셔리 브랜드의 입장과 대기 오염의 원인이라는 환경보호론자들의 대결에 소비자가 끼어 있는 형국이다.



 

약 3천 7백만 달러에 달하는 재고 물량을 불태워 소각했다는 뉴스가 나온 이후 주말 내내 버버리는 언론과 소셜 미디어 유저들로부터 연일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버버리는 연례 보고서에서 2,860만 파운드(약 422억원)의 가치가 있는 팔리지 않은 의류와 액세서리, 향수를 붙태운 점을 인정했다. 회사측은 불태운 제품의 1/3 이상이 뷰티 제품으로 이는 미국 뷰티 회사 코티와의 새로운 라이센스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쪽 분량의 보고서에 묻혀있던 정보가 밝혀진 지난 7월 19일(현지시간) 목요일 재고 물량을 불태워 소각했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 다른 럭셔리 브랜드들도 소셜 미디어와 뉴스 미디어로부터 면밀한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팔리지 않는 재고 재품을 불태워 소각한 브랜드가 버버리만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럭셔리 산업 애널리스트 출신인 프로노이 & 어소시에이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아르노 카다르(Arnaud Cadart)는 "이는 패션계에 이미 만연한 관행으로 아주 흔한 일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팔리지 않은 제품을 불태워 소진하는 대신 재고를 없애기 위해 판매를 하는 브랜드는 아주 극소수라고 말했다. 짧은 사이클을 가진 패션 아이템은 남는 재고량을 증가시켜 결국 아이템을 불태워 소진하게 된다. 그는 "일단 직원들과 기자들에게 일부 개인적인 판매를 하게 되면 그것은 덤핑이다"라고 덧붙였다.

 

버버리는 지난 주 목요일 과잉 재고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즉 환경적 의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소각 시 대기오염 우려에 관해 “전용 소각로를 써 소각 중 나오는 에너지를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책임감 있게 재고 상품을 폐기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모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제품 폐기가 필요한 경우, 우리는 책임있는 방식으로 처분했으며 폐기물을 줄이고 재평가하는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품 폐기가 금융 계좌에 반영되기는 하지만, 그것은 보통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이라고 아르노 카다르는 말했다.

 

프랑스 럭셔리 그룹 LVMH는 최근 연례 보고서에서 '재고 자산의 감손 회계에 대한 규정은... 일반적으로 필요한 이유는 제품의 노후화(시즌 혹은 컬렉션의 종료, 유통 기한의 임박 등) 혹은 판매 잠재력 부족"이라고 밝혔다. 에르메스의 연례 보고서 역시 상품의 노후화(특히 시즌 혹은 컬렉션의 만료)에 대해 언급했다. 폐기된 제품 양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까르티에와 몽블랑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리치몬드 그룹은 지난 2년간 4억3000만 파운드(6348억5630만 원) 어치의 시계를 다시 사들였다. 이 중 일부 제품은 부품으로 재활용됐으나, 상당수는 폐기됐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추측했다.

 

글로벌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의 한 관계자는 “상품 가격이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버버리는 그들의 상품과 자연을 존중하지 않는다. 과잉된 재고량은 과잉 생산을 의미한다. 그런데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질 좋은 옷과 제품을 그냥 소각해버린다. 버버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패션 산업의 더러운 비밀”이라며 버버리를 비난했다.

 

 

그러나 패션계 일부에서는 관행을 주장하며 다소 옹호하는 입장이다. 먼저 프로노이 & 어소시에이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아르노 카다르는  최근 여론에 대해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것은 환경 보호 실천과 아무 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사회적인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또한 FIPA 로펌에서 지적재산권법 전문가인 보리아나 겡베르토(Boriana Guimberteau) 변호사는 "물론 환경을 보호하는 것 뿐 아니라 도적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민감한 문제다. 하지만 법적인 관점에서 볼 때, 브랜드는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진짜 제품을 폐기할 수 있으며, 수명이 다하거나 시즌이 끝난 제품은 그들이 원하는대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는 기본 원칙은 독점적인 제품이 독점적인 유통망에서 판매되어야 하며, 그 시장은 시즌이 지난 아이템으로 넘쳐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지적 재산권을 옹호하고 위조, 변조 상품을 막기 위해 세워진 프랑스 제조업 연합회  '유니파브(Unifab)'는 회사들이 팔리지 않은 제품을 폐기하는 분명한 다른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상품을 폐기하는 이유는 다른 판매 채널에 상품이 반입되는 것을 막기위함이거나 향수나 화장품의 경우 유통 기한이 지난 경우 소비자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폐기하는 목적도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재고 상품이 도난당하거나 싸게 판매되면서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아 '명품의 가치'를 지키려는 럭셔리 브랜드의 입장과 온전한 상품을 불에 태워 폐기하는 것은 대기 오염의 원인이라는 환경보호론자들의 대결에 소비자가 끼어 있는 형국이다.

 

멋과 환경을 동시에 챙기는 '착한 브랜드'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소망이 이번 버버리 사태로 시작된 팔리지 않은 의류 제품 폐기에 어떤 식으로 작용할 지 앞으로 지켜봐야 할 듯 하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fashionn@fashio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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