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 2017-07-24 |
아메리칸 스타일의 진화! 전세계 패션 지형을 바꾼 스트리트웨어
클래식한 아메리칸 스타일이 예전과는 달리 복잡 다변화되고 있다. 너무나 다양한 트렌드가 ‘리스(~less) 문화’와 함께 융복합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스트리트 웨어가 가장 미국적인 뉴 아메리칸 스타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패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변화에 대해 살펴본다.
미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톰 포드는 ‘WWD’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로스엔젤리스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미국의 젊은 여성들은 모두 캐주얼한 옷, 요가 팬츠, 티셔츠, 청바지를 입고 더 이상 옛날 방식으로 옷을 입지 않는다.”말했다.
2017 CFDA 어워즈에서 올해의 액세서리 디자이너 상을 수상하고 미국의 국민 브랜드 ‘코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 스튜어트 베버스는 뉴욕에서 여행을 시작해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옷과 액세서리를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가상의 아메리칸 걸을 부각시켜 아메리칸 스타일을 새롭게 정의했다. 그녀가 새롭게 정의한 아메키칸 걸은 뉴욕에서는 소방관 남자 친구의 코트를 빌려 입고, 뉴올리언스에서는 하운드 투스 미니스커트를 구입하고, 카우보이에게선 시어링 부츠를 선물 받는 소녀였다.
실제로 클래식한 아메리칸 스타일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진화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캐주얼한 옷차림부터 비즈니스 캐주얼 진화에 이르기까지, 아메리칸 스타일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는 패션 역사학자이자 코스튬 큐레이터인 데어드리 클레멘트(Deirdre Clemente) 주장에 따르면, 미국은 2차 세계 대전이 끝날 무렵부터 자신들만의 패션 미학을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즉 전쟁이 끝난 후 유럽에서 벗어나면서 미국인들은 유럽이 규정한 패션 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1929년 뉴욕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세계는 대공황에 빠져들었다.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는 민족주의 성향이 고취되었고 전 세계에서는 실업자가 거리에 넘쳐나 대규모 노동운동이 발생했다.
1933년 미국의 대통령 루스벨트의 뉴딜정책으로 경제난에 빠진 국민들은 희망을 갖게 되었으며, 1930년대 후반기에 대공황에서 회복되기 시작하였다. 새로운 에너지와 활력은 미국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활방식을 제공했으며, 오락산업을 증가시켰다.
특히 할리우드 스타인 마를렌 디트리히, 그레타 가르보, 조안 크로포드와 같은 스타들의 글래머 스타일은 일반 여성에게 패션 영감을 제공했다. 조안 크로포드의 퍼프 소매가 달린 가운과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비비안 리가 입은 바비큐 드레스, 라나 터너의 스웨터 룩은 대중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다.
데어드리 클레멘츠는 “보다 엄격한 계급적 제도를 가지고 있는 유럽과 대조적인, 아메리칸 스타일을 정의하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미국인들이 중산층에 가까운 옷을 입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는 20세기와 21세기에 걸쳐 점차 구체화되었다. 1930년대 들어서면서 돈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옷을 입는 것은 더 이상 매력적인 모습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아메리칸 모드'라고도 불리는 아메리칸 스타일은 파리, 이탈리아, 런던 스타일과 함께 세계 유행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쳤다. 미국은 독립 이후 오랫동안 유럽의 유행에 따라 왔지만, 20세기에
들어서자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영화 산업을 통해 ‘할리우드 스타일’이 정착되었으며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성장한 경제력, 생산능력, 확실한 판매망, 광고 파워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지배력을 확보했다.
아메리칸 스타일은 일반적으로 관습에 구애받지 않는 디자인을 바탕으로 스포츠웨어와 아메리칸 캐주얼, 스트리트웨어와 고급스러운 드레스 스타일까지 아주 다양하다. 특히 개성과 엘레강스 감각과 코디네이션이 특징인 유럽풍 캐주얼과 ‘아메리칸 스타일’은 아이비리그 스타일, 캘리포니아 스타일에서 볼 수 있는 미국적인 편안함과 실용성이 돋보인다.
흔히 ‘아메리칸 스타일’의 창시자로 클레어 맥카델을 꼽는다. 20세기 초의 패션은 파리의 꾸띄르 하우스에서만 창조되고 유럽과 미국의 기성복 업체들은 그것을 모방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격식을 차리는 파리 패션은 활기차고 운동을 좋아하는 미국 여성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맞지 않았다.
이에 패션 디자이너 클레어 맥카델(Claire McCardell)은 파리 오뜨 꾸띄르 하우스의 지배에서 벗어나 미국 여성들을 위한 편안하고 실용적이며 동시에 우아한 아메리칸 룩을 창조했다. 그녀의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옷들은 미국 여성들을 끊임없는 피팅과 불편함으로부터 해방시켰으며, 미국인 특유의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미학을 선보였다.
클레어 맥카델의 모던한 캐주얼 의상은 미국의 대량 생산, 전시의 규제와 같은 제약 속에서도 충분히 창의적이고 경이로운 스타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맥카델의 작품들은 아메리칸 패션의 클래식으로 인정받으며 빌 브래스, 루디 게른라이히, 페리 엘리스, 도나 카란 등과 같은 후대의 미국 디자이너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1990년 미국의 ‘라이프’ 잡지는 클레어 맥카델을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의 미국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아메리칸 캐주얼’의 히든카드가 소위 ‘아메리칸 캐주얼’로 불리는 스트리트웨어라는 사실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스트리트웨어는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도시 젊은이의 스타일이자 복식 경향이었다. 스트리트 스타일에는 캘리포니아의 스케이트보드와
서핑 문화, 힙합과 펑크적인 패션 요소들이 결합되어 있었고 도회적이고 스포티하면서도 실용적이었다.
1986년 뉴욕의 백인 밴드 비스티 보이즈가 펑크에서 영감을 얻은 힙합 앨범 ‘라이센스트 투 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을 때, 그들은 운동화와 후드 티, 그리고 브랜드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입은 스트리트 스타일을 선보였다. 또한 폭스바겐 마크를 뜯어 체인에 달아 목걸이로 사용했으며 이는 곧바로 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패드로 부상했다. 물론 이런 저항적인 패션은 폭스바겐 자동차 소유주들인 기성세대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스트리트웨어는 데이웨어와 이브닝웨어의 구분이 없었다. 그야말로 장르 리스였다. 헐렁한 바지에 운동화, 오버사이즈 티셔츠와 캐주얼한 재킷을 밤낮으로 입었고, 클럽에 갈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스트리트웨어는 곧 아메리칸 캐주얼 패션의 얼굴 마담으로 부상했고 곧바로 유럽과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젊은이들의 유니폼이 되었다.
이는 80년대 M-TV의 영향으로 미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전 세계적인 로망은 극에 달했고 ‘SSUR’이나 ‘스테이플디자인’, ‘워트루색슨’과 같은 스트리트웨어 브랜드가 부상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미국 도시의 젊은이들은 파리의 디자이너 패션이 고리타분하고 비싸다고 여겼다. 반면에 아메리칸 캐주얼의 스트리트웨어 스타일은 보다 세련되고 젊어 보였으며 저렴하고 멋진 언더그라운드 느낌을 주었다.
이는 패션쇼나 럭셔리 디자이너 부티크와는 거리가 먼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는 젊은이들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과 같은 취향을 가진 펑크, 힙합, 그래피티, 서핑, 스노보딩 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소규모의 어반 브랜드를 선호했다.
그래피티 아티스트였던 에릭 브루네티는 1990년대에 자신의 브랜드 FUCT를 만들었다. 그리고 가장 인기 있는 스트리트웨어 디자이너로 알려진 히로시 후지와라는 펑크의 영향을 받아 디제이와 음악 프로듀서로 활동하기도 했고, 미국 브랜드 ‘엑스 라지’ 디자이너들은 건축가들이었다.
스트리트웨어의 선구자로 인정받은 캘리포니아 서퍼 출신인 숀 스투시는 스케이트웨어와 워크웨어 그리고 군복 물품 등에서 영감을 받아 1980년대에 자신의 이름을 프린트한 티셔츠에 그래피티 태그를 달아 서핑보드와 함께 판매하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아메리칸 스타일에 대한 기본 정의는 한마디로 ‘실용성’과 ‘다양성’으로 요약할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스트리트웨어’가 숨은그림찾기처럼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종종 미국적인 관련성으로 주로 언급되는 워크웨어는 실용성과 다양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WSGN의 수석 남성복 에디터 브라이언 트런조(Brian Trunzo)는 “로우 데님(생지)부터 유틸리티 셔츠와 필드 재킷, 플란넬 셔츠에 이르기까지 아메리칸 스타일은 헤리티지 워크웨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
칼하트’ ‘펜들턴’ ‘디키즈’ ‘리바이스’와 같은 미국의 헤리티지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패션 역사학자 데어드리 클레멘트에 따르면 데님 청바지는 로데오와 목장에서 일하는 카우보이와 농부들 뿐 아니라, 내구성 때문에 1930년대에는 죄수들도 일반적으로 착용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에 미국 내 남성복 부활 운동을 촉발시킨 것은 솔직히 헤리티지 브랜드들이 아니었다. 이 운동을 추진해 나갈 제조업자들이 당시에 아주 드물었기 때문이다. 월가 온라인 금융전문지 ‘마켓워치(MarketWatch)’에 따르면, 미국의 의류 업체들은 1980년대 이후 80% 이상이 감소했으며 섬유 공장들 또한 2000년 이후 약 50%가 감소했다고 한다.
현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법의 입장에서 볼 때, 현재 숙련된 이민자들에 의해 가동되는 미국 의류 생산의 부활은 더욱더 요원해 보인다. 미국의 스트리트웨어는 이러한 침체된 미국 패션계에 구세주와 같은 존재로 부상한 셈이다. 산업혁명과 유통혁명에 이어 나타난 소비혁명을 통해 소비자들이 스트리트 웨어를 통해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파슨스 패션 스쿨의 패션 & 디자인 연구 교수 하젤 클락은 “여성들의 아메리칸 스타일은 항상 능동적인 라이프 스타일인 캐주얼과 기능성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도나 카란은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로 이러한 미학을 옹호했으며, 바쁘게 활동하는 여성들을 위해 세퍼레이트로 구성된 시그너처 컬렉션이나 ‘세븐 이지 피스’를 만들었다.
물론 도나 카란이 제안한 ‘세븐 피스’들은 오늘날 조금 다를 수는 있다. 레깅스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 조사 기관 NPD그룹은 요즘 모든 미국인들의 옷장에서 소비되는, 유행을 타는 옷차림을 애슬레저와 액티브웨어가 혼합된 ‘스패션(spashion)’으로 부르고 있다.
2018 봄/여름 남성패션위크와 2017 가을/겨울 꾸띄르 위크 기간 동안 나타난 런웨이와 스트리트 패션을 살펴보면 스트리트웨어의 보편적인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남성 패션지
매트 세브라는 이를 10년 전 일본에서 선보인 로우 데님(생지)의 재연에 비유했다. 그는 “세계 시장에서 사람들은 이 실용적이고 웨어러블한 옷을 아메리칸 스타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해체주의 패션을 통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생된다. 때문에 그것은 다시 새로운 것이 되고, 사람들을 몇 번이고 다시 사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WSGN의 수석 남성복 에디터 브라이언 트런조는 이것을 하위 장르와 영향력의 교류로 보고 있다. 그는 “아메리칸 스타일은 순수하고 훼손되지 않은 것에 지대한 영향이 미치는 스트리트 웨어적인 비유에 적합하다. 즉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데 이는 역사상 가장 큰 희생양인 인터넷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메리칸 스타일은 여전히 워크웨어에 뿌리고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많은 것들에 의해 영향을 받아 전혀 새로운 모습의 스트리트웨어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의 초기 사례는 놈코어(normcore)의 후계자인 ‘고프코어(gorpcore)’가 될 수도 있을 듯 하다. ‘파타고니아’ ‘노스 페이스’ ‘콜롬비아’와 같은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덕분에 훨씬 더 실용적인 옷장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고프코어’는 플리스 재킷, 패닉 팩, 윈드브레이커, 퍼퍼 재킷, 파카, 하이킹 부츠와 같은 아웃도어 스타일에서 영향을 받는 패션 디자인을 의미한다. 미국의 부유층들은 글램핑을 갈 때 주로 고프코어 의상을 입는다고 한다. 애슬레저의 형제 격인 스포티한 아웃도어 역시 스트리트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WSGN의 수석 남성복 에디터 브라이언 트런조는 “그것은 전통적인 아메리칸 스타일과 테크놀러지 퍼포먼스웨어 시대 사이에 연결 고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퍼포먼스 브랜드의 타이츠와 그 위에 스트리트웨어 쇼츠를 입고 유틸리티 재킷이라 부르는 전통적인 워크웨어 아이템에 컬러블로킹의 판타고니아풍의 풀오버를 입는 것이 이제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그것은 최근 유행하는 런웨이 룩을 그대로 요약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 스트리트웨어는 과연 새로운 아메리칸 스타일로 자리 잡을것인가? 그것은 ‘스패션’일까 아니면 이미 ‘고프코어’로 이동한 것일까? 솔직히 말해 현재 시점에서 아메리칸 스타일의 진행 경로를 확실하게 정의내리기는 힘들다.
파슨스 패션 스쿨의 하젤 클락 교수는 “미국은 단일 문화 국가가 아닐 뿐 아니라 아주 복잡 미묘하기 때문에 흥미로운 변형이 아주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그것은 지난 100년 동안 아메리칸 패션의 매혹적인 부분이었다. 진정한 다문화, 다민족, 다인종 국가일 뿐 아니라 아메리칸 스타일은 다른 문화를 기꺼이 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스카 드 라 렌타의 로라 킴과 페르난도 가르시아 뿐 아니라 캘빈 클라인의 라프 시몬스, 코치의 스튜어트 베버스, DVF의 조나단 선더스 등 미국의 유명 패션 브랜드들은 이민자 출신 디자이너들이 이끌고 있다.
미국은 용광로처럼 여러 인종이 뒤섞인 나라로 오늘날 아메리칸 스타일은 다양성이 반영되어 있다. 그들을 하나로 정의할 수 있는 요소는 없으며 모두 실용성과 가능성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 범위는 훨씬 더 세계적이다. 미국 패션계가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법에 대해 슬로건 티셔츠와 시위 참여로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진화된 ‘아메리칸 스타일’은 전세적으로 가장 핫하고 쿨한 스타일 중 하나인 스트리트웨어다. 다시 돌아온 스트리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아메리칸 캐주얼 시크’는 도나 카란 식의 커리어우먼 룩, 마이클 코어스식의 부유한 여인 이미지, 랄프 로렌의 클래식한 폴로 라인, 타미 힐피거의 프레피 룩와는 아주 거리가 멀다.
80~90년대 미국 청춘 영화에서 보았던 자유로움과 스포티즘으로 무장한 범지구적 스트리트웨어가 대세다. 쿨하고 스포티한 감성과 섹시하고 로맨틱을 느낌을 동시에 보여주는 새로운 스트리트 웨어 스타일은 클래식한 아메리칸 스타일에 다운타운의 터프한 감성이 믹스되어 해체주의적인 디자이너들과 전 세계 스트리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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