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 2017-08-01 |
'스타일이 있는 스포츠웨어' 애슬레저 룩, 섹시한 베이직으로 정착한 이유
요즘 체육관 밖에서도 요가 팬츠와 레깅스를 입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90% 이상의 여성들이 운동을 하지 않을 때도 액티브웨어를 착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오는 2020년 액티브웨어 마켓은 약 213조 5천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제 스포츠웨어와 일상복의 경계를 허문 애슬레저 룩은 여성들에게 가장 편안하고 섹시한 베이직 스타일의 대명사가 될 전망이다. 최근 영국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90% 이상의 여성들이 운동을 하지 않을 때에도 애스레저 룩을 착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가 팬츠를 입거나 스니커즈를 신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룩이 아닌 일상복으로 자리 잡았으며 소셜 미디어 친화적인 밀레니얼 세대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애슬레틱(Athletic)과 레저(Leisure) 합성어인 애슬레저(Ath-leisure)가 급부상하면서 스포츠 의류는 운동할 때 입는 옷의 개념을 넘어 세련된 일상 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레깅스와 조깅화를 신고 수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거나, 후디를 입고 학교에서 아이를 픽업하고, 요가팬츠를 입은 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는 여성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애슬레저는 운동복이 아닌 편안함과 스포티한 스타일을 동시에 추구하는 여성들을 저격한 새 트렌드로 부상했다.
영국을 기반으로 하는 골프의류소매업체 골프서포트닷컴(Golfsupport.com)에 따르면 2015년 1,170억 파운드(약 172조 7,271억원)로 성장한 액티브웨어 시장은 오는 2020년에 되면 1,450억 파운드(약 213조 5,662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들이 체육관 밖에서 액티브웨어를 즐겨 입는 경우가 다른 세대 여성들보다 3배나 높게 나타나 향후 패션시장은 애슬레저 트렌드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골프서포트닷컴은 여성들의 애슬레저 착용 동기와 애슬레저 트렌드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위해 소셜 미디어 분석, 소매 보고서, 다양한 액티브웨어 브랜드를 살펴보고 1,700여명이 넘는 여성 참가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먼저 애슬레저 확산의 주요 원인을 밀레니얼 세대의 친화적인 소셜 미디어에서 찾을 수 있었다. 실제로 액티브웨어 브랜드는 인스타그램 소셜 플랫폼의 브랜드 게시물 중 11%를 차지했으며 모든 인터렉션의 11%를 차지했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는 자신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보여주어야 한다는 사용자들의 강박관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 미디어 분석을 통해 볼 때, 체육관에 가지 않더라도 레깅스와 런닝 슈즈를 착용하는 것은 피트니스가 라이프 스타일의 필수 요소임을 잘 말해준다. 2017년 7월의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면 해시태그 #fitness는 2억 600만개 이상의 게시물이 있으며 해시태그 #activewear와 #athleisure를 사용한 게시물은 각각 130만개와 37만5천개가 넘었다. 흥
미로운 점은 지난 7월 한 주를 샘플링한 결과 해시태그 #activewear의 대부분은 남성들(54%)이 사용한 반면, 해시태그 #athleisure는 여성들(전체 게시물의 70% 차지)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여성 소비자들에게 체육관 밖에서 스포츠웨어를 입는 애슬레저 트렌드가 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 여성들은 액티브웨어를 과연 캐주얼한 아이템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그리고 액티브웨어를 입는 동기는 무엇일까? 약 1,700여명의 영국 여성을 대상으로 골프서포트닷컴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89%의 여성들이 체육관 밖에서 스포츠웨어를 착용한다고 인정했다. 스포티한 액티브 웨어를 가장 자주 입는 시간은 집에서 쉬고 있을 때라고 답했다.
또한 5%의 여성들은 직장에서도 액티브웨어를 입고 있으며 2%는 밤 외출 때도 입는다고 응답했다. 75%의 여성들은 액티브웨어가 편안하다고 답했으며 그것이 액티브웨어를 착용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러나 18%의 여성들은 스포츠웨어를 입을 때 성적으로 물건 취급당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특히 76%의 여성들은 때때로 여성용 액티브웨어가 성차별 아이템이 될 수 있다고 느꼈다고 대답했다. 설문에 응한 여성들은 주로 집에서 쉴 때 액티브웨어를 입는다고 답했지만 집안일을 하거나 여행, 운전, 쇼핑을 할 때도 액티브웨어를 자주 착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대부분의 여성들은 트렌드적인 이유보다 편안하기 때문에 애슬레저 룩을 주로 선택했다. 단 3%의 여성들만 에슬레저를 새로운 트렌드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셀러브리티들의 스트리트 스타일과 소셜 미디어는 확실히 애슬레저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편 우려했던 성차별주의에 대한 응답도 있었다. 설문 조사 결과 액티브웨어를 입었을 때 성적으로 물건 취급을 당한 경험이 있 거나 혹은 물건 취급당하는 느낌을 받은 다수의 여성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76%의 여성들은 때때로 스포츠웨어가 성차별주의자(sexist)가 될 수 있다고 답해 상당한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었다.
한 응답자는 “나는 일부 팬츠가 너무 낮게 커팅되어 종종 엉덩이와 허리 부분이 노출된다. 요즘 액티브웨어는 너무 타이트하고 네크라인은 너무 낮게 파여 공원에서 뛸 수가 없다. 스포츠 활동 여부와 관계없이 남성들로부터 야유를 받거나 성적인 말을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비치는 소재와 바디라인을 강조한 섹슈얼 스포츠웨어는 아주 불필요하며 운동을 위한 디자인과 전혀 관계가 없다”며 섹시한 액티브웨어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갈빈 그린(Galvin Green), 루루레몬(Lululemon), 스웨티 베티(Sweaty Betty)와 같은 인기 있는 애슬레저 브랜드를 살펴보면, 여성들이 왜 그런 느낌을 갖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스웨티 베티는 ‘엉덩이 조각(bum sculpting)’으로 불리는 레깅스에 대해 ‘신중하게 배치된 이음새’ ‘높은 신축성 원단과 최고의 엉덩이를 조각해주는 넓은 허리밴드’로 ‘당신에게 엑스트라 리프트를 제공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스포츠웨어의 초점이 운동을 하는 것보다 타인에게 보여주는 운동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하지만 이러한 포커스는 남성용 액티브웨어에서는 전혀 발견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액티브웨어는 일반적으로 다른 의류 유형에 비해 프리미엄 가격에 책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이번 조사에서 골프서포트닷컴은 여성용 액티브웨어가 동등한 남성용 액티브웨어보다 더 비싼 가격 태그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소스에서 여성용 액티브웨어의 하위 카테고리인 ‘짐(Gym)’을 검색한 결과 아이템 가격은 여성용이 평균 18.52파운드인데 비해 남성용은 평균 12.13파운드에 불과했다.
그러나 액티브웨어가 ‘성차별주의자’라는 인식에 공감하지 않는 일부 여성들은 요즘의 섹시한 애슬레저 요소를 좋아한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여성의 45%는 액티브웨어가 자신의 몸매에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설문 참가자 중 18%는 스포츠웨어가 자신을 섹시하게 만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한 응답자는 “나는 몸매를 과시하고, 그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좋아한다. 누군가 레깅스를 입은 나의 엉덩이를 쳐다본다면 열심히 관리한 결과물로 오히려 내자신이 자랑스럽고 전혀 기분 나쁘지 않다”고 답변했다.
우리는 지금 산업혁명과 유통혁명에 이은 소비자혁명 시대를 살고 있으며 소셜 미디어 친화적인 소비자들이 이끄는 잇 트렌드 역시 복잡성과 다양성을 함유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능성과 패션성이 융복합 반응을 일으킨 애슬레저 룩의 대중화는 디자이너가 아닌 소비자가 만들어낸 트렌드가 아닐까 한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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