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8-03-30 |
흔들리는 베트멍 성공신화...소비자 외면, 매출 하락 등 위기론 실체는?
창조적 해체주의를 내세우며 혜성처럼 등장한 베트멍이 소비자 외면과 매출 하락을 겪는 등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베트멍은 완전히 죽었다' '현재 베트멍은 60~70% 할인된 가격으로 아울렛에서 판매할 정도로 매출은 현저하게 감소했다' 등 베트멍의 위기는 사실일까?
온라인 미디어 '하이 스노바이어티(High Snobiety)'는 최근 기사를 통해 무성한 소문을 만들어 내고 있지만 실제로 아무도 베트멍을 사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힙스터리즘, 창조적 해체주의를 내세우며 혜성처럼 등장한 베트멍은 이 시대의 파격을 상징하는 집단으로 창조적 지각변동을 불러일으켰지만 불과 3년이 지난 지금 베트멍 효과의 거품이 빠지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는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익명의 구매자, 전직 베트멍 직원 그리고 매장 직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하이 스노바이어티는 베트멍의 위기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한 소식통은 "소매점에서 보면 베트멍은 완전히 죽었다. 미디어에서 바라보는 베트멍의 효과는 이제 틀린말이다. 소비자들은 아무도 베트멍을 쳐다 보지 않았다. 현재 베트멍은 60~70% 할인된 가격으로 다양한 아울렛에서 판매할 정도로 매출은 현저하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베트멍의 가격 인하와 가격 후려치기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 의해 언급되었다. '쿼츠'의 리포터 마크 바인은 '베트멍의 하락은 추측이 아니다. 나는 베트멍을 외면하는 소비자들을 몇번이나 확인했다"며 지난달에 그 증거를 트위터 계정에 올렀다.
Not a judgment. Just something I've noticed a few times. https://t.co/NkX5IKBX74 pic.twitter.com/BTxO90Yuaw
— Marc Bain (@marcbain_) February 9, 2018
지난해 7월 베트멍이 전통적인 런웨이 컬렉션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본질적인 이유가 이러한 매출 하락에서 기인했을 수 있다는 의심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베트멍의 전통적인 방식의 컬렉션 중단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의 파괴의 한 형태인 전략적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뎀나 바잘리아는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전통적인 방식의 패션쇼 시스템에 싫증이 난다. 패션쇼가 최고의 도구는 아니며 이제 패션쇼의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섹스 클럽, 레스토랑, 교회에서 패션쇼를 열었고 시즌을 앞당겼다. 또한 남성복과 여성복을 함께 무대에 올렸지만 그것은 반복적이고 소모적이었다. 이제 놀라움에 가까운 패션쇼를 통해 변화를 주어야한다"고 말했다.
뎀나 바잘리아는 2015년 처음 등장했을 때, 거의 하룻밤 사이에 패션계의 스타로 부상했다.
해체와 재가공을 통해 만든 베트멍의 후디 스웻 셔츠와 패치워크 데님 등은 밀레니얼 슈퍼스타부터 전설적인 디바, 대중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으며 DHL로고가 찍한 티셔츠, 타이타닉 후드티, 엉덩이 지퍼 포켓 청바지 등 연이은 히트작들을 쏟아내며 B급 정서로 치부되었던 하위문화를 하이엔드 패션의 메인무대로 올려놓는 진가를 발휘했다.
그들의 비상식적이며 도발적인 발상은 새로운 세대의 역습이었으며 패션계의 관습과 낡은 시스템에 대한 도전으로 평가받으며 곧바로 패션 주류에 진입했다.
베트멍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뎀나 바잘리아는 동시에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되며 스트리트웨어 감성을 럭셔리 하우스에 접목시키며 또한번 세계 패션업계 전반에 파문을 일으켰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소매와 과장된 어깨선,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허무는 해체주의 패션 등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컬렉션을 제시하며 전세계 패션계를 사로잡았으며 패션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던 비옷과 소방복 등을 선보이며 럭셔리에 대한 관념을 뒤엎고 럭셔리의 민주주의를 실행에 옮겼다.
패션쇼 자체도 파격적이었다. 베트멍은 기존의 유명 모델을 쓰지 않고 동료와 친구들, 인스타그램에서 알게된 일반인과 노인 등 워킹 연습조차 안되어 있는 평범한 사람을 무대로 올리며 기존 체제에 대한 도전을 계속한다.
마치 권위속에 갖혀있는 럭셔리 엘리트주의를 조롱하듯 패션계 관행을 무시하고 파격에 파격을 거듭하며 럭셔리를 일상속으로 이끌어냈다.
그렇다면 베트멍에 열광하던 소비자들이 갑자기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끝날지 않을 것 같던 베트멍의 인기가 시들어진 이유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익명의 바이어는 하이 스노바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어리석지 않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럭셔리 소매업체에서 일했던 전 샵 매니저는 "가격은 더이상 정당화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처음부터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든 과장된 대대적인 광고가 없었다면 소비자들은 열광하지 않았을 것이며 지금은 모두가 베트멍과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멍 효과의 거품이 빠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해체주의 자체가 아마 베이직 수준으로 대중화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세계 패션계가 베트멍 효과를 수용하고, 고가의 베트멍 히트 아이템들은 수많은 짝퉁 제품으로 양산되면서 베트멍의 가치가 하락했을 수도 있다.
유행은 이유 없이 시작되곤 한다. 그리고 마치 전염병처럼 한 시대를 휩쓴다. 유행의 속성이 그렇다. 남을 따라 가는 것 역시 유행의 한 단면이지만 그게 전부일 경우 열풍은 오래 가지 않는다. 어쨌든 변화가 생명인 패션계에서 정체는 생존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패션엔 류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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