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 2018-04-25 |
과시용인가 견제용인가? 멜라니아 트럼프 하얀 모자...그 불편한 시선
미국을 국빈 방문한 프랑스 대통령 부부를 맞은 미국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는 파격적인 하얀 모자 패션을 선보여 대중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백악관 인주인의 과시용 패션일까? 패션 종주국의 퍼스트레이디 견제용일까?
지난 4월 23일(현지시간) 화요일 아침, 미국을 국빈 방문한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과 브리지트 마크롱 부부를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에서 맞이한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는 드라마틱한 하얀 모자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미국 팝 가수 퍼렐 윌리암스가 지난 2014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텍사스 지방의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등장한 이후 이 모자는 소셜 미디에서 나름 주목을 받으면서 요즘 모자 유행의 전령사 역할을 했다.
멜라니아 트럼프의 올 화이트 의상과 매치한 하얀 모자는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으며 미국내 여론은 뜨거웠다. NYT가 ‘주인공(hero)’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만큼, 현장을 압도했다.
일부 사람들은 멜라니아 트럼프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올리비아 포페(미드 '스캔들'에서 정치인의 이미지를 관리하는 컨설팅 업체 대표로 미국의 현직 대통령과 사랑에 빠진 여주인공으로 캐리 워싱턴이 연기하고 있다)에 맞추었다고 말하기도 하고 또다른 트위터 사용자는 이번에 선보인 모자를 비욘세의 오버사이즈 블랙 '포메이션' 햇과 비교하기도 했다.
하지만 파격과 복고적 세련미에도 불구하고, 멜라니아 트럼프가 선보인 화이트 앙상블은 매력적이긴 하지만 너무 비싸다는 평가다.
그녀가 입은 미국 브랜드 '마이클 코어스 컬렉션'의 벨트가 달린 비대칭 블레이저의 가격은 2,195달러(약 237만원)이었으며, 4.7인치의 하이 힐은 745달러(약 80만원)으로 셀러브리티들이 좋아하는 프랑스 신발 브랜드 크리스찬 루부탱이었다.
프랑스 퍼스트레이디도 화이트 의상을 입었지만, 멜라니 트럼프의 시프트 드레스와 스마트한 재킷을 매치한 모습이 나이 때문인지 더 세련돼 보였다. 특히 흰색은 멜라니아 트럼프가 아주 좋아하는 컬러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올 신년 국정연설에서도 같은 색조의 디올 점프 슈트를 입고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외국 정상 중 국빈 방문 초청을 받은 것은 마크롱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에서 가져온 유럽 세실 떡갈나무 묘목을 심는 행사를 할 때 멜라니아 트럼프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지방시의 블랙 망토를 매치한 올 블랙 패션을 선보였지만 곧바로 이어진 의장대 사열과 환영식에서는 파격적인 모자를 매치한 올 화이트 패션으로 옷차림을 바꾸어 대중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선명한 화이트 세퍼레이트를 선택한 프랑스 퍼스트레이디 브리지트 마크롱과 흰색으로 슈트 코디를 맞추기 위한 미국 퍼스트레이디의 배려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정상 회담인 만큼, 멜라니아 트럼프와 브리지트 마크롱 사이의 패션 정치 게임의 시작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모델 출신이라 키가 큰 멜라니아 트럼프는 높이가 있는 흰 모자에 굽이 높은 크리스찬 루부텡 데님 펌프스를 매치해 브리지트 마크롱을 높이에서 압도했다. 비록 브리지트 마크롱도 화이트를 드레스 코드로 선택했지만 스타일적인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때문에 더 세련돼 보였다는 평가다.
챙이 넓은 모자는 미국 보다는 유럽 왕족들이 많이 쓰는 패션 액세서리지만, 패션 종주국의 대통령 부부를 맞이한 멜라니아 트럼프는 모자에 더 신경을 썼다.
얼핏 보기에 상대 국가 퍼스트 레이디를 배려한 깔맞춤 코디를 선보였지만 모자를 응용한 고급스러운 룩으로 선명성이나 높이에서 자연스럽게 패션 종주국의 퍼스트레이디를 견제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20세기 초반으로 돌아가면, 바이어를 비롯한 미국 패션 관계자들은 유럽 패션 캐피탈의 패션쇼장을 기웃거리며 카피를 할 정도로 패션에 있어 아주 뒤떨어졌었다.
하지만 미국 경제의 급부상으로 미국 패션은 유통이 함께 성장했으며 현재는 프랑스, 이탈리아와 함께 세계 패션의 삼국지로 부상했다. 그러한 미국의 모습을 과시하고 싶은 백악관 안주인의 욕심은 아니었을까.
'CNN'에 따르면 멜라니아 트럼프는 이번 국빈 만찬에 사용될 물품부터 세부사항을 직접 결정하는 등 몇 달 동안 손수 준비해왔다.
미국 퍼스트레이디 공식 트위터에 게재된 영상을 보면 멜라니아 트럼프는 비서와 함께 식탁보를 고르고, 백악관 수석 요리사에게 음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연회장 분위기를 상의하는 등 만찬을 준비하는 모습이 나온다. 음식도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미국 음식으로 정했고, 백악관 텃밭에서 자신이 기른 채소를 사용한 요리도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이들 양국 대통령 부부는 독특한 캐릭터로 주목을 받았다. 도날드 트럼프는 73세로 레이건과 같은 최고령 미국 대통령이며 마크롱은 40세로 나폴레옹 이후 최연소 프랑스 대통령이다. 또한 영부인들과의 나이 차이 역시 주목을 받고 있는 브리지트 마크롱은 남편보다 25세 연상이고 멜리니아 트럼프는 남편보다 24세 연하다.
멜라니아 트럼프의 상대에 대한 배려인지 아니면 패션 정치 게임의 시작인지 알 수 없지만, 백악관 안주인들의 패션을 통한 내조는 미셸 오바마에 이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듯 하다.
자신의 스타일이 유럽 럭셔리 브랜드를 너무 선호한다는 여론을 감안했는지 몰라도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지방시와 미국 브랜드 마이클 코어스 컬렉션을 동시에 선보인 것은 탁월한 정치적 선택으로 보인다.
아마도 컨템포러리 패션 아이콘으로 주목받는 멜라니아 트럼프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우리도 럭셔리 있다!"가 아닐까. 도날드 트럼프의 보호 무역 주의가 요즘 계속 이슈이기 때문이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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