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 NEW | 2018-05-17 |
‘바람의 옷’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향년 82세 별세
전지현 시조모상…故 이영희 한복 디자이너, 손주며느리 전지현 사랑 각별
“나는 '아름다움'이 지닌 보편성과 공감성의 힘을 믿는다. 한국여인에게 아름다운 옷은 세상 모든 여인들에게도 아름다울 수 있지 않을까?” - 디자이너 이영희
한복 디자이너인 이영희씨가 17일 별세했다. 향년 82세. 디자이너 이영희는 한복이 우리나라 전통 의상에 머물지 않고 보편적 아름다움을 지닌 의상으로 사랑 받을 수 있도록 한복에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주인공이다.
1993년 국내 디자이너로는 최초로 파리 프레타포르테에 참여했고, 2010년 최초로 파리 오뜨꾸뛰르 무대에 한복을 올리며 한복의 세계화를 선도했다. 이영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저고리를 생략한 파격적인 한복 치마, 즉 ‘바람의 옷’이다.
1993년 파리 컬렉션에서 처음 선보인 저고리 없는 한복 치마는 ‘가장 모던하지만 가장 한국적인 옷이며,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변화무쌍하고 무궁무진하게 보여주는 옷’이라는 호평을 얻었다.
당시 <르몽드> 수석 기자였던 로랑스 베나임(현 Stiletto 잡지 대표)은 이 옷을 일컬어 ‘바람을 담아낸 듯 자유와 기품을 한 데 모은 옷’이라 평하며 ‘바람의 옷’이라 명명했다.
1936년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전업주부로 살다가 1976년 마흔살 늦은 나이에 한복 디자이너의 길로 입문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레이디스타운 내에 ‘이영희 한국의상’이라는 이름으로 한복 가게를 오픈 입소문이 나면서 유명해졌다.
정식으로 의상 디자인을 배운 적이 없었지만 전통복식학자이자 민속학자인 석주선(1911~1996)과의 만남을 계기로 전통한복 연구에 매진했으며 성신여대 대학원에 입학, 2년간 염직공예를 공부했다.
1980년 10월 한국의상협회 창립을 기념하는 한복 패션쇼에 참가하면서 패션쇼와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은 고인은 이듬해 1월 신라호텔에서 첫 개인 패션쇼를 성황리에 개최했으며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한복 디자이너로 명성을 얻었다.
2000년 뉴욕 카네기홀 패션 공연, 2004년 뉴욕 이영희 한복 박물관 개관, 2008년 구글 캠페인 '세계 60 아티스트' 선정, 2010년 한복 최초로 파리 오뜨꾸띄르 무대에 오르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한복 디자이너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바람의 옷' '색의 마술사' '날개를 짓는 디자이너' 등으로 불리는 고인은 외손자가 톱스타 전지현과 결혼하면서 또 한번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전지현의 동갑내기 남편인 최준혁씨는 고인의 딸인 패션디자이너 이정우씨의 둘째 아들이다. 전지현은 고인의 외손자인 최준혁과 지난 2012년 4월 결혼해 2016년 첫 아들을, 지난 1월에 둘째 아들을 낳았다.
결혼식 당시 전지현은 시할머니인 고인이 디자인한 한복을 착용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근에는 고인이 직접 증손자의 돌맞이 한복을 손수 준비하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빈소 삼성서울병원. 발인 19일. 02-3410-6917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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